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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

       “국룰로 갈까요? 아니면 속전속결로 갈까요?”

         

        『지하빵은 국룰이죠』

        『빨리 끝내고 시참해요』

        『빠르게 처형하시죠 쌤』

        『ㅋㅋㅋ마레기 따위 뭐로 해도 순삭이져』

         

        “선택권 드릴게요. 국룰로 가시거나, 선 1킬 혹은 선 6렙 승리. 뭐로 가시겠어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dam0729): 1/6 가요]

         

        “네, 초대 받아주세요.”

         

        『도초리 ON』

        『체벌은 폐지된 것 아니었나요』

        『잔인한 장면이 이어집니다. 시청에 주의해주세요.』

         

        커스텀 방을 파고 아따먹을 초대하며, 도댓은 몸을 한 차례 스트레칭하고 VR장비 상태를 재점검했다.

         

        티를 안 내기 위해 과장되게 허리를 돌리고 팔을 뻗으며 국민체조를 하는 도댓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역시 도저씨니, 40대 국사선생님이니, 처형 준비운동이니 하는 채팅을 치며 낄낄댔지만-

         

        그의 심장은 귀에서 쿵-쿵- 하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쿵쾅거리며 요동치고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도적???』

        『???성기사 안 하세요?』

        『쌤 성기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러전에서 지면 핑계도 못 대지~』

        『도적 미러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지막까지 교육을 주시는 참 선생님 ㅠㅠ』

         

        검은 망토를 두른 채 단검을 쉭쉭 휘두르는 대기화면의 도적이 떠오르자 채팅창은 난리가 났지만, 도댓의 눈에는 이미 채팅 따위는 보이지도 않았다.

         

        손을 움직여 빌드를 찍는 단계로 넘어가서, 잠시 고민하는 척을 하다가 막힘없이 특성들을 찍어나갔다.

         

        언젠가, 정말로 도적 대 도적으로 아따먹과 만나게 된다면 어떤 빌드로 싸워야 할까 하루 종일 고심하다가 정했던 빌드였다.

         

       강의 방송으로의 유명세 (그리고 28살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30대 중후반은 되어보이는 액면가) 덕에 ‘훈장님’ 혹은 ‘선생님’이란 별명을 얻은 도댓.

         

        그는 전업 스트리머로서 나름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처음 그가 방송을 시작할 때는 감히 상상도 못했던 돈이 그의 통장에 매달 쑤셔 넣어지고 있었음에도, 그는 단 한 번도 진심으로 만족한 적이 없었다.

         

        돈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그의 가슴 깊은 곳에는 돈도, 방송도, 나오나도 아닌,

        도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도댓으로서, 그 날 자신도 모르게 뱉어버린 그 말은 정말이지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도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한 말이었다.

         

        ‘도적은 아따먹?인가 하는 사람이 좀 하던데?’ 라니.

         

        차마 ‘나보다 잘 하던데’라고는 말할 수 없어서 했던 그 말은, 그 전에도 후에도, 그 누구에 대해서도 해본 적 없는 말이었다.

         

        그러나 참을 수가 없었다.

         

        전날, 도댓은 부캐를 키우던 중 만난 한 도적이 짜는 지하 루트를 보고 숨이 턱 막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었다.

         

        도적을 누구보다 사랑했고, 누구보다 많이 플레이했던 그였기에 알 수 있었다.

         

        저 루트가 얼마나 말도 안 될 정도로 완벽하게 최적화 되어있고,

        나머지 11명의 챔피언과 빌드까지 반영하고 있으며,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맵리딩에 따라 계속하여 다시 짜여지고 있는지.

         

        가볍게 노가리를 까며 소통할 생각으로 시작한 부캐 방송이었음에도, 오디오가 비어버렸다.

         

        도저히 게임에도, 방송에도 집중할 수가 없었다.

         

        도적은 언젠가 패러데이 게임즈가 무지성 상향을 해주기 전까지는 할 수 없는 캐릭터.

        자기 실력보다 최소 2~3단계 이상 낮은 티어에서나 쓸 수 있는 예능용 캐릭터.

         

        그렇게 생각하고 도적을 저버렸던 그의 뒤통수를, ‘아따먹’이란 아이디의 한 유저가 힘차게 한 방 때린 것이다.

