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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

   던전에 들어가자고?

   

   나야 좋지!

   

   잘 됐다. 다들 고생했으니까 이제부터 칼하고 같이 들어간다고 하면.

   

   “멤버는 여기 있는 사람들로 하면 되겠군요. 저와 칼. 페르비 그리고 아가씨 넷이서 들어가면 딱 알맞습니다.”

   

   에. 그건 좀 곤란한데.

   

   저 대머리 기사는 몰라도 포셀 너는 따돌리고 싶어도 따돌릴 수가 없잖아.

   

   그렇다고 개인행동을 하게 내버려 둘 것도 아니고.

   

   ‘그렇게…’

   “그렇게 많이 들어갈 필요가 있어?”

   

   “원래 던전은 4명이 한 팀으로 들어가는 게 보통입니다.”

   

   그건 알고 있지.

   

   소울 아카데미에서도 NPC들이랑 4인 파티를 이루어서 안에 들어갔으니까.

   

   근데 그건 적정레벨의 던전일 때나 그런 거잖아.

   

   과잉전력이라고. 과잉전력.

   

   에반스의 던전은 초반부에 공략할 수 있는 중소규모의 던전.

   

   칼 하나만 들어가도 초토화를 시킬 수 있을 만큼 약한 곳이다.

   

   그런 곳에 칼보다 더 강한 포셀. 칼하고 비슷한 대머리 기사 페르비랑 같이 들어가 봐.

   

   그건 훈련이 아니라 내 관광이 되어버리잖아.

   

   대충 이런 식으로 불평을 했더니 포셀이 웃음을 흘리면서 뒤에다 말을 덧붙였다.

   

   “걱정 마시죠. 아가씨. 어차피 던전을 한 번만 들어갈 것도 아니잖습니까. 이제부터 지겹도록 들어가게 될 테니 처음은 체험을 한다 생각해 주십시오.”

   

   기회가 한 번 뿐이 아니란 말에 안도하던 중 문득 등줄기에서 한기가 느껴졌다.

   

   지겹게? 이 던전을 몇 번이나 왔다갔다할 생각인 거야?

   

   에반스의 던전은 파밍용으로 적합하지 않은 곳이라고!

   

   구조가 복잡하고 나오는 몬스터들이 주는 보상이 좋지 않아서 루엘의 둔기를 파밍하고 나면 다시 찾을 이유가 없는 장소란 말이야!

   

   그런 곳에서 노가다라니!

   

   한 사람의 고인물로써 도저히 용납할 수 없어!

   

   라고 마음속으로 생각은 했지만 입 밖으로는 꺼낼 수 없었다.

   

   파밍이니 보상이니 노가다니 하는 말을 게임 속에 사는 사람들한테 할 순 없잖아.

   

   요즘 들어서 기사들에 한정해 이미지가 좀 괜찮아졌는데 다시 미친년 취급당하고 싶지는 않다고.

   

   그래서 난 아무런 말도 않고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뭐어. 어쨌든 던전은 던전이니까.

   

   레벨업이나 하고 가자.

   

   *

   

   던전의 입구를 넘어서자 풍경이 바뀌었다.

   

   가을바람에 흔들리던 밝은 초원은 어디로 가고 한치 앞도 보기 어려운 어둠이 드리웠다.

   

   기사 중 하나가 횃불을 키고 나서야 음습하고도 칙칙한 동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모니터 너머로 던전 속의 풍경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 걸까.

   

   실제로 던전에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놀랍다는 감상은 없었다.

   

   있는 것이라곤 익숙하다 못해 지루하다는 느낌 뿐이었다.

   

   “자. 아가씨. 저희가 앞과 뒤를 맡을 테니 중앙에서 던전을 살피시죠.”

   

   포셀을 비롯한 기사들은 던전에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시덥잖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사람이 바뀐 것처럼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조금도 방심을 하지 않겠다는 듯한 진중한 얼굴을 보고 있자니 어색했다.

   

   어차피 너네들이면 이 던전 발로도 깰 수 있지 않아?

   

   그렇게까지 긴장을 해야 해?

   

   아. 내가 있어서 그런 건가?

   

   ‘단장님. 길은 알아요?’

   “바보 포셀. 길은 알아?”

   

   “아직은 정확히 모릅니다만 이제 알아낼 겁니다.

   아가씨. 기억하십시오. 같은 던전이라도 그 패턴은 수십가지입니다. 이전에 공략해본 던전이라 해도 자신의 기억을 과신하시면 안 됩니다.”

   

   알고 있다.

   

   소울 아카데미에 존재하는 모든 던전에 대한 공략을 써 본 경험이 있는게 바로 나니까.

   

   당시에는 이 망겜에 조금이라도 더 뉴비를 끌어들일 생각으로 쓴 것이었지만 그 때의 경험이 도움이 될 날이 올 줄이야.

   

   “에반스 던전의 길은 총 아홉가지 패턴이 있습니다. 이를 구분하는 법은…”

   

   아니다.

