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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

        

       “우웃!”

         

       “안돼!”

         

       “아아아!”

         

       군중들의 비명소리를 머릿속에서 지우며 집중력을 끌어 올렸다. 지금부터가 진짜. 고도의 연기를 통해 강준을 진짜 고수로 만들어야했다.

         

       비틀거리던 강준이 뛰어오른 나를 보고는 대경하며 수비식을 취했다.

         

       검과 검이 마주하는 순간 나는 검날을 비틀었다.

         

       찌르르르릉!

         

       화려하게 불똥이 튀며 강준이 주춤 물러섰다. 분명 타점은 검의 윗부분이었지만 내가 일부러 검날을 비틀어 내린 탓에 실제로 타격의 힘이 실린 것은 검의 말단, 날밑이다.

         

       불똥이라는 시각적 효과도 있고 무인이라면 강준이 내 공격을 검신의 최하단까지 끌어 당겨 막는 교묘한 무리를 발휘했다고 보일 법한 상황이었다.

         

       추가로 사호를 받아내느라고 비틀거렸던 몸의 중심까지 날밑에 힘을 주며 안정시켜 주었다. 뭐 중심을 교정 당해버린 것이지만 나 빼고는 어차피 교묘하게 힘을 이용했거나 아니면 운이 좋다고 여겼을 것이다.

         

       “칫, 한 수 재주는 있구나!”

         

       검을 한 바퀴 휘리릭 돌린 뒤에 곧바로 공격에 들어갔다.

         

       내가 익힌 검법은 총 세 가지.

         

       [명월검법][반유곡검][일천검법]이다. 명월검법은 방어식 위주의 묘리가 있고 일천검법은 공격식 위주의 검법이다. 그리고 반유곡검은…무림에서 환장하는 사량발천근, 화경의 묘리가 담겨 있는 검법이고.

         

       반유곡검은 나보다 고수를 만났을 때 진짜 죽지 않고 살기 위해서 확률에 기대고 빗겨내거나 받아치는 검법인지라 오늘은 쓸 일이 없고.

         

       써야하는 건 명월검법의 식이다.

         

       내가 이 무림천하에 있는 수많은 검법들 중 하필 명월검법을 익힌 이유는 이 명월검법에는 다른 검법과는 차별화되는 특성이 하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선제적 방어. [월하난흔]이라는 검세 때문이다.

         

       선제적 방어면 결국 공격이라고 생각할 수 있고 맞는 말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큰 틀을 모두가 끼워 맞출 수 있기 마련이고 승패가 갈리는 것은 그 밑의 세부사항이다.

         

       월하난흔은 고작해야 이류검법주제에 환의 묘리를 담고 있기 때문에 무척이나 화려하다.

         

       실제 공격력이 거의 없는 대신 회수도 무척이나 용이하다. 말 그대로 상대의 공격 흐름을 한 번 막는 선제적 방어인 셈이다.

         

       촤라라라라!!

         

       환 계열 무공에 보조효과를 주는 도박기술들의 효과까지 더해저 그야말로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월하난흔.

         

       “으아아아!!”

         

       강준이 마구잡이로 검을 휘둘렀다. 뭐 이류 무사 주제에 어디서 이런 환검을 맛보았겠는가. 아마 강준의 시야에는 내가 한번에 검을 세 개쯤 들고 있다고 여겨질 것이다. 본인이 일보삼검이라고 했는데 나는 지금 아마 일보에 검이 4~5개쯤 나가는 것으로 보이겠지.

         

       그런데 일보삼검이라는 별호는 허언이 아니긴 한 모양이었다.

         

       다급해지자 본 실력이 나오는 것인지 제법 월하난흔을 잘 받아 치고 있었다.

         

       강준은 실전에서 긴장하는 타입인지 오히려 정신없이 몰아치자 실력이 살아나는 감이 있었다. 아마 지금 강준이 정신없이 뻗어내고 있는 저 검격이 본 실력이려나.

         

       챙! 챙! 카앙!

         

       무엇보다 화려한 모습이 연출되고 있었기에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내 검격을 아슬아슬하게 막거나 피하는 강준의 모습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모습이었다.

