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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

       백우진이 눈을 뜬 건 하루가 꼬박 흐른 뒤였다.

         

       오랜만이었다. 일말의 취기도 없이 정신이 멀쩡한 날은. 그래서 더 어색했다. 냉철하다 못해 차가울 정도의 이성 판단이 낯설다.

         

       멈춰 있던 음주선공을 다시 운용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허리춤에 있는 호리병에 손을 가져갔다.

         

       꿀꺽꿀꺽!

         

       목울대를 크게 넘기자 전신에 피가 돌듯 술기운이 사악 올라오기 시작했다.

         

       음주선공이 다시 운용되기 시작하고, 기절한 내내 텅 비어 있던 단전에 다시금 내공이 쌓이기 시작했다.

         

       내공이 쌓이는 속도가 평소보다 약간 더 빨라졌다. 불괴와 죽기 살기로 싸운 보람이 없지는 않은 듯했다.

         

       “깨어나셨군요, 소협.”

         

       맞은편에 앉아 있던 안세하가 눈 뜨자마자 술부터 들이켜는 백우진을 보고 쓰게 웃다 이내 반갑게 맞이했다.

         

       “몸은 좀 어떠십니까?”

         

       그의 물음에 백우진은 시선을 어깨 쪽으로 돌렸다.

         

       부목을 덧댄 채 붕대가 감겨 있다. 살짝 움직이려 하니 얼마나 잘 묶었는지 쉬이 움직여지질 않는다. 조금 더 힘을 주자 통증이 느껴졌다.

         

       붕대 안에선 미약한 고약의 냄새가 풍겨왔다. 이토록 잘 감긴 붕대 너머로 맡는데도 냄새가 진할 걸 보니 어지간히 좋은 금창약이었을 게 분명했다.

         

       “생각보단 괜찮습니다.”

         

       이리저리 확인해본 결과였다.

         

       붕대를 꽉 묶은 탓에 압박감이 조금 세다는 것만 제외하면 치료 자체는 아주 훌륭한 수준이었다.

         

       “하하, 제갈 소저가 얼마나 지극정성이었는지 모릅니다.”

         

       고개를 돌리자 옆자리 끝에 앉아 있는 제갈연지가 눈에 들어왔다.

         

       혹여 다친 팔에 닿을까 염려했는지 마차의 벽에 딱 달라붙은 채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지난 새벽까지 지켜보다 해가 뜰 무렵에야 눈을 감으시더이다.”

         

       흐트러진 앞머리 사이로 드러난 그녀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관리를 제대로 안 한 탓에 머리는 덥수룩하고, 피부는 거칠어 좋은 인상과는 거리가 멀게 보였지만 한 가지 만큼은 확실했다.

         

       ‘가꾸기만 하면 난리 나겠다.’

         

       타고난 이목구비와 얼굴형이 매우 훌륭하다는 것을.

         

       만약 그녀가 마음먹고 관리를 시작하면 외톨이 신세에서 벗어나는 건 물론이고, 대화 한 번 나누기 위해 찾아온 남자들이 기숙사 앞에 줄을 서지 않을까.

         

       혹여 자신의 시선이 잠에 방해될까 걱정된 백우진은 고개를 돌려 안세하를 보았다.

         

       “면양까지는 얼마나 남았습니까?”

       “하루만 더 가면 될 거요.”

       “으음.”

         

       면양에 도착하고 나서 또 한중으로 돌아와야 하니 이제야 임무의 절반 정도를 완수해낸 상황.

         

       슬슬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아, 그러고 보니 그게 있었지?’

         

       백우진은 가슴 안주머니에 챙겨두었던 마석을 꺼내들었다.

         

       “그것이 그…, 마석이라는 것입니까?”

         

       안세하가 꺼림칙한 표정으로 손에 들린 마석을 바라보고 있었다.

         

       “몸에 닿지만 않으면 되니 걱정 마십쇼.”

       “허면 소협은….”

       “이 정도는 괜찮습니다.”

         

       마기가 응축되어 있는 보석이기는 하지만 안에서 새어나오는 양은 무척 적었다.

