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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8

       *** ***

         

       “슬슬 영 물리는구만…”

         

       “한달동안 이것만 먹는 건 아니겠지.”

         

       훈련생들은 퍽퍽한 닭가슴살을 씹으며 중얼거렸다. 금의위 식당이니만큼 식당에서 나오는 식사는 대량 급식치고는 괜찮은 맛이었지만 활동량이 많은 군인들이 만족스럽게 식사하기에는 양이 적었고 고기 반찬 역시 부족했다.

         

       그에 반면 호천안이 추진해 주는 식사는 양껏 먹어도 남을 만큼 푸짐한 양이었고 비록 닭가슴살과 계란 한정이지만 양껏 먹을 수 있으니 좋아했는데…

         

       이제는 슬슬 닭가슴살과 계란에서 비린내가 올라오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에잉, 밥이라고는 조약돌 만큼 주는데 영 힘이 안 나.”

         

       오늘 세 장의 투교비를 하늘의 별로 만들어버린 뒤 호천안에게 단단히 주의를 받은 광재련이 투덜거렸다. 밥심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다. 탄수화물을 대량 섭취해야 즉각적으로 힘을 발휘할 수 있으니까.

         

       “그나저나 오후의 시험이 걱정일세…교관 성격에 탈락자들은 그냥 넘어갈 것 같지 않은데 말이야.”

         

       훈련생들이 조갑덕과 재상해를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둘 다 어디가서 암기술을 배웠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완전 초짜들보다는 훨씬 나았다. 조갑덕은 반쯤 강제로 비도술을 가르쳐 주었던 선임을 떠올리며 진심으로 감사했고 재상해는 어깨를 쭉 펴며 으스댔다.

         

       “후후, 비도술 정도는 익혀 둘 법한 재주였지.”

         

       “쯧, 하여간에 뭔 말을 못하겠어.”

         

       조가주는 기가 살아난 재상해를 바라보았다.

         

       ‘훈련교관님이 성과제를 도입하자 신이 나는 모양이군.’

         

       재상해의 재능은 뛰어나다. 조가주는 그 점만큼은 인정했다. 3일간 구호 한번 틀리지 않았다. 비도술을 수련한 적이 있는 듯 했고 그 점을 감안하더라도 놀라울 만큼 빠르게 비도술의 수준이 올라가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 애송이다.

         

       전후사정을 살피는 신중함보다는 자기과신에 급급한 모습. 재상해가 어리석기 때문에 저런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좋은 배경을 타고난 자가 안하무인의 성격이 되는 것은 그들이 어리석어서일까? 아니다. 안하무인격 행동을 해도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으니 그런 행동이 ‘당연한’ 것이 되어버리기 때문이었다.

         

       평생을 저리 살았으니 호천안에게 매운 맛 한 번 보았다는 하나 한번에 그 버릇이 고처질 리 있겠는가.

         

       조가주는 호천안을 떠올렸다. 과연 호천안이 재상해가 재능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는 정도로 재상해를 인정할까.

         

       아닐 것 같긴 하지만 혹시 또 모를 일이었다.

         

       조가주가 오후에 있을 투척술 평가에 일어날 일을 예상하고 있을 때 오후 일과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가자고! 오늘 내 실력을 확실히 보여주겠네!”

         

       자신만만한 재상해와 함께 오후 훈련이 시작되었다.

         

       *** ***

         

       의외로 훈련에 합격한 인원과 불합격한 인원은 반반으로 나뉘어졌다.

         

       “맞췄다!”

         

       “성열휘 훈련생 그만 좋아하고 제자리로 복귀합니다.”

         

       “악!”

         

       “좋습니다. 일단 평가가 끝났습니다. 평가를 내리자면 우선 조갑덕 훈련생과 재상해 훈련생은 기본기가 있다 할 수 있겠습니다. 나머지 합격생은 운칠기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악!”

         

       유달리 재상해의 대답 소리가 우렁찼다. 호천안은 가볍게 이야기를 이었다.

         

       “우선 합격생들부터 다음 훈련 목표를 설정하겠습니다. 조갑덕 훈련생과 재상해 훈련생은 다음 시험 때 다섯 개 중 세 개 이상을 맞추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구호를 준 이 후 1초안에 던져야 합니다.”

         

       조갑덕과 재상해는 멍해졌다. 아니…갑자기 이렇게 난이도가 올라간다고?

         

       “대답?”

         

       “악!”

       “악!”