         

       피잇!

         

       “아아!”

         

       “힘내요! 대협!”

         

       “태경문! 태경문! 일보삼검!”

         

       내 검이 강준의 아래턱을 스치고 지나가자 난리가 났다.

         

       그야말로 아슬아슬한 접전!

         

       강준이 어느 정도 대응하자 나 역시 거리낌없이 검을 뿌렸다. 어차피 월하난검은 기껏해봐야 피륙을 긁어낼 수 있는 수준의 공격력밖에 없으니 나 역시 과감하게 검을 뻗을 수 있었기 때문.

         

       얼굴의 피부가 갈라지는 자상이라면 지구에서는 난리가 날 법한 상처지만 기묘할 정도로 발달한 외상약과 내공의 존재로 인해 저 정도는 약만 발라도 흔적도 없이 낫는다.

         

       캉! 카앙! 채앵! 팅!

         

       빠른 속도로 교환되는 검격 그리고 그 와중에 간간히 강준이 아슬아슬하게 빗겨내는 검이라든가 혹은 대응하지 못해 몸에 생채기가 난다든가.

         

       강준이 아주 아슬아슬하게 피하거나 혹은 생채기가 날 때 군중들은 연신 탄성을 흘렸다.

         

       현장의 분위기는 이제 완전히 절정 상태. 시장의 모든 군중들은 물론이고 나와 강준조차도 현재의 일전에 몰입한 상태다.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강준의 고양상태가 유지되어 가장 최고조의 기량을 뽐낼 때 그것을 120프로 150프로 보여주려다가 괜히 판이 망하는 수가 있으니까.

         

       이제 슬슬 마무리를 해야 할 때였다.

         

       어디보자 피날레로는 뭐가 좋을까?

         

       사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강준이 직접 내 검을 헤치고 도박수를 던지는 것인데 지금 강준은 완전히 내 검을 받아치는 것에 몰입하고 있다. 강준의 역량으로 그 이상을 바라는 것도 좀 힘들 것 같고.

         

       그러니 내가 빈틈을 드러내야 했다. 사실 발이라도 한 번 절어주면 해결될 문제이기는 했지만 지금 호천안의 레전드가 갱신되고 있는 마당에 고작해야 맨땅에 발을 절어? 그럼 강준이라는 자식은 운이 좋았지 그때 그 낭인이 맨땅에 발을 헛디뎠다니까?

         

       요딴 소리나 나오겠지.

         

       툭.

         

       그때였다.

         

       내 발에 굴러다니던 밤 하나가 차였다. 아까 내가 발로 찬 밤 바구니에서 쏟아져 나온 것일까?

         

       순간적으로 머릿속에 새로운 시나리오가 떠올랐다. 현재 강준의 실력으로도 충분히 소화할 있으면서도 강렬한 엔딩이.

         

       쩌어어엉!!

         

       월하난흔은 관두고 진짜 일검으로 강준의 검을 튕겨냈다. 강준은 그 여력을 버티지 못하고 휘청거렸다. 사실 강준과 내 실력차는 지금 보이는 장면 그대로였다. 내가 진심으로 검을 휘두르면 아마 삼 초도 못 버텨낼걸.

         

       “하하 강준! 걸렸구나!”

         

       아아!!

         

       주변의 탄식을 배경음 삼아 검을 번쩍 들어올려 머리 위로 치켜 올렸다.

         

       “죽어라 강준!”

         

       아아악! 안 된다!

         

       주변의 아우성과 함께 나는 한 발자국 앞으로 디뎠고. 검을 내려침과 동시에 밤을 밟았다.

         

       “엇!”

         

       밤이 으깨지며 동시에 내 디딤발이 무너지고 자세가 흐트러지며 검의 경로가 휘어졌다. 결과적으로 마무리를 위한 검은 그대로 강준의 앞을 스치고 지나간 꼴이 되었다.

         

       강준 역시 무인.

         

       완전히 자세가 무너지고 공격에 실패한 내 빈틈에 반사적으로 검을 찔러 넣었다.

         

       얼굴로.

         

       진짜 끝까지 진상 자식이네.

