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8

        이런 사태가 일어난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잠시 시간을 돌려 봐야 한다.

        그러니까…… 내가 자예보고 그 북한이라는 나라에서 온 인간들을 데려오라고 했던 부분이었나?

       

        새로운 콘텐츠를 찾았다고 좋아하던 것과는 달리, 본체의 나는 제법 침착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1만 년 이상 살아온 드래곤 정도 되면 멀티태스킹 정도는 손쉬운 일이고, 내 용금으로 만들어 낸 아바타라고는 하더라도 일단은 ‘뇌’라는 기관은 존재하고 있어서 아바타에게도 어느 정도의 재량권은 존재한다.

       

        아바타가 신이 나서 시청자들에게 사정을 설명하는 것을 바라보며 기다리기를 잠시.

       

        “다녀왔사옵니다 주인님.”

       

        = 그래.

       

        자예가 10여 명에 달하는 인간들을 데리고 내 앞에 도착했다.

       

        “히익!”

       

        “히엑!”

       

        “허억!”

       

        내 앞에 도착하자마자 자리에 주저앉아 덜덜 떠는 인간들.

        그런 인간들을 내려다보며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 자예.

       

        “네.”

       

        = 내가 무섭게 생겼느냐?

       

        지금의 난 이를 드어내지도, 으르렁거리지도, 기세를 무섭게 뿜어내지도 않았다.

        오히려 기세를 최대한 죽이기까지 했다. 전부 인간들이 겁먹지 않게 하기 위한 최대한의 배려인 셈이다.

        물론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기본적인 기세는 흘러나올 수밖에 없지만, 아무리 망한 나라에서 온 이들이라고 하더라도 내 게이트에 직접 들어온 이들이다. 이 정도 기세쯤은 이겨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왜 이 인간들은 나를 무서워하는 것인가?

        그냥 단순히 거대한 드래곤이 눈앞에 나타나서인가?

       

        “주인님께서는 언제 어디서나 모두에게 공포와 위엄을 드러내 보이시는 분이십니다.”

       

        = …….

       

        그래. 이런 객관적인 판단에 자예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예상했다.

        늘 그렇지 뭐…….

       

        나는 마그마 속에서 좀 더 몸을 일으켰다.

        물론 갑자기 솟구치지는 않았고, 마그마가 밖으로 튀지 않도록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평소 내가 지내는 장소는 쇠가 저절로 녹아내릴 정도로 뜨거운 곳이다.

        그야 마그마가 굳지 않게 유지하려면 그 정도로 뜨거워야 하니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 보니 열에 대한 저항력이 낮은 이들은, 내 침소로 들어오기 전에 특정한 조처를 하고 들어온다.

        내가 직접 보호막을 쳐준다거나, 자예처럼 스스로 보호 주술을 걸고 들어온다던가 같은 수단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열에 대한 저항이지, 마그마에 대한 방어력은 없다시피 하기에 내가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 두려워하지 말거라 인간들아. 너희를 해할 생각은 없으니 말이다.

       

        그렇게 운을 뗀 내가 다음에 어떤 말을 할지 잠깐 고민을 할 때였다.

        인간들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인간이 벌떡 일어나 나에게 총을 겨누며 소리쳤다.

       

        “금룡! 수, 순순히 항복하라우!”

       

        = ……?

       

        그리고 시각은 다시 현재로 돌아온다.

       

        = ……뭐라 했느냐?

       

        무겁게 기세를 흘리는 나의 앞에서, 무기를 쥔 남자가 소리쳤다.

       

        “위, 위대한 수령 동지께 항복하라우!”

       

        = …….

       

        “…….”

       

        싸늘한 정적이 내 침실에 내려앉았다.

        인간들은 긴장감 혹은 공포심이 원인일 것이고, 자예의 경우에는 분노가 원인일 것이다.

        그리고 나의 경우엔 의아함이 원인이었다.

       

        ‘이 아이들이 왜 나에게 그런 소리를 한 것일까?’

       

        자.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일단 나는 엄청 강한 드래곤이다.