         

       “지금 합격한 훈련생들은 지금과 동일한 조건으로 다섯 개 중 두 개를 맞추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악!”

         

       “나머지 훈련생들은 통과할 때까지 본 조교와 함께 훈련합니다.”

         

       “아아아악!”

         

       “합격한 수련생은 자율 수련을 진행합니다. 혹시라도 눈먼 암기에 다칠 수 있으니 멀리 떨어집니다.”

         

       “악!”

         

       호천안과 거리가 멀어지자마자 재상해는 불평을 터트렸다.

         

       “이게 말이 되나! 시험에 통과했으면 권리를 보장해야지! 성과를 냈는데 바깥에서 기술을 배웠다는 이유로 차별하다니!”

         

       “후우…죽겠구만.”

         

       “큭큭, 뽐낼 때부터 알아봤지.”

         

       “훈련교관님도 훈련을 시키실 줄 아시는구만!”

         

       “하하하하. 괜히 교관님께 불호령을 듣기 전에 무공 수련이나 하자고.”

         

       고소해하는 훈련생 동기들. 그리고 한숨을 쉬며 표적을 설정하고는 투교비를 집어드는 조갑덕. 그리고 그런 조갑덕을 보며 재상해는 기겁했다.

         

       “아니 자네, 지금부터 비도를 연습할거면 합격한 보람이 하나도 없지 않은가. 적어도 놀면서, 아니 무공 수련이나 하면서 보내게.”

         

       “나도 그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다음 시험에 통과하려면 지금부터 부지런히 해야지.”

         

       조갑덕이 오만상을 찌푸리며 턱짓을 했다.

         

       “아아아악!”

         

       “으아아악!”

         

       피알이 훈련을 하며 바닥을 뒹굴고 있는 동기를 쪽을 바라본 재상해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이래서야 우리만 손해 아닌가!”

         

       “뭐 어쩌겠나. 교관이 그리 말했으니…”

         

       조가주는 재상해와 조갑덕의 투닥거림에게서 신경을 쓰고 검을 잡았다. 숙소 대기기간동안 검을 잡지 못했고 호천안과 함께 훈련을 시작한 이래로는 검술 훈련을 할 기력은 남아 있지도 않았다.

         

       그야말로 오래간만의 검술 수련이니 조가주는 잡념을 지우고 자신의 검술을 점검했다.

         

       그렇게 자신이 익힌 검술의 초식을 세 번쯤 풀어낸 조가주는 결론을 내렸다.

         

       ‘퇴보했군.’

         

       호천안의 훈련이 신체 상태를 건드렸다. 오랜기간 훈련을 반복하며 조율되어 온 육체에 새로운 훈련이 더해졌으니 신체의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조가주는 인상을 찡그렸다. 호천안의 훈련이 어떤 성과를 낼지는 알 수 없는 문제였지만 한 달이라는 기간은 너무 짧은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며 조가주는 연병장을 둘러보았다.

         

       다른 교관들 역시 연병장에서 훈련을 진행하고 있었다. 훈련이랄까. 각자 제 수련을 하고 가끔 미진한 부분이 눈에 보이면 지적해준다.

         

       가끔. 아니 자주 십이대의 피알이 훈련을 곁눈질하며 조소를 짓기도 했다. 얕보인다는 사실에 조가주는 잠시 인상을 찡그렸지만…

         

       “조가주.”

         

       갑작스럽게 들려온 호천안의 목소리와 내밀어진 물건 덕에 곧바로 정신을 차렸다. 조가주는 호천안이 내민 물건을 보며 눈을 크게 떴다.

         

       창.

         

       “이것은…”

         

       “써 보는 것이 어떻습니까. 조가주 훈련생.”

         

       “창에 흥미를 느끼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제 주무기는 검입니다. 금의의 선별시험이라는 중요한 문턱 앞에서 창을 단련한다는 것은 무리한 일입니다.”

         

       “동의합니다.”

         

       혹시나 호천안이 창을 강권하면 어찌해야 하나 고민하며 말을 꺼낸 조가주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조가주는 호천안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그 누구보다 격렬하고 악랄한 훈련을 진행시키고 눈에는 광기와 어둠이 들끓었지만 지난 3일간 호천안은 사적인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눈에는 광기가 일렁임에도 그런 감정을 분출하는 일 없이 철저하게 훈련에만 집중한 것이다.

