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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8

       눈으로 뒤덮인 대평원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백마에 올라탄 성기사들은 수백 명씩 몰려다니며 그 위용을 과시했다. 얼핏 눈에 보이는 성기사들만 세어도 수천 명. 그와 비견되는 숫자의 사제들 또한 웅장한 성가를 외치며 사기를 진작시켰다.

         

       다른 왕국들 또한 이번 전투에 사활을 건 것은 마찬가지였는지, 엄청난 수의 자유기사와 용병단을 고용했다.

         

       어중이 떠중이는 없었다. 성기사들은 전원이 서임을 마친 정식 기사였고, 용병들 또한 대부분이 십수년 이상 칼밥을 먹고 산 이들이었다.

         

       거금에 혹해 전쟁에 참여한 이들도 있었지만, 빛의 여신 아이테르에 대한 신앙심 때문에 참여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성전(聖戰).

         

       그 단어가 가지는 무게를, 수많은 군중들을 보며 리브가는 다시금 깨달았다.

         

       사제와 신관들은 리브가를 중심으로 모였다. 그들은 성기사들과 지휘관들의 무기에 여러가지 가호를 부여했다.

         

       “전투 중에 악마와 마물들이 출현한다면, 망설이지 말고 사제의 도움을 받도록 하세요. 그리고…….”

       

       리브가는 최선을 다해 대응책을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연쇄살인마의 얼굴은 심드렁했다.

         

       “……그냥 다 죽여버리면 되지 않아?”

       “꼬맹아. 고위 마물은 그렇게 쉽게 죽일 수 있는 놈들이 아니란다.”

       “그건 네가 약해서 그런거고.”

       

       아직 종자 행세를 하고 있는 연쇄살인마가 말했다.

         

       “……뭐? 너 방금 뭐라고 했니?”

       

       자존심을 자극당한 모양인지, 올리비아의 제자 제이나가 소리쳤다. 연쇄살인마는 그 말에 반응할 가치조차 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야! 사람이 말을 하면……!”

        “제이나.”

       

       잠자코 듣고 있던 멜리나가 중얼거렸다. 서늘한 말투에 제이나가 움찔 놀라며 멜리나를 바라보았다.

         

       “경거망동하지 말거라.”

       “하지만…….”

       “소년의 태(態)를 쓰고 있을 뿐, 나이는 그보다 훨씬 많을 거다. 아마 너희 넷이 같이 덤벼도 이기기 힘들겠지.”

       “지……진짜요?”

         

       제이나는 당황하여 말을 이었다.

         

       “근데 그런 사람이 왜 종자 행세를……아…….”

         

       무언가 짚이는 점이 있었는지, 제이나가 입을 꾹 다물었다.

         

       키엘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그는 연쇄살인마의 어깨를 붙잡고, 세찬 시선을 쏘아보냈다. 그간 키엘에게 호되게 당했는지, 금세 잠잠해지는 연쇄살인마였다.

         

       “……요한 경이 3군, 프란츠 경과 제가 2군, 그리고 키엘 님이 1군을 맡아주시면 됩니다. 멜리나 님께는 마법병단의 통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성녀님. 키엘 공작과 금탑주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제국 소속이었습니다.”

       

       신성 왕국 4기사 중 1검. 요한이었다.

         

       “군단의 통수권을 그들에게 맡기는 것은 아무래도 위험 부담이 크지 않겠습니까?”

       “성기사 요한. 자네가 걱정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키엘은 언제나처럼 단호했다.

         

       “한 때 제국민이었다고 한들, 우리가 성국을 배신하는 일은 결단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알겠습니다.”

         

       요한은 납득한 얼굴로 의자에 앉았다.

       

       이 자리에서 회의중인 인사들의 위치가 위치인만큼, 최소한 짚고 넘어갈 필요는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요한이 그 역할을 맡은 것이고.

         

       리브가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의자에 앉은 채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수많은 강자들.

