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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

       나는 개같이 합격했고, 또한 개같이 탈출했다.

         

       합격 자체는 기쁘긴 한데, 하스펠트와의 관계가 이래서야 최상급 화염마도를 더는 익힐 수 없게 되었다.

         

       제국에서 화계마도를 가장 잘 다루는 사람이 저 인간이었다. 내가 참을 거 다 참으면서 얌전히 노예 생활을 했던 것은 하스펠트 밑에 있으면 모든 화계마도를 가장 빨리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젠 그게 불가능해졌다. 인간관계가 박살났는데 배우고 자시고 할 게 없어졌단 소리다.

         

       이렇게 된 이상 대체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화계마도의 비법이 담긴 고문서를 찾거나, 하스펠트에 준하는 실력을 지닌 사람에게 조언을 듣는 식으로.

         

       사실 뭔 상관인가. 어차피 그럴 생각으로 아카데미에 입학한 건데.

         

       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수심에 잠겨있는 걸 곁에서 지켜보던 헤를라인이 말을 걸어왔다.

         

       “얼굴 좀 펴. 이젠 노예도 아니잖아? 왜, 클라이스가 걱정되기라도 하니?”

       “아뇨?”

         

       제가 무슨 호구로 보이세요?

         

       만에 하나 그럴 일은 없다. 지구로 돌아갈 시간이 늦춰질까 봐 불안해서 그럴 뿐이다.

         

       그러나 그런 소리를 할 순 없었기에 적당한 핑계로 둘러댔다.

         

       “오히려 헤를라인 선생님과 하스펠트 공작님의 관계를 제가 망친 것 같아 죄송한 생각뿐입니다. 두 분께선 학생이실 적부터 친하셨다면서요?”

       “그래. 그렇지. 그러니까 이 정도도 할 수 있는 거거든. 나 말고 다른 백작이 하스펠트 공작에게 대들었으면 어떻게 됐겠어?”

       “큰일 났겠죠.”

       “어차피 조금 이따 저택에 다시 들어갈 거야. 가서 정신교육 좀 해 줘야지.”

         

       헤를라인 교수님은 거기까지 말하고는 이사장실에 들려야겠다며 잠시 자리를 떴다. 그 새에 나는 벤치에 앉아 주변 풍경을 둘러보았다.

         

       익숙한 학교, 익숙하지 않은 신분.

       

       문득 친누나가 늘 버릇처럼 건네던 말이 떠오른다.

         

       ─ 후회 없이 살아. 어차피 인생은 한 번뿐이야.

         

       그 말을 듣고는 부모님과 학교 선생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학과에 진학했다. 입시 상담받을 때 여러모로 진땀을 뺐던 기억이 난다.

         

       ─ 이 정도면 의대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 물리학과.

       ─ 하다못해 컴공이라도…. 요새 개발자 하면 돈 많이 번다잖아!

       ─ 물리학과.

       ─ 약대, 약대는 어떠니? 졸업하면 안정적이고 워라밸도 있어.

       ─ 물리학과.

         

       별로 좋은 추억은 아니었다.

         

       옛날 생각을 하고 있자니 헤를라인 선생님이 돌아왔다.

         

       “짠! 이게 뭔지 알아?”

       “자유인 증명서잖아요.”

       “맞아. 내가 부탁해서 이사장한테 뜯어왔어. 이걸 발급받은 이상 황제 폐하께서도 널 어찌하지 못하겠지.”

         

       맞다. 제2황자가 날 시종으로 들인다는 얘기 때문에 아카데미 입시를 급하게 준비한 거였지.

         

       근데 이 자유인 신분증명서에 틸레트 아카데미 학부생 자격까지 겹쳐지니 황제조차도 날 사느니 마느니 논의하는 게 의미 없게 되어버렸다. 이야, 3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기분인데.

         

       “이렇게 된 것도 기념인데 오늘은 내가 밥 한 끼 쏠게. 이건 갚지 않아도 돼.”

       “너무 해주신 게 많은데요.”

       “그런가? 그럼 나중에 커서 훌륭한 마도사가 되는 것으로 갚아. 네가 이 나라 백성들을 지키는 거야.”

         

       그 말에 속으로 뜨끔했다.

         

       도감 다 채우면 여기 망하든 말든 빛보다 빠르게 튀려고 했는데….

         

       헤를라인은 나를 상점 번화가 쪽으로 데려갔다. 뭐 먹고 싶냐는 말에 주변을 둘러보다가 엘프가 운영한다는 횟집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엘프 하면 풀떼기만 먹고 자란다는 선입견이 있지 않나? 대수림 사는 양반들이 회라…. 뭔가 기이한데.

