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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0

    <180 – 은혜 갚는 학생들>

     

    모브 이후에도 휴게실에 가서 한 아름 품에 안았던 호감도 상승 아이템을 뿌려주니 친구들의 호감도가 쑥쑥 올랐다.

     

    “훌쩍. 오크노디… 너무 고마워.”

    “펴, 평소에도 이런 물량이 흔하다니… 우에엥. 너무 불쌍해!”

    “오크노디. 앞으로 힘든 일 있으면 꼭 말해…”

     

    참 마음씨가 착한 친구들이다.

    선물 좀 줬다고 눈물부터 흘리고 보다니.

    여학생들은 역시 감수성이 풍부해서 그런 걸까?

    근데 이상하네.

    남자일 때 선물을 주면 흠칫흠칫 놀라며 어색하게 웃으며 볼에 경련도 일어나고 그랬는데.

    고민도 잠시.

    이내 스스로 납득했다.

    원래 여자끼리는 소녀소녀한 감성이 더 생겨서 그런가보다!

     

     

    * *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 고통은 공감할 수 없다.

    같은 이유로 오크노디가 재단에 학대를 당해온 아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많은 학생들은 그녀를 고깝게 여기는 마음이 조금씩 있었다.

     

    “아무튼 재능충 아니야?”

    “재능이 뛰어나니까 재단도 교육을 시킨 거지.”

     

    타고난 재능의 차이.

    자신들보다 노력은 훨씬 덜 해놓고도 어린 나이에 더한 성취를 내었을 거라는 합리화.

    시기와 질투에서 비롯된 단언은 오크노디를 자신들과 같은 사람이 아닌 비겁한 재능충이라고 단정 짓게 만들었다.

     

    “이거 먹구 힘내!”

    “도, 도핑물약이 왜 그렇게 많아!?”

    “응? 원래 매번 이만큼 사는데?”

    “서, 선물로 주려고 그렇게 많이 산거지?”

    “원래 많이 사!”

     

    그런데 알아버렸다.

    실은 이 아이도 노력충이라는 것을.

    빛나는 재능의 뒤에는 잠조차 허락하지 않는 노력이 있었음을.

    명문가의 아이.

    명인의 자식.

    그들에게 어린 시절부터 훈련을 하는 행위는 일상처럼 정착되었다.

    만사에는 정도라는 것이 있다.

    훈련하는 습관이 들었다고 밤새훈련을 어린 시절부터 계속하는 아이는 세상에 없다.

     

    “진짜 학대였어…”

    “나 오크노디를 오해하고 있었어…”

    “걔한테 너무 미안해…”

     

    아카디아를 따르는 여학생들마저 참회의 눈물을 보일 정도로 학대의 실체가 드러났다.

    동시에 그간 퍼졌던 모든 소문이 과장이나 헛소문이 섞이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진실일지도 모른다는 가설이 급부상했다.

     

    “아카디아 언니도 이거 받아요!”

    “어머. 후후후. 고맙단다 디야. 그런데 이걸 어쩌지? 언니는 도핑포션은 안 마시는데.”

    “그럼 다른 언니들 주셔도 괜찮아요!”

     

    그런데도 저 착한 아이는 자기를 탐탁찮게 여기는 학생들에게도 덩달아 물약을 줬다.

     

    “흑흑. 정말 착한아이야.”

    “저런 아이니까 수석을 할 수 있지.”

    “아카디아 공녀님의 마음을 이제야 알겠어. 공녀님께서는 저 아이의 선한본능을 알고 계셨던 거야.”

     

    아카디아 파벌의 학생들은 다짐했다.

    자신들이라도 오크노디를 지켜줄 방패벽이 되자고.

    그런데 그녀들이 나설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점심 먹을 힘도 없어…”

    “으으. 과제 너무 많아…”

     

    중간고사 막바지 공부에 한참이던 어느 날.

    아카디아의 추종자들은 한 무리의 학생들이 모여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뭐지?”

    “싸움 났나봐.”

    “기운도 넘치네. 이런 때에 싸움이라니…”

     

    언성을 높이는 이들은 <마나사용의 기초와 이해> 강의를 듣는 학생들.

    그리고 그들이 싸우고 있는 상대는 <제국마도학의 기초와 이해> 강의를 듣고 있는 학생들이었다.

