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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

       

       

       ‘제대로 미친놈이군.’

       

       적당히 팔 하나 정도는 분질러줘야 말을 들을 놈이다.

       

       칼리오페가 레이피어를 제 얼굴 앞에 가져다댔다. 그것은 평정을 유지하기 위한 그녀만의 방책이었다.

       

       다음 순간 칼리오페의 두 눈이 칼날의 그것처럼 차갑게 가라앉았다.

       

       어찌 되었든 상대는 백탑을 단신으로 박살낸 실력자였다. 근위기사 둘이 뿜어내는 살기를 담담히 받아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칼리오페는 단호한 얼굴을 지었다.

       

       ‘상대를 잘못 골랐다.’

       

       그들은 밤까마귀.

       

       명예로운 패배와 비겁한 승리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후자를 선택할 이들이었다.

       

       주군에게 충성하되, 그 수단을 가리지 않는 기사.

       

       기사이되, 한없이 기사답지 않은 자들.

       

       그것이 밤까마귀의 정체성이었다.

       

       칼리오페가 눈짓했다.

       

       “세트. 적당히 틈이 보이면 가세해라.”

       “알겠소.”

       

       슬금슬금 옆으로 돌아가는 세트를 보며 올리비아가 말했다.

       

       “동시에 덤비려고?”

       “왜? 이제 조금 겁나나?”

       “개미 눈꼽만큼? 아무래도 그 이상은 조금 힘들지 않나 싶네.”

       

       올리비아가 싱그러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것이 도발임을 알아차리지 못한 사람은 없었다.

       

       칼리오페가 얼굴에서 미소를 지웠다.

       

       이 이상의 대화는 필요 없다. 저 마녀의 얼굴을 마주하고 있자니 별 같잖은 도발에도 분노가 끓어오른다. 

       

       “어디 그 팔이 잘려나가도 웃을 수 있나 보자!”

       

       다음 순간 칼리오페의 신형이 순식간에 앞으로 쏘아졌다.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무수한 검격이 날아들었다.

       

       시야를 가득 메우는 주홍빛 검격. 하나 하나가 베기의 묘리를 품고 있는 검격이었다.

       

       올리비아가 그 광경을 보며 눈빛을 빛냈다.

       

       ‘제대론데?’

       

       솔직히 말해서 키엘의 검술보다 훨씬 화려했다. 위력은 그쪽이 훨씬 강할지 몰라도, 화려하다는 면만 놓고 보면 이쪽이 우세였다.

       

       그리고 칼리오페도 검술만 놓고 보면 어디서 빠지지 않는 인간이었다.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무려 단장급 무력을 지닌 인물이다. 그런 인간이 약할리가 없다.

       

       촤좌좌좌좍!

       

       사방에서 쏟아지는 검기가 시야를 가득 메웠다. 

       

       ‘게임이랑 싸우는 방식이 똑같다면…….’

       

       올리비아는 느릿하게 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녀의 손 끝에서부터 푸른 기운이 퍼져나갔다.

       

       터더더더덩!

       

       검격들이 두꺼운 보호막을 뚫지 못하고 튕겨나간다.

       

       “흐읍!”

       

       칼리오페는 순식간에 세 걸음 뒤로 밀려났다. 

       

       ‘단단해.’

       

       강도뿐만이 아니다. 놈과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온몸이 얼어붙는 느낌이다.

       

       칼리오페는 검끝에 엉겨붙은 얼음 조각들을 털어냈다. 잠깐 부딪힌 것 같은데 그새 얼어붙은 모양이다.

       

       이렇게 되면 연계는 커녕 다가가는 것도 쉽지 않다.

       

       “크윽!”

       

       역시나 보호막을 깨뜨리지 못하고 튕겨나간 세트가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며 착지했다.

       

       “저거 더럽게 단단하오.”

       “나도 안다.”

       “대장, 근데 혹시 불 있소?”

       “……불은 왜?”

       “손이 얼었소. 주먹을 펼 수가 없소.”

       “…….”

       

       뭐 이런 새끼가 다 있지?

       

       칼리오페가 진심으로 어이없다는 얼굴을 했다. 머저리인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로 머저리인 줄은 몰랐다.

       

       전투중에 불을 피워 달라고?

       

       그것도 뭐? 손이 얼어서?

       

       이, 이 빌어먹을 새끼…….

