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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8

    -지금 어디……!

     

    “누구랑 전화를 하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말이야. 지금 사람을 앞에 두고서 그건 아니지.”

     

    그가 손을 뻗자, 이유를 알 수 없는 직감에 예르나는 곧장 몸을 움직여 반응했다.

     

    그러자 그대로 그녀의 손아귀에서 검은 불길이 폭발한다.

     

    파칙-!, 퍼엉!

     

    ‘마법……?’

     

    지팡이는 손에 쥐고 있지 않은데?

    녀석이 어떻게?

     

    “윽!”

     

    툭, 투툭.

     

    부숴진 휴대폰의 파편이 바닥에 떨어졌다.

     

    황급히 고개를 틀어 그것을 피해내기는 했지만, 전화기는 그대로 파괴되고 말았다.

    귓가를 울리는 이명과 손아귀의 부상은 덤.

    대체 무슨 결과가 나타난 것인지는 저릿거리는 손과 삐이잉- 하는 귀로 유추해야했다.

     

    ‘폭발? 화속성 공격마법이었나?’

     

    “크큭, 아하하하! 이 힘, 생각보다 정말 마음에 드는데!”

     

    딜런트가 광소한다.

    예르나는 이명이 울리는 귓가를 부여잡고 그를 노려보며 생각했다.

     

    현대의 지팡이도 주문을 읊고 기초적인 계산을 거쳐야만 마법이 발현된다.

    하지만 대체 무슨 수를 쓴 건지는 몰라도, 그는 그 과정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그런 방식이 가능한 경우를 예르나는 알고 있었다.

     

    ‘서클러……인가? 딜런트가? 언제부터?’

     

    서클러, 심장에 새겨진 서클을 제거하지 못했거나 일부러 제거하지 않은 사람들중 일부분은 서클을 각자 연구하거나 단련하여 원시적인 형태의 마법을 발현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많지 않다.

    서클마법은 사용할 때마다 목숨을 걸어야하는 위험천만한 기술이며, 서클의 개발방식은 개인마다 다르기에 배움을 위한 체계도 없다.

     

    그런 위험천만한 방식을 굳이 고집하는 사람은 오로지 ‘일반적이지 않은 마법’을 사용하고자 하는 사용자들 뿐.

    그런식으로 불법적인 마법을 사용하는 자들을 세상은 ‘서클러’라고 부르며 멸시했다.

     

    지팡이로 사용하는 클래스마법이 보편적인 현대에서 일반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굳이 목숨을 걸어가며 마법을 써야하는 상황 따위 없으니까.

     

    하지만 그가 서클러라기엔 위화감이 있다.

    그동안 자신이 봐왔던 서클러라는 것들은 저토록 여유롭게 마법을 쓰는 편이 아니었다.

    그들에게도 서클마법은 어디까지나 최후의 수단, 목숨을 건 전투의 마지막 히든카드와 같은 기술이었다.

     

    그런데, 그런 기술을 압도적인 우위를 지닌 상태에서, 단지 견제를 위해 낭비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었다.

     

    그 ‘딜런트’가 고작 그런 것으로 목숨을 걸 리는 없으니까.

     

    그런데 이건 마치 자신에게 ‘과시’ 하는 것 같지 않은가?

    ‘나는 지금 이런 힘을 지니고 있다’라고.

     

    그렇다는 이야기는 해당 기술로 인한 코스트가 거의 없거나, 미비한 수준이라는 것인데…….

     

    ‘대체 어떻게 그것이 가능하지?’

     

    그 때, 딜런트가 좌우에 산개하듯 자리한 부하들에게 턱짓했다.

     

    “얘들아, 가서 붙잡아라.”

     

    “네!”

     

    그들은 일제히 대답한 직후 그녀를 향해 다가왔다.

     

    ‘어째서 이번엔 마법을 쓰지 않지?’

     

    정말 그렇게 코스트가 적다면 계속해서 마법을 쓴다면 분명히 간단했을텐데?

    모종의 이유로, 마법을 여러 번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한 걸까?

    일단 그럴 가능성을 생각해둘까.

     

    예르나는 곧바로 시선을 옮기며 상황을 판단했다.

     

    “네년한테 승산은 없어, 순순히 항복한다면 일부러 죽이지는 않을게, 어때?”

     

    딜런트는 킥킥 웃었다.

    금방 죽여버리는 것 보다는 두고두고 살려둔 채로 재미를 보다가 끝내는 것이 그로서도 바라는 바였으니까.

    내심 그녀가 항복권유를 받아들였으면 하는 생각이 없다면 거짓이리라.