         

       보통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서는 손을 노리는 것이 보통인데 이 새끼는 그냥 곧바로 얼굴로 검을 찔러? 적당한 공격에 검을 놓쳐주고는 다음 대사를 준비하고 있다가 황급히 검에 힘을 주고는 튕겨냈다.

         

       카앙!

         

       피잇!

         

       진짜 죽일 각오로 찔렀는지 다급히 검을 떨쳐 냈음에도 완전히 막아내지는 못하고 검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죽일까?

         

       얼굴에 화끈한 통증이 느껴지자. 흑묘 교육이고 나발이고 그냥 엎어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순식간에 시장 거리가 조용해졌다.

         

       살기.

         

       강준의 검이 내 뺨을 스치고 지나간 것은 그냥 운이 좋았다. 말 그대로 운이 좋았다. 행운이 여기서 터져서 이 결과가 나왔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다급히 막았음에도 방어는 온전치 않았고 튕겨나간 각도도 전혀 고려하지 못했다.

         

       저 검이 눈이나 이마 그리고 목으로 날아왔으면 진짜로 죽었을지도 모른다.

         

       진짜 죽을 뻔한 위기에 화가 나 강준을 순간적으로 죽여버릴까 생각해버렸으니 순간적으로 방출된 살기는 이런 군중들이 전혀 경험해 본 적 없는 수준일 터였다.

         

       그래. 한번만 참자.

         

       흑묘도 있고 오늘 연출 장난 아니었는데 이거 그냥 날릴 거야? 고작해야 금창약 바르고 운기조식하면 흔적도 없이 나으니까. 저놈도 얼굴에 상처가 났으니 좀 화가 났을 수도 있지. 어차피 오늘 서비스 하기로 했으니까 제대로 하자고.

         

       스윽.

         

       발을 끌었다.

         

       내 살기에 압도되어 나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중하고 있던 강준과 군중들이 내 발에 주목했다.

         

       부서진 밤의 흔적!

         

       내가 두려워 소리를 내지는 않았지만 군중들 사이에서 숨죽인 기색이 퍼졌다.

         

       그들 역시 방금 내가 왜 허공을 가르고 빈틈을 보였는지 이해한 것이다.

         

       절호의 순간에 하필 딱 발을 디뎠을 때 그 위치에 놓여 있던 밤 때문에 공격이 빗나갔구나!

         

       “….아까부터 거슬렸지.”

         

       의도적으로 은은하게 살기를 방출하며 뒤를 보았다.

         

       얼굴이 퍼렇게 변한 노파가 반쯤 주워 담은 밤 바구니를 들고 온몸을 떨었다.

         

       별로 미안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이 연극이 끝나고 태경문에서 위로금이라는 명목으로 적지 않은 돈을 건네 줄 테니까. 지금 이 순간 기껏해야 밤값이나 받고 끝날 위로금이 상당한 금액으로 커지는 순간이었다.

         

       나는 일부러 느릿한 동작으로 발을 끌며 몸을 돌리고 있었다.

         

       아무리 눈치가 없어도 내가 몸을 돌리면 노파를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상황.

         

       나는 강준을 믿었다.

         

       강준의 불타는 인성을 믿었다.

         

       내 발에 이호가 깔려 있을 때 강준이 어떻게 했던가? 나의 불안정한 자세를 보고 그 비열한 본능이 발동하는 것을 참을 수 없어 기습을 감행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반쯤 등을 보인 지금 상황에서 그 본능을 참는다고?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안된다!”

         

       “비켜라!”

         

       채앵!

         

       강준이 더없는 맹공을 퍼부었다. 방금 전의 일검이 잘 들어갔으면 날 끝장낼 수 있었다고 여기며 희망을 불태우고 있는 눈길이 심히 거슬렸다.

         

       순간 울컥해서 검을 너무 세게 쳐 버릴 뻔 했다.

         

       내 얼굴이 새빨간 색으로 물들었다.

         

       역시나 도박기술의 응용. 얼굴 표정을 꾸미는 기술이 극에 달하면 이런식으로 안색까지 조절할 수 있다. 아니 사실 빨간 얼굴은 얼굴에 힘만 주고 있으면 누구나 만들 수 있긴 하지.

