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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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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부모가 죽었을 때, 제 친구에게 배신당했을 때, 제 동생을 버리고 도망쳤을 때 그녀의 정신은 끝없이 문드러졌고 이젠 누군가를 저주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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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미쳐있었지만, 본인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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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 너도 어서 받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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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새 아이들이 식사를 다 받아 가자 리안이 웃으며 피아를 불렀다. 피아는 최대한 입꼬리를 휘어 웃으며 접시를 들고 음식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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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샐러드가 싫으면 빵 사이에 끼어서 먹어. 그러면 꽤 맛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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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는 리안의 천진한 웃음을 보면 속이 뒤틀렸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질감, 그녀가 가질 수 없는 무언가가 리안의 입꼬리에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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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접시와 함께 들고 있던 포크를 만지작거렸다. 리안의 목덜미가 시야에 들어왔다. 알 수 없는 충동이 머릿속에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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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릴리는 저쪽에 앉아있어.”
   “아,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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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릴리의 이름을 듣자 살기가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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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생, 내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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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는 접시를 들고 릴리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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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으..맛이 이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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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릴리는 샐러드를 꾸역꾸역 먹으며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편식을 하고 싶지만, 워낙 오래 굶어온 기억이 있어 쉽사리 음식을 남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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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도와줘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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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가 환하게 웃으며 릴리에게 다가갔다. 그 순간, 릴리의 접시 위로 포크가 훅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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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냠.”
   “어? 그거 내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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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릴리가 당황한 얼굴로 제 샐러드를 뺏어 먹은 이를 바라보았다. 피아는 발걸음을 뚝 멈춘 채 릴리가 바라보는 쪽을 똑같이 바라보았다. 네로가 볼을 옅게 붉힌 채 볼을 씰룩거리며 샐러드를 먹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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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거 싫어하면 고기랑 바꿔 먹을래?”
   “정말? 괜찮아?”
    “응, 대신 고기는 조금 밖에 못 줘.”
   “응!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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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릴리가 환하게 웃어 보이자 네로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눈동자를 도르륵 굴렸다. 아이의 볼이 사랑스럽게 붉어진다. 릴리가 샐러드를 전부 덜어주자 네로가 제 고기 세 점을 건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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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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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모습에 네로의 옆에 앉아있던 아이가 포크를 네로의 접시에 들이댔다. 그러자 네로가 제 접시를 휙 치우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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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싫어!”
    “왜에?”
    “…이 정도면 충분하니까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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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로는 샐러드를 와구와구 먹기 시작했다. 피아는 텅 빈 시선으로 네로를 제 시선에 담았다. 그 순간, 걱정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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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 괜찮아?”
    “어..?”
    “손이 하얗게 질렸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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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늦게 식사를 받아온 노아가 그녀의 손을 가리켰다. 피아는 그제야 자신이 접시가 덜덜 떨릴 정도로 손에 힘을 꽉 주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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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아 -..배가 고파서 손이 떨렸나 봐.”
    “그래? 그럼 리안에게 부탁해서 더 달라고 말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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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는 말없이 노아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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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회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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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부유하던 시절 배웠던 단어를 떠올리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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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걱정해줘서 고마워. 그보다 빨리 식사를 하는 게 나을 것 같아.”
    “그래? 그럼 어서 가서 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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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가 먼저 네로와 릴리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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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 네로 샐러드를 왜 이렇게 많이 받았어?”
    “헙,그…먹고 싶어서..”
    “너 야채 별로 -..”
    “좋아해! 좋아하게 된 거 뿐이야!”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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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네로의 맞은편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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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내 것도 줄까?”
