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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

       

        

        

       “앗, 아니, 그게, 어….”

        

        

        

        다크 존은 기본적으로 가상현실 FPS 게임이었다.

        

        FPS라는 단어가 고유명사처럼 쓰이는 요즘 시대에선 이 단어의 뜻을 그저 총 쏘는 게임이라고 적당히 뭉뚱그려 생각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지만,

        

        FPS는 본질적으로 1인칭 총게임을 의미했다.

        

        그리고 이는 하모니의 스트리밍 캠 역시도 그녀가 바라보는 시선을 송출하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했다.

        

        비록 게임의 서비스가 이어짐에 따라, 그리고 플랫폼의 발전에 따라, 시청자들이 다양한 인칭을 선택해서 볼 수 있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본질적인 부분은 여전히 달라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이게 무슨 뜻이냐 하면-

        

        

        

       -??????????

       -탄?창을?떨?궈??????????

       -닼크리트들 이갈리는소리 여기까지 들려오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누나제발아무것도하지말고보정이하라는대로하라고제발!!!!!!!!!!!!!!!!!!!

       -진짜 내츄럴 본 트롤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갸아악 눈나 나 혈압올라서 진짜 주거…………….

        

        

        

        대략 7천 명으로 증가한 모든 시청자들이, 하모니가 자신도 모르게 탄창을 바닥에 떨구는 것을 보았음을 의미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즉시 아드득 빠드득 하는 어금니 갈리는 소리가 채팅에 뚝뚝 묻어나오는 것은 덤이었다. 

        

        그러나.

        

        모두가 예상했던 것처럼, 콘크리트 바닥과 탄창이 충돌하며 나는 경쾌한 파멸의 화음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 대신, 스트리밍 화면 하단부를 은근슬쩍 메우는 게 있었다.

        

        

        

       -????

       -저거 뭐임???

       -저거 꼬리 아니냐?

       -탄창을…잡았어!

       -뭐냐 이 게임 꼬리도 쓸 수 있었음???

        

        

        

        어둠이 짙게 내린 밤하늘, 자세히는 보이지 않음에도 어렴풋이 식별 가능한 얼룩덜룩한 무늬.

        

        무언가 재빠른 것이 바닥을 스쳐지나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땅바닥으로 떨어지던 그녀의 탄창은 어느샌가 무언가에 잡혀있었다.

        

        아니, 무언가가 아니었다.

        

        그건 단순히 추가 아바타 파츠인 줄 알았던 뱀의 꼬리였다.

        

        

        

       “…이, 이거….”

        

        

        

        목구멍까지 비명이 차올랐지만, 방금의 실수로 담금질된 그녀의 이성은 그것을 가까스로 걷잡을 수 있었다.

        

        뱀을 무서워하는 건 대다수의 인간의 본능이었다.

        

        하물며 종아리만큼 두꺼운 게 느닷없이 다리 근처로 짓쳐든 상황적 맥락을 고려하면, 그녀는 이번만큼은 칭찬을 받아 마땅했다.

        

        하지만,

        

        

        

       “……….”

        

        

        

        달칵.

        

        하모니는 렌즈의 적 식별 기능 활성화로 인해 극히 미량의 백색을 띠는 유진의 날카로운 눈매를 마주하고는, 자동적으로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다시금 삽입구에 끼워지는 탄창과 함께, 그녀는 고의적인 침묵이 훨씬 무서울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깨달았다.

        

        그러나 그것과 관계없이,

        

        

        

       -미상의 소리 식별.

        

       -전원 은엄폐 후 대기. 선두조가 근원지를 탐색한다. 움직이는 모든 걸 사살해라.

        

        

        

        주변의 인컴 데이터를 자동으로 도청한 디바이스가 번역된 대화를 귓전에 때려박는다.

        

        러시아어.

        

        미국의 혼란을 틈타, 북미 해안가를 통해 본토에 발을 들여놓은 러시아 해군의 정예상륙보병들이었다.

        

        적당한 엄폐물에 몸을 숨긴 두 명이 도트사이트에 눈을 둔 채, 무수히 많은 것처럼 느껴지는 발자국 소리를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그리고-

        

        

        

       ───부스럭.