         

        그것이, 아따먹과의 첫 번째 만남이었다.

         

         

         

        아따먹과의 두 번째 만남은 한 영상 도네이션이었다.

         

        방송 시작 후 단 30분간 가지는 영상 도네이션의 시간에, 누군가가 기다렸다는 듯이 하나의 영상을 보내왔다.

         

        영상의 미리보기 화면에서는 한 광전사와 도적이 마주보고 있었다.

         

        또 도적이 감히 광전사한테 덤볐다가 30초만에 사망하는 영상이리라고 생각하며, 형식적으로 감사를 표하곤 심드렁하게 영상을 재생했다.

         

        그러나.

         

        날카로운 타이밍을 노려 달려든 광전사는, 허탈하리만치 깔끔하게 함정도끼에 갈리며 사망했다.

         

        채팅창은 ‘버그좃망겜’ ‘핵 아님?’ 따위를 도배하고 있었지만, 그의 눈에는 얼핏 보였다.

         

        그렇기에 그는 홀린듯이 영상 도네이션을 다시 재생했고-

         

        채팅창이 슬슬 물음표를 도배하고 있음에도 3번째로 다시 재생했다.

         

        그리고 그제서야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패링.

         

        패링이었다.

         

        이 미친 도적은 도끼날 함정을 패링했다.

         

        패링당한 무기는, 기존 진행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빠르게 튕겨져 나간다. 패링에 성공한 직후에 상대의 자세가 무너진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패링의 쾌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연출이다.

         

        그리고, 도끼날 함정은 데미지가 무식하게 높은 무기 판정이다. 양손도끼에 사용한 코드를 그대로 가져와서 데미지만 올려놨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도끼날 함정의 움직임에 맞춰 패링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당연하게도, 반대 방향으로 빠르게 튕겨져 나간다.

         

        다시 말해, 방금 여유롭게 피했다고 생각한 도끼날 함정이 인간인 이상 반응이 불가능한 속도로 다시 캐릭터를 덮치게 된다.

         

        이론적으로는 설명이 쉽다.

         

        하지만.

         

        도댓은 광전사로 온 맵을 누리며 트롤을 하던 아이언 시절에, 한 판 내내 지하 함정에서 날아드는 도끼날에 쌍도끼를 휘두르며 논 경우도 있었다.

         

        단 한 번도, 우연으로조차 패링이 된 적은 없었다.

         

        그걸 패링 판정이 가장 박한 단검으로, 그것도 대형 무기를 상대로 해낸다고?

         

        미친 플레이였다. 100번을 시도해서 한 번을 성공할 자신도 없었다.

         

        쿵쾅거리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킨 도댓은 그제야 도적의 머리 위에 떠있는 아이디를 살폈다.

         

        아따먹.

         

        왜 마스터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단언컨대 도적의 정점이라고 볼 수 밖에 없는 사람.

         

        영상을 본 순간부터, ‘저 사람과 도적 대 도적으로 붙어보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한 때 느꼈던 좌절감은 어느새 승부욕으로 승화되었다.

         

        아따먹과의 두 번째 만남이, 기어이 그의 가슴 깊이 묻어두었던 도적대디를 꿈틀거리게 만든 것이다.

         

        자신의 시청자일 거라고는 생각 못했지만.

         

        ‘……특히 그런 시청자……일 거라곤…….’

         

        ‘과묵하고 냉철한, 지능적인 사람을 상상했는데…….’

         

        하지만 지금의 도댓으로서는 아무래도 좋았다.

         

        애초에, 아이디를 본 순간부터 한 판 붙어볼 생각이었다.

         

        만약 노래가 끝날 때까지 아따먹이 아무 말도 없었다면, 도댓 스스로 1:1 지하빵을 부탁했을 것이다.

         

        시참권을 뽑았으니 1:1 지하빵으로 시참하고, 이기면 감형해주겠다는 둥의 말을 하며.

         

        고맙게도 아따먹이 먼저 결투를 제안했으니, 그간 방송을 끄고도 쌓아왔던 실력을 모두 동원해서 부딪힐 뿐이었다.

         

        고대하고 고대하던 이 순간.

         

        드디어, 아따먹과의 세 번째 만남이었다.