         

       제국은 국토 대부분이 내륙에 속해 싱싱한 생선을 볼 기회가 많지 않았다. 때문에 아래쪽에 위치한 엘프들의 나라에서 생선을 공수해 온 다음, 도적이나 마수의 위협을 모조리 피해 이곳까지 유통해야만 했다.

         

       그 과정에서 생선 품질이 어떻게 되겠는가. 소금에 절여서 가져오면 그나마 상황이 낫겠지만, 회는 쌩쌩히 돌아다니던 걸 사시미칼로 쳐서 즉석에 내 와야 식감이 사는 음식이다.

         

       제아무리 생선을 산 채로 유통한다 치더라도 그러한 유통 과정에서 물고기가 겪을 스트레스는 육질을 떨어뜨리기에 충분하리라.

         

       그럼에도 바다회는 못 참는다. 왜, 맛있잖아. 원래 세계에서도 1년에 한 번 먹을까 말까 했던 음식이었는데 당연히 품질이 떨어지더라도 군침 고이지.

         

       우리는 식당 한쪽에 자리를 잡고 모듬회 두 세트를 시켰다. 이세계라 그런지 전부 처음 보는 생선이다. 조미료도 신기한 게 많았는데, 간장과 비슷하면서도 짠내가 덜 나는 맑은 소스가 작은 종지에 담겨 나왔다.

         

       그래도 레몬 비슷한 건 있는 모양이다. 모듬회 정식 위엔 얇게 썰어진 레몬을 헤를라인이 건드렸다.

         

       “이거 뿌릴래?”

       “장에 뿌려먹으면 돼요.”

         

       간장 비슷하니까 그냥 간장이라고 불러야지.

         

       간장에 레몬즙을 뿌리는 날 헤를라인이 신기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비린내 없애려면 생선 위에 바로 뿌려먹는 게 낫지 않아?”

       “대신 눅눅해지잖아요.”

         

       회에 레몬즙을 뿌리면 비린내는 없어지지만, 그 상태로 회를 오래 방치하면 단백질 응고 때문에 식감이 망가진다. 그럴 바에야 간장에 뿌려뒀다가 찍어먹는 편이 훨 낫지.

         

       내가 간장에 즙을 뿌리는 걸 본 헤를라인이 감탄스럽다는 투로 말을 이었다.

         

       “너 되게 신기하다. 정말 여태까지 노예였던 거 맞아?”

       “무슨 말씀이세요?”

       “아니, 되게 귀족처럼 먹는다 싶어서. 하이엘프들이 생선회를 즐길 때 그런 식으로 먹거든.”

       “선생님은 엘프 문화도 아세요?”

         

       내 물음에 헤를라인이 고개를 끄덕인다.

         

       “예전에 교환학생으로 카우렐리아에 갔던 적이 있어. 거기 아카데미 이름이 일리야드, 였었나? 엘프국 내 아카데미 중에선 가장 입결이 높은 곳이었지. 거기서 만난 룸메이트가 하이엘프였는데, 그 친구 추천으로 회를 먹다가 알게 된 사실이야.”

         

       회를 먹다가 문득 궁금해진 나는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선생님께선 왜 제 입시를 도와주신 건가요? 친구분이랑 사이가 안 좋아지시기만 하고 아무런 이득이 없으셨잖아요.”

       “이득이 없다니, 내가 처음에 얘기했잖아. 너 같은 인재를 썩힐 순 없다고.”

         

       정말? 정말 그것뿐이었다고?

         

       “잘 들어, 에테르. 허구한 날 황성에 처박혀 있는 분들은 모르시는 일이지만, 전장에 내몰려 있는 전투마도사들은 머지않아 제국이 곧 망할 거라는 걸 알고 있어.”

         

       그 말에 나는 화들짝 놀라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행히 주변이 시끄러웠는지라 우리 이야기를 듣는 사람은 없어 보였다.

         

       나는 목소리를 최대한 낮춘 채 이 나라에서 담으면 안 될 두 음절을 언급했다.

         

       “…설마 혁명 같은 건 아니죠?”

       “글쎄. 엘프들처럼 그런 식으로 체제가 뒤집힐 수는 있겠지. 근데 황실에서 멍청한 짓을 연달아 하지 않는 이상 그 시나리오가 일어날 가능성은 작아. 그것보다는 대외적인 국방이 위험하지.”

