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80

    전화를 기다리던 딜런트가 기가 막히다는 듯이 혀를 찼다.

     

    “쯧.”

     

    “아직도 못 잡았냐?”

    “죄송합니다.”

    “쯧, 뭐. 기대도 안했어.”

     

    뭐, 애초에 저런 잡졸들한테 붙잡힐 여자가 아니기는 하지.

    만약에 이런걸로 잡혀주었다면 진작에 잡아서 마음대로 갖고 놀았을 테니까.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생각했다.

     

    하지만, 이 시설의 입구이자 출구는 지금 현재 자신이 있는 정문. 단 하나뿐이다.

    아마 지금쯤이면 그녀도 구조를 눈치 챘을 거다.

    전체적으로 보면 그렇게 어려운 구조도 아니니까.

     

    그러니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지점을 거쳐야만 하는데, 아까부터 브로치를 이용해 주변을 빠짐없이 탐색하고 있는데도 아직 코빼기조차 비치지 않는 것을 보면 분명 그녀는 이 시설 안에 있다는 이야기일 터.

     

    그렇기에 이런 의문이 남는다.

    ‘어째서’ 아직도 나오지 않는 것인가?

     

    내가 가진 이 힘이 두려워 숨은 채 기회를 엿보나? 그렇지만 단지 그 이유라기엔 지금도 연락이 두절되는 인원들이 간간히 나오고 있다. 그것도 시설의 곳곳에서.

    이것은 시설에 숨어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분명한 목적을 갖고 시설을 샅샅이 살피고 있다는 뜻.

     

    혹시, 뭔가 나올 수 없는 이유가 있나?

     

    딜런트는 잠시 생각해보다가 문득 깨달은 듯 손가락을 튕겼다.

     

    “아, 설마 그 꼬마때문인가!”

     

    같이 온 수인 혼혈 꼬맹이.

    잠깐 잊고 있었는데, 그녀가 지금 그 아이를 찾고 있는 거라면?

     

    꽤 그럴 듯 했다!

    그러고보니 과거에도 그녀는 ‘아이’에게 집착하곤 했지.

    딜런트는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좋은 생각이 났다.

     

    딜런트는 곧장 경비실의 한켠에서, 음성을 전달하는 증폭마석을 꺼내 입가에 가져갔다.

     

    “아아, 거기 들리나? 아마도 들리겠지. 이 목소리는 시설 전체에 방송되는 거니까.”

     

    잠시 후, 메아리치듯 시설 전체로 울려퍼지는 자신의 목소리.

     

    -아아, 거기 들리나? 아마도 들리겠지. 이 목소리는 시설 전체에 방송되는 거니까.

     

    참, 내 목소리가 원래 저렇다고?

    이런이런, 너무 악당같잖아, 언제 들어도 자신의 목소리는 적응이 되지 않는 법이었다.

     

    “뭐, 네가 어디에 있든 상관 없어, 지금 네가 있는 곳에 창문이 있다면, 잠깐 중앙정원을 좀 보라고?”

     

    그리 말한 뒤, 딜런트는 버튼을 하나 눌렀다.

    그러자, 중앙정원 위에 서서히 생겨나는 거대한 하얀색 네모.

    그건 바로 비싼 돈을 들여서 달아 둔 공중 대형 가상스크린이다.

    이럴 때가 아니면 대체 언제 저걸 써보겠어?

     

    원래는 시설내 긴급 안내용으로 달아 둔 것이지만 보통은 집무실 창 밖으로 영화를 보는 데나 써봤다.

    이제야 제대로 된 값어치를 하게 된 셈이다.

     

    “네가 어디에 있는 진 몰라도 잘 보라고.”

     

    삑, 버튼에서 입력음이 들리고 잠시 후, 거대한 가상스크린에선 멍한 표정을 지은 채 머리를 감싼 꼬마의 모습이 나타난다.

     

    저런, 역시 꼬맹이 혼자 남겨져서 무서운 모양이지?

    하하하! 정말 완벽한 그림이야!

     

    허무한 듯 머리에서 손을 내리는 장면까지 재생시키고 그는 버튼을 한번 더 눌러 화면을 꺼버렸다.

     

    “얘가 잘못되는 꼴 보기 싫으면, 당장 정문으로 튀어오는 편이 좋을 거야.”

     

    이정도면 충분했으리라.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바로 탐지에 걸리는 느낌이 왔으니까.

     

    “정말 빠르군.”

     

    ———–

     

    시설에 퍼지는 남성의 목소리.

    그 충격적인 내용에 루크는 점차 파이가 자신을 욕하는 소리가 시끄러웠던 탓에 막았던 귀에서 손을 내렸다.

