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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8

       *

         

         

         천문학파의 역사는 신화 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다. 마일스톤이 존재하기 이전부터, 천문학파는 왕의 조언가였다.

         

         천기를 읽어 길흉화복을 점친다. 별자리를 보며 항로를 정한다. 이 두 가지 역할은 크게 말해, 곧 국정과 외교를 의미했다.

         

         즉, 고대의 천문학파는 재상의 권위를 지니고 있었다. 왕의 조언자, 국정의 방향타, 외교의 나침반. 칼리온이라는 거대한 기함을 운항하는 선장이었다.

         

         

         그리고 마일스톤이 나타났다.

         

         

         모든 천기를 엘프에게 유리하게 뒤트는 강력한 유물. 신화 시대의 끝과 문명 시대의 시작을 알린 전환점. 더 이상, 엘프들에겐 신의 변덕이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그들 손으로 신을 만들어냈으므로. 어떤 경우에도 자신들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해주는 강대한, 그리고 어떤 변덕도 없는 인공 신을.

         

         신성력에 기대어 신을 숭배할 필요가 없다. 칼리온 내부에서 엘프는 완벽할 수 있으니까.

         

         

         그러므로, 더 이상 엘프들은 칼리온 밖으로 세력을 넓히지 않았다.

         

         

         마일스톤의 영향력 밖은 위험하다. 칼리온 밖에선 마일스톤의 보호가 없으니, 신들의 변덕이 다시금 엘프를 옭아매기 시작한다.

         

         엘프에게 완벽히 맞추어진 마력, 오직 엘프들을 위해 안배된 행운, 엘프들에게 가장 쾌적한 기후와 식생. 끝없는 자원과 영원한 융성을 포기하고 외변을 확장할 필요가 있으랴.

         

         그러므로, 천문학파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다.

         

         조언을 올릴 왕은 추밀원에게 모든 권력을 이양했고.

         

         칼리온의 하늘은 더 이상 길흉화복을 점쳐주지 않으며.

         

         엘프들은 칼리온 바깥으로 영역을 확장하지 않으니.

         

         한때 모든 문명의 선장이었던 자들은, 옛 지식을 익히고 옛 영광을 반추하며 낡아 스러졌다.

         

         이제 엘프 고위 권력자들 중 누구도 천문학파를 의식하지 않을 정도의 시간이 흐른 끝에.

         

         

         베올그린 그리켄코스가 용사 파티에 들어갔다.

         

         문명 세상의 가장 강대한 마법사라는 칭호를 받으며.

         

         

         “당신도 제정신은 아니야.”

         

         

         알렉산드르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고요한 밤바다, 광원 없는 원양 위로 은하가 흐드러지게 늘어서 있었다.

         

         뱃전이 부드럽게 너울쳤다. 살랑이는 미풍을 맞으며, 고위천문관은 바다를 내려보고 있었다.

         

         

         “그 밑에 뭐가 보이나?”

         “별.”

         

         

         알렉산드르는 사내의 대답에 시선을 돌렸다. 밤바다는 거울과 같아서, 밤하늘을 고스란히 모방해 펼쳐둔 것처럼 보였다.

         

         그는 곧 시선을 올려 하늘을 보고는 웃었다.

         

         

         “천문관이 바다를 보며 별점을 치나. 고개를 조금만 들면 하늘이 보이는데.”

         “그 위에 있는 것들이 별로 보이나?”

         

         

         베올그린은 싱긋 웃으며 몸을 돌렸다. 선실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며 무언가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알렉산드르가 듣기엔 너무 작은 목소리였다. 그는 고개를 돌려 물었다.

         

         

         “뭐라 했나?”

         “기도를 해봤네.”

         “엘프가 기도를? 하하, 그래. 무슨 기도를 했지?”

         “대답해 달라고.”

         

         

         베올그린은 선실로 향하는 복도에서 말을 마쳤다.

         

         

         “언제나처럼 아무런 말이 없더군.”