       

       내가 반드시 폐하께 쳐내라고 건의드린다.

       

       심상찮은 기운을 느꼈는지 세트가 변명하듯 말문을 열었다.

       

       “내가 설마 미쳤다고 전투 중에 방심하겠소? 다 이유가 있어서 그런거요.”

       “그 이유가 뭔데?”

       “살기가 없소.”

       “뭐?”

       

       세트가 주먹으로 올리비아를 가리켰다. 손가락을 펴지 못해 주먹을 통째로 드는 꼴이 퍽 우스꽝스러웠다.

       

       “저 마녀. 우릴 공격할 생각이 없단 말이오.”

       

       칼리오페가 눈을 게슴츠레 떴다.

       

       생각해보니 지금쯤이면 진작에 공격을 하고 남았을…….

       

       쩌저저저적!

       

       “흐에에엑! 손이이! 내 손이이이!”

       

       세트가 기겁을 하며 온몸을 흔들어댔다. 그러거나 말거나, 냉기는 우직하게 세트의 몸을 타고 퍼져나갔다. 그 잠깐 사이에 양 팔이 새파랗게 얼어붙을 정도였다.

       

       “대장! 대자아앙!”

       

       뭐? 살기가 없어?

       

       죽일 생각으로 만전이구만.

       

       칼리오페는 미련없이 세트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워낙 체력 좋은 놈이니 저렇게 내버려둔다고 죽지는 않을 것이다.

       

       “저대로 내버려두면 얼어죽을텐데?”

       “…….”

       

       칼리오페는 대답 대신 싸늘한 눈초리를 던졌다.

       

       이제보니 기온이 심상치 않다.

       

       ‘……왜 몰랐지?’

       

       입김조차 얼마 나아가지 못하고 결정으로 화할 정도의 추위다. 아무리 몸에 열이 난다지만, 이 정도로 급격한 변화를 알아채지 못한 건 심각한 문제다.

       

       이제 보니 단순히 저 마녀 주변만 추운게 아니였다.

       

       쩌저저저적!

       

       산맥 전체가 얼어붙고 있었다.

       

       칼리오페의 고민은 짧았다.

       

       이 이상 시간을 끌었다가는 세트나 자신이나 얼어죽고 말것이다.

       

       “……팔만 자른다는 말은 취소다.”

       

       단번에 전력으로 가주마.

       

       화아아악!

       

       칼리오페의 레이피어가 더없이 붉은 기운을 뿜어냈다. 

       

       검기가 마치 불기둥처럼 솟구치더니, 삽시간에 추위를 잠재웠다.

       

       칼리오페는 레이피어를 가볍게 좌우로 흔들었다. 검로에 쌓여있던 눈이 순식간에 녹아내린다.

       

       “마법검?”

       “알아챘어도 이미 늦었다!”

       

       투콰아앙!

       

       칼리오페가 서 있던 대지가 조각조각 갈라졌다. 다음 순간 그녀의 신형이 쏜살같이 앞으로 쏘아졌다.

       

       수십 갈래로 갈라진 검격이 사방에서 올리비아를 노리고 날아든다. 

       

       하지만 방금과는 그 기세부터 다르다. 칼리오페가 만들어낸 뜨거운 검풍이 차가운 공기를 순식간에 밀어내며 전진한다.

       

       검격이 눈으로 셀 수 없을 만큼 그 수를 늘려나간 순간.

       

       “세트!”

       “알고 있소!”

       

       촤아아아아악!

       

       어느새 양 팔을 회복한 세트가, 올리비아의 등 뒤에서 나타났다.

       

       그는 처음부터 이런 상황을 계획했다는 얼굴이었다.

       

       ‘어떠냐!’

       

       세트는 밤까마귀 내에서 곰이라고 불렸다. 미련하고 우둔하지만, 잔머리 하나만큼은 기가 막힌.

       

       그는 제 우둔함을 이용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하하하하! 죽어라!”

       

       검은 마력에 물든 주먹이 대기를 찢으며 날아들었다.

       

       동시에.

       

       “이것도 막아 봐.”

       

       레이피어의 정수.

       

       수십, 수백 개의 베기 사이에 숨겨져 있던 단 하나의 찌르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실 레이피어는 찌르기를 위해 만들어진 무기다. 베기를 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워낙 무게가 가벼운 탓에 힘을 싣기도 힘들다.

