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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

       “이제 마지막 하나만 남았네요. 여기예요.”

         

        – 마지막에는 대체 어떤 놈이 기다리고 있는 걸까

         

        또 몇 시간이 흘러, 파랑이 마지막 오브제가 위치한 곳에 도착했다.

         

        시청자 수를 보니 3만. 래셔스 뱃속에 있을 때만 해도 1만이었는데.

         

        아마 두근두근 래셔스 asmr이 끝났다고 인터넷에 소문이라도 돈 모양이다.

         

        “이번엔 진짜 징그러운 게 아니예요.”

         

        채팅창에 순식간에 여러 이모티콘이 도배된다. 화났나.

         

        “화났어요?”

         

        – 네

        – 나

        – 나

        – 락

        – 락

        – 나

        – 네

        – 뿔났어요

         

        “그렇군요.”

         

        딱히 파랑의 알 바는 아니다.

         

        “이번에는 ‘하이브’에 들어갈 거예요.”

         

        – 하이브?

        – 그뭔

        – 이름에서부터 불길한 향이

        – 내가 아는 그거?

         

        “개념은 얼추 비슷해요. 말 그대로 괴어들의 군락지 역할을 하는 구조물이나 지형을 가리키죠.”

         

        – ‘고란이’ 님이 1500원 후원! –

        [ 오브제랑은 다른거임? ]

         

        “하이브도 오브제의 일종이예요. 다만 괴어가 수백, 수천마리는 들어가서 살 수 있을 만큼 크죠. 지상의 던전 같은 느낌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 얼마나 크길래

        – 아니 괴어가 수백마리요?

        – 예???

        – 던전 같은 느낌이면 보스도 있음?

         

        “있어요. 다만 오늘 잡을 건 보스가 아니긴 하지만요.”

         

        보통 하이브 생태계 내의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는 종이 있다. 아우리타처럼 무리지어 생활하는가 하면, 향고래처럼 그냥 체급으로 압살하는 경우도 많다.

         

        “참고로 동해에도 하나 있어요. 심지어 꽤 큰 편이죠.”

         

        – ????

        – 내가 아는 그 동해??

        – 아니 심지어 큰 편이라고?

         

        “무섭죠? 절대 잠수를 하면 안 될 것 같아요.”

         

        – 아주 얼굴색도 안 바뀌고 말하시는군요

        – 이 구도로 얼굴색이 어케 보임

        – 그냥 안 바뀌었을 것 같음

        – 그건 맞음

       

        “나중에 동해에 있는 하이브도 한 번 들어가 볼 거예요.”

         

        그쪽은 원래 파랑이 담당하는 구역이니까. 주기적으로 청소를 싹 해줘야 한다.

         

        평소에는 크라켄을 부르지만, 뭐. 보스만 빼면 크라켄 없이도 충분히 가능하다. 샤오나 엘비라를 데려가도 괜찮을 것이다.

         

        “음.”

         

        잡생각은 여기까지. 이제 진짜 일을 해야지. 이미 홍콩에 가서 뭘 먹을지도 정한 파랑이다. 얼른 끝내고 쉬고 싶다.

         

        파랑이 카메라를 돌려 하이브를 비췄다.

         

        “동중국해의 하이브예요. 해저 헌터들은 편의상 ‘주방’이라고 부르죠.”

         

        시청자들은 세 가지 부분에서 크게 놀랐다.

         

        먼저 하이브라고 불린 구조물의 모양.

         

        한 눈에 보아도 ‘아, 저게 하이브구나’라고 할 만한 구조물이 떡하니 물속에 있었다.

         

        거대한 소라고둥. 말려올라간 모양의 패각, 길쭉한 입구, 길쭉한 꼬리를 따라 갈비뼈처럼 돋아난 뿔까지.

         

        줄만 달아놓으면 영락없이 마법의 소라고둥이다. 그만큼 정석적인 생김새.

         

       

        둘째로는 하이브의 크기.

       

        길쭉한 타원형의 입구로 심해어들이 들어갔다 나갔다 하는 것이 마치 SF영화에서 보던 거대한 워프게이트 속으로 드나드는 우주선 같아 보였다.

       

        그러니까, 자신들이 본 몇십 미터 크기의 괴어들이 고작 거대 게이트 앞의 우주선처럼 보일 정도로 그 크기가 크다는 얘기였다.