         

       사람인 이상 실수로라도 손이 나가거나 욕설을 내뱉으며 감정을 분출할 법도 했지만 호천안은 오직 눈빛만으로 감정을 표출할 뿐. 자신이 정한 틀 밖의 행동을 한 적이 없었다.

         

       기괴한 원칙이기는 했지만 자신의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는 호천안의 모습에 조가주는 일말의 신뢰감을 느끼고 있있었는데…금의위 시험에서 탈락할 수도 있는 일을 권하다니?

         

       “조가주 훈련생, 자신의 신체가 매우 잘 단련되어 있다고 여겼습니까?”

       

       “나름대로는 잘 가꾸어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노력은 했지요. 무너뜨리지 않는 선에서의 노력 말입니다.”

         

       무너뜨리지 않는 선에서의 노력. 조가주는 호천안의 말에 말문이 막혔다. 절정의 경지에 오른 후 조가주는 여러 가지로 벽을 느꼈다. 그렇기에 금의의 시험에 대비한다는 핑계로 다른 무기들에 손을 대보기도 했다.

         

       “조가주 훈련생의 성실함은 며칠 보지 않은 본 교관도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지금의 신체와 검술을 익히기까지 부단한 노력이 있었겠지요. 하지만 성실함만으로는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조가주는 눈을 크게 떴다. 자신을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악덕 상사 밑에서 묵묵히 일했던 옛 기억이 떠올랐다. 공적을 빼앗기거나 일을 떠넘기는 일이 비일비재했으나 조가주는 묵묵히 참으며 일했다. 이렇게 쌓아 올리다 보면 언젠가 바로 세울 기회가 올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조가주에게 기회는 없었다. 상사의 악행을 참지 못했던 한 병사가 직접 상소문을 들고 태수를 찾아갔기 때문이었다.

         

       태수는 대노했고 태수의 분노에 형은 즉시 집행되었지만, 그 부작용 역시 적지 않았다.

         

       병사의 행동으로 인해 피해자 역시 속출했다. 상사의 포악에 어쩔 수 없이 눈을 돌리거나 허리를 숙였던 이들 역시 죄를 지었다 할수 있지만, 그 죄질에 비해 과한 처벌을 받았고 부대는 거의 해체되었다.

         

       조가주가 금의위 추천을 받은 것도 새 부대의 상사가 지금의 태수 휘하에서 조가주가 출세하기 어렵다 판단해 금의위 진출을 권했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조가주 훈련생은 성실을 기치로 삼아 이곳까지 왔습니다. 그러나 조가주 훈련생. 훈련생은 벽을 느낀 적이 없습니까?”

         

       “그것은…”

         

       “지금 당장 금의위가 되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그런 이유가 있다면 조가주 훈련생을 존중하겠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벽을 깨고 더 높이 올라가고 싶다면 자신을 감싸고 있는 틀을 깨 보지 않겠습니까?”

         

       틀을 깨 부순다. 문득 조가주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악덕 상사 밑에서 조용히 제 할 일만을 하고 있었던 것은 결국 자신을 감싸고 있던 틀을 부수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 아닐까. 성실함과 노력으로 쌓아온 견고한 틀이…너무 아까웠던 것은 아닐까.

         

       이것을 부수어야만 새로이 나아갈 수 있음에도 그런 용기를 내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조가주 훈련생은 두려워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 마음을 꿰뚫어 보았다는 듯이 호천안은 말했다.

         

       “창을 집을 생각이 있다 말하지 않았습니까. 그렇다면 지금이 최적입니다. 조가주 훈련생은 지금 훈련생입니다. 익숙한 검 대신 창을 들어 전력이 저하된다 한들 무슨 일이 있습니까? 금군으로서 져야 할 의무 하나 없는 홀가분한 훈련생이 아닙니까.”

         

       “….”

         

       “처음으로 날갯짓을 하는 새는 언덕에서 뛰어내리며 날개를 퍼덕입니다. 나는 것에 성공하지 못하면 그건 그저 추락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추락하여 아픔을 겪고 다쳐가며 날개를 퍼덕여야 나는 법을 터득할 수 있지요. 그저 지금 당장 금의위 합격이라는 언덕에 머무르고 싶다면 존중하겠습니다. 하지만 하늘을 날고 싶다면…”

         

       호천안은 창을 들어 조가주의 앞에 내밀었다.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조가주는 홀린 듯이 그 창을 잡으며 말했다.

         

       “악!”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악!

    (내일은 휴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없을 수도 있지만요.)
    (슈뢰딩거의 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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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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