       

       그 간단한 상식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촤좌좌좌좌좍!

       

       하지만 저 무수한 검격 앞에서 그런 상식을 떠올릴 수 있는 이 또한 없을것이다.

       

       칼리오페의 온 몸에서 짙은 열기가 올라왔다.

       

       라인셀 가(家) 비기.

       

       일섬.

       

       슈오오오오!

       

       칼리오페의 일격이 시간을 쪼개며 나아갔다. 눈으로 쫓기 힘들 정도로 압도적인 속도는, 검술을 펼친 장본인조차 그 검로를 읽기 힘들 정도였다.

       

       단 하나의 찌르기!

       

       그곳에 실린 압도적인 회전력은, 수 년간 칼리오페와 함께했던 세트조차, 아니. 칼리오페 자신조차 경험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건 마치, 얼음 속에서 생명을 피워내는 꽃.

       

       단단한 빙하를 꿰뚫고 줄기를 뻗어내듯, 모든 것을 꿰뚫으며 전진했다.

       

       ‘이건 절대 못 피한다!’

       

       전면과 후면에서 동시에 쏘아지는 일격.

       

       어느 하나 무시할 수 없는 필살의 일격이었다.

       

       외통수다.

       

       이 자식아.

       

       놈에게 남은 최선의 방법은 밤까마귀 중 한 명을 길동무로 끌고 가는 것이지만, 여태껏 그런 선택을 한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로엘 왕국의 검귀(劍鬼)도, 카니스 왕국을 무너뜨리려던 흑마법사도.

       

       대륙의 내로라하던 악인들도.

       

       모두 같은 선택을 했고,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다.

       

       올리비아가 양 방향으로 손을 뻗자 칼리오페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네 놈도 두 쪽 다 막아보려고 하는구나!’

       

       다음 순간.

       

       투콰아아아아앙!

       

       힘과 힘이 충돌하며 만들어낸 폭발이, 구름까지 솟구쳤다.

       

       

       

       *****

       

       

       

       “허억, 허억, 허억…….”

       “끄흐, 끄흐, 끄흐흐…….”

       

       제가 만들어낸 폭발에 휩쓸려 튕겨나갔던 밤까마귀들이 헐떡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다행히 소복히 쌓인 눈 위에 떨어진 탓에 큰 부상은 면했다.

       

       칼리오페는 욱신거리는 오른팔을 내려다보았다.

       

       주체할 수 없이 떨리는 것은 물론이고, 사방이 멍과 터진 핏줄들로 엉망이었다.

       

       각 잡고 한 달은 요양해야 회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근데 병가는 어떻게 내지? 황녀님 내팽겨치고 북부로 무단 이탈한 건 또 어떻게 설명해야 되고? 마녀 한 명 처치했다고 하면 정상 참작을…….

       

       참작을…….

       

       잠깐.

       

       “……세트.”

       “대장, 방금처럼 오러 한 번만 더 뿜어주면 안되오? 이거 팔이 영 상태가…….”

       “세트!”

       

       폭발의 연기가 천천히 걷혀나간다. 

       

       “……왜 그러시오?”

       

       세트의 시선이 칼리오페가 바라보는 쪽을 향해 천천히 돌아갔다.

       

       방금 건 밤까마귀에 들어온 이래 최고로 강력한 일격이었다. 그걸 맞고도 살아남는건 불가능…….

       

       “어, 어떻게…….”

       

       그곳에 올리비아가 서 있었다.

       

       대수롭지 않다는 얼굴로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면서.

       

       “마, 말도 안 돼. 분명…….”

       

       저게 가능할 리가 없다. 그 특유의 손맛은 분명 보호막을 깨뜨릴 때 나오는 그것이었다.

       

       무언가를 발견한 칼리오페의 눈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몇 번을 확인해 보아도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보호막은 분명 깨져 있었다.

       

       딱 한 개만.

       

       그것도 개미 눈꼽만큼.

       

       “어……. 어…….”

       “깜짝 놀랬잖아. 이 새끼들아.”

       

       ……그쪽이 놀랐다고요?

       

       우리가 아니라?

       

       “질문 하나만 하자.”

       “…….”

       “너희들 누가 보냈냐?”

       

       어느새 코 앞으로 다가온 올리비아가 악마같은 미소를 지어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헤엄치는 새’님 1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Ilham Senjaya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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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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