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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

       –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 엔리! 베리드 몸에서 나와! 엔리! 베리드 몸에서 나와!

       – 세계 3대 용사냥꾼 누구? 현설. 베리드. 그리고 엔리.

       

       [ㅇㅇ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너 누구야. 우리 엔리 돌려줘. 우리 엔리는 이런 거 못해.

       

       방송은 난리가 났다.

       

       방송의 시청자들은 엔리가 얼마나 아피스를 못 하는 지 잘 아는 사람들이었다.

       

       골드도 판수를 박아서 찍은 것이라면서, 그녀의 실력은 은색이 딱이라 놀리던 사람들이란 말이다.

       

       그들이 생각하는 엔리는 결코 10연승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오늘 따라 상대들이 쉽네요.”

       

       이 중에 제일 얼떨떨한 사람은 엔리 본인이었다.

       

       자기는 플레티넘에 갈 종자라 외치고 다니지만 엔리는 사실 그 누구보다 객관화가 잘 되어 있었다.

       

       여러 자잘한 대회에 참가하며 엔리는 자신의 분수가 어디쯤인지를 이해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지. 어젯 밤 아라와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 나니 실버의 사람들을 상대하기가 너무 쉬워져 버렸다.

       

       실버에 사람이 없다는 것은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아피스 유저라면 모두 다 아는 사실이지만 오늘이 오기 전까진 엔리도 그 짐승 무리에 포함되어 있었다.

       

       이토록 간단히 승리를 거둘 수 없었단 말이다.

       

       그렇지만 오늘 엔리는 게임이 너무나 간단하다고 느꼈다. 비교 대상이 어제의 열성적인 스승이어서 그런 걸지도 몰랐다.

       

       그 패도적인 연승에 힘입어 엔리는 어느새 골드의 문 앞에 섰다.

       

       한 번. 딱 한 번만 이기면 다시 골드에 갈 수 있어!

       

       이 냄새나는 은장도 오늘로 끝이다.

       

       실버 쓰레기들아. 잘 있어라. 나는 영광스러운 골드로 가겠다!

       

       퉁.

       

       매칭이 잡혔다.

       

       상대의 직업을 본 엔리는 기쁨의 웃음을 흘렸다.

       

       성전사라니. 용사냥꾼의 먹이잖아.

       

       성전사는 두터운 갑옷을 입은 전사다. 체력과 방어력이 높은 데다 메이스로 내리치는 한 방 한 방이 묵직해서 개싸움에 특화된 캐릭터지.

       

       대신 속도가 느려서 멀리서 쿡쿡 찔러대는 용사냥꾼에 약해도 너무 약한 직업이다.

       

       꽁승인가?! 다시 골드로 가나?! 엔리는 두근대는 마음으로 이름을 확인했다.

       

       ‘엔리의 부서진 장창’

       

       “야! 개자식아!”

       

       엔리의 부서진 장창. 줄여서 엔부장은 엔리의 방송에 자주 출몰하는 악질 저격러 중 한 명이었다. 엔리를 골드에서 실버로 끌어내린 것도 저 작자의 소행이었다.

       

       – 엌ㅋㅋㅋㅋ

       – 골드에 가는 건 꿈이었구요.

       

       엔리의 비명 어린 절규에 채팅창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대개 정도가 심하지 않다면 방송인의 불행은 시청자들의 행복이 되기 마련이었다.

       

       [매칭이 준비되었습니다.]

       [용사냥꾼 VS 성전사]

       [20초 뒤에 게임이 시작됩니다.]

       [20]

       

       “엔리. 당신에겐 실버가 어울린다.”

       

       두터운 중갑을 입은 전사의 입에서 둔중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매력적인 목소리였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너무도 악의적이었다. 엔리는 엔부장의 코앞까지 다가가서는 소리를 질렀다.

       

       “나 좀 행복하면 안 되냐?! 응?!”

       “모두 신의 뜻입니다. 받아들이십시오.”

       “날 실버로 보내려는 신이 있겠냐고!”

       

       악에 받쳐 소리를 내지르는 엔리 때문에 엔부장의 연기가 깨졌다. 투구 너머로 웃음 소리가 새 나오자 엔리가 이를 악물었다.

       

       어떡하지.

       

       화를 내면서도 엔리의 머리는 복잡했다.

       

       엔부장은 인성은 그렇다 치고 실력은 확실한 인간이다. 여태 엔부장이 진심을 냈을 때 엔리가 이긴 적이 손에 꼽을 지경이라는 게 그를 증명했다.

       

       이미 10연승이나 한 마당이라 봐줄 것 같지도 않은데.

       

       11연승으로 멋지게 골드를 찍을 수 있었는데 굳이 여기서 초를 쳐야 해?!

       

       울분을 터트리던 엔리는 이내 숨을 크게 들이켰다.

       

       아직 패배가 결정난 건 아니잖아. 저 사람이 아무리 잘해도 내가 더 잘하기만 하면 이길 수 있어. 상성적으로도 내가 유리하잖아.

       

       까놓고 말해서 엔부장이 강해봐야 아라 씨보다 강하겠어?

