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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

       “도움이 필요하면 다시 찾아오거라.”

       

       

       아이작의 배웅을 받으며 아이들은 길드를 나섰다. 그러나 그들의 표정은 그렇게 좋지 않았다. 지금까지 믿어왔던 하나의 법칙이 송두리째 부정 당했기 때문이다.

       

       

       모든 어른은 적이다. 그게 디에고가 정한 법칙이었다.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은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따듯한 온기를 느꼈다.

       

       

       사실, 디에고를 비롯한 아이들은 죽음을 각오하고 길드를 습격했었다. 그들도 바보는 아니다. 한낱 어린애들이 영웅에게 대적할 수 있다는 생각 따윈 하지 않았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사샤가 입고 있었던 옷을 불태우는 것을 보고 디에고가 참지 못한 것이었지만. 어쨌든 길드를 습격했으니, 전부 죽어도 이상한 게 아니었다.

       

       

       “……그 사람은 믿어도 되는 걸까?”

       

       

       아이들 중 한 명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갈색 머리카락에 주근께를 가진 헤르스는 소심하지만 머리가 잘 돌아가는 아이였다. 헤르스는 안목 또한 뛰어났는데.

       

       

       그런 헤르스가 보기에, 적어도 아이작의 말은 가식이 아닌 진심이었다. 그래서 더욱 혼란스러웠다. 이 세상의 모든 어른은 우리의 적일 텐데. 절대 이럴 리가 없는데.

       

       

       [어서 신께 돌아가라.]

       

       

       [빨리 꺼져. 괜히 재수 없게.]

       

       

       [쯧, 쓸데없는 것을 봐버렸군.]

       

       

       신의 아이들을 좋게 봐주는 어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야 그럴 수밖에, 자신들의 수치를 좋게 보는 사람이 과연 어디 있겠는가. 디에고는 버럭 하고 소리 질렀다.

       

       

       “어른을 믿지마! 결국 다 똑같은 새끼들이야.”

       

       

       “하지만, 그 사람은 진심처럼 보였는데…….”

       

       

       “제발. 우리가 지금까지 당한 수모를 잊었어?”

       

       

       “…….”

       

       

       헤르스는 감히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아이들은 철저하게 내몰렸다. 물론 직접적인 살인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바꿔 말하면, 살인을 제외하면 전부 가능했다.

       

       

       그러니까 지금처럼 사샤 같은 소녀를 납치해서 강제로 매춘을 시키거나. 아니면 술을 마시고 기분이 안 좋을 때, 멱살을 잡고 두들겨 패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어쨌든 살인은 아니니까. 이런 모호한 법칙으로 많은 아이들이 고통을 받다 결국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책임지는 어른은 없었다. 직접 살인을 저지른 자는 없으니까.

       

       

       “장난감 취급을 당하다가 죽어간 녀석들만 수십이 넘어. 기드온 전체를 따지면 훨씬 많겠지.”

       

       

       “…….”

       

       

       “그런데, 고작 몇 마디 들었다고 덜컥 믿어버리자고? 그러다 배신 당하면? 그때는 어쩌게?”

       

       

       현실을 꼬집는 디에고에게 감히 반박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고작 말 몇 마디로 믿기에는, 지금까지 너무나 많은 것을 봐왔고. 또 직접 당한 적도 있기에.

       

       

       그래서 아이들을 직접 이끄는 디에고는 계속 경계하고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것이 존재했다. 바로 지금처럼. 디에고는 눈을 깜빡거렸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친구들을 다독이며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는데. 눈을 깜빡이니 갑자기 자신을 포함한 친구들이 전부 바닥에 눕혀져 제압되어 있었다.

       

       

       “잃어버린 상품을 되찾으려고 왔는데. 제법 깜찍한 짓을 하고 있었네?”

       

       

       “너는……!!”

       

       

       화려한 장식을 걸친 여성이 웃으며 아이들의 앞에 있었다. 디에고는 한눈에 저 여자를 알아보았다. 모를 수가 없었다. 친구 사샤를 납치한 게 바로 저 년이었으니.

