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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

       18. 지구가 멸망해요!

       

       

       “수고하셨습니다.”

       

       오늘도 열심히 일을 끝내고.

       나는 컨테이너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있는 사무소장에게 말했다.

       

       “소장님. 저 이번 주까지만 일하겠습니다.”

       

       사무소장 조현규는 의자를 박차며 일어났다.

       

       “요즘 잘하더니 갑자기 왜 임마! 너 없으면 우리 작업장 망해!”

       “안 망하잖아요.”

       “그렇긴 한데. 이유부터 들어보자. 왜 그만두겠다는 건데?”

       

       다른 사람은 몰라도.

       소장님한테는 말해도 되겠지.

       나는 솔직하게 대답하기로 했다.

       

       “소장님. 저 각성했습니다. 몸에 마력이 생겼어요.”

       “마력이 생겼다고? 어디 한번 봐봐.”

       

       조현규는 의심스러운 얼굴을 하며, 내 팔을 손가락으로 콕- 찔렀다.

       

       “몸이 이 바닥에서 30년 구른 사람보다 더 단단하네. 너 임마 진짜 각성했구나?”

       “예, 각성도 했으니 영웅이나 되려고요. 그래서 이번 주까지만 나오겠습니다.”

       “어, 그렇게 해라. 각성했으면 인정이지. 축하한다 이 자식아.”

       

       툭툭-

       조현규는 내 어깨를 치며 환하게 웃었다.

       진심으로 내 각성을 축하하는 모양이다.

       

       “각성도 했는데 오늘 축하 파티 어때? 내가 다 살게, 임마.”

       “안 돼요. 저 집에 빨리 돌아가야 돼요.”

       “그러냐? 그럼 맛있는 거라도 사서 들어가라. 자식 맛있는 거 먹여야지.”

       

       5만원.

       약간 오해가 있긴 하지만.

       준다고 하면 거부하지 않는다.

       나는 조현규가 건넨 지폐를 재빨리 주머니에 넣었다.

       

       “감사합니다.”

       “그래, 들어가라.”

       

       조현규는 환한 얼굴로 내게 인사를 전했다.

       저 착한 성격이 독이 되지 않을까 싶지만.

       이 업계에서 오래 살아남고 있으니,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슬슬 망해가고 있는 이 세상에서는 살아남은 사람이 강한 법이니까.

       

       “5만원으로 고기나 사야지.”

       

       오늘 저녁은 라면으로 정해놨는데.

       갑자기 고기를 사 들고 가면 애들이 깜짝 놀라겠지.

       나는 평소처럼 검은 봉투에 고기 앞다릿살을 담아 집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주변 사람들을 조심하며 집으로 돌아가던 도중.

       

       “…건물이 언제 저렇게 커진 거지? 증축 공사를 했나?”

       

       하루 만에 건물의 외관이 달라진 모습을 목격하고 말았다.

       

       “저게 뭐야. 누가 봐도 이상하잖아.”

       

       나는 재빨리 건물로 뛰어가 집의 문을 열었다.

       

       쾅-!

       

       “아빠 왔다!”

       

       그리고, 식탁에서 올려져 있는 옥상 열쇠를 잡고 나왔다.

       

       “아빠 간다!”

       

       나는 열쇠를 손에 꽉 쥐고, 살짝씩 부서진 계단들을 올라 옥상에 도달했다.

       그곳에는 요즘 세상에 볼 수 없는 식물원이 펼쳐져 있었다.

       

       “캬-“

       

       일단 감탄부터.

       박수를 치지 않을 수가 없는 절경이다.

       

       “흙이 없는 곳에서 이 정도의 목둔을 사용하다니. 누군지는 모르지만 참 대단한데?”

       

       작은 화단의 울창한 줄기에서 자라난 거대한 방울토마토.

       나와 막상막하를 겨루는 붉은 고추.

       누군가의 사심이 잔뜩 들어간 것 같은 슈퍼 상추.

       녀석들이 녹색 페인트로 칠해진 옥상과 어우러져 하나의 푸른 숲을 이루고 있었다.

       

       “채소들 상태는 좋네. 팔면 돈이 꽤 되겠어.”

       

       밖에서 보면 너무 티가 나서 문제지만.

       나는 한숨을 내쉬며 인기척이 느껴지는 옥상 문을 보았다.

