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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9

    <179 – 호감도 상승아이템>

     

    모기사태 이후 질병사태가 발생하리라 예상하고 쟁여두었던 질병치료제들은 질병이 아닌 저주가 떠버리며 붕 뜬 재고가 됐다.

    아카디아와 지젤의 암흑상단에 모조리 재고를 넘기고 나니 초반에 모을 템도 거의 끝났다.

     

    “오크노디. 주말에 또 혼자 이상한 곳으로 가서 사고 칠 생각 말고 얌전히 공부나 해.”

    “치. 지난 번에는 헤스티아랑 티토소가랑 같이 다녔는데. 숲에도 도로시랑 같이 갔고.”

    “중간고사 준비도 해야지.”

     

    이사벨이 노심초사 걱정할 만도 했다.

    다가오는 중간고사.

    내성작 사건까지 겪고 나니 주변에서 쟨 언제 공부 하나 이런 시선이 끊이질 않는다.

    솔직히 딱히 공부를 할 필요는 없지만.

    호감도 관리 차원에서 공부하는 척 친한 사람들과 같이 종종 시간을 보냈다.

     

    [공부하는 척 몰래 마력을 가지고 놀았습니다.]

    [혼자놀기 경험치+1]

     

    [마력으로 숫자 만들기와 문자 만들기에 성공했습니다.]

    [혼자놀기 경험치+1]

     

    [당신이 공부는 안하고 딴짓 하는 건 아닌지 수상하게 여기는 이사벨로부터 마력문자와 숫자를 급히 숨기는데 성공했습니다.]

    [숨기기 경험치+1]

     

    이사벨도 숫자랑 문자를 문신 형태로 바꿔서 옷 아래 피부에 감췄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집에 와서 하루 내내 가지고 논 문자는 다시 마력으로 추출해서 응애 만드라고라한테 하나씩 간식 주듯이 물려주었다.

     

    “맛있니?”

    “응애.”

     

    응애 만드라고라는 문자 맛을 보더니 뿌리를 들어 휙 물병 밖으로 던졌다.

     

    “너무해!”

    “응애.”

     

    맛없는 배양액만 먹이면 뭘 먹여도 맛있게 먹어야 하는데.

    얘가 왜 마력을 거부하지?

    어디서 나 몰래 간식이라도 먹고 다니는 건 아닌지 의심된다.

     

    “솔직히 말해. 나 없을 때 뭐 먹었지!”

    “응애.”

     

    시치미 뚝 떼고 고개를 돌리는 응애 만드라고라.

    수상하다…

    분명 먹은 것 같은데.

    누구를 닮아서 그런지 연기력이 보통이 아니다.

     

    “너 나중에 이상한 거 먹다가 걸리면 배양액도 없을 줄 알아!”

    “응애.”

     

    평화로운 일상은 강의시간에도 반복되었다.

    전부 아는 강의내용.

    전부 외운 강의과제.

    노가다가 요구되는 반복훈련도 최대효율로 즉각 시간을 들여 해치워버리니 요즘은 슬슬 다른 쪽으로 스펙을 쌓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스텟업적작.

    식품도감작.

    채집도감작.

    저주내성작.

    다양한 작업에 이어 이번에 도전할 분야는…

    바로 호감도 관리!

     

    ‘호감도 특전도 모으고 보면 도움이 되는 것들이 은근 많단 말이지.’

     

    원래는 각 캐릭터마다 호감도가 쉽게 오르는 캐릭터가 있고 아닌 캐릭터가 있어서 1년 동안 대충 선별을 하고 사람을 골라서 공략하는 것이 보통이다.

    귀한 호감도아이템을 퍼줘도 호감도가 1 오르는 싹퉁바가지보단 호감도가 10이나 오르는 고마움을 아는 친구가 더 좋지 않은가!

    하지만 어째서인지 이번 회차에서는 1년까지 갈 것도 없이 벌써 구분이 얼추 끝났다.

     

    ‘근육떡대남캐가 아니라 단신미소녀여캐라 그런가?’

     

    하긴 2학기부터 친구들이랑 같이 주간이벤트에 대처하려면 부지런히 호감도를 올려놔야지.