     

    3층, 격리된 공간, 상대는 여럿, 그녀는 혼자에 지팡이도 없다.

    장소, 수, 전력 모든 것이 부족한 상황에서 그녀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허나 전투에서는 단 하나의 우위만으로도 전세가 충분히 뒤바뀔 수 있다.

     

    다가오는 남성의 손, 예르나는 곧바로 자세를 낮추며 어깨로 그의 손을 흘렸다.

     

    “-!”

     

    그녀는 어깨 위로 덮치듯 올라탄 그의 몸을 그대로 붙잡고 허리를 튼다.

    깔끔한 던지기.

     

    챙그랑-!

     

    뒤의 유리창이 부숴져 비산했다.

     

    “으아아악-!”

     

    깨어진 창문 너머로 떨어지는 남성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3층의 높이에서 머리부터 떨어진다면 솔직히 생사를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운이 좋다면 살 수도 있겠지.

    그의 생사는 이제 신경 끄기로 했다.

     

    또 바로 옆에서 자신의 팔목을 붙잡는 손길이 있었으니까.

    곧바로 팔을 원으로 크게 돌리며 자연스럽게 남성의 팔을 꺾었다.

    간단히 관절의 반대방향을 잡은 그녀는 바로 이어서 그의 발목을 차 몸을 공중으로 띄운다.

     

    “흐억!”

     

    사람은 갑자기 발이 땅에서 떨어지면 본능적으로 당황하게 되어있다.

    예르나는 이내 그가 반응할 시간조차 주지 않은 채 등 뒤로 꺾여있던 그의 팔을 밀쳐버린다.

    공중에서 가해진 힘이 가해진 남성은 그대로 무슨 나뭇가지라도 되는 것 처럼 꼴사납게 날아가 다가오던 검은 양복쟁이들과 부딫힌다.

    그 모습이 마치 바람 앞의 갈대라도 된 것 같다.

     

    “제기랄, 뭐야?”

    “빨리 비키라고!”

     

    한데 엉켜 우스운 모습을 연출하는 가운데, 주문이 완성되었는지 입구쪽에 가만히 서있던 몇 명이 클래스의 제한을 불법적으로 개조한 지팡이를 내밀며 외친다.

     

    “라르메 아가눔!”

     

    라르메, 그리고 아가눔. 4클래스의 인체공격 물리마법.

    광선형 직선 투사방식과 관통물리마법의 조합, 결과는 직선형으로 날아가는 물리적 파괴광선이었다.

    그런 걸 사람이 맞는다면 손가락 두께의 구멍이 나겠지.

    몬스터에게는 상황 저지력이 부족해 잘 사용하지 않지만 사람에게는 고작 그런 마법도 충분히 위력적이며 다른 마법에 비해 비교적 흔적이 덜 남기에 암암리에 애용되는 살인마법이다.

     

    그 마법에 대해선 지나칠 정도로 잘 안다.

    그야 자신도 몇 번이고 사용해보았으니까.

     

    역시 작정하고 죽일 생각인 모양이지? 그럴거라 생각은 했다만.

     

    투툭, 툭!

     

    예르나는 곧장 몸을 틀어 마법의 경로에서 벗어난 채, 창문의 커튼을 뜯어 펼치듯 던진다.

     

    콱, 콰곽, 콱!

     

    마법은 커튼을 뚫었지만 인체의 피격음이나 고통스러운 비명소리는 전혀 들려오지 않았다.

    커튼의 갑작스러운 시야방해로 한순간 흐트러져 제대로 된 조준이 될 수 없었으니 당연히 명중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으리라.

    그럼에도 그들은 만일의 확률에 기대어 계속해서 마법을 투사했다.

    흰색 광선이 커튼을 마구 난자해 손가락 크기의 구멍이 마치 벌집처럼 즐비하게 박히지만 여전히 비명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그리고 커튼이 마침내 지면의 끌어당김에 의해 그 뒤를 드러내었을 때, 이미 그녀는 사라져 있었다.

    마치 마법처럼.

     

    “뭐야!?”

    “설마, 뛰어내렸어?”

     

    지팡이를 조준하고 있던 자들은 일제히 당황한 목소리를 냈다.

    반면 딜런트는 헛웃음을 흘렸다.

     

    “하하! 저 미친년.”

     

    저 무모함과 똘기는 20년이나 지났는데도 전혀 줄어들질 않았다.

    하여간, 엘프라는 놈들은.

     

    “뭐해, 이 새끼들아! 얼른 내려가서 찾아!”

     

    ———-

     

    루크는 주변에 놓인 수많은 동물 우리와, 그 안의 다양한 동물들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감탄했다.