         

         

         그는 장난스럽게 하늘 위로 손을 뻗었다. 무언가를 붙잡을 듯 헤매던 손을 와락 움켜쥐고, 가볍게 내리며—

         

         

        -쾅.

         

         

         선실 문이 닫혔다.

         

         

        *

         

         

         추밀원은 칼리온의 섬을 지배하는 12명의 도주(島主), 군항을 관할하는 6명의 성주(城主), 공중전함을 건조하는 두 개의 조선소에서 각각 한 사람씩, 마지막으로 여왕의 조언가인 천문학파까지. 도합 21개의 의석이 있다.

         

         의원의 면면이 모두 일국의 군주와 같은 의무를 지닌다. 칼리온은 사실상의 연합국과 다를 바 없다. 이들에겐 단합된 애국심이란 것이 없는 탓이다.

         

         그러므로 이들은 결코 한자리에 모일 수 없다. 서로를 결코 믿지 못할 뿐더러, 여왕조차도 믿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의 ‘의회’는 물리적 공간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다들 오셨소?”

         

         

         어둠 속에서 희끄무레한 잔상이 흩어졌다. 칼리온 대의회의 추밀원장 아이슬리프 러스트피츠가 피로한 눈으로 잔상들을 훑었다.

         

         18개의 잔상이 어둠 속에서 새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누구냐. 누가 우리 여왕 폐하와 재밌는 장난질을 시작했지?”

         

         

         잔상 중 하나가 걸걸한 목소리로 외쳤다. 아이슬리프는 인상을 구기며 대답했다.

         

         

         “체통을 지키시오. 헤르웰더 경.”

         “체통은 무슨 체통. 지금 실수들 하는 거야. 나 절대 혼자 안 죽어. 날 묻고 싶었다면—.”

         “닥쳐라, 사이먼 헤르웰더!! 네 놈이 120년 전에 한 짓을 생각하면 네가 가장 의심스러우니까!”

         “한 세기가 지난 일을 무슨—!!”

         

         

         의회실은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수십 킬로미터 밖에서 이루어지는 칼리온의 지배자들의 회의란 늘 이런 식이었다.

         

         많은 엘프들이 이 자리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고귀한 지배자들이 웃는 낯으로 정치적 함의를 품고 정국을 운영하는, 그런 종류의 환상을.

         

         현실은 냉혹하다못해 천박했다. 사회에서 존경받는 학회장과 기업가들이 모인 이 회의실은, 회의 시작 10분 안에 아수라장으로 돌변하기 일쑤였다.

         

         각각 지고 있는 의무가 너무 무거운 탓이라 하겠다. 저들의 손에 쥐인 백성들의 목숨이 수만 명에 이른다.

         

         

         “다들 조용!!”

         

         

         한 잔상이 번쩍거리며 외쳤다. 아이슬리프가 피로한 눈으로 흔들리는 잔상을 바라보았다. 검각의 자리였다.

         

         

         “발언하겠소.”

         “하시오, 코엔울프 경.”

         “마일스톤에 손을 덴 적 있는 의원들은 거수하시오. 먼저 밝히자면, 내가 부재중인 동안 우리 쪽에도 한무리가 있더군.”

         

         

         에델플라트 코엔울프의 발언에 다른 잔상들이 거칠게 흔들렸다. 곧 소음이 몰아쳤다.

         

         

         “무슨 누명을—”

         “이제 와서 꼬리를 자르시겠다? 그대가 한 짓을 수하들에게 덮어 씌우시었소?”

         “수치스러운 줄 아시오!”

         

         

         소란이 정점에 치닫았을 때, 에델의 목소리가 나지막이 울렸다.

         

         

         “모두 죽였소.”

         “…뭐요?”

         “나의 부재를 틈타 검각을 전복하려던 세력을 색출해 모두 죽였소. 검각의 절반가량이 처형되었고, 마일스톤을 간신히 정상화시킬 수 있었소. 그 치들이 하고자 했던 일들은, 추정컨대—.”