        

        

        

        무성하게 자란 풀숲 사이, 공원 입구로부터 튀어나온 세 명의 적.

        

        두텁게 갖춰입은 방탄조끼 위로 걸쳐진 택티컬 리그. 얼굴을 통째로 가리는 발라클라바와 러시아제 1PN63 쌍안 야간투시경.

        

        언제든지 사용 가능하도록 등 뒤에 결속된 AK-12와 근거리전을 상정한 VSS를 손에 든 채, 서로 일정한 간격을 두고 조금씩 엄폐하며 주변을 수색한다.

        

        

        유진은 짧게 숨을 내뱉어 멈추고, 적을 조준한다.

        

        노리는 곳은 다리.

        

        목표는 아직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던 본대를 끌어내는 것이었다.

        

        

        

       “명령 전까지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제가 쏘자마자 머리 숙이구요.”

        

       “…네!”

        

        

        

        곧이어 귀가 먹먹해질 정도의 소음을 내며, 두 발의 탄환이 허공을 질주했다.

        

        연약한 피륙을 뚫고 무릎에서부터 세차게 튀어오르는 혈흔.

        

        고통 섞인 묵직한 비명이 뉴욕의 시내를 울렸다.

        

        

        

       “………!”

        

        

        

        투두둑!

        

        엎어지듯 그 자리에 쓰러진 한 명의 적군. 그 옆의 정찰대 소속 두 명은 거의 즉각적인 대응사격을 사방에 퍼부었다.

        

        나무와 보도블럭, 벤치가 산산조각나며 주변으로 아찔한 소음이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그 순간 머리 위로 지나가는 몇 발의 총알에 몸을 깊이 웅크린 하모니는, 유진이 어째서 머리를 숙이라고 했는지를 그제야 알 수 있었다.

        

        

        한편 비교적 조용한 VSS의 사격음 사이로 섞이는 묵직한 격발음. 거의 동일한 순간 처참한 비명소리가 연이어 들려온다.

        

        나머지 두 명마저 무릎과 정강이가 박살나 그 자리에 주저앉은 것이었다.

        

        

        

       “…안 죽여요…?”

        

        

        

        게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처절한 울부짖음. 그것을 보며 하모니가 인컴으로 나지막히 속삭여 물었음에도, 유진은 차분히 기다렸다.

        

        주변을 직시하면서 카운트를 센다. 그 숫자는 아무리 많아도 열을 넘지 않았다.

        

        그것이 마음 속에서 하나둘씩 줄어드는 사이에도, 다리가 완전히 망가진 세 명은 왔던 곳을 향해 힘겹게 기어가는 중이었다.

        

        그 광경을 보면서, 유진이 덧붙인다.

        

        

        

       “…수류탄 던질 준비해요.”

        

       “네?”

        

       “수류탄!”

        

        

        

        펑!

        

        그 순간, 적군의 연막탄 몇 개가 터지며 사방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부상당한 세 명의 인원이 그 안으로 사라지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수많은 소음 사이로 나뭇가지와 덤불이 바스러지는 소리가 연이어 들렸고, 하모니는 그제야 그것이 본대가 접근하고 있다는 징조임을 알 수 있었다.

        

        

        독특한 소리를 내며 핀이 뽑혀나간다. 하모니는 한 눈에 보아도 목표임을 알 수 있는 연막을 향해 그것을 힘껏 던졌다.

        

        거의 같은 시각, 유진도 동일한 절차를 밟고 있었다.

        

        하지만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면,

        

        

        

       “…아니, 그건 또 어떻게 했어요!?”

        

        

        

        꼬리로 수류탄을 휘감고, 끝 부분으로 핀을 뽑고, 채찍의 원리와 비슷한 반동으로 수류탄을 공중으로 내던졌다는 점이었다.

        

        그것도 여전히 조준을 유지한 채로.