       

       

       “사샤, 이 골치아픈 아이야. 네가 내 손을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니?”

       

       

       “읍!!”

       

       

       마담이 꺼내든 것은 구리 반지였다. 마담이 웃으며 검지 손가락으로 구리 반지를 건드리자, 가장 뒤에 있던 사샤가 고통 섞인 비명을 질렀다. 디에고가 소리쳤다.

       

       

       “대체 사샤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당연히 도망치지 못하게 목줄을 묶어둔 게 아니겠니.”

       

       

       “뭐?! 목줄?!”

       

       

       “그럼. 의외로 도망치려는 아이들은 상당히 많단다.”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자발적으로 사창가에 몸을 들이는 여자가 과연 얼마나 있겠는가. 그러니 상품이 도망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사창가에서는 직접 손을 쓴다.

       

       

       예를 들면, 지금 사샤에게 새겨진 문양처럼. 일정 범위 이내에 있다면 어디에 있든 위치를 알 수 있는 추적 마법. 마담은 웃으며 제압된 사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물론 손님의 취향에 맞게 천박한 문신을 넣을 겸 새긴 낙인이지만. 이럴 때는 또 성능값을 톡톡히 하는구나.”

       

       

       “이 쓰레기 같은 여자가……!!”

       

       

       “입 조심하거라, 쓰레기.”

       

       

       “컥?!”

       

       

       직원들에게 붙잡혀 완전히 제압된 디에고의 턱을, 마담이 발로 직접 걷어찼다. 덕분에 디에고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마담은 웃으며 디에고의 머리를 짓밟았다.

       

       

       “우리는 영웅들에게 술과 여자를 제공하여 피로를 풀고, 더 힘찬 내일을 약속하지.”

       

       

       “윽…….”

       

       “그에 비해서, 너희는 대체 무슨 도움이 되고 있느냐? 아무것도 아닌 쓰레기들이.”

       

       

       “…너희가…….”

       

       

       쓰레기 취급은 익숙했다. 이런 멸시 따위, 분명히 아무것도 아닐 텐데. 처음으로 온기를 느껴본 탓일까. 어째서인지 오늘 크게 울컥한 디에고가 겨우 입을 열었다.

       

       

       “너희가 멋대로 버린 주제에, 우리보고 뭐 어쩌라고……!!”

       

       

       배운 것도 없다. 사랑조차 받지 못했다. 그저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서, 온갖 멸시와 수모를 겪으면서. 이를 악물고 버텨온 우리에게. 대체 뭘 그렇게 바라는 거야.

       

       

       “몰라서 묻는 거니?”

       

       

       마담은 디에고를 비웃으며 말했다.

       

       

       “그냥 죽어버리렴.”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그냥 혀 깨물고 죽어버려.

       

       

       디에고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미동조차 하지 않는 디에고를 보면서 마담은 재미없다는 듯이 고개를 돌렸다. 놀이는 대충 여기까지 하고. 슬슬 이제 일을 해야지.

       

       

       “사샤만 회수하고 나머지는 그냥 버려.”

       

       

       “처리하지 않아도 되는 겁니까?”

       

       

       “살인은 하데스 길드가 금지했잖아. 뒷처리도 귀찮고, 어떻게든 들키게 되어있다고.”

       

       

       제아무리 뒷처리를 잘해도 하데스 길드는 자신의 법을 어긴 자들을 반드시 찾아낸다. 그리고 그건 하데스 길드와 녹스가 뒤를 봐주고 있는 달빛의 눈물도 마찬가지.

       

       

       “그래도 귀찮은 짓은 하지 못하도록, 뼈 하나 정도는 부러뜨리는 게 낫겠지.”

       

       

       괜히 팔이나 다리를 절단했다가 죽기라도 한다면. 그건 하데스 길드에서 직접 개입하게 된다. 하지만 팔이나 다리뼈 하나를 부러뜨리는 정도로는 개입하지 않는다.

       

       

       기준이 왜 그런 것인지는 마담도 모른다. 하지만 기준이 그렇다면 따를 수밖에 없다. 왜냐면 하데스 길드는 지금 기드온에서 최강으로 군림하는 패권 길드였으니까.