     

    -얘가 잘못되는 꼴 보기 싫으면, 당장 정문으로 튀어오는 편이 좋을 거야.

     

    “……허.”

     

    루크의 입에서는 허탈한 신음만이 흘렀다.

     

    딜런트의 목소리는 말 그대로 시설 전체에 방송되는 것이었기에, 루크의 귀에 마저 아주 선명하게 들렸다.

     

    “어이가 없군.”

     

    그들이 아무리 미심쩍어도, 최대한 나쁘지 않게 보려고 정말, 정말 노력했다.

    어찌나 억지스럽게 노력했는지, 정령인 파이조차도 자신의 우매함을 이토록 강하게 질타할 정도였다.

     

    혹여나 파이가 연구에 영향을 주어 해가 될까봐 확인을 보내는 대신 자신의 곁에 꼭 붙어있게 해주었다.

    예르나가 연락이 오지 않는 것도, 어쩌면 그냥 휴대폰을 확인하지 못한 어떠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주었다.

    시설이 꺼림칙한 것도, 자신은 5000년 이후의 시설에 대해 잘 모르니, 그런 것이라고 생각해주었다.

    그런데 감히 저따위 망발이나 내뱉다니?

     

    그것은 자신의 호의를 배신한 것 아닌가?

    만에 하나, 그들이 정말 ‘악인’이라고 해도, 자신에게 연관된 것이 아니라면 잠자코 넘어가려 했다.

    기껏해야 직접 손을 쓰지 않고 미심쩍은 정황을 예르나와 이야기하고 해당하는 기관에 신고하는 정도만 생각했다.

    그것이 바뀐 현대의 처벌방식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이게 뭔가?

     

    “이게 그대들의 대답이 되는군.”

     

    루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으니까.

    때마침 자신을 이곳에 안내한 남자가 돌아오는 모양이었다.

     

    찰칵, 문이 열리고 그가 들어오며 한마디를 한다.

     

    “크큭, 어이 꼬맹이. 방송 들었냐? 니 엄마, 이제 큰일 난 것 같은데?”

     

    그의 범죄자 같은 얼굴과 여전히 삼류 악당 같은 웃음에, 루크는 이제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너무도 확실한 증거가 방금 들려오지 않았던가.

     

    루크는 천천히 그에게 다가가며 낮게 읊조렸다.

     

    “그대.”

     

    “……!”

     

    그는 자신의 다리가 전혀 움직이지 않는 것에 놀랐다, 아니.

    몸 전체가 움직일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마치, 자신의 몸이 제어를 박탈당한 것처럼.

     

    “…….”

     

    숨이 막혔다.

    여전히 꼬마는 다가오고 있었으나, 자신은 손가락 하나조차 움직일 수 없었다.

     

    쿵, 쿵, 쿵.

    그런 상황속에서 그 작은 아이가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의 소리가 엄청나게 크게 들려왔다.

     

    그리고 마침내 불과 자신과 한걸음을 앞둔 거리가지 다가온 그 아이는, 자신의 손을 슬쩍 내려다보고는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

     

    내 손에 뭐가 들려있더라? 아, 마취제. 최대한 즉각적인 걸로 준비했었지.

     

    ‘좆됐…….’

     

    그녀는 여전히도 무심하게 손을 내밀었다.

    그렇게 머리를 쥔 아이의 손을 느끼며 그는 ‘어? 언제 내 키가 이렇게 줄었지?’같은 생각을 했다가, 문득 그것이 아니라 자신이 무릎을 꿇고 있는 것임을 깨달았다.

    마치 왕을 대하는 신하의 자세처럼, 공손하게 말이다.

     

    대체 언제부터 내가 무릎을 꿇고 있었던 거지?

    지금 나에게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야?

     

    -네 죄를 고하라.



     

    마치 영혼을 울리는 듯한 강력한 충격, 그는 자신의 ‘죄’를 말할 수밖에 없었다.

     

    “애 어른 할 것 없이 10명쯤……. 팔았습니다.”

     

    “그런가.”

     

    루크는 마치 자신의 죄를 이해한다는 듯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그 모습에 일말의 희망을 품었다.

    혹시나, 어쩌면.

    나는 살 수도 있지 않을까?

    두목이 시켜서 한 일이야, 나는 아무런 책임도 없잖아!

    그래, 그걸 이야기하면……!

     

    제발 그녀가 한번만 더, 자신에게 ‘고할’기회를 준다면 이번에는 확실히 자신을 변호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의 심리를 읽은 루크는 작게 중얼거렸다.

     

    “안타깝군.”

     

    누구든 자신에게는 관대해지는 법이다.

