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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

       

       

       “후우···. 제대로 도망친 건가?”

       

       

       시우는 잔뜩 달아오른 몸을 식히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던전의 벽에 등을 기댔다.

       

       한참을 달려와 어느새 도착한 보스룸.

       

       누군가 다가오면 당장이라도 들어가기 위해 시선을 떼놓지 않으며, 조금이나마 휴식을 취했다.

       

       

       “지, 진짜 무서웠다···.”

       

       

       점차 식어가는 몸이 느껴졌지만, 심장은 아직도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뛰어대고 있었다.

       

       그도 그럴게, 설마 대놓고 싸움을 걸어올 줄은 몰랐으니까.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시우도 모르는 사이 강해진 직감이 아니었다면 그 남학생은 지금쯤 머리와 몸통이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 여자, 제정신이 아니야.”

       

       

       분명 선생님이 감시 카메라가 있다고 했는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공격해온 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사소한 의문점.

       

       시우가 이 던전을 벗어난다면 밝혀질 이야기다.

       

       지금은 새로 얻은 정보에 집중해야겠지.

       

       

       “그 녀석들, 같은 편이 아니었어···.”

       

       

       라이라와 아르테는 같은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살벌한 분위기.

       

       아무리 생각해도 같은 편이라기에는 너무 살기가 가득했다.

       

       연기일까? 나를 기만하기 위한 행동일까?

       

       그런 생각도 잠깐 해보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연기는 아니었다.

       

       도망치면서 잠깐 뒤를 돌아봤는데, 라이라가 아르테를 향해 태도를 휘두르고 있었으니까.

       

       아르테가 공격을 피하자 던전의 벽이 두부 자르듯 베어졌는데, 그게 연기일 리가 없지.

       

       같은 편은 아니다.

       

       만약 같은 편이더라도 사이는 매우 나쁘겠지.

       

       시우는 그렇게 판단했다.

       

       

       “···후, 그럼. 들어갈까.”

       

       

       솔직히 돌아가고 싶다.

       

       보스룸 따위는 신경 쓰지 말고 당장 왔던 길로 되돌아가서 조퇴한 후에, 집으로 돌아가 푹 자고 싶었다.

       

       하지만 가장 가까운 길은 멀리 돌아가는 길이라고 누군가 말했던가.

       

       시우에게 남은 길은 보스룸밖에 없었다.

       

       보스룸은 누군가 들어갔다면 공략이 끝나기 이전에는 열리지 않으니까.

       

       우선 최대한 빨리 이곳의 보스를 처치하고, 보스룸을 클리어하면 나온다는 지름길을 사용해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선생님들이 계신 곳으로 빠르게 도망쳐 사태를 알린다.

       

       좋아.

       

       둘 중 한 명이라도 크게 다치면 그걸로 충분해.

       

       보스룸을 빠져나가면 다른 사람들이 진입할 수 있기야 하지만, 그사이에 나는 이미 던전을 벗어났을 테니까.

       

       숨을 고르고 묵직한 문을 열어젖히고 보스룸에 들어갔다.

       

       

       “음머어어어어어어어!”

       

       “미노타우로스···. 크노소스 궁전이라더니.”

       

       

       반인반수의 괴물.

       

       소의 머리를 가진 인간. 미노타우로스.

       

       그 유명한 괴물을 본 시우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생각해보니 네 명이 함께 클리어해야 하는 보스잖아.

       

       선생님들이 설정한 난이도는 그렇다.

       

       그런데 네 명이 처치해야 하는 보스를 혼자 상대해야 한다고?

       

       투레질하며 달려드는 미노타우로스의 모습을 본 시우의 얼굴에 억울함이 가득 담겼다.

       

       시우는 마음속의 울분을 가득 담아 외쳤다.

       

       

       “덤벼! 소머리국밥으로 만들어주마!”

       

       “음머어어어어어!”

       

       

       어, 잠깐만.

       

       생각보다 빠른데?

       

       시우가 잔뜩 당황하는 사이에, 미노타우로스가 시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우왁?!”

       

       

       경종을 울리는 직감에 화들짝 놀라 자리를 벗어났다.

       

       다행히 회피에 성공했지만, 시우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목표물을 잃은 미노타우로스가 던전의 벽에 머리를 박은 이후 생긴 후폭풍을 보고 말았으니까.