       

       

       아이들의 고통 섞인 비명 소리를 음미하며 마담은 사샤를 끌고 달빛의 눈물로 돌아갔다. 그러나 끝까지 비명을 지르지 않은 디에고는 비틀거리며 바로 몸을 일으켰다.

       

       

       “잠깐만, 디에고.”

       

       

       “비켜. 헤르스.”

       

       

       “그 몸으로 대체 뭘 하려는 거야?!”

       

       

       “뻔하잖아. 사샤를 다시 되찾아야지.”

       

       

       디에고는 지금 두 팔이 부러진 상태였다. 그럼에도, 그는 고통을 억지로 참으며 움직이고 있었다. 디에고의 눈에는 분노가 아닌, 증오가 뒤섞여 흘러나오고 있었다.

       

       

       “지금 상태로 구해낼 수 있을 리 없어! 도움을 청해야만 해!”

       

       

       “도움? 대체 여기서 누가 우리를 도와주겠다고?”

       

       

       “……철의 방패, 그곳이라면…….”

       

       

       “집어치워.”

       

       

       그나마 이성적인 헤르스의 주장을, 디에고는 가볍게 씹었다. 디에고는 헤르스를 밀치고 걸어나갔다. 아주 잠깐이나마 믿을 수 있을지도라고 생각한 내가 병신이었다.

       

       

       어른들은 절대로 믿을 수 없어.

       

       

       * * *

       

       

       헤르스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마음 같아서는 디에고를 쫓아가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결국 모두가 잘못될 것이 분명했기에. 하지만, 대체 어떻게 해야하지?

       

       

       아마 지금이 원작이었다면. 결국 헤르스는 디에고를 쫓아서 달빛의 눈물에 쳐들어 갔을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도움을 청할 곳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테니.

       

       

       하지만 아이들이 달빛의 눈물에게서 승리할 리가 없었고. 결국 디에고를 제외한 나머지 아이들이 목숨을 잃게 된다. 그때부터 디에고는 오직 복수만을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디에고가 복수를 위해서 기드온을 습격하는 것이 바로 원작 3권의 스토리였다. 주인공 지크는 그런 디에고를 어떻게든 살리기 위해 설득하려고 하지만.

       

       

       이미 기드온을 증오하게 되어버린 디에고는 결국 마수로 타락하게 되고. 그런 디에고를 주인공이 끝을 맺게 된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일말의 작은 가능성이 있다.

       

       

       ‘말도 안 되는 가능성이야. 하지만, 하지만……!!’

       

       

       총명한 헤르스는 이미 알고 있었다. 하데스 길드와 밤의 제왕 녹스가 달빛의 눈물의 뒤에 있다는 사실을. 단순히 총명해서가 아니라, 헤르스의 과거에 연관된 일이다.

       

       

       어쨌든 하데스 길드와 녹스가 뒤를 봐주는 달빛의 눈물에게 대놓고 시비를 걸 수 있는 길드가 많을 리가 없다. 특히 철의 방패 규모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럴 수 없겠지.

       

       

       하지만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헤르스는 결국 거기에 걸 수밖에 없었다. 헤르스는 부러진 팔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억지로 삼켜가며, 가까스로 길드에 도착했다.

       

       

       “아니, 잠깐. 너는……?”

       

       

       “도와주세요! 친구가! 친구가 달빛의 눈물에 잡혀갔어요!!”

       

       

       “야! 멋대로 들어가지 마!”

       

       

       디그가 헤르스를 말리려고 했지만. 헤르스는 억지로 디그를 뿌리치고, 기어코 길드로 들어가면서 소리쳤다. 그 누구도 제대로 마주한 적이 없었던 아이의 울음 소리에.

       

       

       “알았다.”

       

       

       아이작은 기꺼이 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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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Guild Master in Exile

I Became the Guild Master in Exile

Status: Ongoing
I possessed the body of a guild master who ruined the guild. "We are all family." Since I was already possessed, I decided to stick to the concept hard. The guild members' obsession is no joke. Help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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