       

       침착하자. 어제 아라 씨가 가르쳐 준 걸 떠올리자.

       

       [3]

       [2]

       [1]

       [경기시작]

       

       엔리는 시스템의 음성과 함께 몸을 뒤로 물렸다. 어제 아라에게 쑤셔 박힌 기억은 여전히 그녀의 몸에 남아 있었다.

       

       엔리는 집요하게 엔부장이 다가오는 걸 막았다. 대놓고 시간을 다 쓰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셈이었지만 엔부장 입장에선 방법이 마땅 찮았다.

       

       아무리 성전사가 근거리 개싸움의 최강자여도 거리를 좁히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니까.

       

       엔부장은 치졸하다 싶을 정도로 집요하게 거리를 유지하는 엔리의 모습에 혀를 찼다.

       

       전에는 장창의 거리를 포기하고 제 발로 달려 와줘서 고마웠는데. 무슨 일이 있었기에 사람이 이렇게 바뀐 거야?

       

       새로 스승이라도 구했나.

       

       그나마 엔부장에게 다행스러운 점은 엔리가 보정으로만 기술을 쓰고 있단 것이었다.

       

       엔부장도 아피스를 수 년 가까이 한 고인물 중 하나. 용사냥꾼의 보정 기술을 어떻게 파해 해야 할지 정도는 다 알고 있었다.

       

       짜증 나는 부분은 파해가 어디까지나 입을 피해를 줄이는 데 그쳤다는 점이겠지.

       

       체력은 점차 깎여 나가고. 거리는 줄어들지 않고. 답답한 상황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이대로 가면 질 것이 분명했다.

       

       패배 자체는 괜찮았다. 엔부장은 엔리가 기분이 안 좋을 때면 티 안 나게 져주기도 하던 사람이니까.

       

       문제는 상황이었다.

       

       지금 엔리는 10연승을 하며 콧대가 높아질 대로 높아진 상태다. 그야말로 오만이 몸을 지배했다 봐도 이상하지 않다.

       

       이 상황에서 패배한다? 지금 방송에서 조리돌림 하는 건 물론이요. 앞으로 만날 때마다 얼마나 갈궈 댈지 알 수 없었다.

       

       시청자들도 화를 내겠지만 엔부장은 그들의 분노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가 두려워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엔리 한 명의 혓바닥이었다.

       

       설마 엔리에게 승부수를 강요받게 될 줄은. 엔부장은 혀를 차며 발을 앞으로 내딛었다.

       

       여태 방어에 몰두하던 엔부장이 피해를 감수하며 몸을 움직였지만 엔리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지 어제 지겹도록 연습을 해봤으니까.

       

       심지어 아라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거리를 좁혀놓고는 이 정도도 대응을 못 하냐고 그랬다.

       

       그에 반해 눈앞의 엔부장은 어떤가. 들어가겠습니다. 라고 외치며 걸어오는 모양새이지 않은가.

       

       저걸 견제하는 건 간단하지.

       

       우선은 자잘한 공격으로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다가 큰 공격으로 다리를 노린다.

       

       상대가 막지 못하면 이득이고. 막아도 상관없다. 공격을 막았다는 건 움직임을 멈췄다는 소리니까 다시 거리를 벌린다.

       

       이렇게 되면 상대는 피해만 강요받고 거리는 좁히지 못하게 되지.

       

       엔부장! 내가 이걸 몇 시간 동안 연습한 줄 알아?! 쉽게 뚫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야!

       

       아라 씨가 얼마나 독한 사람인데!

       

       어제 하루 종일 밤을 새워가면서 온갖 상황에 대처하는 법을 알려 줬단 말이야!

       

       내가 실패하면 될 때까지 흙을 구르게 만들었다고!

       

       어제를 떠올리니까 어지럽네. 정말 끔찍한 밤이었어.

       

       다음에 어학당에서 모르는 거 물어보기만 해봐라. 똑같이 되돌려 줄 테다.

       

       속으로 잡생각을 하면서도 엔리는 엔부장에게 거리를 허용하지 않았다. 결국 엔부장은 엔리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두 손을 들었다.

       

       

       [승리!]

       [축하드립니다. 골드로 승급하셨습니다. 전사의 영광스러운 전투를 기원합니다.]

       

       “고향아! 내가 돌아왔다아아아!”

       

       – 깨달음을 얻은 엔리. 이거 못 막습니다.

       – 킹기인가? 드디어 플레 가나?

       – 제 32534회차 플레 토벌 가즈아아아

       

       시청자들과 함께 승급의 기쁨을 만끽하던 엔리는 친구 창에서 엔부장을 찾았다.

       

       “이길 때마다 깐족거리시더니 오늘은 조용하시네요.”

       

       상대는 묵묵무답이었지만 엔리는 그런 걸 신경 쓰지 않았다.

       

       어디 방송인이 다른 사람과 떠들 일이 흔하던가. 혼자서 방송을 한 지 몇 년이 된 엔리에게 조용한 상대를 조리돌림 하는 건 손쉬운 일이었다.

