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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7

       확신을 가진 올리비아는, 곧바로 키엘을 불러 자신의 계획에 대해 알려주었다.

         

       “아리아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냈어. 대응하려면 네 도움이 필요해.”

        “얼마든지 협조하지.”

        “전면전이 벌어지면, 네가 선봉으로 나서줘.”

       

       한 때 제국의 공작이었던 키엘에게, 제국의 병사들을 상대하라고 하는 것은 분명 가혹한 처사였다. 하지만 키엘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 쯤은 감수할 생각이었다는 듯이.

         

       “그 정도는 각오하고 있었다.”

        “싸우라는 말이 아니야. 네 역할은 ‘종자’가 날뛰지 못하게 제어하고, 또 제국군이 덤벼들지 못하도록 겁을 주는거야.”

       “……전장에서 적을 죽이지 말라는 뜻인가?”

        “너는 할 수 있잖아.”

       

        그 말에 키엘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전장에서 적을 죽이지 말고 제압하는 것은 단순히 강하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불가능하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그 이유는 물어야 했다.

         

       “이유가 있나? 날 배려하려고 이러는 거라면 사양하겠다.”

        “내 추측대로라면 아마 전쟁 중에 마왕이 강림할거야. 네가 힘조절을 하지 않으면 시체가 못해도 수천 명 분은 생길텐데, 그러면 마왕을 강화시켜주는 꼴 밖에 못 돼. 그럴 바에는 차라리 살려두는 편이 나아.”

         

       잠시 생각하던 키엘이 물었다.

         

       “내가 제압한다고 한들, 병사들끼리는 서로 죽이려고 할텐데, 그 때는 어떻게 하지?”

       “아예 두 진영이 충돌하지 못하게 네가 손을 써야지. 잘 하는거 있잖아.”

         

       올리비아가 검을 크게 휘두르는 듯한 자세를 취하자, 키엘이 피식 웃었다.

       

        “이해했다.”

       

        촤락.

         

       올리비아가 지도를 펼쳤다. 제국과 성국의 병력 배치도를 확인하던 키엘이 눈을 가늘게 떴다.

         

       “내가 알던 것과 배치가 조금 다르군. 최신화가 덜 된 모양인데.”

        “이게 맞아. 방금 내가 직접 확인했어.”

        “……그렇다면야. 끝나고 한 부 복사해줬으면 좋겠군. 성녀도 이 정도 정보는 알고 있는 편이 좋을테니 말이다.”

       “……그래.”

         

       마음 같아서는 리브가도 이 자리에 부르고 싶었지만, ‘계획’은 아는 사람이 적을 수록 성공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스승님도 제자들에게 따로 언질해주세요. 피치 못하는 상황을 제외하고는, 웬만하면 접근을 가로막는 용도로만 사용하라고.”

        “하지만 리비야. 그렇게 되면 아리아 휘하에 있는 다른 회귀자들은 어떻게 상대할 생각이니?”

       

       사실 키엘이 가장 걱정하는 것도 그것이었다. 수천 명을 제압하는 것까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회귀자가 덤벼드는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것도 다 계획이 있어요.”

         

       올리비아는 품 속에서 보라색으로 빛나는 수정구를 매만졌다.

         

       아우렐리아의 것이었다.

         

       “곧 합류하기로 한 친구가 있어요. 둘까지는 그 친구가 상대해줄거에요.”

        “……그렇다면 나머지 다섯은?”

        “아리아는 제가 상대할거에요. 이러면 양 쪽이 서로 넷씩 남으니 힘의 균형이 틀어지지는 않아요.”

         

       이렇게 되면 멜리나와 키엘을 상비 전력으로 빼 놓을 수 있게 되니, 전투가 조금 더 유리하게 전개될 것이다.

         

       물론 병력이나 보급같은 세세한 것까지 따지면 비등비등하겠지만 말이다.

         

       “나는 네 제자 놈들에게 미리 언질을 해주고 오마.”

       

       멜리나가 몸을 일으켰다.

         

       “벌써요?”

       “이제 이틀 밖에 남지 않았으니, 지금부터 조금이라도 더 가르쳐야 살아남지 않겠느냐.”

       “하하…….”

         

       말에 뼈가 있었다.

         

       멜리나가 천막 바깥으로 사라졌다. 그 뒷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키엘이 입을 열었다.

         

       “네 ‘계획’에 최종적인 목적이 뭔지 물어봐도 되겠나?”

       “어려울 것도 없지. 마신의 강림 전까지, 최대한 인류의 전력을 온존해두는 것. 일차적인 목표는 그거야.”

        “……방금 전까지는 마왕이라고 하지 않았나?”

         

       올리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왕을 무찌르면, 얼마 지나지 않아 마신도 강림할테니까.”

        “……갑자기 너무 스케일이 커지는군. 처음부터 일이 이렇게 될 것을 알고 있었나?”

       “어느 정도는.”

       “하지만 올리비아. 네 계획이 실현되려면 반드시 황녀의 협조가 필요하다.”

         

       키엘의 눈빛이 서늘해졌다.

         

       “전쟁은 장난이 아니다. 명운을 건 전투에서 손속에 자비를 두라는 건, 최고 책임자들의 합의가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해.”

       “나도 알아. 제국에 유능한 지휘관이 많다는 것도, 놈들이 금세 우리가 손속에 자비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릴거라는 것도.”

         

       올리비아는 마른 웃음을 흘렸다.

         

       “어쩌면 전격전(電擊戰)으로 단숨에 끝내려 들지도 모르지.”

       “…….”

        “그래서 더더욱 네 역할이 중요한거야.”

         

       마왕이 강림할 때까지만 버티면 된다.