   

   얼핏 비슷해 보이는 길이 몇 개 섞여 있어서 헷갈리기 쉽지만 패턴만 따지면 총 열 두가지다.

   

   그 중에 두 개는 다른 패턴보다 난이도가 높은 대신 좋은 보상을 주지.

   

   내가 보기에 이번 던전이 그 난이도가 높은 케이스인 것 같은데?

   

   “나오는 몬스터는 주로 고블린 계열입니다. 허나 무시하면 안 됩니다. 이 녀석들이 집단을 이루면 무시무시하거든요.”

   

   이건 맞는 말이다.

   

   가끔 가다 괴상한 녀석들이 튀어나오긴 하지만 에반스 던전의 주력은 고블린이다.

   

   던전의 고블린들은 필드에 나오는 녀석들과 달리 위협적이다.

   

   하나하나 개체로 따지자면 몬스터 중 최약체라 불러 마땅하지만 그들이 군집을 이루면 이야기가 달라지거든.

   

   집단으로 적을 사냥하는 법을 알고 있는 고블린들은 뭣 모르는 뉴비들에게 환불할 기회를 주는 자비로운 놈들이었다.

   

   “오늘은 처음이시니 저희가 하는 걸 보고 배운다 생각하시고 따라와 주십시오.”

   

   ‘알겠어요.’

   “알겠어.”

   

   음. 이렇게 되면 오늘 루엘의 시련에 들어가는 건 포기하는 게 맞겠다.

   

   포셀이 있는 한 돌발행동을 하기도 어렵고.

   

   난이도가 높은 맵이 걸려서 어떤 변수가 생길 지도 모르니까.

   

   얌전히 던전을 경험하는 걸로 만족해야겠어.

   

   실제 던전이 내가 기억하는 던전과 얼마나 다른지도 한 번 확인해봐야 하니까 말이야.

   

   던전을 공략하는 기사들의 모습은 탐험가보다는 도살자에 가까웠다.

   

   고블린이 앞에 등장하면 고블린이 입은 갑옷 채로 반으로 갈라버렸고.

   

   고블린이 준비한 함정은 그냥 몸으로 뚫어버리는 데다가.

   

   마법이나 화살 같은 것도 신경 쓸 가치가 없다는 듯 몸으로 받아냈다.

   

   말 그래도 스펙을 믿고 하는 강행돌파였다.

   

   기사들은 그러는 도중에도 내게 던전 공략의 기본이 되는 여러 요소들에 대해 알려주기는 했지만 본인들부터가 그를 지키지 않으니 그리 설득력이 있진 않았다.

   

   선생님들. 제가 가르치는 법을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이건 좀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사단장님…’

   “바보 포셀. 이딴 식으로 다 부숴버리는데 훈련이 돼?”

   

   이번 건 진짜로 궁금해서 나온 질문이었다.

   

   다 박살을 내버리면서 돌파를 하면 훈련이 되긴 해?

   

   이럴 바에야 그냥 기사단에서 너네들끼리 대련하는 게 훨씬 더 이득이지 않나?

   

   어차피 너네 레벨도 더럽게 높아서 경험치도 안 오를 거 아냐.

   

   “아직 던전의 1층이라 이렇게 하는 겁니다. 저희 수준에 비해 던전이 약하다 보니 1층하고 2층은 그냥 넘겨버리거든요.”

   

   에반스 던전이 3층부터 난이도가 높아지긴 하지만 여기나 거기나 크게 차이 없지 않냐?

   

   뭐 너희들이 평소에도 그런 식으로 했다면 이해는 간다만.

   

   “단장님 기왕 이렇게 된 거 아가씨께 던전 공략의 경험을 시켜드리는 건 어떨까요.”

   

   내가 포셀과 대화를 하던 중 칼이 옆에서 한 가지 제안을 꺼냈다.

   

   “1층과 2층의 공략 말이냐?”

   “예. 원래 뭐든 직접 경험해 보는 게 제일이지 않습니까. 저희가 옆에 있으니 위험할 일도 없고 최적의 기회라 생각합니다.”

   “흠. 그렇군. 간만에 좋은 의견이었다. 아가씨. 어떠십니까?”

   

   어. 그러니까 나보고 1층하고 2층의 공략 진두지휘를 맡으라는 소리지?

   

   하하. 너무 쉬운 부탁을 하는 거 아냐?

   

   내가 에반스 던전을 몇 번이나 공략해 봤는데.

   

   둔기 캐릭을 키울 때마다 여기에 찾아와서 박살을 냈으니까 그 숫자만 해도 천 번은 가뿐히 넘길 걸?

   

   ‘알겠어요. 그렇게 하죠.’

   “좋아. 내가 지휘를 해줄 테니까. 따라와. 허접들.”

   

   *

   

   “오른쪽에 허접한 함정이 있네. 괜히 밟지 말고 그냥 날려버려.”