         

       1군단장, 검성 키엘 로트실드.

         

       휘하 종자, 연쇄 살인마.

         

       마법 병단 총사령관, 대마법사 멜리나 디비아에.

         

       휘하 마법 병단 부단장, 대마법사 아라미스. 부관 제이나 이큘레인, 로 페르난디. 그리고 성체 드래곤 글레이시아.

         

       교황 대리, 성녀 리브가.

         

       휘하 신성 왕국 4기사, 성기사단장 요한.

         

       나머지 두 공석은, 각각 파도잡이 에스티 아쿠아르와, 무왕 아쉐 발타르의 것이었다.

         

       대륙의 내로라하는 강자들이 전부 이 대평원에 모였다.

       

       “……제국군이 도착했습니다!”

         

       급하게 달려온 모양인지 성기사의 안색은 새카맣게 굳어 있었다. 그만큼 충격적인 사실이었지만, 동요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 자리에 있는 자들은 모두 나름의 결단을 내린 자들.

         

       죽일, 그리고 죽을 각오를 마쳤는데 놀랄 턱이 있나.

         

       막사 바깥으로 나온 리브가는 눈을 가늘게 뜨고 대평원 건너편을 노려보았다.

         

       속속들이 집결하는 제국의 기사단들. 당장 공격을 개시할 생각은 없는 모양인지, 저격 마법의 사정거리 바깥에 진지를 구축하고 있었다.

         

       말을 전속력으로 달린다면 20분이면 당도할 수 있을 거리였다.

         

       촤르르륵!

       

       다음 순간, 제국군의 진지에 반투명한 반구형 막이 생겨났다. 멜리나가 중얼거렸다.

         

       “……마정석으로 만든 결계로군. 술식을 보아하니 오래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기껏해야 하루짜리겠구나.”

       “파훼할 수 있으시겠어요?”

       “할 수는 있다만……굳이 그럴 이유가 있나 싶구나.”

       

       제국군이 불리한 상황이라면 모를까, 유리한 상황에 결계를 만들어 수성할 이유는 조금도 없었다.

         

       아마 저 결계를 설치한 이유는 본격적인 공격이 내일부터 시작되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려주기 위함이리라.

         

       동시에 제국군의 위용을 과시하여 사기를 떨어뜨리려는 목적도 있을 것이다.

         

       저 압도적인 크기의 결계를 보면 누구라도 동요할테니까.

         

       당장 멜리나의 근처에 있는 기사들만 해도 마른침을 삼키고 있었으니.

         

       “……꼴이 이래서야. 전쟁을 하기도 전에 도망치게 생겼구나.”

         

       멜리나가 혀를 차며 손을 들어올리자, 하늘에서 거대한 시계추의 모습이 나타났다.

         

       뎅……!

         

       그녀의 방대한 마력을 동력 삼아, 거대한 시계의 심상이 구축되며 연합군의 진형을 감쌌다.

         

       하늘을 통째로 덮어버린 선연한 황금빛 마력. 그 크기는 제국군이 설치한 결계보다 몇 배는 거대했다.

         

       “……맙소사.”

         

       기사들의 중얼거림을 무시한 채, 멜리나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뒤돌아섰다.

         

       우와아아아!

         

       병사들이 고함을 질렀다. 백마를 탄 성기사들은 보란듯이 랜스를 높게 치켜들었다.

         

         

       *****

         

         

       어느새 해가 저물고 있었다.

       

       막사 바깥으로 나온 올리비아는 대평원 저편을 노려보았다. 일렬로 깔린 횃불들. 그 너머에서 시커먼 갑주를 입은 제국군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아직 안 불렀는데. 왜 이렇게 일찍 왔어.”

       

       올리비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돌렸다. 불만스러운 얼굴로 팔짱을 끼고 있던 에스티가 입매를 비틀었다.