        

        그러나 그것이 정확히 적 지역에 낙하하는 순간, 하모니는 그것이 결코 보여주기 식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정적은 그리 길지 않았고, 그 둘은 마지막 순간 적들이 무언가 다급하게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이어지는 두 번의 섬광과 폭음이 주변의 모든 것들을 삼켰다.

        

        

        

       ───!!

        

        

        

        퍼져나가던 연막이 충격파에 의해 한순간에 흩어졌다.

        

        그럼에도 시야가 완전히 확보되지는 않은 상태였기에, 두 명은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여전히 총구를 해당 방향에 겨누고 있었다.

        

        연막이 완전히 걷히기까지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참상이 드러났다.

        

        

        

       “…여섯?”

        

       “와, 대박…!”

        

        

        

       -와 ㅁㅊ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버스기사눈나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나주거ㅓㅓㅓㅓ

       -이것이…전술?이것이…전술?이것이…전술?이것이…전술?이것이…전술?

       -심리전 개빡고수 ㅋㅋㅋㅋㅋㅋ

       -아니 파티를 하랬지 누가 특수부대원을 데려오랬냐고 ㅋㅋㅋ

        

        

        

        그리고 채팅창은 미쳐 날뛰는 중이었다.

        

        그저 단순히 HQ에 도착하기 위해 임시로 결성된 듀오.

        

        허나 평범하게 흘러갈 것만 같았던 이 파티의 내용물은, 그야말로 한쪽이 머리채를 잡고 하모니를 강제로 끌고간다고 해도 무방할 극도의 하드캐리 그 자체였다.

        

        게다가 그저 샷발로만 먹고 들어가는 게 아니라, 그녀는 특정 상황을 개척하기 위한 가용 자원을 너무나도 효과적으로 사용할 줄 알았다.

        

        의도하지 않은 쇼맨십.

        

        

        그러나 그 가운데에서도, 유진은 여전히 차분했고, 날카로웠다.

        

        신났던 하모니가 되려 의문을 품을 만큼.

        

        

        

       “…무슨 일 있어요?”

        

       “여섯 명이면 너무 적어요. 조금 더 기다려보죠.”

        

       “에이. 저렇게나 많이 죽였는데, 설마 주변에 더 있을….”

        

        

        

        그와 동시에 마주치는 시선.

        

        서슬 퍼런 푸른 눈과 마주치자, 하모니는 즉각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수도 있겠죠. 에헤헤.”

        

       “….”

        

        

        

       -강약약강 ON

       -이 눈나는 강약약강이 아니라 그냥 약약약약이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눈빛 미쵸따 퍄퍄퍄퍞ㅋㅋ

       -아 ㅋㅋ 모르겠으면 그냥 시키는 대로만 하라고 ㅋㅋ

       -여섯 명이나 잡았는데 아직도 남았다는 건 쵸큼 쫄보같은데요

        

        

        

        부스럭.

        

        유진은 조심스럽게 자세를 풀며 주변을 훑었고, 이내 적당히 깨진 보도블럭 파편 하나를 슬그머니 주워들었다.

        

        잠시간의 정적.

        

        그러나 거리를 어림짐작한 그녀가 교차로 너머 풀숲으로 그것을 힘껏 집어던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뭇가지 흔들리는 소리와 함께, 돌덩어리가 공원 안쪽 풀숲으로 빨려들어간다.

        

        이어,

        

        

        

       ───파스슥.

        

        

        

       “…두 명 내지 세 명 정도 남은 것 같은데….”

        

       “…네? 진짜요? 어떻게 알아요?”

        

       “….”

        

        

        

        무어라 설명해야 할까.

        

        러시아군의 한 개 분대는 – BMP는 없지만 – 아홉 명이라는 사실? 그동안 쌓아왔던 경험으로 말미암은 감?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통한 어림짐작?

        

        그러나 유진은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보단 실질적인 확인이 우선이란 것을 결코 잊지 않았다.

        

        예상 적 매복 지역까지 접근하기 위한 루트를 탐색하고 그 사이에 있는 엄폐물을 스캔한 후, 그녀는 입을 열어 작게 말했다.

        

        

        

       “직접 확인해야겠어요.”

