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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0

       자갈타이와 백우진이 바르탄과 함께 움막 안으로 들어가버린 이후.

         

       마찬가지로 자갈타이 부족의 전사로 변장하고 있는 조원들은 바르탄 부족의 전사들 사이에 작은 원을 그리고 모여 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물론 진짜로 술을 입에 대는 이는 없었다.

         

       적지인 만큼, 모두가 정신을….

         

       “음, 이 술도 제법 마실만 하군!”

       “진짜? 그럼 나도….”

         

       장삼과 구왕수.

         

       이 두 사람의 정신 나간 행동은 나중에 꼭 조장에게 보고하도록 하자.

         

       “하아….”

         

       투박한 술잔을 손에 쥔 채로 한숨을 내쉬는 당선영.

         

       그녀를 비롯한 신룡조의 여인들은 눈에 띄는 외모를 가리기 위해 하나 같이 얼굴에 과할 정도로 염료를 칠한 상태였다.

         

       그뿐인가.

         

       출렁이는 가슴을 최대한 억누르기 위해 넝마 같은 의복 안에 붕대로 가슴을 동여맨 상태다.

         

       ‘너무 불편해.’

         

       덕분에 바르탄 부족의 전사들 중 누구에게도 관심을 받지 않게 되었지만, 불편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언니, 저 숨 쉬기가 힘들어요….”

       “조금만 참아, 응?”

       “네에….”

         

       여성들 모두가 비슷한 현상을 겪고 있었다.

         

       숨이 안 쉬어진다는 둥, 가슴이 답답해서 죽겠다는 둥,

         

       맏언니인 당선영은 그들을 어르고 달래며 백우진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다 문득, 자신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신예화를 보게 되었다.

         

       ‘쟤는 안 불편한가.’

         

       키는 자신보다 작은 주제에 가슴 크기는 더 큰 건방진 계집애.

         

       다른 조원들은 한껏 인상을 찡그리고 있는 데에 반해, 신예화는 평온하기 짝이 없었다.

         

       무슨 비결이라도 있나 싶어 말을 걸어보려다 그만두었다.

         

       ‘대하기가 너무 어려워.’

         

       조원들 중 가장 상대하기 난감한 이를 고르라면 그녀는 망설임 없이 신예화를 꼽을 것이다.

         

       이유 또한 명확했다.

         

       신룡조 여자 조원 중 유일하게 그녀만이 백우진의 눈에 들어와 있지 않기 때문에.

         

       “흐음….”

         

       그녀는 턱을 괸 채로 신예화의 얼굴을 자세히 살폈다.

         

       어디 한 군데 모자람 없는 여인이다.

         

       심지어 백우진과는 어릴 때부터 함께 커온 소꿉친구이기도 하고.

         

       그런데 왜일까.

         

       ‘예쁜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는 사내가 유독 쟤만 밀어내는 이유는 뭘까.’

         

       덕분에 그녀도 입장이 난처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이미 연인으로 공인된 제갈연지는 말할 것도 없고, 송희연과 설수연 또한 백우진의 품에 들어와 있는 여인들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그들과 빠르게 친해졌다.

         

       이제는 백우진을 내버려 두고 넷이서만 몰려다닐 정도.

         

       그럴 때마다 그녀는 신예화가 눈에 밟혔다.

         

       몰려다니는 자신들을 보며 더없이 쓸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신예화를 볼 때마다 누구 하나를 일부러 따돌리는 듯한 느낌마저 받았다.

         

       그래서 이따금 자리를 같이 하기도 했지만, 같은 자리에 있다고 함께하는 게 아니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녀는 매번 홀로 떨어진 외딴섬이 되어버렸다.

         

       함께하지 못하고, 자꾸만 겉돌게 된다.

         

       그녀도 그것을 느꼈는지 이제는 자리를 권유해도 완곡히 거절하며 자취를 감춘다.

         

       그럴수록 신예화의 눈에 고독이 차오르는 것 같아 가슴이 아렸다.

         

       ‘최근에는 좀 괜찮아 보이긴 하는데….’

         

       그나마 다행인 건 요 며칠은 그런 기색이 많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지금도 그렇다.