         

       일반인 또는 삼류 무인 정도는 오래 지니고 있으면 광증에 시달릴 수도 있을 테지만 일류 이상 무인이라면 이 정도로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흐음….”

         

       본격적으로 취기가 돌기 시작하자 평소의 백우진으로 돌아왔다.

         

       그러다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마기도 결국 기(氣)의 일종이다. 다만, 인간을 미치게 만들고 영락하게 만드는 혼탁한 것이 섞여 있을 뿐.

         

       그렇다면, 그러한 마기가 응축된 이 마석은 영물의 내단 또는 영약으로 볼 수 있는 거 아닌가?

         

       “오.”

         

       호기심이 무럭무럭 자라나기 시작했다.

         

       마석에 머물러 있던 백우진의 시선이 허리춤의 호리병으로 향했다.

         

       이 마석을 호리병에 넣어버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누가 들으면 미친놈이라고 소리쳐도 모자랄 생각을 이어가고 있는 건 주선에게 받은 이 보패 호리병의 효능 때문이었다.

         

       ‘분명히 독물의 내단도 섞을 수 있다고 했었는데.’

         

       과거 주선이 말하기를, 음주선공의 성취도가 높아지면 독물의 내단도 보패에 넣고 음주선공을 운용하여 독특한 맛이 나는 약주, 이른바 신주(辛酒)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듣자하니 독성은 싹 빠지고 그 맛은 남아 굉장히 톡 쏘고 매운맛이라고 했던가.

         

       ‘어찌보면 이것도 독 아닐까?’

         

       굉장히 그럴싸한 추론이다. 마기나, 독기나 인간에게 유해하긴 매한가지. 음주선공을 운용한 보패가 독기마저 정화한다면 마기라고 안 될 건 또 뭐란 말인가.

         

       “음음.”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백우진은 곧장 손에 쥔 마석을 양손으로 나눠 쥐었다.

         

       그 모습에서 안세하는 모종의 불안감을 느꼈다.

         

       “저, 소협…?”

         

       생각에 빠진 탓에 안세하의 존재를 잠시 잊은 백우진이 마석과 그의 얼굴을 번갈아보다 좋은 생각이라도 난 듯,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상단주님.”

       “왜, 왜 그러시오?”

       “제가 기절하기 전에 분명 그런 얘기를 들은 것 같습니다.”

         

       불괴를 처치한 공은 확실하게 보상해 주겠다고.

         

       “그렇지요?”

       “그, 그랬었소만.”

       “제가 이 마석의 쓰임새가 생겨 딱 반으로 가를 생각입니다.”

         

       그의 말에 안세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마석에 무슨 쓸모가 있단 말이오…?”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마교도 놈들을 제외하면 쓸모라곤 전혀 없는 것이 마석이다.

         

       애시당초 무림맹은 마인을 잡고 나오는 마석을 이용하여 마교도 놈들에게 한 방 먹일 만한 건수가 없을까 하여 진즉에 연구를 거듭했지만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안세하로선 충분히 의문을 가질 만했다.

         

       “뭐, 쓰임새라기 보단 호기심 충족을 위한 실험 정도이긴 합니다.”

       “그렇구려.”

         

       눈앞의 인간이 여타 후기지수들과는 궤가 다르다는 걸 진즉에 알아차린 그는 순순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런데 이거, 반으로 가르면 그만큼 무림맹에서 주는 보상이 줄어드는 거 아닙니까.”

       “그렇겠지요. 마석의 크기에 따라 보상을 책정한다 하였으니.”

         

       이쯤 얘기가 나오면 눈치 밥 말아먹은 인간이 아닌 이상 그가 요구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차려야 했다.

         

       하물며 한 상단의 상단주라면 더더욱.

         

       “좋소이다. 불괴를 잡아낸 소협 덕에 이토록 무사하니 그 정도는 해야겠지요.”

       “흐흐, 좋습니다.”

         

       거리낄 게 사라진 백우진은 곧장 음주선공을 운용해 양손에 내기를 불어넣었다. 그 상태에서 조금씩 힘을 주자 마석에서 티딕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말끔하게 반으로 쪼개졌다.