   “저기 골목 돌면 자기가 들킨 줄도 모르는 멍청하고 냄새나는 고블린 이 네 마리 있을 거야. 바보 포셀. 짐승처럼 달려가서 박살 내.”

   “대머리. 뒤편에 기습을 노리는 변태들이 있으니까 처리해.”

   

   던전 공략을 이끄는 루시는 능수능란한 지휘가였다.

   

   한 번의 틀림도 없이 언제나 옳은 길을 찾아냈고,

   

   함정을 발견하지 못해 곤란을 겪는 일도 없었고,

   

   더욱이 몬스터들의 기습이나 매복 하나조차 놓치지 않았다.

   

   그건 일반적인 색적이라 할 수 없었다. 그보다는 예측이나 예언이라 부름이 옳았다.

   

   처음에는 기사들도 루시의 지휘를 그리 신뢰하지 않았다.

   

   처음 던전 공략을 해보는 그녀가 제대로 된 지휘를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은가.

   

   당연히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실패하고 또 실패할 거라 여겼다.

   

   그게 보통이니까.

   

   애초에 칼이 루시에게 지휘를 제안한 것도 이런 실패를 각오하고서 꺼낸 말이었다.

   

   안전한 상황에서 실패를 경험해보고 전문가에 의해 더 나은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어디 흔할까.

   

   기사들은 루시의 성장을 위해 자신들의 고생을 바칠 계획이었던 것이다.

   

   그랬기에 처음 루시의 지휘가 적중했을 때에도 기사들은 초심자의 행운이라고 여겼다.

   

   운이 좋았다고. 우연히 찍어서 맞춘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게 두 번이 되고. 세 번이 되어서. 성공의 뒤에 성공만이 따라 붙었다.

   

   그건 행운 같은 게 아니었다.

   

   운이 아무리 좋아도 여러 선택지 속에서 정답만을 고르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한 번의 성공은 우연일지라도 그게 계속되면 그것은 필연이었다.

   

   즉, 계속된 성공은 곧 루시의 실력임이 분명했다.

   

   “야. 칼. 아가씨께서는 던전과 관련된 축복이라도 받으신 거냐?”

   

   루시에게 대머리 기사라 불리는 페르비는 루시의 지휘가 떨어질 때마다 속으로 경탄을 하고 있었다.

   

   이 정도로 명확하고 확실한 지휘는 숙련된 기사 중에서도 몇 안 되는 이만이 가능한 일이다.

   

   그런 걸 처음 던전에 들어와 보는 아가씨께서 선보이시다니!

   

   이건 평범한 단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야 말로 신께서 내린 기적이라 불리는 축복 정도가 아니라면 말이다.

   

   “그럴지도 몰라.”

   

   칼도 페르비의 의견에 동의했다.

   

   두 가지 축복을 단번에 받는다는 건 매우 희귀한 일이었지만 그게 아니라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아가씨께서 정말로 두 가지 축복을 지니고 있는 거라면 아가씨는 역사에 남을 영웅이 될 지도 몰라.

   

   역사에 남은 무수히 유명한 영웅 중에서도 두 가지 축복을 지닌 이들이 많지 않나.

   

   그렇게 루시가 지휘를 시작하며 1층의 절반을 주파했을 무렵에 포셀이 말을 꺼냈다.

   

   “아가씨.”

   “뭔데. 바보 포셀.”

   “지휘만이 아니라 전투에도 참여해 보시겠습니까?”

   “내가 직접 싸우라고?”

   “예. 처음엔 아가씨께서 던전의 흐름을 살피는 것만 해도 벅찰 거라 생각했습니다만. 솔직히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아가씨께서 보여주신 재능은 저보다 뛰어날 것 같군요.”

   “바보 포셀. 그건 네가 허접해서 그런 게 아닐까.”

   

   툭하고 찌른 루시의 말에 포셀이 순간 굳었지만 이내 그가 부드럽게 웃었다.

   

   방금 전 루시가 보여 준 재능에 비하면 확실히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러니 더 심화단계로 들어가 봅시다. 아가씨에게 알맞은 수준의 전투를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포셀은 겉보기엔 생각 없고 호쾌한 천상 무인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그는 누구보다도 노련한 무장이다.

   

   오랜기간 수많은 던전과 전장을 돌아다니며 살아남은 중년은 이 대륙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였다.

   

   그런 그이기에 평소엔 처음 던전에 들어오는 이에게 실전을 경험시키지 않는다.

   

   던전이 주는 폐쇄감과 공포에 적응하기 전엔 제대로 된 실력을 발휘할 수 없으니까.

   

   하지만 루시는 예외였다. 들어온 지 채 한 시간도 안 되어 던전에 완벽히 적응한 루시는 지금도 충분히 한 사람 분을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고블린을 상대로 경험을 쌓아 보시죠.”

   

   그래서 포셀은 루시에게 전투를 경험시켜주기로 마음먹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던전을 완벽히 암기하고 있는 고인물의 던전 공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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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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