         

       수비적인 동부 연합군과, 동료들을 찢어발기는 악마와 마물들. 둘 중에 제국군이 어느 쪽을 우선순위로 둘 것인지는 정해져 있었다.

         

       성기사들이야, 당연히 악마들을 먼저 척살할테고.

         

       “정신차리고 보면, 두 세력은 자연스레 섞여 있을거야.”

       “……그 다음은?”

       “마신을 상대해야겠지.”

       

       그 때쯤 되면 제국군도 깨달을 것이다. 신(神)을 상대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필멸자들끼리 싸움을 계속하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일인지.

       

       올리비아는 키엘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됐어. 전달은 끝났으니까 이제 가봐도 돼.”

       “…….”

         

       키엘의 시선이 사라지지 않자, 올리비아가 눈을 가늘게 떴다.

         

       “왜.”

       “약속 한 가지만 해다오.”

        “……무슨 약속?”

       

       키엘은 한숨을 내쉬며 올리비아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죽지 마라.”

       “……왜. 내가 죽을 사람으로 보여?”

         

       키엘은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의 기억을 되새기기라도 한 모양인지, 얼굴이 금세 초췌하게 변해 있었다.

         

       그의 눈에는 아직도 그 날의 올리비아가 선연했다.

         

       회귀자들의 공격을 받아, 만신창이가 된 채 추락하는 그 모습.

         

       언제나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띄웠던 그녀가, 힘없이 낙하하는 그 장면은 아직도 키엘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었다.

         

       “너는……그런 말을 할 때마다 우리를 떠났으니.”

         

       키엘은 욱신거리는 가슴을 누르며 중얼거렸다.

         

       “쓸데없는 걱정이야.”

       

        올리비아가 씩 웃었다.

         

       “나 올리비아야. 마신 그 새끼 죽이기 전까지는, 절대로 안 죽어. 아니, 죽고 싶어도 못 죽어.”

         

       올리비아는 보란듯이 키엘의 앞에 당당히 섰다. 특유의 미소를 머금은 채였다.

         

       “그러니까 쓸데없는 걱정하지 말고 네 몸 간수나 잘하셔. 네가 실수하면 우리 다 같이 망하니까.”

         

       키엘은 올리비아를 가만히 응시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겠다.”

         

       대악마 벨페고르에게 한 번. 그리고 회귀자들에게 한 번.

         

       친우를 잃는 것은 두 번이면 족했다.

         

       키엘은 한참 동안 올리비아의 곁을 지키다, 밤이 되어서야 막사를 빠져나왔다.

         

         

       *****

         

         

       황궁 최심부. 일(日)의 마경으로 향하는 길.

         

       아리아는 그 복도를 거닐고 있었다.

         

       오랜 세월동안 잊혀진 탓인지,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만이 울려퍼진다.

         

       칠흑같이 어두움에도, 아리아의 발걸음에는 거침이 없었다.

         

       [밤 산책을 할 만한 장소는 아닌 것 같다만.]

         

       그녀의 뒤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목소리의 주인은 이 복도에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그림자를 보내, 자신의 의식을 전달하고 있을 뿐.

         

       [어제 쓰러졌던 건 괜찮아졌나 보군. 카르시안이 걱정하던데.]

       “……나름요.”

         

       아리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묵묵히 복도의 끝을 향해 나아갔다.

         

       거대한 문.

         

       그 문고리에는 서로 다른 형태의 열쇠 구멍 세 개가 자리해 있었다.

         

       마경들을 클리어할 때 얻을 수 있는 열쇠들.

         

       월의 마경과 마찬가지로, 일의 마경을 여는 데에도 열쇠가 필요했다.

         

       하지만 아리아가 가진 열쇠는 한 개뿐.

         

       제국의 영약과 지보(至寶)들을 얻기 위해서는 앞으로 두 개가 더 필요했다.

         

       [……열 수 있나?]

         

       아리아는 그 말에 대답하는 대신, 천천히 마력을 끌어올렸다.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허수차원에 보관해두었던 ‘열쇠’들을 꺼내오기 위함이다.

         

       파지지직…….

         

       그렇게 꺼낸 열쇠들의 모습은 이 세계와 섞이지 않는 것처럼 강렬한 노이즈를 내며 버벅거린다.

         

       당연한 일이다. 이 열쇠들은, 다른 세계선에서 가져온 물건이니까.

         

       그렇기 때문에 형태를 유지시키는 것조차 버겁지만…….

         

       잠깐이라면, 마냥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그런 능력이 있으면서 왜 우리를 마경으로 파견보냈던거지?]

       “올리비아가 월의 마경에 다녀갔는지를 알아내야 했으니까요.”

       [월의 마경……?]

       “후후. 그런 게 있어요.”

         

       암주의 의문을 끊은 아리아가 말없이 거대한 문을 열어젖혔다.

         

       마경 문이 활짝 열리고, 찬란한 황금빛이 뿜어져나온다.

         

       아리아는 익숙한 듯 내부로 들어가, 인원수에 맞게 영약을 꺼내왔다.

         

       각각 찬연한 광원을 내뿜는 영약들. 억만금을 주고도 구하지 못할 보물이었다.

         

       물론, 작금의 그녀에게는 하등 의미 없는 것들이었지만 말이다.

         

       “가서 다른 분들에게 전달해주세요. 품고 있는 기운이 만만치 않은 놈들이라 흡수시키는데 꽤나 오래 걸릴거에요.”

       [너는……?]

       “괜찮아요.”

         

       아리아의 입가에 낮은 미소가 떠올랐다.

         

       “저는 이미 모든 준비가 끝났거든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Ilham Senjaya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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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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