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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0

        

       수녀가 가져온 보주를 보며 내가 말한다.

         

       “수녀님. 여기에 손을 올려두면 되는 게 맞습니까?”

         

       내 말에 수녀가 의아한 얼굴로 말한다.

         

       “네? 이 보주는 순결한 사람에게만 반응합니다. 이미 결혼하신… 대공 전하에게는 반응하지 않습니다.”

         

       그 말을 무시하고 내가 손을 올리자…

         

       투명한 보주가 푸른빛을 띤다.

         

       -꿀꺽…

         

       뭐지? 순간 침 삼키는 소리가 들린 거 같은데?

         

       어디서 들린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보주가 푸른빛을 띤 걸 보며 테오도라를 바라본다.

         

       살짝 붉어진 볼.

         

       뭐야?

         

       내가 순결하게 걸 보며 왜 볼을 붉히는지 모르겠네.

         

       그런 생각을 하며 테오도라에게 말하자…

         

       “자 됐지?”

         

       “흐흥…”

         

       -후다닥…

         

       자리를 피하는 걸 보며 한숨을 내쉰다.

         

       “하아…”

         

       이제 테오도라는 해치웠고.

         

       내가 품에서 교황의 서신을 조심스럽게 봉인을 뜯으며 생각에 잠긴다.

         

       무슨 내용의 편지를 보냈으려나?

         

       “이… 이 무슨?”

         

       “수녀님? 어떻게 결혼한 이가 순결할 수 있나요?”

         

       “그러게… 나도 이런 적은 처음이라…”

         

       당황하는 두 명의 수녀를 내버려 두고 편지를 열어본다.

         

       흐음…

         

       주 내용은 잘 지내는지와 마족 숭배자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내용과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하는 내용을 흡족하게 바라보지만…

         

       “응?”

         

       뒤에 뒤에 정치적으로 나를 지지하겠다는 내용의 문구를 보며 생각에 잠긴다.

         

       현재 교황청과 내 관계는 대외적으로 보았을 때. 최악이나 다름없다.

         

       그래도 제국을 통치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지만.

         

       그가 지지 선언을 해주면 통치하기 좀 더 수월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마족 숭배자들을 일망타진하기에는 불안한 측면이 크다.

         

       기본적으로 마족 숭배자들은 교황청을 두려워한다.

         

       그런 교황청과 내가 결탁한다면 그들이 활동을 더 조심스럽게 바꿀지 걱정되어 섣불리 선택을 내리지 못하겠다.

         

       정 안 되면 발로랑처럼 내가 마족 숭배자와 직접 접촉해서 그들을 일망타진할 생각을 하고 있기에…

         

       최소 안정적으로 메뚜기의 왕 로커스트를 죽여야 한다.

         

       고위 마족이 죽는다면 마왕의 관을 만들지 못할 테니까.

         

       그런 생각을 정리하며 내가 수녀들을 보며 말한다.

         

       “교황 성하께서 편지의 답을 보내드려야 될 거 같으니 잠시 기다려 주실 수 있으신지요?”

         

       내 말에 수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네, 잠시 기다리겠습니다.”

         

       그 말에 내가 서랍에서 흰 종이를 꺼내고 글을 쓰기 시작한다.

         

         

         

       ***

         

         

         

       “아윽…”

       

       데비앙이 순결의 보주에 손을 올려두자, 투명한 보주가 푸르게 변했다.

         

       그 말은 데비앙이 순결하다는 뜻.

         

       겨… 경험이 있을 줄 알았는데.

         

       솔직히 말하면 여자를 돌같이 보는 그의 행동을 봤을 때.

         

       예전에 질리도록 많이 해서 안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

         

       “으아아…”

         

       순결하다니…

         

       -팡팡.

         

       그가 순결하다는 걸 알게 되니 내 심장이 미친 듯이 뛴다.

         

       그렇게 잘생긴 얼굴로 순결하다니.

         

       혹시 키스도 처음인 걸까?, 그런 거치고는 너무 능숙하던데?

         

       나를 설레게 만들면서 황홀한 입맞춤을 선사하던 그.

         

       그의 입술, 혀가 닿을 때마다 얼마나 설레었던가?