       

       쿠웅!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마냥 흔들리는 보스룸.

       

       금이 가고 부스러지는 던전의 벽이, 제대로 한 대 맞으면 어떻게 될지 손쉽게 연상시켜주었다.

       

       

       “하, 하하···. 한 대 맞으면 죽을 듯이 아프겠는데?”

       

       

       소머리국밥은 무슨.

       

       내가 다진고기가 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다른 사람들이 있었다면 한 명이 쓰러져도 시간을 끌어주겠지만, 시우는 혼자였다.

       

       단 한 대라도 맞으면 그대로 치명상.

       

       회복할 시간도 없는 지금, 움직일 수 없는 치명상을 입는 순간 시우는 끝이었다.

       

       커다란 배틀액스를 들고 달려드는 미노타우로스의 모습에 시우는 눈물을 삼켰다.

       

       아무리 그래도 아르테랑 변절자가 있는 그 복도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

       

       

       

       

       

       

       

       

       

       

       

       

       

       

       

       

       

       

       “허억, 허억···.”

       

       

       어떻게 살았지?

       

       시우의 얼굴에 의문이 가득 담겼다.

       

       그도 그럴 것이, 도대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아직도 이해하지 못했으니까.

       

       여러 번 죽을 위기를 겪었다.

       

       직감이 경고해도 피할 수 없을 만큼 떨어진 체력으로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잘 피했는지. 운이 좋았던 걸까?

       

       고블린들보다 훨씬 큼직한 마석을 남기고 사라진 미노타우로스.

       

       그의 마석을 챙기며 시우는 긴장이 풀려 실실 웃었다.

       

       결국 살아남았으니까.

       

       지금은 그걸로 충분했다.

       

       

       “오, 여긴가.”

       

       

       재가 된 미노타우로스를 뒤로하고 시우는 지름길을 찾아 던전을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잠깐 걸었다고 느꼈는데, 어느덧 숲속에 있었으니까.

       

       돌이 움직이는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닫히는 지름길의 문이, 시우가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축하해주는 것 같았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시우의 머릿속에 의문이 맴돌았다.

       

       

       “···뭐야, 왜 아무도 없어?”

       

       

       속도가 느리지는 않았다.

       

       라이라가 갑자기 공격해오기 전까지는 매우 빠른 속도로 던전을 통과하고 있었으니까.

       

       학생들이 아무도 없는 건, 그래.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던전을 클리어하고 나오는 장소인데.

       

       아무도 없는 게 말이 되나?

       

       그런 의문을 표하던 무렵.

       

       갑작스레 울린 직감에 앞으로 몸을 내던졌다.

       

       

       “뭐, 뭐야?!”

       

       

       우지끈, 하는 소리에 그제야 직감이 울린 이유를 깨달았다.

       

       도끼다.

       

       미노타우로스가 사용하던 그 도끼.

       

       그 도끼가, 나의 목을 노리고 날아왔다.

       

       

       “아, 뭐야. 완벽했는데. 이걸 피하네.”

       

       “라이라.”

       

       “있지, 곱게 좀 죽어줄래? 짜증 나니까.”

       

       

       터벅, 터벅.

       

       피가 잔뜩 묻은 태도를 어깨에 걸친 채로, 라이라가 여유롭게 걸어오고 있었다.

       

       

       “너, 어떻게···.”

       

       “어떻게는 뭘 어떻게야? 보스 잡고 왔지. 보면 몰라?”

       

       

       짜증난다는 듯 그녀가 머리를 긁어대며 고개를 까딱였다.

       

       방금 날아온 배틀액스를 향해서.

       

       

       “그 소대가리 자식, 약하더라. 하긴, 그러니까 이렇게 학생들 상대로 샌드백 신세겠지만.”

       

       

       약하다고?

       

       물론 여럿이서 상대하면 조금 까다로울 뿐인, 단순한 적이다.

       

       하지만 혼자서 상대한다면 그 압도적인 힘을 상대하기 쉽지 않을텐데.

       

       아니, 아니다.

       

       지금은 그런 것보다 더 궁금한 점이 있었다.

       

       

       “아르테. 아르테 이시스는, 어떻게 된 거지?”

       

       “어엉? 죽었지. 보면 몰라?”

