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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9

       여명이 밝아오고 있었다. 거대한 대평원을 가운데에 두고 두 진영이 마주섰다. 마법사들은 그리핀이나 골렘 같은 전투용 소환수들을 불러냈고, 사제들은 용기를 북돋을 성가를 외쳤다.

         

       두 진영에 펼쳐져 있던 결계 또한 모두 사라져 있었다.

         

       리브가는 조금 높은 단상 위로 올라갔다. 성가대가 일제히 침묵하고, 환호하던 군중들 또한 입을 다문다.

         

       ‘……사람이 저렇게 많은데 언니는 없네.’

         

       실 없는 생각이다. 하지만 당장 오늘 죽게 될 지도 모르는데, 이 정도 투정은 부려도 될 것 같았다.

         

       리브가는 쿡쿡 웃으며 허리에 매단 성창(聖槍)을 꺼내 쥐었다. 그리고는 성기사들이 으레 그러하듯, 성창을 치켜들어 적들에게 겨누었다.

         

       그녀의 전신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아득한 신성력.

         

       화아아악……!

         

       그 강렬한 신성력은 마치 폭풍처럼 몰아치며, 주변을 순백으로 물들였다.

         

       장황한 연설은 없다. 부푸는 빛 속에서 울려퍼지는 성가. 하늘에서 내려와 나팔을 부는 천사들. 신성력으로 만들어낸 천사들 사이에서, 리브가가 여덟 장의 날개를 펼쳤다.

         

       “빛의 여신께서.”

         

       활짝 펼쳐진 여덟 장의 날개가 빛을 발했다. 과거 여섯 장이었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빛이 쏟아졌다.

         

       빛이 걷혔을 때, 리브가의 몸에는 어느새 순백색 갑주가 입혀져 있었다.

         

       “우리와 함께하실 겁니다.”

         

       사기를 진작시키는 것은 그걸로 충분했다.

         

       우와아아! 성기사들이 탄성을 내질렀다. 성스러운 분위기에 감화된 사제들 중에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있었다.

         

       ‘……많이 컸네.’

         

       구석에서 지켜보던 올리비아는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단상에서 연설하고 있는 저 소녀는, 더 이상 철없는 어린 아이가 아니었다. 능히 일군을 통솔할 수 있는 지도자이자, 신자들의 정신적 지주였다.

         

       쿠우우웅……!

         

       드높은 하늘에서 대기하고 있던 화이트 드래곤이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며 리브가 앞에 착지했다. 그녀의 육체를 이루는 비늘이 태양빛을 반사시킬 때마다 찬란한 빛을 뿜었다.

         

       글레이시아는 큰 소리로 포효한 다음, 자연스럽게 리브가에게 머리를 낮췄다. 리브가는 글레이시아를 한 번 쓰다듬은 다음, 머리 위에 올라탔다.

         

       “협조해주셔서 감사해요. 글레이시아 님.”

       [……뭐, 당신 정도 되는 인간이면 얼마든지 태워줄 수 있어.]

         

       글레이시아는 일부러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리 그녀가 드래곤이라고 한들, 수십 만의 인파 가운데서 배짱을 부릴 정도로 간이 크지는 않았다.

         

       리브가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시야가 높아지니 더 많은 것들이 보이고, 많은 것들이 들린다. 병사들이 환호하는 소리, 기사들이 검집을 매만지는 소리…….

         

       그리고 저 멀리, 돌격을 준비하는 제국군의 모습까지.

         

       힘과 힘의 충돌.

         

       조금이라도 늦게 출발한 쪽이, 더 큰 피해를 입을 것은 자명했다.

         

       화아아악……!

         

       글레이시아가 거대한 날개를 펼쳐 하늘 높이 날아올랐고, 그와 동시에 백마를 탄 성기사단이 돌진했다.

         

       “돌격!”