   “아냐, 이거면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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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는 릴리의 맞은편에 앉으며 눈동자를 굴려 네로를 바라보았다. 포크를 쥔 손이 덜덜 떨린다. 또다시 충동이 치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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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감정이 브레이크가 고장 난 열차처럼 움직였다. 조금 전과 달리 이번에는 잔혹한 충동을 참을 수 없었다. 손이 하얗게 질릴 정도로 포크를 손에 꽉 쥔 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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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샐러드 더 먹고 싶은 사람 있어? 꽤 남아버려서.”
    “아, 네로가 -..”
   “아냐! 나는 괜찮아! 배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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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이 샐러드가 든 볼을 들고 말을 걸어왔다. 분위기가 탁 풀리자, 피아가 자리에 스르륵 앉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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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 너도 먹을래?”
    “아니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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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는 웃으며 거절했다. 그녀는 가늘게 숨을 몰아쉬며 흥분을 삭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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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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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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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가운 샐러드라도 입에 밀어 넣어 열기를 식히려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녀가 포크로 야채 줄기를 쿡 찌르는 순간, 야채가 미끄러지듯 옆으로 굴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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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스 때문에 접시가 미끄러워 생긴 일이었다. 차라리 떠먹는 게 낫게다 싶어 포크로 샐러드를 떠 입에 넣으려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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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두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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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 벌린 입 앞에서 야채들이 접시 위에 후두둑 떨어졌다. 포크 사용이 서투른 아이들과 비슷해 보이는 모습에 노아가 말을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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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기 힘들면 포크 하나 더 가져다줄까?”
    “아,니야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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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는 입꼬리를 겨우 휘어 웃어 보인 후 매섭게 눈을 빛내며 포크를 휘둘렀다. 하지만 샐러드는 쉽사리 잡히지 않았고 거친 손짓에 야채가 바깥에 떨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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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우,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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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점의 샐러드도 먹지 못한 피아는 결국 목표를 바꿔 고기를 포크로 집었다. 이번에는 별문제 없이 집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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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의기양양한 마음이 차올랐다. 고기를 입에 넣고 씹어 삼키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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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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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레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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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흑,콜록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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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가 눈물까지 보이며 기침하자 노아가 피아의 등을 쓰다듬으며 걱정스럽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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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괜찮아?”
    “크흡,큼…응,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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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는 이를 악물며 겨우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그녀는 그 이후에도 한참을 고생한 끝에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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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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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니아가 방문한 이후, 미아는 일주일 넘게 실험을 하지 않았다. 온 집안을 돌아다니며 알 수 없는 마법을 걸기 바빴기 때문이다. 외부에도 따로 볼 일이 있는지 외출도 잦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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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덕분에 난 여유 시간이 남아돌았다. 그 남는 시간 동안 노아와 함께 아이들 교육을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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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1이고 이게 2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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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단한 숫자 교육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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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은 최대한 조심해야 해. 특히 칼은 잘못 사용하면 다칠 수 있으니까 더 조심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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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단한 요리법까지 다양하게 가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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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낙 애들이 아는 게 없어서 그런지 가르칠 게 많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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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는 정확히 말하는 법과 글을 쓰고 읽는 법을 가르쳤다. 어느 정도 말을 떼자, 피아가 예의에 대해 가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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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는 그다지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어 하지 않는 눈치였지만, 릴리가 다른 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싶다고 말한 이후 제대로 가르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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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은 식당이나 남는 방에서 이루어졌고, 지금 나와 노아는 식당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오늘은 조금 쉬어가는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원하는 그림을 그리라고 종이를 나눠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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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아가 버린 이면지 중, 사용해도 괜찮다고 한 이면지에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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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이 그림을 그릴 때 사용하고 있는 펜은 미아에게 받은 물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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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니아가 찾아왔을 때 준비한 쿠키와 주스가 꽤 마음에 들었는지, 원하는 게 있다면 주겠다는 말에 아이들이 사용할 만한 펜을 달라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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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이 쓸 펜을 달라고 해서 그런지 아이들의 수만큼 펜을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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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각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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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은 입술을 꾹 다문 채 열심히 그림을 그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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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가 평화롭네.”