       “마수 때문이군요.”

       “맞아. 당장 북방 전선이 위태롭다는 얘기는 너도 들어서 알 거야. 오죽하면 황제 폐하께서 나 같은 상이군인을 불러 새로 생긴 탑을 조사하라고 했을까?”

       “북쪽 전선에…. 탑이 생겼어요?”

       “적어도 마도사들이 은거하는 마탑은 아니야. 더럽게 단단하게 생겨먹은 철탑이었지. 높이만 2킬로미터 정도 되어 보이던데, 거기서 상급 이상의 것들을 막 쏟아내더라고.”

         

       미친, 2킬로미터라고?

         

       원래 세상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몇 미터였더라…?

         

       “제국이 멸망하면 마수가 정령계로 쳐들어갈 길목이 열리고 말아. 혹여라도 그렇게 돼서 정령왕들이 소멸하는 일이라도 생긴다면 이 세상의 모든 종족이…….”

       “금안족처럼 되겠죠.”

       “클라이스가 염려하는 게 그거였어. 제 딴에는 그게 눈에 보이니까 병적으로 플레어를 완성하는 데 집착했던 거지.”

       “…무슨 말씀이신진 알겠는데 기분이 좀 그렇네요.”

       “괜한 말 해서 미안해. 그보다는 당장 네 등록금이 문제겠지?”

       “아.”

         

       맞다. 등록금.

         

       저쪽 세계에서는 장학금 제도나 국가에서 해주는 복지가 잘 되어 있었으니 돈 걱정 안 하고 학교에 다닐 수 있었는데, 여긴 아직 그런 교육제도가 활성화되기 전의 세상이었다.

         

       당장 노예 신분에서 벗어난 지 얼마 안 되었다. 주머니를 뒤져봐도 땡전 한 푼 나오질 않는다.

         

       “일단 차석이니까 반액은 문제없을 거야. 그런데 그걸 감안하더라도 이제 막 노예 신분에서 벗어난 너한테 돈이 없다는 게 문제지.”

       “휴학은 안 되나요?”

       “1학년은 휴학 못해.”

         

       좆같은 학교….

         

       깊이 고민할 시간이 없었다. 첫 학기부터 미등록 제적당하지 않으려면 돈을 벌어야만 했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한 달 정도네. 그 안에 금화 한 장은 벌어야 해. 물론 식비와 기숙사비 별도로.”

         

       거 아카데미 한 번 다니기 더럽게 힘드네.

         

       **

         

       클라이스는 거의 두 시간동안 식탁에 앉아 멍을 때리고 있었다.

         

       에테르와 함께 떠나갔던 메리가가 자신의 저택으로 다시 돌아온 건 정오가 되었을 무렵이었다.

         

       “클라이스.”

       “…….”

       “클라이스?”

       “…….”

       “야 이 머저리 년아!!”

         

       메리가가 욕설을 퍼붓고 나서야 클라이스의 고개가 돌아갔다.

         

       위계상으로는 공작이 백작보다 높은 지위에 있었으므로 메리가의 폭언에 클라이스가 화를 내며 칼을 뽑아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었다.

         

       그런데 그럴 수가 없었다.

         

       늘 웃으며 돌아다니던 가장 친한 친구의 입꼬리가 아래를 향하고 있었으니까.

         

       피 튀기는 전장에서도 늘 짓고 있었던 미소가 메리가의 얼굴에서 사라졌다는 건 그녀가 머리끝까지 화가 나 있다는 징조였다.

         

       클라이스가 반응할 시간도 없이 성큼 다가온 메리가가 분노를 쏟아냈다. 아까 에테르가 있을 때는 분위기를 가벼이 잡느라 굳이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마법 연구가 좋았으면 너 혼자 했어야지, 왜 순진한 여자아이 하나 잡아다가 저 꼴로 만들어놨어?”

         

       그러나 클라이스는 메리가의 그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오히려 질문에는 질문으로 응대하려 했다.

         

       클라이스가 떠는 목소리로 물었다.

       

        “…메리가, 당신이 에테르를 입학시킨 건가요?”

       “그래.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한 짓이야.”

       “대체 왜 그랬어요. 우리 사이에 뭔 일이 있었다고 이런 앙금을 만들어 낸 거예요?!”

         

       그리 말하는 클라이스의 어조엔 묘한 절망감이 섞여있었다. 그 원인을, 메리가는 식탁 위에 놓인 황금색 편지로부터 확인할 수 있었다.