    여름방학 때 호감도가 떨어지는 캐릭터가 나올 수도 있고 말이다.

    평소에 호감작을 등한시 했다가는 언제 갑자기 아쉬움을 느낄 순간이 찾아올지 모른다.

     

    “아참.”

     

    호감도를 올리려면 호감도 상승 아이템이 있어야지!

    상대가 좋아하는 행동을 하거나 관심사 회화를 주고받아도 호감도 변동이 있기는 하다.

    그치만 그런 날먹 이벤트로 올리기엔 시간도 너무 많이 들고 매 회차마다 성격이나 관심사가 일정부분 랜덤으로 변동하기도 한다.

     

    -릴리아, 같이 밥먹자! 탕수육도 가져왔어!

    -…탕수육이 왜 이래?

    -응? 너 부먹 좋아하잖아.

    -누가 그래!! 난 찍먹파란 말이야!!

    -헉!!

     

    부먹파였던 캐릭터가 찍먹파로 180도 역변을 해버릴 가능성마저 존재하는 랜덤난수!

    면밀한 관찰과 취향조사 전에 함부로 취향을 예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하지만 호감도아이템만큼은 취향이 맞으면 호감도가 대폭 오르고, 설령 취향이 역변해도 최소치는 오르는 안전이 보장된다.

     

    “히힝. 이 정도면 되겠지?”

     

    매점에 가서 <1학년들도 공부가 잘되는 집중력 상승의 도핑물약>을 한보따리 가득 사서 친구들이 주로 공부하는 휴게실로 걸음을 향했다.

     

    “앗, 모브! 마침 잘됐다. 이거 하나 가져가!”

    “…오크노디? 그건 대체…”

    “공부가 잘되는 집중력 상승의 도핑물약이야!”

    “…같이 들어줄까?”

    “괜찮아. 이 정도는 평소에 비하면 많은 편도 아닌걸!”

     

    고인물은 원래 쇼핑도 몰아서 하는 편인데 당연히 템창이 미어터지도록 꽉꽉 눌러담는 편이다.

    원래 다들 그렇잖아?

    템칸은 마지막 하나까지 꽉 채워서 파밍가치를 최대치로 높이고, 모처럼 템을 다 털어서 인벤 정리한 뒤에는 필요한 물건을 꽉꽉 채워서 보급하고.

    나중에 쓸 건 창고행.

    누구 줄 건 바로 주고.

    소비아이템도 재깍재깍 사용하고, 또 그리고…

     

    “…힘내. 내가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하겠지만 앞으로도 진짜 열심히 훈련할게.”

    “응. 모브도 힘내!”

    “오크노디!”

    “응?”

    “…나 진짜 열심히 할 거야. 그러니까 언젠가는…”

    “응??”

    “…아무것도 아니야.”

     

    아참, 내 정신 좀 봐.

    선물 주러 가는 길이었지?

    빨리 가야지!

     

     

    * *

     

     

    모브는 한동안 오크노디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하나씩 점점 파츠가 늘어나더니 어느새 저주받은 훈련도구 세트가 되어버린 중량템들.

    고된 일상에 이제는 눈을 뜨면 오늘도 지옥같은 하루가 시작된다는 생각에 한숨부터 앞서고 바닥에서 일어서고 싶지도 않았다.

    침대에서 자는 생활은 진즉 포기했다.

    그의 훈련도구 세트 풀템중량을 버티기엔 침대가 너무 연약했다.

     

    ‘실은 다른 훈련 봐주기 귀찮으니까 중량도구로 때우려고 하는 거 아닌가?’

     

    자신을 위해 따로 시간까지 내어주던 오크노디의 진심이 의심될 정도로 가혹한 훈련의 나날!

     

    “앗, 모브! 마침 잘됐다. 이거 하나 가져가!”

    “…오크노디? 그건 대체…”

     

    크리스마스가 벌써 왔나?

    산타마냥 두 손 가득 제 작은 품에 아이템을 잔뜩 안고 있는 오크노디.

    보는 사람이 압도될 정도로 엄청난 물량에 모브는 순간 팔을 뻗어 오크노디를 잡아주어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했다.