         

         

         마일스톤을 통한 상대시간의 조작.

         

         다시 말하자면, 마일스톤의 영향권 내에 있는 자들을 강제로 ‘초인의 영역’에 진입시키려는 기술이다.

         

         초인의 영역에 도달하지 못한 자들을 위한, 일종의 배려라고 봐야 할까.

         

         

         “뜻은 가상하지만 율법은 율법이지. 그래서 처리했소. 자, 이제 말씀해 보시오. 마일스톤으로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하려 하시었소들?”

         

         

         좌중이 고요해졌다. 잠시간의 침묵이 지나고, 에델플라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연금학파는 마일스톤을 정지시키고 해역의 마력을 회복해 마물을 수집했더군.”

         “크흠.”

         

         

         마일스톤은 칼리온 인근 해역의 마력을 빨아들여 정화한 후 대기 중에 살포하는 유물이다. 마일스톤이 작동하고 있는 해역엔 마력이 없다.

         

         따라서 마물의 씨가 마른다. 결과적으로, 바다가 깨끗해진다고 하겠다. 위협적인 생물 없이, 하다못해 나룻배를 띄워도 조업에 문제가 없을 정도로.

         

         그것을 정지하고 회복된 해역의 마력으로 마물을 수집했다. 그것이 연금학파의 목적이었고.

         

         

         “듣자하니 생명학파께서는 영혼을 압착해 신성력을 생산하는 연구를 하셨다 하시었소?”

         “그, 그걸 어떻— 아니, 그걸 이렇게 공개적으로—!!”

         “그게 사실이오? 그게 된단 말이오?!”

         “세상에!!”

         

         

         회의실이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에델은 날카로운 목소리로 좌중을 진정시켰다.

         

         

         “그러니 말씀들 해보시오. 지금 몇 개가 꺼졌고, 몇 개나 정상작동 하고 있소? 우리 중 누구든 대답해주겠소? 칼리온의 축복에 필요한 최소한의 마일스톤이 대체 몇 개인지? 나는 일생이 무부인지라 마법에 약해 궁금하더이다.”

         

         

         모든 마일스톤이 필요하진 않을 것이다. 실제로 연금학파가 마일스톤을 정지시켰을 때에도 칼리온을 뒤덮고 있는 이 거대한 마법은 깨지지 않았으니까.

         

         그러니 몇 개까지 안전한가. 그리고 마일스톤의 정지에 따른 부작용은 없는가?

         

         그리고 결정적으로.

         

         수 세기간 누구도 감히 건드리지도 않았던, 율법에 의해 엄격히 금지되었던 마일스톤의 조작을, 대체 무슨 생각으로 ‘모든 학회가 동시에’ 시도하고 있었나.

         

         마치 누군가가 구슬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우연 따위는 없다. 한두 사람의 문제가 아니었으므로. 반드시 이 일엔 배후가 있으며—

         

         

         “여왕 폐하가….”

         

         

         라는 절반의 대답과.

         

         

         “그리켄코스 경의 조언이….”

         

         

         라는 남은 절반의 대답이 마침내 흘러나왔을 때,

         

         추밀원의 모든 배석의원들은 동시에 한숨을 쉬듯 깨달았다.

         

         

         베올그린과 여왕이 손을 잡고, 마일스톤을 하나씩 하나씩 정지시키고 있었다.

         

         적어도 30년 전부터. 착실하게 준비해가며.

         

         

         “대체, 왜?”

         

         

         이제 모든 의원들은 마일스톤을 관리하기 시작할 것이다. 무슨 계획이 되었든 이미 늦었다. 마일스톤의 주문을 정지시키려는 시도는 이미 좌절되었다고 해야겠다.

         

         그러니 여기에서 의문이란 이것이다.

         

         마일스톤에 대한 경계심을 일깨운 것은 여왕이란 점. 여왕의 감찰대가 섬을 돌아다니며 마일스톤을 점검하고 있다는 점.