         

       누구와도 말을 섞지 않고 혼자 있음에도 쓸쓸해하는 기색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요 며칠간 심경의 변화라도 겪은 걸까.

         

       의아한 점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생각해보면 오늘 오전도 조금 이상하긴 했지.’

         

       어제 낮, 자갈타이 부족을 습격하기 직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백우진이 선봉에 서려 할 때, 신예화가 앞으로 나서더니, 자신이 선두에 서겠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선두에 선 그녀의 움직임은 대단했다.

         

       신예화가 월도를 휘두를 때마다 최소 일류 정도는 되어 보이는 부족의 전사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져갔다.

         

       동시에 의아했다.

         

       안 위험한 전투가 어디 있겠냐마는, 자갈타이 부족과의 전투는 조원들의 경지를 생각해보면 비교적 쉬운 축에 속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한없이 비장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마치 이번 전투에 제 온몸을 불사르리라 다짐이라도 한 것처럼.

         

       ‘뭐였을까, 그때 표정은….’

         

       그녀는 지금까지도 그것이 너무 궁금했다.

         

       그렇게 그녀 생각에 취해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을 때.

         

       이를 느끼고 고개를 돌린 신예화가 눈을 마주쳤다.

         

       “아….”

         

       당황한 당선영의 눈에 놀람이 차오르는 반면, 신예화의 눈은 더없이 차분했다.

         

       심지어 입가에 작은 미소마저 그리며 제게 보이는 게 아닌가.

         

       이를 본 그녀의 두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더없이 자연스러운 그녀의 미소를 보는 순간, 형언할 수 없는 불길함이 느껴졌다.

         

       “저기…!”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당선영이 신예화를 향해 다가가려 할 때.

         

       콰아앙!

         

       굉음이 울렸다.

         

       소음의 근원지는 부족 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움막.

         

       자갈타이, 바르탄과 함께 백우진이 모습을 감춘 곳이었다.

         

       소스라치게 놀란 당선영이 곧장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암기를 손에 쥐었다.

         

       “무슨 일이…!”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무섭게, 당선영과 마찬가지로 곧장 몸을 일으킨 신예화가 월도를 손에 쥐고 달려 나갔다.

         

       굉음이 울린 움막을 향해.

         

         

       * * *

         

         

       지루하고, 의미 없다.

         

       바르탄이라는 인간에게서 나오는 모든 말들이 그러했다.

         

       물론 내색은 하지 않았다.

         

       그는 남의 비위 맞춰주고, 어르고 달래는 데에는 도가 튼 인간이었다.

         

       판타지 세계에서 배운 특기였다.

         

       그림으로 그린 듯한 두 꼰대 검귀와 더불어 제 입맛에 안 맞으면 투덜대기 바쁜 파티원들 챙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터득했다.

         

       지금은 그렇게 살기 싫어서 웬만해선 제 꼴리는 대로 하는 편이지만.

         

       “크아하핫! 젊은 친구가 정말 술이 대단하군!”

       “바르탄 족장님이야말로 대단하시군요!”

       “암, 내 어디 가서 절대 술로 밀려본 전적이 없는 사람일세. 단 한 사람만 빼면 말이지!”

       “허…, 족장님을 이긴 술꾼이 이미 있단 말입니까? 대체 누굽니까, 그 사람이.”

         

       우진타이, 백우진이 안타깝다는 투로 얘기하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바르탄이 호탕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자네도 들어보았을 걸세, 하무르 칸.”

         

       이를 들은 백우진의 웃음 가득한 눈매 속에 숨어 있는 눈동자에 이채가 서렸다.

         

       칸.

         

       지도자 또는 왕을 뜻하는 단어.

         

       그가 알기로 그러한 호칭을 쓰려면 단순히 한 부족의 족장이 아닌, 드넓은 일대를 점령한 군주 정도는 되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분이야말로 이 바르탄을 능가하는 진정한 술꾼이라네, 크아하핫!”

         

       바르탄은 하무르 칸을 그분이라 칭했다.

         

       그렇다는 것은 그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하무르 칸의 밑에 있다는 것을 공언한 것과 다름없는 셈이었다.