    “…응,그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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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와 난 딱히 할 일이 없어 멍하니 아이들을 바라보며 작게 대화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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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들이 생각보다 배우는 게 빠른 거 같아.”
   “맞아. 나도 놀랐어.”
    “말을 어느 정도 떼고 나면 동화책을 읽어주고 싶은데… 만들까 생각 중이야.”
   “오, 그거 좋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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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가 동화책을 만든다는 말에 나는 잠시 개그 세계 속 동화책을 떠올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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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그 세계에선 동화책이 종종 소환서 혹은 예언서로 쓰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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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이 천진난만하게 “공룡이 나타났다.”라고 말하면 진짜 공룡이 나타나 도시를 부순다. 땅이 흔들리고 아이들의 몸이 붕 떠올랐다가 내려가길 반복하지만, 아이는 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한 것처럼 계속 동화책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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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다 읽고 나면 선생님이 “정말 잘했어요!”라고 말하며 웃거나, 아이들을 옆구리에 끼고 도망친다. 대체로 “정말 잘했어요!”라고 말해주는 선생님 옆에 있는 게 더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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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모르니까 도와주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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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칫 끔찍한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었기에 아이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을 꾹 눌러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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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 나는 게 별로 없어서 조금 걱정이야.”
    “그럼 애들이랑 같이 만들어보는 건 어때? 이야기 자체를 애들이 만들게 하는 거지.”
    “…! 좋은 생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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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의 칭찬에 어깨를 으쓱거리며 씩 웃자, 노아도 마주 보며 웃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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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 나 다 그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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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두 사람 사이로 네로의 밝은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네로는 어설픈 동그라미와 선이 가득한 그림을 내보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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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형이고 이건 나고 이건 리안 형이야!”
    “그럼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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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가 머리에 꽃이 그려진 치마를 입은 캐릭터를 가리키자 네로가 얼굴을 붉히며 웅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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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건…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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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말에 노아는 입을 헤 벌리며 충격받은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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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 너 지금 ‘내 동생이 나에게 비밀이라니?!’라고 생각했지?”
    “…! 어,어떻게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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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가 당황한 얼굴로 나를 돌아보았다. 얼굴에 떡하니 ‘충격’이라고 적어두고 저렇게 말하니 웃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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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야 얼굴에 다 쓰여있으니까 그렇지.”
    “뭐?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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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가 당황하며 제 얼굴을 더듬었다. 그러자 네로와 난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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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하하, 크흡,그 말이 아니라…표정에서 엄청 티가 난다는 말이었어.”
    “아아, 그런 거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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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가 귓바퀴를 붉히며 슥 시선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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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빠 나도 다 했어! 요!”
    “나도!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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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 존댓말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이 너도나도 그림을 들고 달려왔다. 불길할 정도로 평화로운 공기가 주방을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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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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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우…나머지는 마지막에 마무리하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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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아는 저택을 감싼 보호 마법의 상태를 몇번이고 확인한 후 연구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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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슬슬 실험을 재개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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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kimdoyunniming님 후원 감사합니다! 연재 열심히 하겠습니다!

