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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

       한나의 오러가 발현하고 3주가 지났다.

       

       

       로웬은 고개를 들지 못했고.

       한나는 집을 나왔다. 더 이상 그 집에 있기 싫다면서 우리 저택에서 신세를 지다가 아카데미로 돌아갔다.

       

       

       기숙사에 들어간다고 했으니까, 다음 만남은 겨울 방학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 저택은 변방에 있고 아카데미는 수도에 있으니까. 쉽게 놀러 올 정도의 거리는 아니니까. 아마 얼굴을 보려면 한참은 남았겠지.

       

       

       아카데미의 방학이 끝난 이후. 한나의 소식을 들린 건 신문의 한 페이지였다.

       

       

       [히스타니아의 삼녀, 황실 아카데미 순위 결정전에서 미하일을 꺾고 1·2학년 종합 1위를 달성해…

       소감으로 그녀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기에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며’ 항간에서 그녀의 남자를 미하일 혹은 그녀의 아버지, 히스타니아 로웬으로 추측하고 있지만, 그녀는 절대 아니라고 못을 박았다.]

       

        신문에 박힌 사진을 보자 흐뭇한 미소를 숨길 수 없었다.

       

       

       트로피를 들고 방긋 웃고 있는 모습.

       이제야 어깨에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처럼 보였다. 매번 주눅 들고 우는 모습만 본 것 같은데, 말이지.

       

       

       묘하게 뿌듯하기도 했고, 미래를 바꾼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가장 좋았던 아무래도 미하일의 패배가 아닐까, 자기 잘난 맛에 사는 놈의 콧대를 꺾어준 게 기분이 너무 좋았으니까 1학년한테 2학년이 패배한 다라….

       

       

       미하일의 표정을 직관하고 싶지만, 참기로 했다.

       

       

       미하일과 나는 아무래도 좋지 않은 인연이다 보니, 서로의 비극을 바랄 수밖에 없었다.

       

       

       여러모로 좋은 시간이었다. 돈도 많이 벌었고 친분을 쌓을 수 있어서. 1년 중 가장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낸 게 아니었을까. 아가씨를 데리고 외식이나 해야겠다고 생각할 때쯤에.

       

       

       지그시──.

       

       

       신문에 구멍이 날 정도로 나를 노려보는 아가씨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재빨리 신문을 접고 이불 아래에 숨겼다.

       

       

       “왜 숨겨. 나도 궁금하니까 같이 봐.”

       “지지입니다.”

       “아니야.”

       “아가씨가 보시면 뒷목 잡고 쓰러지실 내용입니다.”

       “아니야. 나 맨탈 강해.”

       

       

       아가씨는 팔을 힘껏 구부렸다. 그러자 빼꼼하고 모습을 드러낸 메추리 알 만한 이두박근. 보잘것없는 근육에 웃음이 터질 것 같았지만, 미간을 찌푸리고 진지하게 근육을 쥐어짜는 모습에 허벅지를 꼬집고 웃음을 참아냈다.

       

       

       “우이잇! 어때? 나 강하다니까?”

       “오…!”

       

       

       박수치며 호응해주자, 아가씨는 배시시 웃으며 반대쪽 팔도 보여줬다. 호리호리한 팔뚝을 보니까 앞으로 고기를 잘 먹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아가씨는 좀처럼 궁금증을 잊지 못했다. 계속해서 아까 신문 기사가 뭐냐고 귀에서 피날 정도로 물어보기에 나는 아가씨가 놀라지 않을 정도로 내용을 편집해서 말해주기로 했다.

       

       

       “한나 씨가 말입니다.”

       “집 없는 거지?”

       “네.”

       “왜? 집이라도 샀데?”

       “아니요. 아카데미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오…! 거지가 성공했네!”

       

       

       우리보다 몇 배는 부자인 한나를 무시하는 아가씨. 나는 아가씨의 오해를 바로잡지 않기로 했다. 주인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것 또한 집사의 덕목이기 때문에.

       

       

       만약 한나가 우리보다 부자란 사실을 아가씨가 알게 되면 아가씨는 돈을 아껴야 한다며 단식투쟁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죠. 저희가 잘 먹고 잘 재워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치?”

       “물론이죠. 아가씨도 왕년에 1학년을 휩쓸고 다니지 않았습니까.”

       

       

       깽판으로.

       

       

       아가씨는 방긋 웃으며 호응했다.

       

       

       “맞지! 내가 한 마법 했으니까.”

       “그렇죠.”

       

       

       맥인 줄도 모르고 해맑게 웃고 있는 아가씨. 한 방 먹여서 기분이 좋았다.