         

       

        셋째로는 입구를 통해 얼핏 보이는 내부.

         

        – 아니 왜 진짜 주방임??

        – 나만 보이는 거 아니구나 저거

        – 진짜 ㄹㅈㄷ네

         

        그 안에, 분명히 ‘냄비’라고 볼 수밖에 없는 물건의 편린이 슬쩍 삐져나와 있었다.

       

        다만, 그 손잡이의 크기가 옆을 지나가던 괴어와 같았다.

         

        그야말로 뭐가 뭔지 이해가 불가능한 초자연적이고 기괴한 광경.

         

        “하이브예요. 해저 헌터들이 파악한 바로는 안쪽에 500마리 정도의 괴어가 산다고 하구요.”

         

        해저 헌터들이란 오케아노스를 말하는 것이다. 평범한 해저 헌터들은 개체수 연구고 뭐고 여기까지 오지도 못한다.

         

        현재 수심은 해저 3.5km. 하이브 근처이니만큼 주변에 괴어도 어마어마하게 많다.

       

        뭐, 몇십 미터짜리 괴어가 2m도 안 되는 인간 하나 잡아먹자고 달려들진 않겠지만.

         

        직접 달려들지 않더라도, 심지어 먹이를 먹으려는 의도조차 가지지 않은 채로도 사람을 개미 죽이듯 죽일 수 있는 괴어들은 넘쳐나는 법이다.

         

        “그럼 안에 들어가서 빠르게 목표만 처리하고 나올게요.”

       

        그리고 파랑이 마경 안으로 진입하기 위해 수영속도를 높였다.

         

        느릿느릿 입구를 향해 나아가는 괴어들 사이로 질주하는 파랑은 마치 레이싱 게임에서 혼자 앞으로 치고 나가는 주인공의 차량처럼도 보였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가지각색의 괴어들 사이에서 헤엄치는 기분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흔히 우리가 심해어 하면 떠올리는 아귀부터 래셔스나 벨루아같은 익숙한 녀석들, 구물거리며 일제히 나아가는 바다뱀, 청새치, 상어 등등.

         

        당연히 생전 처음 보는 괴어부터 저게 물고기는 맞나 싶은 것, 심지어는 애초에 살아있는 건지가 의문인 무언가도 하이브의 안으로 향하고, 또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그 모든 것들을 유유히 앞질러 가던 파랑이 마침내 하이브 안에 입성했다.

       

        신기하게도 안쪽의 풍경은 굉장히 밝았다. 굳이 비유하자면 낮의 불 꺼진 식당 같은 느낌. 실제로 무슨 원리인지는 모르겠으나 벽 곳곳에 붙은, 창문을… 표현한 듯한 사각형의 구조물에서 밝은 빛이 비쳐들어오고 있었다. 표현했다는 술어가 올바른지는 모르겠지만.

         

        바닥에는 하양과 검정이 규칙적으로 뒤섞인 체스판 모양 타일이, 벽면에는 순백색의 금속 타일이.

       

        정말 영락없는 주방의 모양새였다. 지상의 주방과 다른 것은 딱 두 개뿐.

         

        첫째로 지상의 주방은 이 정도로 거대하지 않다. 이건 마치 키가 700m쯤 되는 사람이 쓰라고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둘째로 지상의 주방에는 괴어가 곳곳에 자리잡고 있지 않다. 싱크대 안에서 딱딱거리는 게, 국자에 들러붙은 불가사리, 식기세척기 안에서 빼꼼 고개를 내민 뱀장어.

         

        이곳저곳 떠다니는 괴상한 살덩어리, 바닥에 들러붙어 위를 쳐다보는 진녹색 점액, 검고 얇은 다리로 쓰레기통 안으로 기어들어가는 조개.

         

        그리고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괴어에게 달라붙어 살점을 물어뜯는 해골들. 저건 샤오가 보내둔 것이다. 일종의 자동사냥.

         

        어쨌든. 익숙한 일상의 공간에 이질적인 요소들이 더해지니 그만큼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할 수가 없었다.

         

        – 이런 게 동해에 있다고?

        – ㅅㅂ 그러네

        – 비쥬얼 ㅈ되네

         

        “동해에 있는 건 여기보다 다섯 배 정도 커요.”