       

       

       피로 얼룩진 그녀의 태도가 태양 빛에 반짝거렸다.

       

       ···그리고 그 태도 위로, 끊어진 실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하, 그 자식. 3급 마수를 처치했다더니, 조금 귀찮았어.”

       

       “···아르테는, 죽었군.”

       

       “그래.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어. 인정하지. 까다롭던데? 그래도, 지금쯤 던전의 돌무더기에 처박혀있을 거다.”

       

       

       라이라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끈질기기는 더럽게 끈질겨서 말이지. 조금 고생하긴 했지만···. 그 녀석도 죽었고, 너도 이제 죽을 예정이니까.”

       

       “지금 나를 죽여도, 이미 학생 한 명이 선생님께 알리러 갔어. 너는 끝이야. ···쉽게 죽어줄 생각도 없고.”

       

       “···응? 아, 아하하하하하하!”

       

       

       뭐지?

       

       라이라가 어째서 웃고 있는지, 시우는 도저히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직감이 울리는 것 같은 느낌.

       

       무언가,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엄습해오고 있었다.

       

       

       “야, 웃겼다. 너, 왜 여기에 아무도 없는 줄 알아?”

       

       “···어?”

       

       “뭘 그렇게 얼빠져 있어? 모르는 모양이네. ···좋아, 그럼 알려줄게. 아카데미의 내부에 침입하는 건 어려워도, 던전은 아니거든.”

       

       

       던전에, 잠입한다고?

       

       라이라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던전에 잠입하는 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지?

       

       

       “아카데미는 정말 보안이 뛰어나지만, 외부의 던전까지 꼼꼼히 확인하는 건 여간 힘든 게 아니야. 던전 클리어 후에 나타나는 지름길을, 하루 전에 새로 파두는 것까지는 파악하지 못한다고.”

       

       “···!”

       

       “즉, 지금 이곳엔 너와 나밖에 없다는 거지.”

       

       

       느긋하게 걸어오는 라이라의 모습에, 시우는 직감이 경종을 울리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굳이 직감이 말해주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이 상황은 위험했다.

       

       

       “선생을 부르는 것까지는 예상 외였지만···. 상관없어. 오기 전에 너까지 죽이고, 나는 자리를 뜨면 그만이거든.”

       

       

       시우는 미노타우르스를 처치하기 위해 한계까지 몸을 혹사한 상태다.

       

       솔직히, 이제 와서 도망칠만한 힘이 남아있다고 말하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라이라의 모습은?

       

       힘들기는커녕 멀쩡하기 그지없는 모습.

       

       여유로움마저 엿보이는 그 모습에, 시우의 몸에 힘이 들어갔다.

       

       도망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녀에게 맞서기 위해서.

       

       

       “···뭐야, 더 할 생각이야?”

       

       “죽기 직전에 살려달라고 목숨을 구걸하는 취미는 없어서.”

       

       

       아니, 사실 구걸했을 거다.

       

       아르테를 만나기 전의 시우였다면.

       

       지금보다 훨씬 두려웠던 상황을 겪은 시우였기에, 공포를 이겨낼 수 있었다.

       

       적어도 시우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아, 짜증 나네.”

       

       

       그런 시우를 바라보며 머리를 긁어대던 라이라가, 잔뜩 얼굴을 찌푸린 채로 혀를 찼다.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걸까?

       

       

       “어쩔 수 없어. 조직의 명령이니까. 너같은 사람은 싫어하진 않지만, 죽어주라.”

       

       “···!”

       

       

       미노타우로스와 싸웠던 탓일까.

       

       직감의 경고에도, 근육이 움직이지 않아 반응이 늦어졌다.

       

       ···아, 죽는다.

       

       태도가 순식간에 목덜미로 다가온 상황에서, 시우는 죽음을 직감했다.

       

       

       “그렇게는 안 되는데요.”

       

       

       그 태도가 순식간에 실로 묶이기 전까지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아르테 러프가 도착했서요

    근데 아르테가 급하게 와서 그런가

    교복을 안입고왔더라고요

    교복 안입고 레오타드만 입다니, 지금은 안되는데.

    다시 교복 입으라고 돌려보냈스니까 금방 올거에요 예쁘더라구요

    아 참고로 눈 뜬 버전은 나중에 주신대요 저이 같이 기다릴까요?

    다음화 보기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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