       

       

       “그치…. 히히. 내가 아카데미에서 이름 좀 날렸는데 말이야.”

       “악명으로 말이죠.”

       “이익…!”

       

       

       아가씨의 미소에는 약간의 아련함이 묻어있었다.

       

       

       친구의 좋은 소식이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카데미를 가고 싶은 거겠지. 조만간 한나에게 찾아와달라고 부탁을 하고 싶지만, 알다시피 한나는 바쁜 사람이었다.

       

       

       우리처럼 집에서 빈둥거리는 게 아니라, 현재 제국에서 가장 유명인사는 다름 아닌 한나니까. 게다가 한나에게 이미 어려운 부탁을 해서, 이런 사소한 부탁을 하기가 미안했다.

       

       

       -저기…. 한나 씨?

       

       -말 편하게 하세요. 저한테 격식 차리실 필요 없어요.

       

       -아하하…. 나중에 기회가 되면 그러죠. 집사 일이 13년째라서 아무래도 존대가 편하네요.

       

       -그렇다고 하시기엔 루인 선배한테 시원하게 욕을 잘하시던데요.

       

       -…할 말이 없네요.

       

       -푸하하…! 그래서 부탁이 뭔데요?

       

       -그게 말이죠. 나중에 아카데미에서 한 자리 차지하시면 말입니다….

       

       

       아가씨의 복학에 대해 힘을 써달라고 조심스럽게 부탁을 해봤다. 한나의 말로는 최대한 힘을 써보겠다고 했지만.

       

       

       -아무래도 유리아 선배가 졸업하기 전까지는 힘들 것 같아요. 죄송해요.

       

       

       예상한 편지가 도착해있었다.

       

       

       실망하거나 포기하지는 않았다.

       언제나 그렇듯 방법이야 만들면 되니까. 정공법보다 시간이 오래 걸릴 뿐이지만 아가씨의 꿈을 이뤄주는 것은 포기하지 않았다.

       

       

       아무튼. 한나는 우리 저택을 떠났고 우린 저택에 남아있었다.

       

       

       그때였다.

       

       

       “어어어어!! 저…. 저 개새끼 또 왔어!”

       

       

       창밖을 보던 아가씨가 손가락으로 밖을 가리키며 상스러운 욕을 하는 것이.

       

       

       나는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깊게 눌러 쓴 모자.

       붓과 붉은색 물감을 들고 벽에 선 꼬마.

       

       

       나는 꼬마를 보며 말했다.

       

       

       “야 이 개새끼야!”

       

       

       담벼락 테러범 앞에서 저택의 규칙 따윈 통하지 않았다.

       

       

       ***

       

       

       3층의 학생회실.

       

       

       제국을 이끌어갈 영재들이 원형 테이블에 앉아있었다.

       

       

       제국의 두뇌라고 불리는 샤르티아 3 황녀를 중심으로 마탑주의 제자 루인과 제국의 황태자, 그리고 미하일이 서로를 마주하고 있었다.

       

       

       아카데미의 거물이 모인 자리.

       

       

       이들의 표정은 하나 같이 좋지 않았다. 

       장례식장에 온 것처럼.

       똥 씹은 표정으로 한 곳을 보고 있었다.

       

       

       바쁜 와중에 부른 것이 마음에 안 들기도 했고, 패배의 아픔이 가시기도 전에 소집한 것이 불쾌한 사람도 이 자리에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들이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은.

       

       

       “뭐라고? 그 년을 다시 복학시키자고?”

       “그렇습니다. 선배님.”

       “너 진짜 미쳤구나?”

       

       

       아카데미의 인재들을 이곳에 모은 이유가 고작 퇴학당한 악녀 한 명 때문이라는 거였다. 까마득한 후배가 중심이 되어 말이지.

       

       

       책상에 다리를 올리고 있던 루인은 꼿꼿하게 서 있는 한나를 노려봤다. 이게 무슨 개소리를 하냐는 눈빛으로 한나를 보고 있는 루인.

       

       

       한나는 그런 루인의 눈빛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당연한 것을 말하는 사람처럼 루인을 노려봤다.

       

       

       “선배님들.”

       

       

       한나는 테이블에 손을 얹고 차분하게 말했다.

       

       

       “저는 이번 순위전에서 미하일 선배를 제치고 1·2학년 통합 1위를 차지했습니다.”

       

       

       순위전. 

       학생의 대우가 바뀌는 대축제다.

       일종의 신분 상승의 자리.

       

       

       사용하는 기숙사의 등급이 바뀌고.

       학식의 질이 달라지는 일종의 과거시험. 그 자리에서 수석을 차지한 한나의 말은 무거웠다.