         

       지금도 밤마다 그때의 키스가 떠올라 잠들기가 어렵다.

         

       야한 생각을 해서일까?

         

       다시 몸이 달아오르는 게 느껴진다.

         

       “하아… 데비앙.”

         

       몸이 너무 뜨거워.

         

       가슴속이 타오르는 느낌을 받으며 숨이 거칠어진다.

         

       “으윽…”

         

       개선식 이후 밤마다 나를 괴롭히는 무언가.

         

       마치 가슴 위에 커다란 돌을 올려놓은 느낌이 나를 미치게 만든다.

         

       “아…!”

         

       그 순간.

         

       데비앙이 바람피웠다고 의심했던 게 기억난다.

         

       어쩌지… 화났을까?

         

       그를 말도 안 되는 일로 몰아붙였다는 생각에 흥분이 팍 가라앉는다.

         

       솔직하게 말하면 오해한 내 잘못도 있긴 하지만 그가 그런 빌미를 준 것도 잘못이라 생각한다.

         

       다 큰 남녀가 한 지붕 밑에서 밤을 지내다니.

         

       물론 세나의 부모님이 계셨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일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하아… 그래도 이건 내가 잘못한 거니까.”

         

       바람을 피지 않은 사람보고 바람피웠다고 화를 낸 건 분명히 잘못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먼저 사과하는 건 조금 자존심 상한다.

         

       “아니… 애초에 왜 안지를 않는 건데.”

         

       만약 정상적인 부부였다면 애초에 의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처음 결혼했을 때는 아니었지만… 분명 그전까지 그를 믿었으니까.

         

       아마 내가 모르는 무언가 사정이 있었겠지, 아니면 최소한 그녀의 집에 가족이 있는지 확인하고 그를 추궁했을지도 모르지만.

         

       바보같이 증거도 없이 그를 몰아붙였지만, 그는 결백했다.

         

       마치… 예전 한스 사건 때처럼 말이다.

         

       “후우… 나는 변한 게 없네.”

         

       그를 믿지 못하게 된 순간부터 큰 노력을 했다.

         

       많은 현인을 만나 지혜를 구했으며 조언을 받았지만…

         

       아직 나는 아직 많이 부족한 거 같다.

         

         

         

       ***

         

         

         

       “제길… 누구 냄새를 맡은 거지?”

         

       현재 5명의 마족 숭배자는 역할이 각각 다르다.

         

       누가 걸릴 건지 모르겠지만 누군가 꼬리를 잡혔으니 밀회 장소에 정보부와 제국군이 잠복하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고 아몬은 생각한다.

         

       “쉽지 않군. 아니 쉬운 게 이상한 걸지도?”

         

       마왕을 부활시키는 일이 쉬울 리가 없다.

         

       “그렇게 여유로울 때가 아니다, 알파.”

         

       베타의 말에 아몬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한다.

         

       “나도 알아. 후우… 나를 제외한 모두 당분간 잠복기에 들어가라.”

         

       잠복기.

         

       말 그대로 대부분의 활동을 멈추고 은밀하게 몸을 숨기라는 뜻.

         

       “우리도 그러고 싶지만 위대하신 분께서 그걸 허락할 리가 없지 않나?”

         

       피곤한 듯한 베타의 말에 아몬이 고개를 끄덕인다.

         

       “급한 건 알겠는데. 이러다가 우리 모두 죽는다고. 성기사들이 없어서 다행이지. 만약 그들까지 있었다면 우린 다 죽었을지도 몰라.”

         

       거대한 폭발을 만들고 근처로 도망쳐, 적들의 움직임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그러자, 순식간에 밀회 장소를 포위하고 있던 수백의 군대가 갑작스럽게 나타난 걸 보며, 얼마나 당황했던지.

         

       그렇게 많은 군사를 숨기고 있던 것을 보며 아몬은 소름이 돋았다.

         

       자신이 신성력에 민감한 사람이라 알아차렸지만…

         

       만약 못 알아차렸다면 그 자리에서 모두 체포돼도 이상하지 않았다.

         

       마치 이런 일이 예상하였다는 듯 등장한 병사들은 일사불란하게 여관을 중심으로 모든 길목을 차단하고 수색에 들어간다.