         

         자신이 이룩한 계획을 자신의 손으로 허물어트리는 책략가가 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

         

         

         검각에 들린 후 다음 섬으로 이동하던 중, 이반은 문득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어둑한 하늘에 구름이 조금 끼어 있었다.

         

         생명학파에서 얻은 정보를 에델에게 전달하고 곧장 뱃머리를 돌리던 차였다. 모든 섬들을 한번씩 들른다고 가정할 때, 적어도 한달은 걸릴 것이 뻔하니 속도를 내야만 했다.

         

         어쨌건 다음 학기가 시작되기 전까진 프리첸카야로 돌아가야 하니까.

         

         

         “어머?”

         

         

         그의 곁에 서서 밤하늘을 구경하던 엘피헤라가 문득 고개를 휙휙 돌렸다.

         

         

         “눈이 내리네요?”

         “음.”

         “올해 첫 눈을 같이 보는 셈이네요!”

         

         

         지금은 한겨울이다. 칼리온의 온후한 기온 탓에 인식하긴 어려웠으나, 지금쯤 프리첸카야는 끔찍하게 추울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눈이 내린다는 것 자체는 이상할 것이 없지만—.

         

         

         “왜 눈이 내리지?”

         

         

         살풋 웃으며 다가오는 엘피헤라에게, 그러나 이반은 한 걸음 물러서며 진지한 얼굴로 다시 물었다.

         

         

         “칼리온에도 눈이 내리나?”

         “네? 그야 추운 대기를 만난 물이—.”

         

         

         칼리온에도 비는 내린다. 당연히.

         

         마일스톤의 축복 중 하나는 ‘가장 적합한 기후’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비가 내려야 작물이 자라고 습도가 유지되기 마련이므로, 칼리온에서도 종종 비를 마주할 수 있다.

         

         하지만 눈이라면 다르다. 눈은 대기의 온도가 영하까지 내려갔다는 뜻이며, 엘프는 추운 날씨를 싫어하므로.

         

         마일스톤의 축복으로 칼리온은 언제나 ‘엘프에게 가장 적합한 기후’를 유지한다.

         

         그 기후에 겨울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엑?”

         

         

         그의 말뜻을 이해한 엘피헤라가 황급히 하늘을 바라보았다.

         

         

        *

         

         

         고위천문관 헤르몬은 평소처럼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느긋하게 퇴근했다.

         

         밤거리가 을씨년스러웠다. 서늘한 바람이 그의 귓가를 스쳤다. 그는 반사적으로 코트를 여미고 걸음을 옮기다가, 문득 하늘을 올려보았다.

         

         구름이 짙게 끼어 있었다.

         

         비가 오겠군.

         

         그런 얘긴 듣지 못한 것 같기야 한데, 확인을 못했었나.

         

         뭐어, 비가 온 지도 한참 전이니까 슬슬 내릴 때도 됐지.

         

         그 정도의 생각으로 걸음을 옮기다가, 문득 바람에 구름이 갈라지는 것이 보였다.

         

         그 사이로 별무리가 비친다.

         

         

         “—뭐?”

         

         

         헤르몬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는 잠시 눈을 비비고 다시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짙은 먹구름이 하늘의 흔적을 감추고 있었다.

         

         그는 황급히 뛰어 다시 천문탑으로 돌아갔다. 몇 차례고 넘어질 뻔 했다. 계단을 타고 오를 때, 뛰어오르는 그를 보며 당황한 비서들의 외침이 뒤에서 메아리쳤다.

         

         헐떡거리는 숨을 간신히 진정시키고, 마침내 사무실로 돌아온 그는 테라스 문을 활짝 열었다.

         

         

        -화아악, 바람이 일었다. 머리칼이 길게 나부꼈다. 습한 바다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망원경을 들었다. 먼지가 덮일 정도로 오랫동안 방치되었던 거대한 망원경이 그의 손에 들려 올라왔다.