       드래곤들이 얼굴을 빼꼼 내밀며 서로 잡담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문을 안 닫고 왔다.

       

       “저 흉측한 초록색은 뭐야! 내 눈앞에서 치워!”

       “흠, 이런 방식의 눈에 띄는 행동은 좋지 않은데. 언제 이런 짓을 했지.”

       

       찌릿-

       화련이와 수련이는 곁눈질로 이 사건의 범인을 쳐다봤다.

       이 사건의 범인으로 추정되는 이초련.

       녀석은 머리를 긁적이며 헤실헤실- 웃으며 말했다.

       

       “헤헤, 들켜버렸네요?”

       

       반성 따위 하지 않는 초록빛 맑은 눈이었다.

       

       

       ***

       

       

       초련이는 가위에 무참히 썰려가는 식물들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흑흑, 너무해요.”

       “너무한 건 아빠를 배신한 너란다.”

       

       사고를 안 칠 줄 알았는데.

       결국에는 초련이도 사고를 치는구나.

       

       싹둑-

       초련이는 가지치기하는 나를 보며 간절하게 외쳤다.

       

       “조심히 다뤄주세요! 방울토마토들이 아프대요!”

       “얘네가 무슨 아프다고 말을 해.”

       “저는 다 들어요! 너무 많이 자르면 아프다고 했어요!”

       

       수련이가 옆에서 초련이의 말을 거들었다.

       

       “그린 드래곤 특. 식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음.”

       “진짜인가 보네.”

       “그럼요! 저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그렇다고 한다.

       아무튼 식물들이 아프다는 소리인가 보다.

       나는 전보다 더 조심스럽게 가지치기를 시도했다.

       

       “그건 그렇고. 얘네들을 언제 키운 거야. 아침에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는데.”

       “아, 그건 말이죠! 어제…? 아니, 오늘! 모두가 잠든 새벽에 몰래 열쇠를 챙겨서 옥상으로 올라갔어요! 그때 제 숨결을 나눠줬죠!”

       “…”

       

       너무 당당해서 할 말이 없네.

       화를 내려고 해도 어이가 없어서 화조차 나지 않는다.

       그러나, 화련이와 수련이는 열이 조금 오른 모양이다.

       

       “아니, 그걸 그렇게 말하면! 내가 나중에 못 나가잖아! 너 나중에 두고 봐!”

       “답이 없네…”

       

       절레절레-

       초련이를 보고 고개를 젓는 두 녀석.

       그러나, 초련이는 아무런 타격이 없는지 맑은 눈을 유지한 채 웃기만 했다.

       

       “미안해요! 근데, 어쩔 수 없어요! 지구를 지켜야만 하니까요!”

       “지구를 지켜?”

       “네, 지구를 지켜야 해요! 자연을 보호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지구는 멸망하고 말 거예요!”

       

       지구를 지켜야 한다니.

       그게 무슨 소리일까.

       나는 식물들의 줄기를 모두 정리한 후, 초련이에게 설명을 요구했다.

       

       “지구가 멸망한다고?”

       “네, 지구는 곧 멸망하고 말 거예요!”

       “곧이라면 언제 멸망하는데?”

       “이대로 가다가는 1만년! 아니, 2만년 후에 지구는 자연적으로 멸망하고 말 거예요! 얼마 남지 않았어요!”

       “?”

       

       잠깐.

       이해하기 힘든데.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닐까 싶어 물었다.

       

       “얼마 남지 않은게 2만년이야?”

       “네! 얼마 남지 않았어요! 곧 멸망해요!”

       “그때면 내가 200번 죽어도 남을 텐데?”

       “네에?”

       

       꿈뻑꿈뻑-

       초련이는 영생에 가까운 삶을 사는 드래곤이기 때문일까.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를 못 했다.

       인간과 시간 개념이 다른 것 같다.

       

       “2만년이면 200번을 죽어도 남는다고요?”

       “응. 인간은 많이 살면 100살까지 살아. 그전에 죽기도 하고.”

       “으음, 인간은 엄청 적게 사네요?”

       “드래곤에 비하면 그런 편이지.”

       “그렇구나아…”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나.

       초련이는 뭔가 깊은 생각에 빠진 것처럼, 입을 오물거리며 고민하기 시작했다.

       

       “으음, 인간은 오래 살지 못하는… 그렇구나…”

       

       새로운 사실을 배웠겠지.