        

       “저도 갈까요?”

        

       “…후방 경계하면서 따라오세요.”

        

        

        

        못 미더웠지만, 유진은 조력자를 가리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이번에는 철저한 방음과 함께, 두 명은 풀숲 옆 보도에서 조심스럽게 모습을 드러냈다. 빠른 발걸음과 억제된 소음. 곳곳에 널브러진 자동차들을 엄폐물 삼아 이동한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정찰대가 모습을 드러냈던 공원 입구를 앞에 두고, 두 명은 어느샌가 입구 인근에 도착했다.

        

        풀숲에 조심스럽게 몸을 붙인 채, 아주 작은 목소리로 대화가 이어졌다.

        

        

        

       “이제 어떡하죠?”

        

       “…제가 입구 근처에서 시선을 끌 테니, 혹시나 적들이 사격하면 위치 확인하세요. 해당 위치로 수류탄 한두 개 던지면 더 좋고요.”

        

       “네.”

        

        

        

        다행스럽게도, 이 시점에선 하모니 역시도 간단한 명령 정도는 수행 가능했다.

        

        그녀는 파우치를 뒤져 아까와 똑같이 수류탄을 하나 꺼내들었고, 그에 유진은 작게 숨을 참더니 쏜살같이 입구를 지나쳤다.

        

        

        

       ───드드드드득!

        

       

        

        그러자, 한 박자 늦게 경기관총이 불을 뿜으며 입구를 향해 불벼락을 쏟아내었다.

        

        그 소음과 화력에 질려버린 하모니가 말도 안 된다는 듯 중얼거렸다.

        

        

        

       “아이씨, 저기에 얼굴을 들이밀고 위치를 파악하라니…진짜 미친 거 아냐…!”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결국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입구로 진입하는 반대편 풀숲에 숨은 유진이 지속적인 사격 유도를 위해 제압사격을 시행하는 사이, 하모니는 아주 살짝 얼굴을 내밀었다.

        

        대략적으로 십수 미터 떨어진 공원 산책로 길목 옆 풀숲, 그곳에서 총구 화염이 지속적으로 치솟고 있었다.

        

        재빨리 다시 엄폐한 그녀가 한 번 심호흡한 후, 아까와 같이 핀을 뽑았다.

        

        그것이 손을 떠난다.

        

        하지만,

        

        

        

       “잘못 던졌어요!”

        

       “터지는 순간 진입해요!”

        

        

        

        시내 전체를 쩌렁쩌렁 울리는 격발음에 많은 부분이 묻혔지만, 알아듣기 어려운 내용은 아니었다.

        

        마음 속으로 시간을 센다.

        

        하나.

        

        둘.

        

        그리고 셋.

        

        

        

       ───!

        

        폭음과 파편이 사방으로 치솟음과 동시에, 하모니는 총구를 떠난 탄환마냥 이를 꽉 물고 입구 안쪽으로 내달렸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유진이 진입하고 있었다.

        

        

        

       “엎드려요!”

        

        

        

        총을 사격하면서 꼬리로 수류탄을 까던지는 정신나간 기행각.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내는 것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으며, 하모니는 그 자리에 얼굴부터 그대로 엎어졌다.

        

        그 이후의 상황을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또 한 번의 굉음과 그 사이의 총소리가 공원을 쓸어내린 것만으로도 얼추 짐작은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툭툭.

        

        

        

       “일어나세요.”

        

       “…으에?”

        

        

        

        그런 바보같은 소리를 내며, 그녀는 그 자리에서 힘겹게 일어섰다.

        

        주변은 난장판이었다.

        

        수류탄 파편과 탄환에 맞아 박살난 나무들과 파헤쳐진 땅바닥의 잔해, 깨진 콘크리트 바닥이 한 폭의 무질서한 풍경화를 그리고 있었다.

        

        

        땅바닥에 얼굴을 처박아서 그런지, 그녀는 아플 리 없는 앞머리가 시큰해지는 듯한 감각을 느끼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부스스한 외관에 어울리는 맹한 목소리가 힘겹게 튀어나왔다.