        자랑은 아니지만, 신이라고 자칭하던 이들을 멸망시킨 전적도 있고, 나한테 적대하던 인간의 문명도 멸망시킨 적이 제법 된다.

       

        그에 반해서 상대는 그냥 인간이다.

        비록 일반적인 인간들에 비해서 제법 강한 것 같긴 하지만 다른 인간들보다 강하다는 말이 나보다 강하다는 소리는 아니다.

       

        그러니 상식적으로 생각해 볼 때, 인간들이 내 앞에서 저런 소리를 한다는 것을 말이 되지 않는다.

        즉, 이들에겐 다른 목적이 있다고 봐야 한다.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다른 나라와 나를 싸움 붙이려는 것인가?’

       

        눈을 굴려 10여 명의 인간들을 바라보았다.

        나름 잘 관리된 그들의 무기와 갑옷(?)처럼 보이는 의복을 살피자, 한쪽에 국기가 그려져 있는 것이 보였다.

        흰색 바탕에 가운데는 태극 마크가, 대각선 방향에는 검은색 막대가 그려진 국기.

        그래. 남한이라는 나라를 상징하는 ‘태극기’가 그려져 있었다.

       

        = 나를 남한과 싸움 붙이려는 것이냐?

       

        “?!”

       

        “!!”

       

        내 말에 인간들의 몸이 움찔거린다.

        나에게서 흘러나오는 기세 때문일까? 아니면 자예가 대놓고 흘리고 있는 살기 때문일까?

        표정은 최대한 관리한 티가 나지만, 그들의 신체 반응까지는 어떻게 할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 북한에서 온 인간들이여. 나를 속이려 하지 말거라.

       

        나야 천룡안이라는 능력이 있으니 진작에 이들의 출신지를 알 수 있었지만, 이들은 나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 줄 몰랐을 것이다.

        그렇기에 저런 국기 하나 붙여놓고, 나와 남한이라는 나라를 서로 싸우도록 할 생각한 것일 터.

       

        ‘쯧쯧쯧. 희생양인가.’

       

        인간들이 딱해 보이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면 이들은 어리석은 우두머리와 자신들이 속한 무리를 위해 희생양으로 보내진 셈이 아니던가?

       

        저들이 나에게 한 말에 화가 나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되기에는 내가 너무 나이가 많았다.

        생각해 봐라. 90살 먹은 인간이 2살짜리 아이에게 ‘바보’라고 들어 봤자 화가 나겠는가? 그냥 ‘귀엽군’하고 말겠지.

        딱 내 심정이 그런 심정이었다.

       

        “도, 동무! 어찌하우?”

       

        “어쩔 수 없디야! 모두 힘쓰라우!”

       

        “으랴아압!”

       

        그런데 그런 내 앞에서 인간들이 묘한 짓들을 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일어나더니 10명이 전부 나에게 손을 뻗어 뭔가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야아아압!!”

       

        “끄으으으응!!”

       

        “하아아압!”

       

        = …….

       

        마나의 움직임이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서는 뭔가를 하는 것 같기는 한데, 안타깝게도 나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일단 드래곤 종족 특유의 강력한 저항력이 있고, 내가 진화하며 얻은 강력한 방어력이 존재한다.

        그리고 내 몸에 두르고 있는 용금의 방어력에, 이들과 나 사이의 격의 차이도 존재한다.

       

        이들은 10명이나 몰려들어서 나에게 뭔가를 하고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저들의 마나를 그냥 흘려내는 중이다.

       

        “우리 마수 조련사들은 할 수 있디야!”

       

        “위대하신 수령 동무께 영광을!”

       

        = …….

       

        들어 보니 이들은 모두 동물을 조종할 수 있는 정신계 능력을 갖춘 이들로 보인다.

        아마도 여차할 경우엔 저들을 사용해 나를 조종하는 것까지 생각한 것 같다.

        물론 정신계 방어는 진작에 마쳤다. 그게 아니더라도 저들과 나의 격차 때문에 통하지도 않겠지만.

       

        내 앞에서 아등바등하는 인간들을 바라보며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쯤 되면 재롱 구경하는 기분이 아니라, 그냥 안쓰러운 무언가를 바라보는 기분이다.