         

       백우진은 제 옆에 앉아 있는 자갈타이의 옆구리를 슬쩍 건드렸다.

         

       이는 미리 정해둔 신호로써, 자신의 모르는 부분에 대해 어떻게든 자연스럽게 설명하라는 신호였다.

         

       순간 몸을 움찔한 자갈타이가 어색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오오, 하무르 칸! 대단하신 분이지요. 듣기로는 벌써 초원의 대부족을 세 곳이나 점령하고 초원의 왕으로 불리기 직전이라던데, 거기에 술까지 능하시다니!”

         

       자연스럽게 이어진 그의 설명에 백우진이 눈가를 좁히며 자갈타이를 노려보았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자신을 그곳으로 안내해야지, 왜 이곳에 온단 말인가!

         

       이를 느낀 자갈타이가 황급하게 말을 이었다.

         

       “새롭게 차려진 그분 본거지가 아마…, 여기서 한 나흘 정도 거리라고 하던가요?”

       “하핫! 맞네. 지난달, 대부족 하나를 더 점령하고 새롭게 거점을 차리셨지.”

         

       억울함 가득한 자갈타이의 시선이 쏟아진다.

         

       그곳은 자신과 한참 떨어져 있는 곳이라 데려가지 않았다고 항변하는 것.

         

       확실히 백우진은 그와 인접해 있는 부족 중에, 라는 말을 했었으니, 그에게 잘못을 묻기는 어려웠다.

         

       ‘나흘 거리에 있는 하무르 칸 부족이라….’

         

       심지어 최근에 급격하게 떠오르기 시작하며 근처에 자리 잡은 대부족을 하나둘씩 복속시키고 제 이름 뒤에 칸을 붙이기 시작했다면.

         

       ‘뭔가 냄새가 나는데.’

         

       하무르 칸이라는 자가 정복자로서 초원을 질주할 수 있는 건 어쩌면 그의 뒤에 마교가 조력자로 붙어 있어서는 아닐까.

         

       확인해볼 가치는 충분해 보였다.

         

       백우진의 생각이 다른 곳에 빠져 있을 때.

         

       “아, 그렇지. 내 저번에 얘기했던 것은 생각해 보았나?”

       “예? 아, 그것이라면….”

         

       두 사람의 의미심장한 대화가 그의 상념을 일깨웠다.

         

       저번에 얘기했던 거라니, 백우진은 곧장 다시 한 번 자갈타이의 옆구리를 콕 찔렀다.

         

       그러자 자동반사적으로 말이 튀어나왔다.

         

       “저, 저번에 하신 얘기라면 하무르 칸께 충성을 맹세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신 걸 테지요?!”

       “맞네. 하무르 칸께선 인재를 두루두루 영입하고 싶어 하시네. 자네 정도라면 충분히 중용될 거라 생각하는데…, 어떤가?”

       “에, 저기, 그것이….”

         

       자갈타이의 말문이 막혔다.

         

       사실 그 제안에 대해 깊이 고심하고 있던 찰나에 백우진이 습격을 해왔다.

         

       그가 망설이고 있을 때, 백우진이 또 다른 신호를 보내왔다.

         

       “크흠! 크흠!”

         

       헛기침 두 번.

         

       뭐가 됐든 이 신호를 보내면 일단 승낙하라는 뜻.

         

       자갈타이의 얼굴이 거무죽죽하게 변했다.

         

       “안 그래도 여기에 온 이유가 그것 때문이기도 해, 했습니다. 저 또한 바르탄 부족장처럼 하무르 칸께 충성을 맹세하고 싶, 싶습니다…!”

         

       그는 마음속에서 목놓아 울고 있었다.

         

       “크하하핫! 잘 생각했네, 잘 생각했어! 이제 우리는 진정으로 형제가 된 걸세!”

         

       바르탄은 한없이 왜소해 보이는 자갈타이의 어깨를 마구 두드렸다.

         

       그러다가 잔뜩 흥분한 몸짓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밖을 향해 소리쳤다.

         

       “형제가 생긴 날에 이대로 있을 수는 없지. 여봐라! 그년들을 끌고 와라!”