세상에 빛이 가득하면 사람은 어둡다는 게 뭔지 모르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평화로운 게 뭔지 모르면 그 반대도 모르겠죠 ^^9

노아가 행복해 보이니 기쁘네요 ^^

다들 피아를 구원해달라는 이야기가 많아 열심히 구원해보겠습니다.

어제 남긴 작가의 말을 보고 다들 경악하시는 걸 보았습니다.
하지만 맛있는데…
정말 맛있는데..
진짜 맛있는데..

그리고, 여러분이 생각하는 맛도리 설정도 풀어주셔서 맛있게 주워먹었습니다.
참고하여 리안을 신뢰하지 못하거나, 후회 삽질할 친구들을 열심히 만들어보겠습니다.

후회와 집착은 많을수록 좋으니까요 ^^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사랑입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다음화 보기

제 부모가 죽었을 때, 제 친구에게 배신당했을 때, 제 동생을 버리고 도망쳤을 때 그녀의 정신은 끝없이 문드러졌고 이젠 누군가를 저주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녀는 미쳐있었지만, 본인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피아, 너도 어서 받아가.”

어느새 아이들이 식사를 다 받아 가자 리안이 웃으며 피아를 불렀다. 피아는 최대한 입꼬리를 휘어 웃으며 접시를 들고 음식을 받았다.

“혹시 샐러드가 싫으면 빵 사이에 끼어서 먹어. 그러면 꽤 맛있어.”

피아는 리안의 천진한 웃음을 보면 속이 뒤틀렸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질감, 그녀가 가질 수 없는 무언가가 리안의 입꼬리에 묻어났다.

그녀는 접시와 함께 들고 있던 포크를 만지작거렸다. 리안의 목덜미가 시야에 들어왔다. 알 수 없는 충동이 머릿속에 울려 퍼진다.

“릴리는 저쪽에 앉아있어.”

“아,고마워.”

릴리의 이름을 듣자 살기가 가라앉았다.

‘동생, 내 동생.’

피아는 접시를 들고 릴리에게 다가갔다.

“으으..맛이 이상해.”

릴리는 샐러드를 꾸역꾸역 먹으며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편식을 하고 싶지만, 워낙 오래 굶어온 기억이 있어 쉽사리 음식을 남기지 못했다.

‘내가 도와줘야 해!’

피아가 환하게 웃으며 릴리에게 다가갔다. 그 순간, 릴리의 접시 위로 포크가 훅 다가왔다.

“냠.”

“어? 그거 내건데?”

릴리가 당황한 얼굴로 제 샐러드를 뺏어 먹은 이를 바라보았다. 피아는 발걸음을 뚝 멈춘 채 릴리가 바라보는 쪽을 똑같이 바라보았다. 네로가 볼을 옅게 붉힌 채 볼을 씰룩거리며 샐러드를 먹고 있었다.

“…이거 싫어하면 고기랑 바꿔 먹을래?”

“정말? 괜찮아?”

“응, 대신 고기는 조금 밖에 못 줘.”

“응! 고마워!”

릴리가 환하게 웃어 보이자 네로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눈동자를 도르륵 굴렸다. 아이의 볼이 사랑스럽게 붉어진다. 릴리가 샐러드를 전부 덜어주자 네로가 제 고기 세 점을 건네주었다.

“어? 나도!”

그 모습에 네로의 옆에 앉아있던 아이가 포크를 네로의 접시에 들이댔다. 그러자 네로가 제 접시를 휙 치우며 말했다.

“싫어!”

“왜에?”

“…이 정도면 충분하니까 그렇지!”

네로는 샐러드를 와구와구 먹기 시작했다. 피아는 텅 빈 시선으로 네로를 제 시선에 담았다. 그 순간, 걱정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피아 괜찮아?”

“어..?”

“손이 하얗게 질렸잖아.”

뒤늦게 식사를 받아온 노아가 그녀의 손을 가리켰다. 피아는 그제야 자신이 접시가 덜덜 떨릴 정도로 손에 힘을 꽉 주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아 -..배가 고파서 손이 떨렸나 봐.”

“그래? 그럼 리안에게 부탁해서 더 달라고 말해볼까?”

피아는 말없이 노아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기회주의자.’

그녀는 부유하던 시절 배웠던 단어를 떠올리며 미소 지었다.

“걱정해줘서 고마워. 그보다 빨리 식사를 하는 게 나을 것 같아.”

“그래? 그럼 어서 가서 앉자.”

노아가 먼저 네로와 릴리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응? 네로 샐러드를 왜 이렇게 많이 받았어?”

“헙,그…먹고 싶어서..”

“너 야채 별로 -..”

“좋아해! 좋아하게 된 거 뿐이야!”

“그래?”

노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네로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럼 내 것도 줄까?”

“아냐, 이거면 충분해.”

피아는 릴리의 맞은편에 앉으며 눈동자를 굴려 네로를 바라보았다. 포크를 쥔 손이 덜덜 떨린다. 또다시 충동이 치민다.