     

    모든 학생이 의무적으로 하나는 들어야 하는 ‘마법’관련 필수강의.

    학생의 수가 많은 탓에 필수강의도 강의를 맡은 교수도 여럿이고 여러 강의 중 하나를 골라 듣기에 모든 학생이 안면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저들이 싸우는 이유에 대해서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변방파랑 제국파가 싸우나봐!”

     

    변방파 교수의 강의를 듣는 학생들과 제국파 교수의 강의를 듣는 학생들.

    지금까지는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아도 어차피 힘든 아카데미 생활, 서로 데면데면하게 소 닭 보듯이 지내던 그들이었지만 오늘은 달랐다.

     

    “당신들의 재능도 부족하고 하찮은 실력을 연마하는데 쓰일 재료한테 미안하지도 않나요?”

    “뭐어? 그러는 지들은 집안의 도움이 아니면 실력도 없는 돈으로 경지를 산 짝퉁 주제에!”

     

    대놓고 서로를 무시하며 언성을 높이다가 급기야 머리끄댕이를 붙잡고 싸우는 학생들!

    갑작스러운 싸움판에 당황한 아카디아의 추종자들은 급히 A그룹 학생 한 명을 붙잡고 물어봤다.

     

    “저기, 무슨 일 때문에 그래?”

    “교수님이 과제를 내주셔서 준비물을 챙기는데 저놈들이 자기들도 같은 과제를 받았다고 무작정 다 내놓으라는 거야!”

    “뭐 저런 못된 놈들이 다 있어?”

    “너희도 도와줘. 저 못난 제국 놈들을 이 기회에 흠씬 두들겨 패주자고!”

     

    넘치는 의욕과 함께 싸움판에 뛰어들었던 학생은 금방 악악 비명을 지르다가 손톱에 긁힌 자국, 피부에 멍 든 자국만 남긴 채 기어 나왔다.

    엉엉 울면서 도망치거나 정신없이 맞다가 항복을 외치는 학생들은 대부분 변방학생들이었다.

     

    “제엔장! 저놈의 마나연공법!”

    “기사지망생도 마법사지망생도 죄다 치트키마냥 마나를 잔뜩 모아놨어.”

    “우리 실력으로는 이길 수가 없어… 힘이 없으면 재료도 뺏기고 학점도 낮아지고 그러는 거야?”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는 학생들.

     

    “제발 도와줘!”

    “너희들, 아카디아님을 따라다니는 추종자들이잖아.”

    “그 정도로 강하면 좀 도와줘도 되잖아!”

     

    아카디아의 추종자들은 차마 그 꼴을 보고 뛰어들 용기를 내지 못했다.

    그들도 하급반 학생들 사이에서는 나름 실력이 있다.

    일국의 공녀, 아카디아.

    그녀를 선망하고 흠모하는 수많은 학생들을 뚫고 곁을 지킬 정도면 평범한 스펙으로는 어림도 없기 마련이니까.

    다들 변방에서도 나름 알아주는 가문 출신이거나 고위공직자의 자식 같은 네임벨류를 지니고 있다.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나설 수가 없었다.

    자신들이 누리는 권력의 강함을 아는 만큼 제국 귀족들이 누리는 권력의 강함은 얼마나 더욱 강력한지도 알고 있으니까.

    제국과 변방에는 분명한 힘의 차이가 존재한다.

     

    “모, 못해.”

    “우린 알아. 쟤들이 얼마나 강한지…”

    “변방이 제국을 이길 리 없잖아.”

     

    변방에서 야만적인 환경과 맞서 싸우며 실전으로 다져진 실력이 있는데 어째서 제국에게 지냐는 소리가 나올 수도 있지만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

    변방에서 영지관리나 민생안정, 가문의 일을 돕고자 시간을 쓰는 사이, 제국에서는 큰돈을 들여 초빙한 전문교육자를 자녀에게 붙여 개인과외를 시킨다.

    막대한 후원금이나 투자비를 내어서 이름 난 전투직종 클래스의 정식길드에서 네임드 실력자에게 비전기술을 전수받는 경우도 흔했다.

     

    클래스만 해도 그렇다.

     

    외지에서는 대부분 <길거리싸움꾼> 클래스를 받아 길거리 싸움으로 실력을 키운다.