         

       “빌어먹을, 내상!”

         

       이런 자식이 정파여도 되는 걸까?

         

       ‘이 녀석 아까 마지막 일격을 준비하면서 발이 미끄러지는 바람에 내상을 입었구나!’라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도록 단서를 던져준 건 나긴 하지만 말이야…

         

       아무리 그래도 상대가 약해졌다는 소식에 얼굴색이 확 달라지고 팔다리에 실리는 힘이 달라지는 것은 정파인의 자질로써는 어떤지 진심으로 의문이다.

         

       사천에 사파가 없으니 저런 사갈 같은 자식들도 정파 소리를 듣는구나.

         

       오늘 보여진 연출로 인해 내일부터 대협소리를 들을 강준의 모습을 상상하니 갑자기 창자가 뒤틀렸다.

         

       “하아아압! 태경일사!”

         

       강준의 모습에 의욕수치가 거의 바닥에 닿았기 때문에 나는 그 일검에 힘이 밀리는 것처럼 몸을 뒤로 날리며 검을 놓았다.

         

       태경문에는 검값을 한 10배로 뻥튀기해서 청구하지 뭐.

         

       “우욱…!! 이자식!”

         

       비틀거리며 두 걸음 물러났다. 시선 처리는 손. 군중들과 강준의 시선이 내 손에 몰리는 것이 느껴졌다. 내 손은 그야말로 사시나무처럼 떨리고 있었다.

         

       누가 봐도 더 이상 싸울 수 없는 상태.

         

       나는 주춤 주춤 물러서며 노파와 강준을 번갈아 노려보았다. 내 원독에 찬 모습에 노파가 뒷걸음질을 쳤다.

         

       강준 역시 시선을 눈치채고는 황급하게 노파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놈의 프로의식이 문제지 뭐가 좋다고 마지막까지 저런 놈한테 떡을 물려줄까. 아무튼 이젠 진짜로 끝이었다.

         

       “…두고보자 [태경문]!의 [삼보일검]!의 [강준]! 내 오늘 원한은 잊지 않겠다!”

         

       상체를 과도하게 앞으로 숙이며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모습을 연출하며 나는 뒷골목으로 퇴각했다.

         

       와아아아아아아!!!

         

       강준! 강준!

         

       삼보일검! 삼보일검!!

         

       태경문!! 태경문!! 태경문!!

         

       “어후, 씨이펄 진짜 존나 힘들었다.”

         

       “고생했어요 선배.”

         

       쥐도 새도 모르게 따라온 흑묘가 어느 새 내 곁에 서 있었다.

         

       “일반적인 중급 의뢰의 상황이 아니었으니까 알아 둬. 오늘 배워야 할 것은 현장의 상황은 늘 천변만화한다는 것이지. 상대도 나를 모르고 나도 상대를 모르는 상황에서 대응해야 하고 군중들에게 그 이면을 짐작할 여지를 주어서도 안 되고. 사천낭인이라는게 진짜 못 해 먹을 짓이라니까.”

         

       “지식으로는 알고 있었지만..오늘의 의뢰는 정말이지…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흑묘는 오늘의 연출에 상당히 감명을 받았는지 목소리가 상기되어 있었다. 그야 첫 의뢰에서 호천안 레전드를 현장에서 직접 목격했으니 그 감동이 오죽할까.

         

       내가 흑묘였다면 눈물을 흘리면서 박수를 쳤을지도 모른다.

         

       “그럴 땐 이렇게 하면 돼.”

         

       나는 엄지를 들어 보였다.

         

       그런 내 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흑묘는 양손으로 엄지척을 해 보였다.

         

       그 모습이 묘하게 귀엽게 보여서 피식 웃었다.

         

       배우는 게 빠른 후배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시상에나 마상에나 공모전 본선에 진출 했어요!

    호모나 세상에!

    Ilham Senjaya님이 읽어주신 덕분에 늦은 스타트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다른 분들에 비해 편수가 많이 모자라니 공모전 본선 기간에는 최대한 화수를 늘려보겠습니다!

    다시한번 독자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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