       

       방송을 보던 엔부장이 얼굴을 붉히며 부들거릴만한 언행이 이어지던 중 엔리의 승급을 축하하던 도네이션 사이에서 이질적인 내용이 하나 올라왔다.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삼장로 잡은 사람 또 나온 거 암?

       

       “정말요?”

       

       – ㄹㅇ?

       – 이번엔 어느 단체 프로임?

       – 프로 아님. 영상 보니까 저번에 데케이 방송 나온 사람이던데.

       

       아라 씨 영상이 오늘 올라왔구나.

       

       잘 됐다. 안 그래도 11연승을 하면서 머리를 너무 쓴 건지 힘이 쭉 빠졌었는데. 아라 씨의 영상을 보면서 좀 쉴까.

       

       “여러분. 같이 영상 볼까요?”

       

       시청자들의 동의를 구한 엔리는 아피스를 끈 후 마이 튜브를 열었다.

       

       아라의 영상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공개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인기 급상승 영상에 등록되어 있었으니까.

       

       조회수는 이미 수십만을 넘기고 있었고 아래에 달린 댓글은 아라에 대한 찬양뿐이었다.

       

       기대 되네. 아라 씨가 또 어떤 일을 벌였을까. 아무리 그래도 지난번에 외신하고 싸운 것보다 대단하진 않겠지?

       

       영상은 삼장로와 백아라가 싸우는 부분부터 시작됐다.

       

       가소로운 듯 백아라를 보는 삼장로와 작은 키임에도 오히려 삼장로를 내려다보는 듯한 백아라.

       

       먼저 움직인 쪽은 백아라였다. 그녀는 삼장로의 도발에 응하며 주먹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 주먹은 형편없었다. 외신과 맞붙던 사람과 동일인물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이 정도로 대련을 청하신 겁니까?”

       

       삼장로가 비꼬는 말을 던졌지만 백아라는 그걸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자신의 주먹을 바라보며 고갤 갸웃거릴 뿐이었다.

       

       보정 시스템 안 껐었구나. 싸움에 관해서는 철두철미한 사람인데. 이상한 부분에서 어리숙하다니까.

       

       아라의 실수를 보며 웃던 엔리였지만 그녀의 눈이 커지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고개를 끄덕인 아라가 재차 주먹을 휘둘렀다. 이번엔 결과가 달랐다. 주먹을 막아낸 삼장로의 몸이 뒤로 밀려난 것이다.

       

       “삼장로가 왜 밀려나요?”

       

       이해할 수 없었다.

       

       엔리는 이전에 수도 없이 삼장로를 상대해 본 적이 있었다. 그 때마다 삼장로는 엔리의 주먹을 가볍게 받아내며 솜털보다도 가볍다며 비웃었다.

       

       지금처럼 눈을 크게 뜬 채 표정을 굳힌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던 말이다.

       

       – 삼장로가 정면에서 데미지를 입었다고?

       – 첫 수에서 삼장로 놀래 킨 거 최초 아님? 다른 셋도 이건 못한 거 같은데

       – 애초에 보정 시스템도 모르는 뉴비가 삼장로 깬 거부터가 말이 안 되는 거지.

       

       채팅창도 난리가 났지만 엔리는 일단 영상을 더 진행했다.

       

       방금 엔리가 공격을 했으니 이젠 삼장로가 주먹을 내지를 차례였다.

       

       삼장로의 주먹이 얼마나 매서운가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다.

       

       내기를 담지 않은 공격이어도 한 대만 맞으면 빈사상태가 되고 내기를 담은 공격이면 그대로 게임 오버.

       

       장로를 상대할 때 기본적인 조건은 단 한 번의 공격도 허용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라는 삼장로의 주먹을 피하지 않았다. 손을 뻗어서 삼장로의 손목에 가져다 대더니 그대로 주먹을 흘려냈다.

       

       주먹이 허공을 스치고 아라의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그 속에서 그녀의 미소가 비쳤다.

       

       “방금 삼장로 주먹을 흘린 거 맞죠?”

       

       – 눈으로 보고도 안 믿기네. 저게 왜 됨?

       – 아니 저 사람 진짜 무림에서 넘어 온 천마 아냐?

       – 근데 멋있긴 졸라 멋있다.

       – ㅇㅈ. 영상 기깔나게 뽑았네.

       

       공방이 이어진다. 공격을 주도하는 것은 삼장로였으나 쫓기는 쪽도 삼장로처럼 보였다. 이어지는 연격 속에서도 아라는 여유를 잃지 않았다.

       

       먼저 타격을 입은 쪽은 삼장로였다. 복부에 장타를 맞아 뒤로 물러난 그는 이내 침착을 되찾더니 눈빛을 바꿨다.

       

       삼장로의 몸에서 흘러나온 내기가 대기를 짓누른다. 서 있기조차 버거울 듯한 압박 속에서도 아라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녀는 즐거워 보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루가 지날 때마다 조회수가 천 이천씩 오르는 걸 보면서 경악하는 중입니다.
    관심을 주셔서 기쁩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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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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