         

        – ‘ㅇㅇ’ 님이 10000원 후원! –

        [ 그러니까 내가 수영하던 곳에서 아래로 헤엄치면 이런 풍경이 나온다고? ]

         

        “맞아요. 수영하는 여러분 발 밑에는 이런 것들이 있어요.”

         

        그 말에 채팅창이 잠시 조용해졌다.

         

        막연히 다른 세상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던 심해가, 자기들 발 밑에 진짜로 존재한다고 생각하니 그제야 무서운 마음이 들었다.

         

        – 오늘부터 잠수 그만두련다

       

        파랑의 기분이 급격히 좋아졌다.

         

        “저도 여기 오래 있고 싶진 않아서요. 얼른 목표만 처리하고 나가죠.”

       

        목소리 톤이 살짝 높다. 신났다는 뜻이다.

         

        – 근데 목표가 뭐임?

         

        “저거예요.”

       

        다행히 목표로 하는 오브제는 ‘주방’ 안에서도 가장 입구와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그녀가 가리킨 것은 입구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잡고 있던 냄비 속의 게였다.

         

        우리가 게장으로 자주 만나는, 등딱지가 길죽한 꽃게류는 아니다.

         

        한쪽 집게가 비정상적으로 큰 농게. 일반적인 농게는 집게와 몸통의 크기가 비슷하다. 괴어화가 된 후에는 집게에 몸이 붙어있는 수준으로 집게가 커진다. 실제로 뇌를 비롯한 핵십 기관이 집게로 옮겨간다. 몸통은 순전히 다리로 전락하는 것이다.

         

        “투부카라고 불러요, 몸길이를 크기의 기준으로 삼는 서펜트형 괴어와는 다르게 집게의 길이를 크기의 기준으로 삼죠. 저건 100m쯤 되어보이네요.”

       

        본래 투부카의 집게 크기는 커봤자 50m를 넘지 못한다. 저 오브제 안에 자리를 잡았으니 당연한 결과겠지만.

         

        냄비 안 농게의 주변에는 여러 괴어들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평범한 물고기부터 조개, 정체불명의 무언가, 심지어는 ‘저걸 먹는게 가능해?’ 싶은 부정형의 무언가까지.

         

        투부카는 주변에 널브러진 것들 중 살이 토실해보이는 괴어의 시체에 집게를 박아넣은 상태였다.

         

        식사 중인 것이다. 투부카의 입은 집게에 달려 있다.

         

        파랑이 스르륵 물살을 가르며 투부카에게 다가갔다.

         

        다른 괴어라면 몰라도 투부카라면 손쉽게 처리할 방법이 많다.

         

        내심 크라켄을 써야 하는 상황이 오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했던 그녀다. 다행인 셈.

         

        아무튼, 파랑이 투부카에게로 조용히 접근했다. 기습은 좋아하지 않지만, 투부카는 이렇게 잡는 게 가장 빠르고 확실하니.

         

        파랑은 백 미터가 넘는 집게에 이제 팔 뻗으면 닿을 거리까지 도달했다. 이쯤 되니 그냥 벽처럼 보인다.

         

        투부카의 시야각상 집게 뒤에 딱 붙어 숨은 1.6m짜리 인간을 찾아낼 수는 없다.

       

        파랑이 조용히, 하지만 빠르게 헤엄쳐 투부카의 몸통을 구성하는 갑각과 집게를 이루는 갑각의 사이에 위치한 공간으로 쏙 들어갔다.

         

        아무리 거대한 괴어라고 해도 몸 속에 무언가가 들어왔는데 눈치를 못 채진 않는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

         

        투부카가 즉시 주변을 마구 헤집으며 지랄 발광을 시작했다.

         

        그러나 전투력이며 기동력, 심지어는 사고력까지 집게에 몰빵한 투부카다. 차라리 몸통으로 파랑이 들어갔더라면 몸통을 내리쳐 으깨버리면 된다. 하지만 집게는? 집게 빼고 온 몸이 퇴화했는데 뭘로 내리친단 말인가.