       “예!”

         

       밖에서 움막을 지키고 있던 전사 하나가 그의 명령을 듣고 부리나케 달려갔다.

         

       백우진이 의아하다는 투로 그에게 물었다.

         

       “그년들이라면…?”

       “백문이 불여일견, 잠시 기다려보게.”

         

       히죽 웃으며 문자까지 써가며 말하는 모양새가 영 불안하기 짝이 없다.

         

       잠시 후.

         

       어디론가 달려갔던 전사가 움막 앞에서 소리쳤다.

         

       “족장님! 안으로 들이겠습니다.”

       “오오, 그래!”

         

       굳게 닫혀 있던 움막의 입구가 열렸다.

         

       앞에 서 있는 것은 여인들이었다.

         

       그것도 약관이 채 안 되어 보이는 한족의 여인들.

         

       넝마나 다름없는 의복을 걸치고 있어 곳곳에 속살이 드러나 있는 여인들이 힘없는 걸음으로 움막 안으로 들어섰다.

         

       “하하핫! 어떤가, 오늘 약탈 갔다가 잡아온 년들이라네. 제법 반반하지 않나?”

       “오오…, 미색들이 제법 훌륭하군요.”

         

       자갈타이가 눈치 없이 여인들을 보고 야릇한 웃음을 흘리며 호응했다.

         

       한껏 움츠러드는 여인들.

         

       “형제가 되었는데 내 이깟 여인이 대수겠는가! 오늘 마음껏 품게나들!”

         

       백우진의 인상이 와락 구겨졌다.

         

       “아…, 이건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인데.”

         

       어떡하지.

         

       그가 고민하는 사이, 바르탄이 숨을 헐떡이며 여인들에게 다가갔다.

         

       “그래도 내가 주인이니, 하나쯤 먼저 골라도 되겠지? 흐흐흐흐!”

         

       바르탄은 가장 미색이 좋은 여인을 고르기 위해 그녀들 사이를 누볐다.

         

       공포에 벌벌 떨고 있는 여인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살펴보던 그의 걸음이 한 곳에 멈췄다.

         

       긴 머리를 산발하고 있지만, 그 미색만큼은 조금도 바래지 않은 여인의 앞에.

         

       “네년이 가장 맛있겠구나!”

       “히, 히익…!”

         

       지목당한 여인이 공포에 짓눌려 도망치려 하자, 바르탄의 솥뚜껑만 한 손이 허공을 갈랐다.

         

       “이년이, 어딜!”

         

       빠악!

         

       “아악!”

         

       등에 커다란 충격을 받은 여인이 고통어린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힘 조절을 하긴 했는지, 고통에 겨워할 뿐 뼈나 근육에는 이상이 없어 보였다.

         

       바르탄의 손이 쓰러져 있는 여인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아악! 사,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그녀의 간절한 바람이 허공에 덧없이 스러져 갔다.

         

       바르탄은 여인의 간절함이 제 유흥거리인 것처럼 더욱 짙게 웃으며 음흉한 목소리를 냈다.

         

       “내 극락을 보여줄 테니, 조용히 안기기나 하거라. 흐흐흐!”

         

       자갈타이는 입맛을 다셨다.

         

       그 또한 그 여인을 점찍어두고 있었는데 홀라당 빼앗긴 탓이었다.

         

       아쉬운 마음은 접어두고, 두 번째로 미색이 뛰어난 여인을 물색하기 위해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고 있을 때.

         

       그의 눈동자에 무언가가 빠르게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그리고.

         

       여인의 머리채를 붙잡고 침상으로 이끌던 바르탄의 몸이 붕 떠올랐다.

         

       콰아앙!

         

       난데없이 터져 나온 굉음과 함께 먼지가 피어오른다.

         

       자갈타이는 제 눈을 의심했다.

         

       조금 전까지 바르탄이 서 있던 자리에 난데없이 백우진이 서 있었기에.

         

       그는 바르탄이 처박힌 자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새끼가 선을 세게 넘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과연 신예화는 어떤 심경의 변화를 겪고 있는 걸까요,,,!

    다음 편을 기대해주십시오!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고, 저는 내일 또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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