        

        

        

       “…어떻게 됐어요?”

        

       “상황 종료. 경계는 제가 할 테니 재정비하세요. 분실한 물건이나 폭발물은 없는지, 화기는 정상적으로 작동되는지, 고장난 건 없는지….”

        

       “아, 네네.”

        

        

        

        아주 자연스럽게 상하관계가 확립된 듯한 모습.

        

        하모니는 시스템에 몸을 맡겼고, 그에 그녀의 몸은 자연스럽게 정비를 시작했다.

        

        약실에서 탄환을 빼고 탄창을 분리한 뒤 약실을 확인하고, 방금의 과정을 역순으로 반복한다.

        

        조준을 통해 조준점이 흐트러진 곳이 있는지도 점검하였고, 남은 탄창과 수류탄 갯수도 확인했다.

        

        짤막한 적막 이후,

        

        

        

       “전부 이상 없어요.”

        

       “네, 확인.”

        

       “그럼 이제 이동하면 되나요?”

        

        

        

        민트빛 나는 귀를 쫑끗거리며, 그녀는 천진난만하게 물었다.

        

        그러자,

        

        

        

       “아뇨, 아직 할 일이 좀 남았어요.”

        

       “아, 그렇구나….”

        

       “수류탄 같은 건 여력이 되면 지속적으로 보충해주는 게 좋아요. 주변 경계만 좀 부탁드릴게요.”

        

       “네에. 혹시 또 시킬 건 없나요? 저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씨익.

        

        꼴랑 교전 몇 번 했다고, 그녀는 어느새 자신감 상승 단계를 넘어 근거없는 당당함과 근본없는 미소마저 보유하게 되어버린 시점이었다.

        

        그것을 묘한 눈으로 바라보던 유진이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덧붙였다.

        

        

        

       “…시킬 거라, 있긴 있네요.”

        

       “어떤 건가요?”

        

        

        

        그에 그녀는, 상당히 상쾌한 웃음과 함께 덧붙였다. 

        

        

        

       “엎드려요.”

        

       “네?”

        

       “엎드리라구요.”

        

       “아, 아니. 갑자기 왜 그러세요. 제가 무슨 잘못을….”

        

        

        

        물론, 그 웃음이 결코 좋은 의미가 아니라, 불길함의 상징이었다는 것을 그녀가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찰칵 하는 소리를 내며 땅으로 떨어지는 탄창의 재현은 덤이었다.

        

        

        

       “…하긴 했나 보네요, 에헤헤.”

        

       “이번에도 큰 소리 내면 진짜 각오하셔야만 할 거예요.”

        

       “그, 미안해요. 진짜 진심이에요, 진짜로. 아니, 근데 이번에 저도 꽤 많이 활약하지 않았어요? 그 점을 참작해주신다면정말로아으으으으으아…!” 

        

        

        

        빡.

        

        유진은 애정어린 발놀림으로 정강이를 걷어찼고,

        

        약간의 물리력 행사를 동반한 친절한 부탁은 하모니로 하여금 자발적인 팔굽혀펴기 자세를 취하게 만들었다.

        

        물론 필사적으로 소리를 죽인 낮은 비명소리가 조금 섞였지만, 뭐 어떠랴.

        

        아무튼 밤은 깊어가고 있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재밍 및 UAV 투입대비 산출이 현저히 낮아, 해당 구역을 확인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

        

       -[확인. 해당 구역에 중무장 타격대가 도착하기까지는 얼마나 걸리는지?]

        

       -[최소 두 시간으로 확인. 그 전까지는 내부 치안을 유지할 수 없을 것으로 사료됨. 잔존 아군 병력의 퇴출 또는 은엄폐 권고.]

        

       -[퇴출 및 안전가옥 봉쇄 개시하겠음. 현 시간부로 센트럴 파크 아래, 로어 맨하탄 전체를 미관제구역으로 지정해도 되는지?]

        

       -[허가.]

        

       -[HQ 지휘통제 하에 경보 발령하겠다. 확인했는지?]

        

       -[사전 경보 수신. 확인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대환장파티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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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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