         

        투부카가 급히 냄비 벽이며 바닥과 같은 곳에 집게를 쾅쾅 부딪혀 보지만, 이미 제대로 안쪽까지 들어가 말랑한 살을 움켜쥔 파랑은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다만 지익- 지이이익- 하는 소리를 내며 집게 안의 말랑한 속살들을 마구잡이로 헤집고 다닐 뿐.

         

        당연히 그 고통은 상상초월이다. 인간으로 비유하자면 1.6cm짜리 벌레가 2cm짜리 작살을 들고 귓속으로 들어간 다음 머릿속을 헤집는 셈이다.

       

        정신이 안 나가고 배길 수가 없다.

         

        그리고 시청자들도 덩달아 정신이 나가고 있었다.

         

        벌레가 되어 인간의 머릿속을 탐사하는 영상을 일인칭 시점으로 보고 있는 셈이니.

         

        어두운 공간 속 후레쉬 불빛만이 유일한 시야가 되고, 그곳에는 온같 살점이며 핏줄들이 듬뿍듬뿍.

         

        자르고 째고 꿰뚫으며 쾌속전진하는 파랑의 시야를 찍는 카메라에는 움찔움찔 꿈틀꿈틀하는 정체모를 장기들이 불쑥불쑥하고 가끔은 피도 푸샤샤샥 눈알이 쑤우우우욱 치고 들어오는 화면을 보고 있자니 투부카 이상으로 정신이 나갈 것 같다.

         

        늘상 피며 살점만 보고 사는 헌터도 그런 게 나오면 깜짝깜짝 놀라는데 하물며 일반인은 어떻겠는가.

         

        어떻긴 뭘 어때. 아주 죽을 맛이지.

         

        – 안징그럽다며안징그럽다며안징그럽다며

        – 방금지나간거 폐임심장임?

        – 폐임

        – 심장아님?

        – 둘다 지나간거 아님?

         

        그렇게 파랑이 투부카의 뇌며 눈까지를 모두 조각내었다. 이 정도면 틀림없이 절명이다.

         

        특수 오브제 3개 토벌 끝. 파랑이 여유롭게 ‘주방’의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다시 어마어마한 속도로 수영.

         

        파랑은 어느 때보다 냉철하고 차가운 눈으로 앞을 노려보았다.

         

        홍콩에 도착하면 샤오룽바오를 반드시 먹어야겠다. 그녀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생각이었다.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날 것 같았다. 포항에서부터 여기까지 아무것도 못 먹었으니.

         

        음, 아무리 그래도 그게 방송에 송출되면 좀 그렇지.

         

        “여기까지 할게요. 여러분 수고 많으셨어요.”

         

        – 네 덕분에 수고 많았네요 ㅅㅂ

        – 수고한 줄은 아는구나…

        – ㅋㅋ 난 눈 감고 소리만 들었는데 ㅋㅋ ㅅㅂ 귀까지 막을걸

         

        채팅창이 즉시 씹창났다.

         

        하지만 파랑의 알 바는 아니다. 이걸 보다가 징그럽다고 탈주한 사람이 잠수를 다시 하진 않을 테니까.

         

        방송을 종료하자마자 배에서 꼬르르륵 하는 소리가 났다. 파랑이 어느 때보다 빠르게 헤엄쳤다.

         

        잠시 뒤, 홍콩의 한 부둣가.

         

        수면에서 거품이 부그르르 일더니 파랑의 머리가 퐁 하고 튀어나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저번 화에 샤오룽바오 예측 댓글을 달아주신 독자님께서는 대체 어떻게 한 건지 방법이랑 이번 주 로또 번호, 기대되는 상승주 3개를 댓글에 얼른 남겨주시길 바랍니다.

    행복회로불타요옷 님, 뿔두드럭고둥님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잘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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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p Sea Fish Hunting Specialty Broadcast

Deep Sea Fish Hunting Specialty Broadcast

심해어 사냥 전문방송
Score 4.5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He reincarnated into a hunter world and became an underwater hunter.

There were only 20 people in the entire country in this minor profession, but it didn’t matter. He liked the sea.

“Crazy! There’s a real artifact?!”

“Ahahaha!! How much is all this worth!!”

But then, the Great Diving Era began.

“Ah, it’s so beautiful… I want to see more, more…”

“W-What is that!! Save me!!!”

“Aaaargh!!! My head!! It feels like my head is going to explode!!”

…It would be better not to go in t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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