그녀의 감정이 브레이크가 고장 난 열차처럼 움직였다. 조금 전과 달리 이번에는 잔혹한 충동을 참을 수 없었다. 손이 하얗게 질릴 정도로 포크를 손에 꽉 쥔 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순간.

“혹시 샐러드 더 먹고 싶은 사람 있어? 꽤 남아버려서.”

“아, 네로가 -..”

“아냐! 나는 괜찮아! 배불러!”

리안이 샐러드가 든 볼을 들고 말을 걸어왔다. 분위기가 탁 풀리자, 피아가 자리에 스르륵 앉아버렸다.

“피아 너도 먹을래?”

“아니 괜찮아.”

피아는 웃으며 거절했다. 그녀는 가늘게 숨을 몰아쉬며 흥분을 삭혔다.

탁.

“…?”

차가운 샐러드라도 입에 밀어 넣어 열기를 식히려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녀가 포크로 야채 줄기를 쿡 찌르는 순간, 야채가 미끄러지듯 옆으로 굴렀기 때문이다.

소스 때문에 접시가 미끄러워 생긴 일이었다. 차라리 떠먹는 게 낫게다 싶어 포크로 샐러드를 떠 입에 넣으려는 순간.

후두둑.

헤 벌린 입 앞에서 야채들이 접시 위에 후두둑 떨어졌다. 포크 사용이 서투른 아이들과 비슷해 보이는 모습에 노아가 말을 걸어왔다.

“먹기 힘들면 포크 하나 더 가져다줄까?”

“아,니야 괜찮아.”

피아는 입꼬리를 겨우 휘어 웃어 보인 후 매섭게 눈을 빛내며 포크를 휘둘렀다. 하지만 샐러드는 쉽사리 잡히지 않았고 거친 손짓에 야채가 바깥에 떨어지기도 했다.

“후우,후…”

한 점의 샐러드도 먹지 못한 피아는 결국 목표를 바꿔 고기를 포크로 집었다. 이번에는 별문제 없이 집어졌다.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의기양양한 마음이 차올랐다. 고기를 입에 넣고 씹어 삼키는 순간.

“푸흡!”

사레가 걸렸다.

“커흑,콜록콜록!”

피아가 눈물까지 보이며 기침하자 노아가 피아의 등을 쓰다듬으며 걱정스럽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괜찮아?”

“크흡,큼…응,고마워.”

피아는 이를 악물며 겨우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그녀는 그 이후에도 한참을 고생한 끝에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

라니아가 방문한 이후, 미아는 일주일 넘게 실험을 하지 않았다. 온 집안을 돌아다니며 알 수 없는 마법을 걸기 바빴기 때문이다. 외부에도 따로 볼 일이 있는지 외출도 잦아졌다.

그 덕분에 난 여유 시간이 남아돌았다. 그 남는 시간 동안 노아와 함께 아이들 교육을 도왔다.

“이게 1이고 이게 2야.”

간단한 숫자 교육부터.

“불은 최대한 조심해야 해. 특히 칼은 잘못 사용하면 다칠 수 있으니까 더 조심해야 해.”

간단한 요리법까지 다양하게 가르쳤다.

‘워낙 애들이 아는 게 없어서 그런지 가르칠 게 많네.’

노아는 정확히 말하는 법과 글을 쓰고 읽는 법을 가르쳤다. 어느 정도 말을 떼자, 피아가 예의에 대해 가르쳤다.

피아는 그다지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어 하지 않는 눈치였지만, 릴리가 다른 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싶다고 말한 이후 제대로 가르치기 시작했다.

교육은 식당이나 남는 방에서 이루어졌고, 지금 나와 노아는 식당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오늘은 조금 쉬어가는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원하는 그림을 그리라고 종이를 나눠주었다.

미아가 버린 이면지 중, 사용해도 괜찮다고 한 이면지에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아이들이 그림을 그릴 때 사용하고 있는 펜은 미아에게 받은 물건이었다.