       하지만, 초련이가 고민할 시간을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 없다.

       다른 입주민에게 들키면 안 되고.

       할매에게 화단이 이 모양이 되어버렸다는 진실을 들켜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일단 다들 집에 돌아가자. 너무 오래 있었다. 그리고 이초련.”

       “네에?”

       “너는 들어가서 혼 좀 나야겠어.”

       “왜요? 저는 지구를 지키려고… 환경을 보호하려 했을 뿐인데요…”

       

       초련이는 억울했는지 입을 삐쭉이며 뒤를 따라왔다.

       다른 건 몰라도 오늘 초련이가 한 행동은 아주 위험했다.

       다른 사람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행동은 좋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내가 사는 서울-09에서는 말이다.

       

       

       ***

       

       

       “히잉, 억울해요오…”

       “가만히 벽 보고 서 있어. 너는 아주 큰 잘못을 저질렀어.”

       

       초련이는 어깨를 축 늘어진 채, 벽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이 단독 행동은 위험하기 짝이 없었다.

       

       “아마 오늘 네가 한 짓을 다른 사람들이 많이 봤을 거야.”

       “많이 보면 좋은 거 아닌가요…?”

       “좋지 않아. 특히 드래곤인 너희한테는 더욱더.”

       

       바깥의 치안은 상당히 좋지 않다.

       주변만 봐도 약을 재배하는 정육점.

       이 녀석들만 해도 약을 재배하는 것만 아니라, 다른 고기를 취급하기도 한다.

       그리고, 내가 사는 건물에서 조금만 더 내려가면 노숙자들이 모여 사는 구역이 나온다.

       그 녀석들은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한다.

       

       “주변 상황만 봐도 좋지 않아. 그런데, 사람들은 현재 드래곤에 열광하고 있어. 아직 다 크지 않은 너희들을 보기라도 한다면…”

       

       굳이 노숙자 녀석들이 아니라고 해도, 아직 다 자라지도 않은 드래곤을 보면 눈이 돌아가겠지.

       드래곤의 심장을 먹으면 힘을 얻고, 영생을 산다는 말도 있고.

       드래곤의 피를 마시면 모든 병이 치료된다는 소리도 있고.

       녀석들이 위험을 알아서 해결하기 전까지는 이런 주목받는 행위는 금지해야 된다.

       

       “아빠가 강하기는 해도. 나보다 강한 사람은 이 세상에 많아. 너희를 다 못 지켜줘. 무슨 말인지 알겠지?”

       “아빠 약한 거 다 알고 있는데요…”

       “…아빠 강해. 그거 잘못된 정보야.”

       

       은근히 뼈를 때리는 초련이.

       그래도 초련이는 자기 잘못을 완전히 반성했는지.

       벽을 그만보며 내게 말했다.

       

       “알겠어요…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행동… 오늘부터 안 할 게요…”

       “그래, 잘 생각했다. 초련아.”

       “들키지 않게… 집에서 자연을 잘 가꿔볼게요…”

       “?”

       

       뭔가 잘못 이해한 것 같은데.

       그래도 밖에 들키지 않으면 상관없으려나.

       어쨌든 초련이는 자연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고 하니까.

       그 정도는 봐주기로 했다.

       

       “그럼 다 끝났으니 밥이나 먹자. 고기 사 왔어.”

       “고기!”

       “저, 저는 채소요! 아버지!”

       

       아버지.

       마음이 따뜻해지는 말이다.

       나는 미소와 함께 초련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상추 가져올게. 맛있게 먹어.”

       

       아마.

       영웅 자격 시험에 합격한다면 더 맛있는 음식을 먹여줄 수 있겠지.

       나는 그 생각과 함께 핸드폰을 열어 이메일 제목을 확인했다.

       

       [영웅 자격시험 안내문]

       

       꿈에 그리던 영웅이 되는 날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일단 합격부터 해야 하지만.

       

       “골고루 먹어라. 얘들아.”

       “밥이랑 고기밖에 없는데 어떻게 골고루 먹어?”

       “골고루는 포기하고 맛있게 먹어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느린 다르팽이입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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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Dragon Egg

I Picked up a Dragon Egg

드래곤의 알을 주웠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picked up an Egg from the Dragon’s Nest. “Shakk!!!!” “Should I just sell?” I should have picked some other treas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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