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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9

       처음부터 아라가 술을 잘 마실 거라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라 본인이 술을 꺼려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다들 그리 짐작을 했을 뿐.

       

       당장 나비린이나 배민황이 아라에게 술을 강권한 이유도 그런 것이었다.

       

       그들은 아라에게 술에 대한 흥미를 심어주기 위해 맥주나 소주 같은 것을 시키는 게 아니라 과일막걸리를 주문했다.

       

       과일향이 나고 달달해서 약간 톡쏘는 알콜의 느낌이 있는 걸 빼면 전혀 술 같이 않은 술을 말이다.

       

       처음에 술이 나왔을 적에는 술잔을 받고도 미심쩍어하던 아라였지만 과일막걸리의 향을 맡은 후엔 흥미를 보였고 그를 한 모금 들이키고 나서는 눈에 띄게 표정이 밝아졌다.

       

       “여러분 말대로였네요. 맛있어요.”

       

       나비린과 배민황은 그를 보고서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저렇게 마음에 들어 하는 걸 보면 취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 생각을 했기에.

       

       두 사람은 아라와 대작을 해가면서 그녀에게 술을 한 잔 두 잔 권유를 했다.

       

       같이 술을 들이키더라도 평소 술을 꺼리던 사람들과 항상 술을 입에 달고 다니는 사람 중에서 오래 버틸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일지는 뻔했으니까.

       

       허나 그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라가 상상 이상으로 술을 잘 마셨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과일막걸리를 무슨 탄산음료라도 되는 것처럼 입 안에 털어 넣었다.

       

       그녀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술을 마셔댔는지 원래 둘을 권유하던 두 사람조차도 당황하며 아라를 말릴 지경이었다.

       

       “화령님. 이거 아무리 맛있어도 술이거든요?!”

       “맞습니다. 적당히 드셔야 합니다.”

       

       보통 이런 종류의 술은 달다고 무작정 입 안에 털어넣다가 한 번에 취기가 올라와 훅하고 가버리기 마련이었다.

       

       두 사람은 어디까지나 아라가 알딸딸해 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거였지.

       

       아라가 쓰러지는 걸 바라지 않았으니까.

       

       엔리도 둘과 마찬가지로 아라가 걱정되어서 그녀를 만류했지만 그녀는 완고했다.

       

       “저 괜찮아요. 안 취했다니까요?”

       “취하는 사람들은 다 그렇게 말해요!”

       “봐요. 저 혀도 멀쩡하고 얼굴도 안 붉잖아요.”

       

       그으…런가?

       

       실제로 술을 많이 마셨다는 점을 모르고 본다면 아라는 무척이나 멀쩡해 보였다.

       

       아라 씨 정말 술 잘 드시는 건가?

       

       그 이상 아라를 만류할 명분이 없던 엔리가 뒤로 물러서자 아라가 다시 잔을 들었고 처음 아라에게 술을 권유했던 나비린과 배민황은 거기에 어울려주어야만 했다.

       

       그렇게 한 병. 두 병. 비어가는 병이 늘어나면 늘어감에 따라 사람들이 하나 둘 한계에 달했다.

       

       술을 한 모금도 입에 대지 않은 엔리는 그렇다 치고.

       

       애초부터 술에 약하다 이야기를 했던 달빛은 이미 식탁에 머리를 박은 상태였고.

       

       바니는 한 번 화장실에 다녀오더니 좀 쉬겠다면서 고기나 몇 점 건드리고 있었고.

       

       술에 강한 편인 나비린과 배민황은 한 잔을 들이킬 때마다 점차 사람이 죽어가는 게 눈에 훤할 지경이었다.

       

       허나 아라는 멀쩡했다.

       

       그녀는 여전히 처음과 똑같은 속도로 술을 들이키고 고기를 입 안에 넣었다.

       

       그를 보고서 엔리는 깨달았다.

       

       아라는 처음부터 허세를 부린 적이 없다는 것을.

       

       그녀는 정말 술에 강하지만 단순히 맛이 없기 때문에 입에 대지 않았을 뿐이라는 걸.

       

       아라가 마지막으로 고기 한 점을 먹고 난 후 이 페이스 그대로 지속을 했다간 자신이 먼저 쓰러질 것을 직감한 배민황은 다급하게 말을 꺼냈다.

       

       “이제 2차 가서 좀 편하게 이야기나 나누죠?!”

       

       *

       

       본인이 술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단순했다.

       

       맛이 없으니까.

       

       무림에 머무를 적에 이런저런 연유로 술을 마셔볼 일이 많았던 본인이지만 술의 맛이라는 건 본인에게 실로 어려운 것이었다.

       

       특유의 씁쓰름한 맛에 도저히 적응을 할 수가 없었지.

       

       혹자는 본인이 고생을 하지 않아 그렇다 이야기를 했지만 세상에 본인만큼이나 많은 고생을 한 이가 어디 있겠는가?