라니아가 찾아왔을 때 준비한 쿠키와 주스가 꽤 마음에 들었는지, 원하는 게 있다면 주겠다는 말에 아이들이 사용할 만한 펜을 달라고 했었다.

아이들이 쓸 펜을 달라고 해서 그런지 아이들의 수만큼 펜을 받을 수 있었다.

사각사각.

아이들은 입술을 꾹 다문 채 열심히 그림을 그려 나갔다.

“뭔가 평화롭네.”

“…응,그러네.”

노아와 난 딱히 할 일이 없어 멍하니 아이들을 바라보며 작게 대화를 나눴다.

“애들이 생각보다 배우는 게 빠른 거 같아.”

“맞아. 나도 놀랐어.”

“말을 어느 정도 떼고 나면 동화책을 읽어주고 싶은데… 만들까 생각 중이야.”

“오, 그거 좋은 생각이다.”

노아가 동화책을 만든다는 말에 나는 잠시 개그 세계 속 동화책을 떠올려보았다.

‘..개그 세계에선 동화책이 종종 소환서 혹은 예언서로 쓰였지.’

아이들이 천진난만하게 “공룡이 나타났다.”라고 말하면 진짜 공룡이 나타나 도시를 부순다. 땅이 흔들리고 아이들의 몸이 붕 떠올랐다가 내려가길 반복하지만, 아이는 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한 것처럼 계속 동화책을 읽는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선생님이 “정말 잘했어요!”라고 말하며 웃거나, 아이들을 옆구리에 끼고 도망친다. 대체로 “정말 잘했어요!”라고 말해주는 선생님 옆에 있는 게 더 안전하다.

‘혹시 모르니까 도와주지 말자.’

자칫 끔찍한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었기에 아이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을 꾹 눌러 담았다.

“기억 나는 게 별로 없어서 조금 걱정이야.”

“그럼 애들이랑 같이 만들어보는 건 어때? 이야기 자체를 애들이 만들게 하는 거지.”

“…! 좋은 생각이야!”

노아의 칭찬에 어깨를 으쓱거리며 씩 웃자, 노아도 마주 보며 웃어주었다.

“형! 나 다 그렸어!”

그런 두 사람 사이로 네로의 밝은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네로는 어설픈 동그라미와 선이 가득한 그림을 내보이며 말했다.

“이건 형이고 이건 나고 이건 리안 형이야!”

“그럼 이건?”

노아가 머리에 꽃이 그려진 치마를 입은 캐릭터를 가리키자 네로가 얼굴을 붉히며 웅얼거렸다.

“그건…비밀.”

그 말에 노아는 입을 헤 벌리며 충격받은 표정을 지었다.

“노아, 너 지금 ‘내 동생이 나에게 비밀이라니?!’라고 생각했지?”

“…! 어,어떻게 알았어?”

노아가 당황한 얼굴로 나를 돌아보았다. 얼굴에 떡하니 ‘충격’이라고 적어두고 저렇게 말하니 웃겼다.

“그야 얼굴에 다 쓰여있으니까 그렇지.”

“뭐? 정말?”

노아가 당황하며 제 얼굴을 더듬었다. 그러자 네로와 난 웃음을 터뜨렸다.

“푸하하, 크흡,그 말이 아니라…표정에서 엄청 티가 난다는 말이었어.”

“아아, 그런 거였구나.”

노아가 귓바퀴를 붉히며 슥 시선을 피했다.

“오빠 나도 다 했어! 요!”

“나도! 요!”

막 존댓말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이 너도나도 그림을 들고 달려왔다. 불길할 정도로 평화로운 공기가 주방을 가득 채웠다.

***

“후우…나머지는 마지막에 마무리하면 되겠지.”

미아는 저택을 감싼 보호 마법의 상태를 몇번이고 확인한 후 연구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럼 -…슬슬 실험을 재개해볼까?”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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