        인간으로 따지면, 1살짜리 아이가 넘어진 채 바둥거리는 것을 보는 기분이랄까?

       

        = 자예.

       

        “네.”

       

        휘리릭!

       

        “으악?!”

       

        “꺅!”

       

        내 명령에 자예의 주술이 인간들을 휘감는다.

        순식간에 꽁꽁 묶여 버린 인간들이 한데 모이고, 그 위로 자예의 불꽃이 떨어져…….

       

        = 그만.

       

        “허나 주인님. 감히 주인님을 욕보이려 한 버러지들을 어찌…….”

       

        아니, 내가 화를 안 내는 데 왜 네가 내는 것이냐?

        물론 자예가 이러는 것을 한두 번 본 것이 아니긴 한데, 나를 위해서 화를 내주는 것은 고맙지만 조금 자제를 해주면 좋겠다.

       

        = 자예야. 인간을 향한 너의 악감정은 잘 알고 있단다. 허나. 나의 뜻이 인간과의 소통에 있으니, 섣부른 짓은 자제해 주면 고맙겠구나.

       

        “……주인님의 뜻이 그러하시다면 따르겠나이다.”

       

        팟!

       

        인간들의 머리 위에 떠 있던 불덩어리가 사라졌다.

        눈물 콧물 다 흘리며 덜덜 떨고 있는 인간들의 앞으로 내 주둥이를 가져다 대며 이를 보인다.

       

        “히익!”

       

        “오마니!”

       

        내 날카로운 이빨이 놀랐는가?

        하긴, 내 이빨이 좀 멋있긴 하지. 내 남편도 내 송곳니가 멋있어서 반했다고도 해줬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지.

       

        = 그래. 할 것은 다 했느냐?

       

        “히이익!”

       

        “사, 살려 줘…….”

       

        점점 올라가는 나의 기세에 덜덜 떨기 시작하는 인간들.

        나는 인간들을 향해 선언했다.

       

        = 너희들이 스스로 원해서 온 것이 아님을 알고 있다. 그러니 너희에게 모든 죄를 묻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천룡안을 통해 이들의 과거를 본 이후다.

        비록 ‘보는 것’만 가능하기에 소리를 듣거나 하지는 못 하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들을 알 수 있는 법이다.

        그리고 내가 본 과거에서, 이들은 이들 스스로가 원해서 온 것이 아니다. 그러니 이들이 모든 죄를 짊어질 이유는 없다.

       

        = 가라. 가서 너희의 우두머리에게 전하라.

       

        무리의 책임은 우두머리가 진다.

        그것이 모든 무리의 법칙이며, 그것이 지켜지지 않는 무리는 결국 무너진다.

        그렇기에 무리의 우두머리는 강해야 한다.

       

        = 이 세계의 시간으로, 지금부터 7일의 시간을 주겠다. 직접 나를 찾아와 무릎을 꿇고 사죄하라.

       

        “……그렇다면 아무런 일도 없을 것이나, 그렇지 않다면 나의 분노를 받을 것이다.”

       

        과연, 이들의 우두머리는 무리를 지킬 정도로 강할 것인가?

       

        “그래. 이것은 나, 멸천룡 그랑 라그나가 북한이라는 나라를 향해 선언하는 선전포고니라.”

       

        – 미친?

        – 방송에서 선전포고 하는 사람이 있다고?

        – 눈나. 매번 레전드 경신하길 바랬지만, 여기까지 바라지는 않았어!

        – 이건 진짜 레전드네.

        – 그냥 먹방이나 볼 줄 알았더니 선전포고 방송ㅋㅋㅋㅋ

       

        나의 말에 시청자들이 동요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나는 이번만큼은 시청자들의 말을 무시했다. 이것은 방송인인 멸천룡 그랑 라그나가 아닌, 엘더 드래곤 멸천룡 그랑 라그나로서 선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헤니시아. 가만히 있어라.”

       

        “하지만 어머니…….”

       

        “알도 배고 있는데 무리하면 안 되지 않느냐.”