       

       스스로 생각하기에 술은 맛이 없는 게 맞았다.

       

       또 누군가는 술은 맛으로 먹는 게 아니라 취하기 위해 털어 넣는 것이라고 했지만 본인은 취할래야 취할 수가 없는 몸.

       

       단순히 술의 목적이 취하기 위함이라면 그를 입에 댈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난 자연스럽게 술과 거리를 두게 되었다.

       

       현대에 오고 나서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많은 것이 발전한 세상이라고 하지만 그래봐야 술은 술이지 않나.

       

       이외에도 맛난 마실 거리들이 넘쳐나는 이 세상에서 굳이 술을 입에 대야 할 이유를 느끼지 못했다.

       

       허나 나는 오늘 그것이 편견임을 깨달았다.

       

       이 세상에는 본인처럼 술의 맛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이 여럿 있었고 이들을 위해 준비된 술들이 있었던 것이다.

       

       방금 전 술집에서 먹었던 과일 막걸 리가 그러하였고 지금 먹고 있는 달큰한 맛의 맥주도 그러했다.

       

       식품 공학의 발달은 실로 위대하구나. 어느 누가 이것을 술이라고 생각하겠느냐.

       

       이런 술이라면 내 얼마든지 마실 의향이 있다.

       

       “화령니이임.”

       “네?”

       

       과자를 먹으며 생긴 목마름을 맥주로 달래던 중 나비린이 내게 말을 걸었다.

       

       방금 전 고깃집에서부터 시작해 계속해서 술을 들이킨 그녀는 이미 얼굴을 벌겋게 물들이고 있었다.

       

       목소리가 흐리멍텅한 것이 이미 취할대로 취한 것이 분명했다.

       

       언제는 본인에게 술을 먹이기 위해 도발을 하더니 먼저 골로 가버렸구나.

       

       그러게 본인에게 도발을 걸지 말았어야지.

       

       취하고 싶어도 취하지 못해 눈물 흘리던 때가 있는 사람에게 주량을 가지고 시비를 걸다니.

       

       평소 술을 마신 덕에 간이 잔뜩 부어있었던 모양이구나.

       

       “그으러케 먹는데 어케 그런 몸매가 나오는 거에여?”

       “전 살이 안 찌는 체질이라서요.”

       

       거짓이 아니라 정말로 그렇다.

       

       일정 경지에 오른 후로 본인의 몸은 언제나 최선의 상태를 유지하게 되었으니까.

       

       아무리 많은 식사를 하건 불규칙한 생활을 하건 본인의 몸은 지금 이 상태에서 변화하지 않는다.

       

       억지로 바꾸려한다면 바꿀 수가 있지만 당장은 그럴 이유가 없었다.

       

       “기만인가여?!”

       “딱히 그런건.”

       “용서 모태요. 누구는 다이어트 한다고 개 지랄을.”

       “죄송합니다. 화령님. 얘가 많이 취했네요.”

       

       나비린이 내게 손을 뻗으려던 순간 배민황이 다가와 나비린의 목덜미를 부여잡았다.

       

       술에 꼴아버린 나비린은 그러고서도 허공에 손을 내저으며 무어라 소리쳤지만 이내 제 풀에 지친 듯 책상에 머리를 박았다.

       

       “슬슬 마무리를 지어야 할 것 같네요.”

       

       그의 말대로였다.

       

       시간이 늦기도 늦은데다가 팀원 들 중에서도 멀쩡한 이들보다는 반쯤 정신을 놓은 이들이 대부분인 상황인지라.

       

       여기서 더 술자리를 이어나갔다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가 없었다.

       

       “다른 애들은 제가 적당히 돌려보낼 테니까. 화령님은 엔리만 데리고 가 주세요.”

       “그래도 괜찮을까요?”

       “물론입니다. 저 남자 둘은 적당히 깨워서 엉덩이 걷어차주면 알아서 돌아갈거고, 나희는 이미 돌아간지 오래이니. 나비린 얘만 데려다 주면 되니까요.”

       

       대충 보기에도 이러한 일을 한 두 번 한 게 아닌 것처럼 보였기에 난 그의 호의를 받아들였다.

       

       중간에 분위기를 타서 맥주 한 캔을 들이키더니 그대로 잠에 빠져버린 엔리의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그러자 엔리가 움찔거리다 고개를 들더니 부스스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다 에헤 하고 웃음을 지었다.

       

       “아라 씨이이.”

       “네.”

       “아지도오오 안 취했어요?”

       “보시다시피요.”

       “우와아. XXXXXXX.”

       

       갑자기 튀어나온 영어 문장에 움찔했다.

       

       한국어를 나름 잘하게 된 나지만 지금도 영어란 것엔 문외한이나 다름없었으니 말이다.

       

       만약 엔리가 영어로 진상을 부린다면 나로써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와. 놀랐다. 놀랐어.”