     

    “공부가 잘되는 집중력 상승의 도핑물약이야!”

    “…같이 들어줄까?”

    “괜찮아.”

     

    원래부터 힘이 센 아이기는 했지.

    아이답지 않은 아이기도 하고.

    오크노디면 그럴 수 있어.

    상식의 저울추가 납득으로 기울어지려던 도중.

    보아서는 안 될 것을 보았다.

    그녀의 품에 들린 아이템.

    그것의 표면에 붙어있는 라벨이었다.

     

    ‘이건… 도핑물약?’

     

    존재 자체는 그도 알고 있다.

    마시면 졸음이 쉽게 오지 않고 집중력이 올라가는 물약.

    단기간에 너무 많은 과제가 겹치거나 밤을 새서라도 훈련을 해야할 때 마시는 물약.

    동아리나 강의시간, 주간이벤트 도중 오고가며 만난 선배들도 알려줬다.

    도핑물약은 앞으로 두고두고 신세를 질 물약이라고.

    동시에 모두가 경고하기도 했다.

    절대로 도핑물약에 중독되지는 말라고.

     

    -부작용? 많지. 우선 불면증에 걸려서 수면포션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못 자는 몸이 될 거야. 연금술사 녀석들의 더러운 수작질이지.

    -그딴 걸 팔아도 되냐고? 대체제가 없잖아. 부작용을 피하고 싶으면 더 비싼 포션을 마시면 돼. 연금술사들은 존나 양아치라서 불량품을 정가에 팔고 제대로 된 상품은 더 비싼 값에 팔거든.

    -기억해둬. 연금동아리는 이 아카데미에서도 정말 질 나쁜 쓰레기들만 모여 있는 곳이고 그런 것들이 나가서 만든 연금술 길드와 물약들은 최악의 발명품이라고. 그러니 도핑을 하고 싶으면 잘 생각해.

     

    도움은 되지만 인생의 질을 점점 낮추는 시작조차 해서는 안 되는 약물에 의지해야 할 만큼 아카데미에서 학점을 얻는 것이 중요한지.

    선배의 말은 모브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사실 자기 분수대로 살면 문제는 일어나지 않는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중독 될 일도 없다.

    재능의 한계를 인정하면 고통도 없다.

    그런데.

    그런 물약을.

    이 아카데미에서 가장 재능이 뛰어난 아이가 한 다발을 품에 안고 있었다.

     

    “이 정도는 평소에 비하면 많은 편도 아닌걸!”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세상에.

    그녀의 뛰어난 실력은 단순히 재능의 영역이나 노력의 영역에 해당되는 것이 아니었다.

    마시면 부작용을 피할 수 없는 물약을 품에 한 아름 안아든다.

    한 병을 마셔도 복용량에 주의하며 수회에 걸쳐 나눠 마셔야 할 물약을 하나로도 만족 못해서 저렇게나 많이 가져가야 한다.

    소문으로만 듣던 오크노디의 뒷배.

    재단이라는 것들의 소행 때문이겠지.

    그녀는 학대에 가까운 고문을 당하면서 저 어린 나이에 잠도 제대로 못자고 훈련하느라 키도 저렇게 작은 아이가 된 거겠지!

     

    “…힘내. 내가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하겠지만 앞으로도 진짜 열심히 훈련할게.”

    “응. 모브도 힘내!”

    “오크노디!”

    “응?”

    “…나 진짜 열심히 할 거야. 그러니까 언젠가는…”

     

    재단의 품에서 내가 구해줄게.

    주제넘는 말은 차마 내뱉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지금의 그는 약해도 너무 약했다.

    재단에 학대당한 오크노디조차 이길 수 없을 정도로.

     

    “응??”

    “…아무것도 아니야.”

     

    하지만 이 물약과 함께 시작한다면.

    앞으로 평생 불면증에 걸릴 각오로 더욱 치열하게 수련을 시작한다면.

    언젠가는 오크노디의 실력을 따라잡고 그녀 이상으로 강해질 날도 찾아오리라.

    그때야말로 다시금 말할 것이다.

    오크노디를 재단의 품에서 구해주겠다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호감도가 오르기는 하는데 이유가 잘못된 아이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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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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