       

       성기사단장 요한이 고함을 질렀다. 수천 명의 성기사들이 랜스를 들고 그를 뒤따랐다.

         

       “단번에 돌파한다!”

       “예! 기사단! 돌파 대형으로…….”

         

       부관은 말을 하다 말고 미간을 찌푸렸다. 평원 한복판에서, 누군가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평범하다고는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체형. 그리고 말을 탄 기수만큼이나 거대한 높이의 방패.

         

       “……단장님. 저기…….”

        “무시하고 돌파한다.”

       

        한 몸이 되어 돌격하는 기사단에게 장애물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웬만큼 견고한 요새가 아닌 이상에야, 랜스에 꿰뚫리고 말발굽에 밟혀 순식간에 분쇄될테니까.

         

       혁명가는, 자신을 향해 밀려드는 순백의 파도를 노려보았다.

         

       어찌나 강렬한 신성력인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회의감이 들게 만들 정도다.

         

       꼭, 이쪽이 악당 같지 않은가.

         

       두두두두……!

         

       땅이 진동한다. 하지만 혁명가의 얼굴에 두려움은 없다.

         

       그는 상반신을 뒤로 기울였다. 그대로 방패를 지면에 가져다 댄 다음, 어깨를 붙여 고정시켰다.

         

       꽈가가각! 금강(金剛)의 마력이 혁명가의 육체와 방패를 뒤덮었다. 마력을 끝도 없이 빨아들이던 방패는 순식간에 성채에 준할 정도로 거대해졌다.

         

       쿠구구구구구구!

         

       ‘……예사 방패가 아니었군.’

         

       투구 틈 사이로 요한이 눈살을 찌푸렸다. 저건 환영 따위가 아니다. 회의에서 들었던 적이 있다.

         

       금강의 마력을 다루는 남부인.

         

       저 성채와 충돌했다간 오히려 이쪽이 분쇄될 것이다. 저 남자의 마력은 반사의 성질을 띄고 있으니까.

         

       “우회할 수 있겠나?”

        “……가능합니다만, 그랬다간 중앙기사단과의 충돌에서 버틸 수 없을 겁니다.”

         

       후퇴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아니, 그렇게 한다면 오히려 제국 중앙기사단의 먹이가 되기를 자처하는 꼴이다. 방향을 꺾은 쪽과, 꺾지 않은 쪽의 가속력 차이는 어마어마할테니까.

         

       요한이 고심하던 그 순간.

         

       쐐애애애애액……!

         

       무언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와 그대로 지면과 충돌했다. 누군가 대마법이라도 쏘아보낸 모양인지, 그 충격만으로도 지면에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길 정도였다.

         

       “정지!”

         

       요한의 백마가 크게 투레질하며 앞발을 치켜들었다. 다른 성기사들 또한 갑자기 생겨난 크레이터에 당황하여 다급히 속도를 줄였다.

         

       영향을 받은 것은 제국의 중앙 기사단 또한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그들이 기사라고 한들, 이정도 기울기의 경사면을 말을 타고 내려가는 건 자살행위였다.

         

       두 기사단은 거대한 크레이터를 중심으로 서로 대치하듯 섰다.

         

       “쓸데 없이 마력만 낭비했군.”

         

       작전이 틀어지자, 혁명가가 미간을 찌푸리며 금강의 마력을 거두었다. 방패 또한 순식간에 원래 크기로 줄어들었다.

         

       투콰아아앙!

         

       자욱한 먼지가 걷히기도 전에, 그 안에서 매서운 공격이 쏘아졌다. 혁명가는 두 눈을 부릅뜨고서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권격을 보았다.

         

       ‘……마법이 아니었나!’

         

       방패를 비틀어 가까스로 권격을 막아낸 혁명가가 노성을 터뜨렸다.

         

       “……무왕!”

        “누가 적인지 알 수가 없어 일부러 중앙에 착지했다만……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네 놈 면상에 착지할 걸 그랬구나.”