       “…일부러 하신 거에요?”

       “네! 놀래키고 싶어서!”

       

       한참 동안 혼자서 키득거리며 웃던 그녀는 순식간에 웃음을 감추고 정색을 하더니 재차 내 이름을 불렀다.

       

       “아라 씨.”

       “네.”

       “제가 오늘 사준 것도 처박아 두면 진짜 화낼거에요?”

       “주의할게요.”

       “꼭이에요? 나중에 입어야 해요?”

       “…알겠어요.”

       

       노력해보겠다 말을 하고 넘겨버릴 생각을 했지만 엔리의 눈이 너무도 진지해 그럴 수 없었다.

       

       어영부영 넘기려 헀다가는 정말 정색을 할 것 같았기에.

       

       “에헤. 잘됐다.”

       “그럼 이제 돌아가죠.”

       “돌아가요? 집으로?”

       “네.”

       

       내 말을 들은 엔리가 다시금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려다 몸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 듯 다시금 의자에 주저앉았다.

       

       겨우 맥주 그거 마셨다고 이 꼴이 나다니.

       

       다음에 술을 마실 일이 있으면 엔리는 억지로 못 마시게 해야겠구나.

       

       아무리 보아도 제 발로는 걸어나갈 수 있는 상태가 아닌 것처럼 보였기에 나는 술에 취해 휘청거리는 엔리를 등에 업었다.

       

       어디 보자. 엔리의 집이.

       

       *

       

       복수하고 싶다 팀의 회식이 있다고 알려진 다음 날.

       

       팀원 중에서 가장 먼저 방송을 킨 사람은 팀원들의 뒤치닥꺼리를 다 하고서 집으로 들어간 배민황이었다.

       

       화령의 페이스에 맞추는 게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고 중간부터 몸을 사렸던 그는 약간의 숙취를 제외하고는 멀쩡한 상태였던 것이다.

       

       복수하고 싶다 팀에서 가장 먼저 방송을 켰기 때문일까.

       

       회식에 대한 썰을 듣고 싶었던 여러 시청자들이 배민황의 방송으로 몰려들었고 그의 방송에는 평소보다도 많은 시청자들이 몰려 있었다.

       

       적당히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던 배민황은 어느 정도 사람이 모였다 판단한 순간에 회식에 대한 이야기를 슬며시 꺼냈다.

       

       “오늘 따라서 사람이 많네요. 다들 회식 썰 들으러 오신 거죠?”

       

       – 큰 거 오나?

       – 이제 썰 시작하는 거임?

       – 신라 갈비 갔었다면서요?

       

       “네. 비싸기로 유명한 거기로 갔습니다. 돈 엄청 깨졌어요. 어디 보자… 대충 이백 오십만원 정도 나왔네요.”

       

       – ㅁㅊ.

       – 고기 구워 먹는데 한 달 월급이 날라가?!

       – 아무리 고급 음식점이라지만 그건 좀.

       

       “다들 엄청나게 잘 드시더라고요.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카드 긁을 때 손이 부들부들 떨리던데요.”

       

       이건 농담이 아니었다.

       

       가게가 가게인지라 돈이 꽤 깨질 거라는 건 예상한 바였지만 설마 이백만원이 넘는 돈이 나갈 거라는 건 배민황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후회는 하지 않지만 이백만원을 단번에 긁을 땐 손이 떨릴 수밖에 없었다.

       

       – 화령조아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근데 화령님은 회식 자리 나오셨나요?]

       

       “나오셨죠. 오셔가지고 거기에 있는 고기랑 고기는 다 털어가셨다니까요.”

       

       – 뭐야. 화령님 햄휴먼이었음?

       – 그럴 리가. 그랬으면 회식자리 나왔겠음?

       – 그렇게 몸을 잘 움직이는 데 햄이겠음?

       – 프로 중에도 햄인데 잘 움직이는 사람 있잖아.

       

       – 형님. 좀 뜰들이지 말고 말해주십쇼.

       

       “다들 화령님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한가보네요?”

       

       – 당연하지.

       – 원래 얼공안 한 분들 외모가 제일 궁금함.

       – ㄹㅇ.

       

       “화령님이 따로 얼공을 안하셨으니까 저도 자세히는 말 못하겠지만 진짜 장난 아니게 예쁘십니다. 엔리님이랑 같이 서 있는데 엔리님이 안 보일 정도였다니까요.”

       

       – 그정도임?

       – 에이. 과장이다.

       – 엔리도 입다물고 있으면 진짜 예쁜데.

       – 엔리보다 더 예쁘려면 여자 연예인 데려와야 하지 않음?

       

       “진짜에요.”

       

       배민황은 지금도 문 안으로 들어오던 화령의 모습을 생생히 떠올릴 수 있었다.

       

       그만큼이나 그녀는 아름다웠으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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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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