         

       “딱 봐도 내일 아침에 전쟁 일어날 것 같은데, 우리 빼먹을 것 같아서 왔다. 됐냐?”

        “……무왕은?”

       “그 새끼는 일찍 데려오면 사고칠 것 같았거든. 대충 방향은 알려줬으니까, 지금부터 달려오면 대충 내일 아침쯤이면 도착하겠지.”

         

       올리비아는 어이 없다는 듯 헛웃음을 뱉어냈다.

         

       내일 아침까지 도착한다면야, 큰 문제는 없었다. 정 늦을 것 같으면 텔레포트 마법으로 전송시켜도 되고 말이다.

         

       “아무튼. 내일 내가 맡아야 하는 놈은 누군데?”

        “악마 사냥꾼.”

       “이름만 들어도 험악하네. 깡패처럼 생긴 얼굴에 칼자국 여덟 개씩 새겨져있는 흉악범은 아니지?”

        “여자야. 궁수고. 얼굴에 흉터도 없어.”

        “……아니면 말고.”

       

       에스티는 표정을 구기며 내뱉었다.

         

       사실 이 지형도 맘에 들지 않는다. 눈으로 뒤덮인 대평원이라니. 바다까지는 바라지도 않았다. 하다못해 강이라도 있었다면 뭐라도 해보겠건만.

         

       자신의 능력은 물을 조종하는 것이지, 눈과 얼음을 조종하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이건 뭐 눈을 녹여서 쓰라는 것도 아니고.’

         

       “괜찮아.”

       “……음?”

       “전투가 시작할 때 쯤이면 다 녹을테니까.”

       

       에스티가 그런 생각을 할 줄 알고 있었다는 얼굴이었다.

         

       “……날씨가 이런데? 조금 과장해서 눈보라라도 쳤다간 당장이라도 얼어 죽을 날씨거든?”

       “제국 쪽에 화염계 대마법사가 있거든.”

        “혹시 갈두르 말하는거야? 걔 투옥되지 않았어? 아니, 애초에 별로 강하지도 않았잖아.”

         

       올리비아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갈두르 말고 다른 사람 있어.”

         

       올리비아는 그렇게 말하며, 제국 쪽 진영을 응시했다.

         

       “……네가 그렇게 말할 정도면, 많이 강한 녀석인가보네.”

       “강하지. 직접 싸워 본 적은 없어서 잘은 모르지만.”

       “도대체 누구길래 그래?”

       “…….”

       

       올리비아는 대답하려는 듯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내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단서 #14의 주인은, ‘?’입니다.]

       [단서 #15의 주인은, ‘?’입니다.]

       

       앞으로 남은 단서는 단 두개.   

       여기에 도달하기까지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회귀자 중 일곱을 회유하는데 성공했고, 이제 엔딩까지는 단 한 걸음만 남았다.

         

       <선행 퀘스트(2) – 한 명도 죽게 내버려두지 않겠다.>

       – 클리어 조건 : 마왕이 강림하기 전까지, 회귀자 15인 전원 생존 시 클리어.

         

       마침내, 메인 퀘스트가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고.

         

       [마왕 강림까지, ‘9시간’ 남았습니다.]

         

       진정한 엔딩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 때가 되면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축하의 연회를 열고 있겠지.

         

       대륙을 멸망시키기 위해 강림한 사악한 마신을, 일개 필멸자들이 무너뜨린 신화는 수백 년 동안 구전을 통해 퍼져나갈 것이다.

       

        그날 참전했던 사람들은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 아래서, 시원한 맥주잔을 부딪히며 찬란했던 그 날을 회상하겠지.

         

       하지만…….

         

       “들어가자.”

        “……벌써?”

       “오늘같은 날에는 일찍 자 둬야지.”

         

       올리비아의 입가에 낮은 미소가 떠올랐다.

         

       “바람도 차고 말이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Ilham Senjaya님!!!!!!!!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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