       

       무왕이 끌끌거리며 웃었다.

       

       “어디 한 번 보자꾸나. 네 놈은 몇 분이나 버틸지.”

         

         

       *****

         

         

       드높은 허공에서, 올리비아는 그 모든 광경을 보고 있었다.

         

       무왕의 개입으로, 양측 기사단의 충돌은 무산되었다. 특유의 가속력을 잃은 기사단은 보병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것이 뻔하기에, 양측 기사단은 미련없이 물러났다.

         

       ‘잘못해서 휘말리기라도 했다간 큰일날 테니까.’

         

       무왕과 혁명가가 맞붙는 곳에서는 매서운 충격음이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크하하! 본좌가 세 살때 깨부쉈던 거북이보단 단단하구나!]

       [개소리……!]

         

       올리비아는 잠시동안 그들의 전투를 지켜보다가, 미련 없이 고개를 돌렸다. 전쟁은 저곳 한 곳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곧 대평원 전체가 전장으로 뒤바뀔 것이다.

         

       단지 기사단은 그 첫 번째 수였을 뿐이다.

         

       올리비아는 눈을 감는다. 기감을 최대한으로 퍼뜨려, 수많은 군중들의 움직임을 일일이 파악했다. 올리비아의 마력은 피아(彼我)를 가리지 않았다. 이쪽 편의 움직임만 알아서는 전쟁의 흐름을 읽어낼 수 없다.

         

       ‘…….’

         

       그 숫자가 수십 만에 달하는 탓에, 생각했던 것보다 감지하기가 훨씬 어려웠다. 하지만 어려워도 해야 했다.

         

       평범한 방법으로는 아리아를 이길 수 없다.

         

       어찌되었든 간에, 아리아를 제압하여 단서를 얻어야 한다는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으니까.

         

       올리비아는 머릿속으로 대평원이라는 거대한 땅덩어리의 구획을 나누었다. 순식간에 생겨난 수십 개의 구획. 그 크기가 얼마나 거대한지, 구획 하나에 군단 하나가 통째로 들어갈 정도였다.

         

       ‘1군단을 통째로 묶어서…….’

         

       심상을 이어나가려는 그 순간, 거대한 구름들이 나타나 전장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

         

       자연적인 구름이라기엔 그 형태가 특이했다.

         

       약간의 빈틈조차 없는 완벽한 정사각형. 누가 봐도 자연적으로 생겨날만한 구름은 아니었다.

         

       구름의 형태 탓인지, 그림자가 맺힌 대평원의 모습 또한 인상적으로 바뀌었다. 마치 지면에 검고 하얀 체크무늬가 그려진 것 같았다.

         

       올리비아는 천천히 고개를 치켜들었다.

         

       갑주 부딪히는 소리를 내며 진군하는 제국군. 그 지면으로부터 아득한 높이에 위치한 자그마한 구름.

         

       그 구름 사이에, 금발 여인이 다리를 꼰 채로 앉아 있다.

         

       그녀는 무언가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건 올리비아도 잘 알고 있는 물건이었다.

         

       올리비아는 물끄러미 여인의 모습을 바라보다, 마력을 조작하여 그와 똑같은 물건을 만들어냈다.

         

       형태, 모양, 크기…….

         

       모든 것이 똑같았지만, 딱 한 가지가 달랐다.

         

       색깔.

       

       저쪽이 흑, 이쪽이 백.

         

       그때까지도 올리비아를 쳐다보고 있지 않던 여인이, 천천히 눈을 들어 올리비아의 손에 들린 물건을 보고 미소를 띄웠다.

         

       “이길 수 있겠느냐?”

         

       올리비아가 피식 웃었다.

         

       “이겨야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조회수 300만 감사합니다!!!!!

    이렇게 성공할줄 몰랐네요. 다 Ilham Senjaya님 덕분입니다!!!!

    -sunggyun yim님 10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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