    반면, 제국에서는 정식으로 인허가를 받은 도장에서 기술을 전수받는 <도장무투가> 클래스를 받아 기본기부터 착실하게 다졌다.

    양자 간에 싸움이 일어나면 대부분은 도장무투가의 압승이나 다름없는 결과가 된다.

    십중팔구 후자의 승리.

    길거리에서 다져진 천재 싸움꾼이나 타고난 피지컬이 말도 안 되는 마초가 아니고서야 대부분이 그렇다.

     

    “그럼 우린 이렇게 부당하게 삥뜯겨도 대신 싸워줄 사람 하나 없는 거야?”

    “교관. 교관들한테 도움을 요청해!”

    “교수님한테 이르자!”

     

    눈탱이 밤탱이가 된 학생이 교관을 찾아갔지만 그들이 바란 도움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강의를 들으러 가지 못하도록 물리적으로 속박하는 행위가 아닌 이상, 강의에 필요한 과제를 두고 다투는 것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교관들은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싸움이 수준 이상으로 격해지면 징벌을 내리고 벌점을 부여하며 지하대감옥에 가두는 일도 있겠지만 그렇게까지 심한 싸움은 일어나지 않았다.

    과제를 낸 위어드 교수는 꼴이 엉망이 된 학생을 보며 한소리 했다.

     

    “자연마법을 열심히 수련했으면 당하지 않았을 텐데, 수련이 부족했네. 분하면 앞으로는 마법수련을 더 열심히 하렴.”

    “그 마법수련을 열심히 하려면 필요한 재료를 빼앗겼다니깐요?”

    “넌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단다.”

    “혹시 제 안에 숨겨진 가능성이나 재능이 있나요?”

    “지하대감옥에 갇혀있는 것이 아니라 교수연구실을 찾아왔잖니. 자연에서는 한 번 싸우면 죽을 각오로 상대의 숨통을 끊는단다.”

    “재료 하나 때문에 사, 살인을 하라고요!?”

    “그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지하대감옥에 갇힐 각오는 해야 강의재료를 쟁취할 수 있지 않겠니?”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 교수님의 마인드!

    아무도 돕지 않는다.

    심지어는 위어드 교수의 강의를 듣는 제국출신 학생들마저도 그랬다.

     

    “도와줘. 너희도 우리랑 같은 처지잖아.”

    “포기해. 제국진영의 머릿수에서부터 밀렸잖아.”

     

    서로의 강함을 잘 알고 있는 같은 제국진영이기에 일찌감치 학점을 포기한 학생들!

    화염마법사 로지니, 대지술사 샌드쿠커 등 쟁쟁한 학생들도 그럴 정도이니 변방 학생들도 훌쩍훌쩍 울면서 체념하는 수밖에 없었다.

     

    “멈추세요!”

     

    재료창고에서 재료를 들고 나가던 제국교수 강의를 듣던 학생들.

    그들을 불러 세우는 당찬 목소리가 들리기 전까지는.

     

    “누구 맘대로 재료를 털어가요?”

     

    꺼림칙하고 불길한 소문의 주인공이자 의외로 따스한 마음씨를 지닌 아이, 오크노디.

    모두가 포기한 싸움에 그녀가 나섰다.

    아카디아의 추종자들은 고민이 더욱 심해졌다.

    질 싸움이 뻔하다.

    그런데 오크노디가 나선다면.

    왠지 질 것 같지가 않았다.

     

    “제 귀여운 친구 도로시한테도 상처를 입히다니!”

     

    학생들은 생각했다.

    도로시도 난장판에 끼어들어서 막 얻어맞았나보다.

     

    “여길 보세요. 도로시가 심심해서 교과서 표지에 그린 낙서가 여러분의 발에 밟혀서 구겨졌잖아요. 얼마나 마음에 상심이 크겠어요!”

    “머, 멈춰… 오크노디, 제발 그만해…”

    “아니야, 도로시. 고통 받은 모두를 위해서라도 여기선 참고 넘어가면 안 돼.”

    “아니 내 고로시를 멈춰달라고…”

     

    다른 이유로 실시간으로 상처 받는 도로시의 마음을 알기나 하는지 잔뜩 화가 난 오크노디!