         

       갈라질 때 순간적으로 마기가 살짝 새어 나왔지만 백우진은 곧장 내공으로 허공을 휘저어 곧장 소멸시켰다.

         

       “이건 됐고….”

         

       무림맹에 제출할 반쪽은 다시 가슴 안주머니에 넣고, 남은 반쪽을 곧장 호리병에 넣으려다 생각을 고쳐먹었다.

         

       ‘만사불여튼튼이라고 했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실험이다. 혹여 문제가 생겨 보패가 마기에 잠식되거나 기능이 고장나 술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 최악의 상황 또한 벌어질 수도 있으니 조금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했다.

         

       이럴 때 필요한 건 역시 안세하다.

         

       “혹 작은 병 하나를 구할 수 있겠습니까?”

       “일꾼들의 수통이라면 여분이 있소만.”

       “딱 좋습니다.”

         

       잠시 마차를 멈춘 뒤, 안세하가 밖을 향해 지시하자 염소 총관이 금세 달려와 빈 수통 하나를 건네주었다.

         

       백우진은 건네받은 수통에 마석을 넣고, 음주선공을 운용하여 보패에 기운을 담아낸 뒤 마개를 열어 수통에 술을 들이부었다.

         

       쪼르르르

         

       마석이 충분히 술에 잠길 만큼 붓고 나서 호리병과 수통의 마개를 닫았다.

         

       보패가 아닌 일반 수통에서 실험이 이루어지는 만큼 조급하게 굴어선 안 됐다.

         

       백우진은 매일 수통의 술을 갈아주되 그에 따른 결과는 며칠 후에나 보기로 마음먹었다.

         

         

       * * *

         

         

       상행이 면양에 당도했다.

         

       중요한 거래를 성공적으로 끝마친 상단은 이곳에서 하룻밤 머문 뒤 복귀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하루의 시간을 얻은 백우진과 제갈연지는 가장 먼저 면양에 있는 무림맹 지부로 향했다.

         

       “어쩐 일로 오셨소?”

         

       지부를 지키는 경비 무사가 막아서자 백우진은 안주머니에서 정무학관의 생도패를 꺼내어 보여주었다.

         

       “정무학관 생도 백우진이오. 임무 중 마인을 퇴치하여 보고하려 하오.”

         

       패를 확인한 경비 무사가 옆으로 비켜서며 출입문을 열어주었다.

         

       “들어가시오.”

         

       지부 안으로 들어선 두 사람은 곧장 마인 담당 부서로 향했다.

         

       접객을 나온 행정 무사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한 뒤, 품에 있던 마석을 꺼내어 보여주었다.

         

       “으음, 이게 크기가 왜…?”

         

       마석을 손에 들고 이리저리 확인하던 행정 무사의 얼굴에 의아함이 깃들자, 백우진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뭐 문제라도 있소?”

       “아, 아니오.”

       “그렇다면 보상이나 지급해 주시오.”

       “잠시만 기다리시오.”

         

       마지막까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보상금을 가지러 가는 행정 무사를 보며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미리 갈아두길 잘했다.’

         

       깔끔한 절단면이 아무래도 신경 쓰여 이곳에 오기 전에 바닥에 벅벅 갈아버린 게 주효했다.

         

       이윽고 돌아온 행정 무사에게 보상금을 수령한 백우진은 당시 상황에 대한 보고서를 간략하게 작성한 뒤, 제갈연지와 함께 무림맹 지부를 나섰다.

         

       그와 동시에, 무림맹 지부로부터 전서구 두 마리가 하늘을 날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안녕하십니까, 독자님들!!

    플러스 신청 이후로 처음 연재네요!

    다행히도 어떻게 1일차에는 선작 1300돌파라는 경사를 맞이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제 플러스 독점 신청을 할 수 있는 30화까지,,, 최대한 빨리 작성하여 연참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늘도 찾아와 주셔서 감사드리고, 선작, 댓글, 추천 한번씩만 부탁드립니다,,,ㅎㅎ!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고, 편안한 밤 되세요!

    저는 내일 찾아 뵙겠습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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