         

       그렇기에 아몬은 속으로 안도 한다.

         

       ‘제국… 우습게 보면 안 되겠군.’

         

       이런 일을 대비해 준비해 둔 게 다행이었다..

         

       “어쩔 수 없다. 안 그러면 위대하신 분께서 우리를 죽일지도 모른다.”

         

       ‘진짜…’

         

       속으로 짜증이 나는 아몬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메뚜기의 왕을 거스를 수는 없다.

         

       그가 바로 마왕의 관을 만들자니까.

         

       거기다가 아몬은 ‘마족’ 숭배자.

         

       진짜 마족을 숭배한다고 맹세한 사람이며 그가 아몬에게 마기를 주었으니, 메뚜기의 왕을 따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모한 행동을 하고 싶지는 않다.

         

       아몬은 속으로 생각에 잠긴다.

         

       ‘제길… 발로랑 그 자식은 바보 같이 자기 자식에게 죽기나 하고 말이야.’

         

       발로랑만 살아있었다면 진작 마왕을 부활시켰을지도 모른다고 아몬은 생각한다.

         

       “우선 평등당이 제국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니까. 시위가 격해지면 분명 빈틈이 생길 거야. 그때를 노려서 마왕의 관을 만들면 돼.”

         

       아직 마왕의 관조차 만들지 못했다.

         

       니케아에서 크게 한 건 잡을 줄 알았으나, 제국이 발 빠르게 움직여 ‘재료’를 많이 못 구했다.

         

       “아무래도… 발로랑 아들내미는 발로랑 뒤에 우리가 있다는 걸 알았나 보군.”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발 빠르게 대처하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정보부도 만만하지 않군. 어디서 분명 우리를 지켜보고 있겠지?’

         

       어둠 속에서 은밀하게 행동했던 자신들을 찾은 제국의 정보부를 생각하며 아몬은 조금 두렵게 느껴진다.

         

       ‘혹시 내부에 배신자가 있는 걸까?’

         

       합리적인 의심이지만 마족 숭배자들의 입교식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제국법과 교회법으로 불법으로 지정된 흑마법과 복잡한 저주의 고통을 이겨낸 자들만 입교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저주와 흑마법은 마족 숭배자들이 동료들을 팔아넘기지 못하게 만든다는 걸 생각하며 아몬은 생각에 잠긴다.

         

       ‘그렇다면 꼬리가 잡힌 걸까?’

         

       지금으로서 보면 그게 제일 합리적인 의심.

         

       “알파 뭘 고민하는지 알지만, 어설프다. 성기사들까지 배치했다면 우리는 꼼짝없이 그곳에서 죽었을 터. 그들은 그곳에 없는 거로 보아 그리 큰 위협이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세타의 말에 아몬은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지, 지금 제국은 교황청과 사이가 좋지 않으니까.”

         

       왜인지는 모르지만 제국에서 대공과 교황이 서로 상종을 안 하는 건 꽤 유명한 이야기다.

         

       정치에 관심이 많은 술에 취한 아저씨들의 말을 따르면 황제를 핍박하는 대공을 교황이 아니꼽게 생각한다고…

         

       하지만 뭐가 되었든 덕분에 아몬과 마족 숭배자들에게 실낱같은 희망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뭐 그러면 다행이고. 우선 다들 말한대고 잠복기로 들어가고. 그분께는 잘 얘기 해줘.”

         

       자신들의 정보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최선은 걸린 꼬리를 잘라내는 일이다.

         

       “우선 그분께 말씀드려 보겠네.”

         

       베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자, 아몬도 고개를 끄덕인다.

         

       “신에게 영원한 안식을.”

         

       “신에게 영원한 안식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PIA1631552639737님 후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비공개로 후원 해주신 두분 너무 감사해요!

    그리고 Ilham Senjaya님 오늘도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다들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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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Master of the Empress

I Became the Master of the Empress

여황제의 주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y say to leave when the applause dies down, and so I tried to depart.

I intended to give the Empress, who had married me despite her utter disdain, the gift of our marriage annulment…

But the Empress glares at me and says,

[ Did you really think… I would let you go? ]

Something is going terribly wr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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