     

    보라, 그는 그것이 이미 자신의 ‘죄’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죄’라고 생각하면서도 행한 것은 분명한 ‘죄’이고 ‘악’이다.

     

    그리고 악은 마땅한 처벌을 받아야하지.

    그것이 영웅으로서의 루크 이루시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

     

    참수? 아니, 루크의 기준으로 10명 남짓한 노예의 판매는 그만한 사유는 되지 않았다.

    참수된 죄인의 피가 필요한 것은 맞지만, 이 녀석은 ‘기준미달’이었다.

     

    루크는 그에게 고했다.

     

    -영면하라.

     

    루크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는 눈을 감았다.

     

    그는 이제부터 숨을 쉬며 살아는 있되, 죽는 그 순간까지 다시는 눈을 뜨지 못하리라.

    죽이지는 않았으니, 그 것만으로도 충분한 처벌이 되지 않을까?

    어차피 ‘언령’을 쓴 이상, 그의 정신은 망가져 과거로는 돌아갈 수 없는 상태이다.

    딱히 영원한 수면을 명령하지 않았더라도 기억력의 감퇴, 언어능력의 퇴행, 간헐적인 사고정지가 평생토록 그를 따라다니며 괴롭힐테고, 종국에는 남들보다 빠른 시기에 사망하거나, 진작에 정신이 돌아버려 미치광이로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당할 것이다.

    현재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은 모두 이런 불가역적인 부작용을 동반하니 되도록 사용하지 않으려 했건만…….

     

    “…….”

     

    잠시 눈을 감은 죄인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던 루크는, 이내 손에 힘을 풀어 그 머리를 놓아주며 말했다.

     

    “파이, 집에 돌아가 있거라. 아무래도 조금 소란스러워질 것 같으니까.”

     

    -그치만…….

     

    파이는 할 말이 있다는 듯 작게 말했지만, 말을 잇지는 않았다.

     

    저런, 파이가 근처에 있으면 과격한 마법은 사용할 수 없다.

    지금의 자신이 서클에 묶어둔 마력을 조금만 풀어도 연약한 파이는 큰 타격을 입고 말 테니까.

    게다가 저 목소리에 따르면, 예르나는 지금 ‘자신 때문에’ 위험에 빠진 것이 되지 않는가?

    이제는 잠깐의 지체도 하기 싫었다.

     

    그렇기에, 루크는 약간의 분노와 함께, 마력의 2할을 풀며 말했다.

     

    “가라.”

     

    그에, 파이는 하려던 말을 정리하고 대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응.

     

    ———-

     

    리엔느 숲의 어딘가, 푸른 정령이 지친 듯 공중을 날고 있었다.

     

    -히잉…….

     

    루크가 화가 많이 났다.

    바보라고 해서 그런가……?

    역시 바보 멍청이는 심했지.

    왜 그런 심한 말을 한 걸까.

    아무리 답답했기로서니, 그 말은 좀 선을 넘었던 것이 분명하다.

    루크는 사실 바보 멍청이가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사과를 하려고 했는데 미안한 감정밖에 전달하지 못했다.

    루크는 정령인 자신과는 잘만 대화하면서 이상하게도 감정을 보내는 방식은 딱히 잘 받아들이지 못하니까, 정말 사과가 된 건지는 의문이었다.

    그래서 자꾸 마음에 걸렸다.

     

    파이는 돌아가던 길을 멈추고 잠깐 뒤를 보았다.

    마치 폭풍과도 같은 마력에 마력으로 이뤄진 몸이 벌벌 떨렸다.

     

    마나를 볼 수 없는 존재는 볼 수 없겠지만, 파이의 눈에는 자연의 마나와는 확연히 다른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마나가 똑똑히 보였다.

     

    붉은 형상을 이룬 용이 분명한 분노를 품은 채로.

     

    -히잉…….

     

    진짜 엄청 화났나 봐.

    집에 돌아오면 꼭 사과하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와 이제 루크가 처음으로 진짜 엄청 화났네요.
    저 삽화 그려놓고 진짜 쓰고싶어서 엄청 힘들었다고요.
    이제 썼으니까 여한이 없습니다.

    ps. 그냥 추신 삭제했습니다.
    작가놈이 쓸데없이 말이 기네요.
    대체 후기로 주절주절 뭘 말하고 싶었던건지.
    작가라면 후기가 아니라 글에 녹아냈어야 하는데 말이에요

    그냥 잠깐 금간 멘탈때문이었다고 생각해주세요.
    정신차리고 보니까 쪽팔리네.

    대충 루크는 마법사로서 인체실험자체에 악감정은 없다는내용이랑 감정상한이 일반인과 달라서 쉽게 타인에게 공감하지 못했던 소시오패스’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다음화 보기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