     

    “오호, 이거. 동물들이 꽤 많구나. 동물원을 차려도 되겠어.”

     

    제약시설이기 때문일까?

    실험을 위한 실험용 동물들이 많은 것 같았다.

    뭔가 특별한 동물도 많이 보이고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갇혀 있다는 점과 드래곤 피어의 영향인지 동물들은 단 한번의 울음소리조차 내지 않고 숨죽인 채였다.

    드래곤 피어는 완벽히 제어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역시 조금 미숙한 걸까?

     

    “하하, 이거. 아이들이 참 겁이 많나 보군. 안 그런가?”

     

    “…….”

     

    대답은 없었다.

    그저 묵묵히 발걸음을 옮길 뿐.

     

    “흠…….”

     

    루크는 자신의 앞에서 걸어가고 있는 남성을 바라보았지만, 아까부터 별로 말을 섞으려들지 않았다.

    아이들을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인걸까?

    그런 것 치고는 웃음이 꽤나 많은 사람인데 말이다.

     

    뭐, 그런 사람도 있지, 하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고 할 때, 루크의 눈길을 끄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새가 들어간 새장.

     

    루크는 곧장 새장에 달려가 붙으며 감탄했다.

     

    “오! 이건 검은 부리 황금매가 아닌가!”

     

    검은 부리 황금매.

    황금빛 깃털이 인상적인 새.

    매 특유의 날렵함과 날카로운 발톱은 먹이가 되는 작은 동물들에게는 악몽과도 같은 무기였으며, 다른 매와 비교해서 2배가량 빠른 속도로 비행하는 탓에 그 옛날에도 엄청난 전략적 가치를 지녀 비싼 몸값을 자랑했다.

     

    그 뿐인가, 검은 부리 황금매의 황금빛 깃털은 아주 훌륭한 마법소재였다.

    황금색 깃털로 만든 황금 깃펜은 스크롤을 제작할 때 사용하면 마나의 소비를 유의미한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가능했고, 그 섬세함으로 아주 정교한 필기가 가능했기 때문에 왕실에도 납품될 정도로 진귀한 소재다.

     

    그리고 검은 부리 황금매의 깃털은 밝게 빛날수록 높은 가치를 지니는데…….

     

    “지금은 별로 빛나고 있지는 않군.”

     

    황금매의 깃털은 황금색에 가까울수록 더욱 더 높은 가치를 지니는데, 그것은 황금매의 심리적 상태에 기인한다.

    하지만 두려움 탓인지, 갇혀있는 탓인지. 황금매의 색은 부정적으로 탁한 노란빛이었다.

     

    루크는 그것이 안쓰럽다는 생각에 손가락을 새장 안으로 가져가며 낮게 중얼거렸다.

     

    “그대는 뭐가 그리도 두려운가.”

     

    하지만 루크의 손이 매에게 닿는 순간.

     

    탁!

     

    루크의 손이 뒤에서 낚아채듯 잡혔다.

    동행하던 남성이 루크의 손목을 붙잡은 것이다.

     

    “어이, 꼬맹이! 상품에 손 대지 마!”

     

    “아, 상품이었나, 미안하다. 무심코…….”

     

    “칫, 이건 또 왜 벗겨졌어.”

     

    남성은 투덜거리며 새장에 다시 천을 덮어버렸다.

     

    “…….”

     

    아, 그렇군. 그래서 한치의 빛도 들지 않도록 보관하는 것이었나.

     

    그 또한 황금빛의 깃털을 얻기에 괜찮은 방법이기는 하다.

    어둠속에 홀로 남겨진 경험이 있고나면, 단지 빛으로 나온 것 만으로도 해방감과 행복감에 사로잡히고 마니까.

     

    거듭된 고통속에서 자라온 황금매에게는 약간의 호의조차 크게 다가오는 것이다.

     

    같은 한 모금의 물이라도, 조금 목이 마른 사람과 말라죽어가는 사람이 느끼는 가치는 다른 법이지 않은가?

     

    마법사로서, 그러한 방식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목적을 달성하는 손쉬운 수단이 있다면 그 또한 이용하는 것이 마법사라는 존재이니.

     

    천으로 새장이 감싸지는 찰나의 순간, 루크는 매의 그 무감정한 눈동자와 마주쳤다.

     

    “…….”

     

    일말의 기대도 담기지 않은, 장식품과 같은 눈빛.

    확실히 자신은 타인의 재물에 간섭할 수도, 그럴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역시 지금은 별로 내키지 않는 방식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자신이 변했기 때문일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황금매 피폐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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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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