       

        비록 헤니시아가 육탄전을 주로 하는 타입은 아니라지만, 애초에 알을 배고 있는 아이를 움직이게 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애초에 이것은 내 일이고,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전부 내가 해결해야 하는 일이다.

        딸아이에게 도움을 받아야 할 이유는 없고, 도움을 받고 싶지도 않다.

       

        “그러니 넌 물러나 있거라.”

       

        “알겠습니다.”

       

        헤니시아가 진정한 것을 확인한 후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 라나님. 진짜 전쟁 하실 건가요?

        – 인간 VS 몬스터

        – 진짜 세계관 최강자들의 싸움이다. 가슴이 웅장해진다.

        – 북한은 도대체 무슨 깡으로 저런 걸까?

        – ㅎㄷㄷ

       

        나의 선전포고에 웅성웅성거리는 시청자들.

        나는 그런 시청자들에게 양해를 구하며 말했다.

       

        “그렇게 되었으니, 오늘 방송은 여기서 끝내야겠구나.”

       

        – 안 돼!

        – ㅏㅏㅏㅏㅏ

        – 확실히 여기서 더 하기는 에바긴 함.

        – 그럼 술은요?

        – 술!

       

        “술은…….”

       

        슬쩍 옆으로 고개를 돌리니, 때마침 마지막 당첨자가 뽑히는 것이 보였다.

       

        “걱정 말거라. 뽑힌 이들에겐 술을 보내줄 터이니.”

       

        – 술 보내주실 때 이벤트는 없나요?

        – 아! 딱 콘텐츠 감인데!

        – 전쟁날 상황인데 컨텐츠는 무슨

        – ㄹㅇㅋㅋ

       

        음? 그렇구나. 술을 보내주는 것 역시 콘텐츠가 될 수 있는 것인가?

        잠시 생각을 정리해 본다.

       

        북한에서 온 헌터들을 콘텐츠로 써먹는 것은 상황상 불가능하게 되었고, 시청자들도 싫어했다.

        하지만 이 술을 보내주는 것을 이용해서 새로운 콘텐츠를 짜본다면…….

       

        ‘고민을 좀 해 봐야겠지만, 괜찮을지도 모르겠구나.’

       

        우선은 저 북한과의 전쟁 문제부터 해결하고, 그 이후에 결정해 봐야겠구나.

        그러니 술을 보내주는 것은 잠시 미루자.

       

        “술은 북한이라는 나라와의 문제가 끝난 이후에 보내주겠노라.”

       

        – 헐

        – 그것도 에반데

        – 술 마시고 싶어서 벌써 치킨시켜 놨는데…….

       

        아이고. 벌써 술 마실 준비까지 끝내 놓은 이들이 있었던가?

        나는 슬퍼하는 시청자들을 달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원하는 이들에게는 지금이라도 보내줄 수 있단다. 허나, 이후에 이것을 가지고 새로운 콘텐츠를 짜보려고 계획 중이란다. 지금 술을 받는 이들은, 그 콘텐츠에 참여할 수 없게 되는데도 괜찮으냐?”

       

        – 그럼 이야기가 다르죠!

        – 충성충성!

        – 치킨은 역시 맥주죠!

        – ㄹㅇㅋㅋ

       

        갑자기 분위기가 확 바뀌는 채팅창.

        하여간 활기찬 아이들이다.

       

        피식 미소를 지은 나는 방송 종료하기로 했다.

       

        “그럼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니라. 다음에 보자꾸나.”

       

        – 용바!

        – 용바

        – 용눈나 빠빠이

        – 안녕히 가세요

       

        “그리고 다음 방송은 북한이라는 나라의 우두머리가 사죄를 하거나, 혹은 전쟁이 일어난 이후에나 킬 예정이란다.”

       

        – ?!

        – 아니

        – 그걸 왜 지금 말씀하시는데요?!

        – 잠깐! 방종에서 손 떼…….

       

        [방송이 종료되었습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끝까지 쿨하신 드래곤님.

    과연 드래곤님은 사과를 받으실 수 있을까요?

    다음화 보기


           


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