     

    “휴, 다행이야. 저 아이라면 믿을 수 있지.”

    “밤마다 잠도 안 자고 도핑물약을 마실 정도로 훈련에 진심이기도 하고.”

    “재단의 아동학대로 단련된 공동수석급 실력이라면 제국의 조기교육도 따라잡지 못할 거야.”

     

    그런데 아카디아의 추종자 중 한 사람이 곰곰이 생각하다가 의견을 내었다.

     

    “그런데 저 아이, 싸우게 두면 큰일 아는 거 아니야? 쟤는 암흑마나를 다루잖아.”

    “그런데?”

    “암흑마나는 많이 다루면 통제가 불가능해지고 갑자기 픽 쓰러지지 않아?”

     

    추종자들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 소식이 아카디아님의 귀에 들어가면…”

    “우리가 안 싸운 것도 다 들릴 테고…”

    “오크노디가 쓰러진 것도 우리 탓이 되잖아?”

     

    오크노디가 나왔다고 좋아할 게 아니었다.

    본인이 싸우고 싶다고 해도 공녀님과의 관계를 유지하려면 뜯어말려야 될 처지가 된 것이다.

     

    “우리도 도와줄게.”

    “후. 이번 한 번만 특별히 도와드리는 거예요.”

    “공녀님한테 고마워하도록 해. 그분의 얼굴을 봐서 널 도와주는 거니까.”

     

    어쩔 수 없지 오크노디 대신 나서는 추종자들.

    자기들이 얻어맞는 한이 있더라도 오크노디가 쓰러지도록 방치하는 것보단 낫다.

    이 정도면 공녀님도 우리가 오크노디를 위해 노력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저 아이가 딱하다는 생각도 있었다.

    일전의 도핑포션 건으로 알게 되지 않았던가.

    저 애가 얼마나 불쌍한 아이인지.

    은혜갚기나 하는 셈으로 치자.

    막말로 진짜 싸움이 벌어지면 얻어맞겠지만 그들도 나름 변방에선 알아주는 권력자들의 자손.

    적당히 타협을 하면 체면치레를 할 정도의 재료는 받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거기서 오크노디의 몫을 따로 챙겨주면 되겠지.

     

    “안돼요. 여러분은 나서지 마세요!”

     

    그런데 오크노디가 물러설 생각을 안했다.

     

    “아니 우리가 돕겠다니깐?”

    “저보다 약한 분들이 누굴 도와요?”

    “아, 아니. 그건…”

     

    어차피 진심으로 싸울 생각도 아니었는걸.

     

    “뭐야. 그래서 덤비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애랑 너희들. 누가 덤빌 거야?”

     

    불량한 자세로 삐딱하게 서서 재촉하는 제국진영 학생들.

    그들을 향해 오크노디가 냅다 마법을 쏘았다.

     

    <물생성 마법>

     

    갑자기 새까만 물을 뒤집어쓴 제국학생들.

     

    “끄아악!”

    “모, 몸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

    “앗 따가워. 헉. 이, 이, 이거. 설마 사람한테 독 마법을 쓴 거야!?”

    “앗. 이거 단맛이 나는데?”

    “바보야, 뱉어! 단백질이 녹아서 단 맛이 나는 거면 어떡하려고 그래. 너, 혓바닥이 녹았을지도 몰라!”

    “그런 거야!?”

     

    암흑마나에 의해 변질된 암흑물생성 마법.

    그 결과물은… 콜라!

    무해하지만 모르는 이는 충격적인 마법에 깜짝 놀란 제국학생들이 눈에 불을 켜고 노려보며 오크노디를 노리자 아카디아 추종자들은 망했음을 깨달았다.

    협상은 글렀다.

    이젠 진짜 오크노디를 지키며 개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

     

    “다들 오크노디를 지켜.”

    “아무도 접근 못하게 해!”

     

    패싸움 2차전이 시작됐다.

    원치 않은 싸움이어도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오크노디는 고마워할 테니 그걸 보람으로 삼는 수밖에!

     

     

    * *

     

     

    “그만해요… 다들 이러지마요. 저 대신 싸울 필요 없다고요!”

     

    내 경험치 좀 그만 뺏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제 3 자의 시선에는 모두를 걱정하는 착한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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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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