         

         그는 마른침을 삼키며 수평선 너머를 살폈다. 먹구름의 범위 바깥으로 조리개를 조이고 초점을 잡는다.

         

         하늘이 보인다.

         

         

         “이게 무슨—.”

         

         

         망원경을 꽉 쥐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황급히 뛰어 반대 방향으로 향했다. 비서실 문을 쾅 차고 들어가, 놀란 비서를 무시한 채 테라스를 열었다.

         

         다시 저 먼 수평선을 향해 초점을 잡고 한참을 들여보았다.

         

         

         “대체—.”

         

         

         그는 자리를 박차고 탑의 옥상으로 향했다. 이번엔 너무 서두른 탓에 두어 번 넘어지기까지 했다.

         

         콰앙, 옥상층의 문을 거칠게 발로 차 열고는 하늘을 올려보았다.

         

         구름이 다시 갈라지며 잠시 별무리가 보였다.

         

         헤르몬은 자리에 주저앉아 멍하니 그 광경을 올려보았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냐…?”

         

         

         모든 하늘이 흉(凶)했다.

       

       

        마일스톤의 축복 아래에서, 엘프들의 미래엔 언제나 길조만 관측되었던 그 기나긴 세월이 끝을 맺기라도 한다는 듯.

       

        어둠 속, 구름 너머, 그 사이 아스라히. 별무리를 스치는 마력이 흉조를 띄며 흐르고 있었다.

         

         

        *

         

         

         어두운 선실 내부에서, 베올그린은 정좌한 채 두 손을 얽고 긴 호흡을 내뱉었다.

         

         희미한 미소를 짓고 두 눈을 깊게 감고 있었다. 그는 이 자리에 있으되, 그의 정신은 보다 높은 곳을 유영하고 있었다.

         

         그곳은 깊고 어두운 심해처럼 보이기도, 저 먼 천상의 우주처럼 보이기도 했다. 고요하고 공허한 암흑이란 점에서 같은 의미로 볼 수 있다.

         

         베올그린은 그 위에서 손을 뻗었다.

         

         

         “모든 말이 모였다.”

         

         

         저 먼 어둠 너머에서 손들이 보였다. 체스판 위로 체스말 하나가 또각, 하고 나타나는 환상이 흐드러졌다.

         

         

         “내 하늘에 묻노니.”

         

         

         베올그린의 손에 체스말이 쥐어졌다. 한 차례 뻗어 다시 또각, 폰이 움직였다.

         

         

         “신들은 누구에게 기도하는가?”

         

         

         그의 질문은 공허한 어둠 속에서 대답 없이 메아리쳤다.

         

         베올그린은 깊게 웃었다.

         

         

        *

         

         

         천문학파는 하늘의 뜻을 듣는다(天聞).

         천문관은 하늘을 보며 그 뜻(天文)을 헤아린다.

         베올그린은 하늘을 향해 자신의 뜻을 물었다(天問).

         

         

         신은 신도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다. 다만 변덕에 따라 손을 뻗어줄 뿐.

         

         손을 뻗는다면, 잡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하며, 베올그린은 손에 쥔 기물을 보며 웃었다.

         

         그 시점, 이반은 눈 내리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사이에서 낯익은 시선이 느껴져서.

         

         달각, 폰이 움직이자.

         

         달각, 체스판 저 너머의 퀸이 꿈틀거렸다.

         

       

       

       Ep 27. 천문(天問)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文 : 글월 문.
    聞 : 들을 문.
    問 : 물을 문.

    천문편 끝입니다.

    휴! 금요일 좋아!
    (댓글 확인은 주말에 몰아서 하겠읍니다.. 죄송합니다…)

    다음화 보기


           


30 Years Have Passed Since the Prologue

30 Years Have Passed Since the Prologue

프롤로그에서 30년이 흘렀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got transmigrated into a game I’ve never seen before. I thought it was a top-notch RPG and spent 30 years on it. I retired as a war hero and planned to spend my remaining time leisurely. But it turns out, it was an academy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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