         

       황제에게서 온 것이었다.

         

         

       ####

       [친애하는 하스펠트 공작에게]

         

       [금안족 노예를 넘겨주기로 한 기한이 임박했네.]

         

       [그런데 그 금안족 노예가 아카데미에 지원했다는 소식이 성도에서 나돌고 있다고 하더군.]

         

       [그 때문에 아들내미가 궁에 있던 예술품 몇 개를 깨 먹을 정도로 화가 나 있는 지경일세.]

         

       [긴 말 않겠네. 당장 황궁으로 오게.]

         

       [필리우트 제국 황제, 옐친 필리우트 (인)]

       ####

         

         

       “당신 때문에 금화 3만 장과 에테르를 동시에 잃게 생겼어요.”

         

       클라이스는 근래에 들어 황실이나 아카데미의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화계마도의 위력이 한계에 달해 절멸급 마수를 쓰러뜨릴 수 있는 수단이 전무하다는 진단이 학계의 석학들 사이에서 내려진 지 오래였기 때문이다.

         

       클라이스는 그 와중에서 유일하게 화력 집중의 화계마도를 연구하는 학자였고, 조금만 있으면 그 결과물을 내고 3만 장에 달하는 금화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자부했다.

         

       결국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는 계획이 완전히 박살나고 만 것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 10년 가까이 믿어왔던 친구로 인해.

         

       이를 두고 메리가는 할 말이 없었다. 할 말이 없어야 했다. 그럼에도 메리가는 확신을 담아 한 마디를 건넸다.

         

       “클라이스, 내가 에테르를 아카데미에 지원시키지 않았다면 이 대륙은 마수에게 잡아먹힐지도 몰라.”

       “궤변이에요. 그럴 거란 보장이 어디 있어요.”

       “너도 그 탑을 봤잖아. 그거 자체가 하나의 절멸급 마수라고. 걔를 잘못 건드렸다가 언제 북방 전선이 붕괴될 줄 알고?”

         

       메리가가 보기에 에테르는 유능한 인재였다. 물론 클라이스의 눈에도 그랬지만, 결정적으로 두 사람 사이에선 유능한 조수를 이해하고 다루는 방법이 달랐다.

         

       푸른 피를 타고난 클라이스는 자신이 산 노예를 헐값에 부려먹어도 된다고 생각했다. 주변 귀족들이 다 그래왔기 때문이다. 이미 능력이 있는데 자신이 가르치면서 연구시키면 될 걸, 굳이 비싼 돈 들여가며 틸레트에 입학시켜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반면 메리가는 평민 집안에서 태어나 틸레트에 입학함으로써 계층 사다리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 인간이었다. 에테르에게 중요한 건 더 많은 노력이 아니라, 그 소녀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과 지원이라고 굳게 믿었다.

         

       “이렇게 될 거란 거 알고 있었지?”

         

       클라이스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황자가 이렇게 나올 줄 알았으니까 쇠목걸이를 채워서 최소한 네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알리려던 거야. 내 말이 맞아?”

       “…맞아요.”

       “그래, 그거라도 했으니 됐어. 어차피 내가 벌인 일이니까 남은 죄는 나한테 덮어씌워.”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럴 수는…! 됐어요. 제가 알아서 마무리지을게요.”

         

       아무리 그래도 오랜 친구를 팔아넘길 순 없었다.

         

       자신은 공작이라 욕 좀 처먹고 끝내면 되겠지만, 뒷배가 없는 메리가는 황실에서 아예 가문째로 사장시켜 버릴지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자고로 이번 대의 황자는 그 짓거리를 시도때도 없이 하니 망나니라고 불리는 것이었다. 이미 그런 식으로 사이가 틀어져서 담가버린 가문만 다섯 곳에 달했다.

         

       황궁에서 불렀으니 나갈 채비를 해야 했다. 클라이스는 겉옷을 두른 뒤 비장한 표정으로 마녀모를 눌러썼다.

         

       어떻게든 황자부터 잘 달래놓아야 한다.

         

       황성을 향해 내달리는 클라이스의 머릿속에는 온통 그 생각뿐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2022/07/31 : 클라이스-메리가 사이의 대화를 전면 수정했습니다. 클라이스의 후회 파트는 뒤로 미뤄집니다.
    다음화 보기


           


The Magic Academy’s Physicist

The Magic Academy’s Physicist

마도 아카데미의 물리학자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n an era when the power of Fire Magic was considered to have reached its limit, one girl began researching nuclear fu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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