       

       

       학년 내에서 가장 재능이 있다는 것을 뜻하니까. 세간의 시선이 향해있고 아카데미의 지원이 그 한 명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당사자인 한나는 누구보다 이 사실을 느끼고 있기에 내숭 없이 진심을 말했다. 겸손하지 말라는 누구의 조언 덕분에.

       

       

       한나는 자신의 특권을 이용해 볼 생각이었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 싶다는 거지?”

       

       

       백금발의 황태자가 한나를 노려봤다. 턱을 괴고 있는 걸 보니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다.

       

       

       할 수만 있다면 모든 권력을 동원해, 자신의 입을 막고 싶은 모양이지만, 표현의 자유가 허락된 아카데미에서 그런 일은 불가능했다.

       

       

       “저는 그저, 아카데미의 발전을 위해 재능있는 사람을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말씀드렸습니다.”

       

       

       한나는 굽힐 생각이 없었다.

       은혜를 갚고 싶었기 때문에.

       그리고 집사님과 같이 아카데미를 다니고 싶은 개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물러서지 않고 말했다. 

       

       

       물론, 한나의 대꾸가 이어질수록 황태자의 표정은 변하고 있지만.

       

       

       “아카데미가 그런 곳 아닙니까? 미래에 제국을 이끌 영재를 발굴하는 곳.”

       “그렇지. 아카데미는 영재를 발굴하는 육성의 장소지. 그런데 말이야.”

       

       

       황태자는 한나를 노려봤다.

       

       

       “여긴 사람을 키우는 곳이야. 짐승이 아니라.”

       “그런가요? 그렇다고 하기에는 루인 선배도 아카데미를 잘 다니고 있는데 말이죠.”

       

       

       -쾅!

       

       

       “너 지금 뭐라고 했냐.”

       

       

       루인은 손에 붉은 구체를 만들어냈다. 당장에라도 쏘아버릴 것 같은 눈을 하고서 한나를 노려보는 루인.

       

       

       한나는 뻔뻔하게 답했다.

       이미 미하일이란 벽을 넘었기에.

       루인이란 조약돌에 겁을 먹지 않았다.

       

       

       “제가 틀린 말 했나요? 아카데미에서 루인 선배처럼 싸움만 하고 다니는 사람은 없잖아요. 저번에 저랑 같이 복학 신청서를 가져다줬을 때도 쌈박질하려고 하셨는데. 집사님한테 밟히…”

       

       “다…닥쳐!”

       

       

       얼굴이 붉어지는 루인.

       한나는 더욱 자극하려고 했지만.

       

       

       “그만.”

       

       

       이 자리의 주인이 더 이상의 소란을 허락하지 않았다.

       

       

       원래라면 선배의 말이라면 죽는시늉까지 했던 자신이었는데, 한나는 요즘 성깔이 누구를 닮아가는 걸 느꼈다.

       

       

       좋은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오히려 닮아져서 기분이 좋았다고 할까.

       

       

       정의로운 성격부터 미소년 같은 외모까지 자신의 취향은 미하일 선배에 가까운데, 개학 이후로부터 이상하게 붉은 머리의 집사가 자꾸 머릿속에 맴돌았다. 우린 그저 스승과 제자 사이인데 말이지.

       

       

       한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눈앞의 여자를 봤다.

       

       

       이 자리의 주인이자.

       현재 학생회장 샤르티아 3황녀.

       

       

       그녀는 한나에게 말했다.

       

       

       “그래서 본론은?”

       

       

       한나는 정중하게 말했다.

       

       

       “리카르도 선배님과 데스문트 올리비아 선배님을 아카데미에 복학시켜 주세요.”

       

       

       샤르티아 황녀는 차갑게 답했다.

       

       

       “기각. 올리비아는 복학할 수 없어.”

       

       

       동시에 미하일도 손을 들고 답했다. 

       여자로 착각할 법한 외모와 짧은 은색 머리카락을 흩날리면서 차갑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 둘이 복학하면 나는 자퇴할 거야.”

       

       

       둘의 의사는 확고했다.

       하지만 한나는 그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그럼 자퇴하세요.”

       

       

       한나의 저울에서 미하일은 리카르도보다 가벼웠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김민진_978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매번 지각하고 늦는 요정의 작품을 재미있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항상 감사하며 힘이 되는 말씀 새겨듣고 열심히 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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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13년간 모신 악녀가 쓰러졌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t’s a story about a man who got transported into a novel and possessed a slum boy. He met a noble girl and served her as a butler for 13 Years. Now the girl has already fallen from her noble life and lives in an abandoned mansion with paralyzed legs. Why did she become like that? Of course because she is the villainess in the no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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