         

        “으잇~쌰하아.”

         

        머릿속을 잠식하려 드는 기억들을 애써 치우고, 도댓은 긴장된 숨을 내뱉으며 시작된 카운트다운을 응시했다.

         

        곧, 축축한 한기가 온 몸에 스며드는 지하의 전장에서 그 날의 그 도적과 만난다.

         

        스스로 인정해버린 도적의 정점과 칼을 나눈다.

         

        도적으로만큼은 결코 지고 싶지 않았다.

         

        .

        .

        .

        .

        .

        .

         

         

        “저거, 뭐야?”

         

       『아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함정상자를 앞에 두고 마주친 도적의 정점은, 양 팔에는 판금 갑옷을 두르고, 다리에는 중갑을, 몸통에는 가죽 갑옷을 걸친 채, 투구조차 없이 스텝을 밟고 있었다.

         

        아따먹과의 세 번째 만남은, 아니 만나는 것이 좋았을지도 모른다.

         

        * * * *

         

        [작성자:ㅇㅇ]

        [제목: 도댓쌤 회초리 매섭다]

        [아따먹인가 하는 애 레벨링 안 하고 템부터 노리는거 바로 파악하고 상자로 뛰네

         

        이게 심리전인가]

        –     심리전으로는 갈림길까지만 간거고 거기부턴 발걸음 들은거

        –     발걸음이 들렸어?

        –     ㄴ ㅇ 개작게 들렸는데 ㅋㅋㅋㅋㅋㅋ 도댓쌤 원래 사플 잘 함

        –     성기사가 사플이 왜 필요하지 지상에서 상남자 라인전만 하는데

        –     ㄴ 걍 나오나를 잘하니까 다 잘하는거지 뭐

        –     ㄴ 가끔 도적도 하자너 ㅋㅋㅋㅋ

        –     ㄴ 도댓쌤 도적으로도 다이아까진 다 갖고 노는데

         

        [작성자: ㅇㅇ]

        [제목: 아따먹인가 뭔가 진짜 너무 역겨워]

        [(방송 화면 캡쳐)

        도댓쌤이 바쁜 시간 내서 1:1로 결투해주는데 갑옷 입은 꼬라지 봐

         

        결투재판이 컨텐츠라 하니까 지가 맘대로 시간낭비해도 되는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아니면 어차피 질 거 갑옷 이상하게 입어서 진 거라고 정신승리 하려는 거야?

         

        어느 쪽이든 진심 너무 역겹고, 저런 애 상대로도 진지하게 해주는 도댓쌤 불쌍해서 손이 떨려

         

        누가 저런 빻은 아이디 쓰나 했는데 인성도 빻아야 쓰나봐]

        –     거……. 본인 본진으로 가십쇼

        –     아따먹 역겨운 건 팩튼데 넌 꺼져라

        –     아따먹 눈나에 대한 공격은 나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 아따먹 눈나와 나는 한몸으로 일체가 됐다.

        –     ㄴ 헤으응…한 몸…이어진 한 몸…

        –     ㄴ 제발 너희 다 고소당했으면 좋겠어

         

        [작성자: ㅇㅇ]

        [제목: 진짜 미친 컨셉충이네 저거]

        [저게 뭔 갑옷 빌드야

       

       

       쟤 평소에도 저렇게 입고 트롤함?]

        –     나 아크 방송 자주 봐서 아는데 절대 아님 원래 정석대로 가죽갑옷 입음

        –     ㄴ 저번에 아크 승급전 저격할 때부터 저 ㅈㄹ 했자나

        –     ㄴ 그니까 그게 처음이라고

        –     ㄴ ㅇㅎ;

        –     그럼 원래는 제대로 입는데 지금 왜 저러는거

        –     걍 흔한 어그로지

        –     ㄴ 도댓쌤 맨날 저런 거까지 하나하나 상대해주는거 좀 그래

        –     ㄴ ㄹㅇ 어그로 더 꼬이는 짓 같은데

         

        [작성자: 갓따먹]

        [제목: 야 빨리 도댓 방송보러가라 큰일 터지기 10초전]

        [이거 안 보면 인절손 각임 ㄹㅇ 진짜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인절손: 인생 절반 손해봤어의 준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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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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