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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0

       

       

       

       

       180화. 마수의 산, 그 정상으로 ( 4 )

       

       

       

       

       동굴 깊은 곳에 꽁꽁 묶인 사내가 보인다.

       살집이 굉장히 비대하여 산의 경사를 따라 굴린다면 만화처럼 눈덩이가 되어 굴러갈 것이 분명하다.

       

       “이 새끼 이거 안 되겠는데?”

       

       내가 관상을 믿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걸 보면 또 관상은 과학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축 처진 뱃살이며 벌름거리는 코, 살에 파묻힌 얇은 눈동자. 누가 봐도 심술과 욕심이 덕지덕지 붙은 얼굴 아닌가.

       

       거기에 테이저건에 맞은 멧돼지처럼 시끄럽게 울어 재끼는 저 끔찍한 비명까지.

       

       – “아아아악ㅡ!! 내, 내내내내 보물이! 도둑 새끼들! 으아악! 아악! 아아아악!! 죽어어, 죽으라고! 뒤져! 내 보물 씨발!!”

       

       밧줄로 묶여있기에 제자리에서 비비적거리는 수준의 몸부림이었지만, 보는 나로 하여금 안구에 상당한 데미지를 주었다.

       

       ‘뚱뚱한 추남의 속박 플레이 같은 건 보고 싶지 않았어.’

       

       행실은 매우 나쁨.

       내 안구와 멘탈에 정신적 충격을 준 것에 더하여 반성하는 기미도 없고, 저지른 죄도 상당히 악질이다.

       

       땅땅땅. 사형.

       

       마음속 작은 재판관이 망치를 두들기며 선언했다.

       이건 수시로 이의를 제기하는 변호사가 와도 뒤집을 수 없는 판결이다.

       

       손가락이 근질거렸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저 돼지에게 벼락을 떨어트려서 쳐 죽이고 싶었지만ㅡ

       

       그렇게 죽이기에는 너무 자비롭다.

       성기사의 말이 맞다. 녀석에게는 죽음조차 사치다.

       

       더 철저한 형벌이 필요했다.

       

       “뭐 좋은 방법이 없나…”

       

       동굴을 떠난 정찰대는 순조롭게 정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잠깐이라면 내가 보고 있지 않아도 괜찮을 것이다.

       

       이것저것 잡다한 방법들이 방울처럼 보글보글 떠오른다.

       당장 생각나는 방법들은 참 진부하기 그지없는 것들이다.

       

       불타는 용광로에 집어넣기, 산 채로 뜨거운 기름에 끓이기, 주리틀기, 오체분시… 하나같이 끔찍하지만 어딘가 한 군데 부족하다.

       

       ‘이 새끼는 이걸로 부족한데.’

       

       화면을 움직여 희생자가 묻힌 곳으로 향했다. 야트막한 돌무덤이 보인다. 방금까지만 해도 살아있던 자가 여기에 묻혀있다.

       

       《저주받은 희생양 : 악마에게 먹히고 남은 잔재입니다. 육체는 파괴되고, 영혼은 갈기갈기 찢겼지만 안식을 허락받지 못했습니다. 소유할 시 저주받습니다.》

       

       악마에게 먹히고 남은 자의 흔적.

       

       그것을 저 돼지가 포식하고 있던 것이다. 다름 아닌 사람의 생명을.

       

       실시간으로 돼지의 생명력이 늘어나고, 희생양의 생명력이 줄어드는 그 광경은.

       본능적인 역겨움이 올라오기에 충분했다.

       

       이 돼지에게는 죽음조차 사치다.

       그동안 녀석이 얼마나 많은 희생양을 포식했는지, 저 불어난 몸을 보면 헤아릴 수 없이 많을 것이다.

       

       ‘…아. 그런 스킬이 있을지 모르겠네.’

       

       문득 괜찮은 생각이 떠올랐다.

       부지런히 손가락을 움직여 상점으로 향한다. 바쁘게 스크롤을 내려 ‘저주’와 ‘디버프’ 항목을 훑는다.

       

       …

       

       꽤 오랜 시간 동안 상점을 뒤졌다. ‘저주’와 ‘디버프’뿐만 아니라 ‘버프’, ‘공격’, ‘방어’ 온갖 항목을 샅샅이 훑었지만…

       

       내가 찾는 종류의 스킬은 없었다.

       

       조금 디테일한 종류의 것이여서 어느 정도 각오는 했지만,

       막상 이렇게 되니 조금 막막한 심정이다.

       

       이러면 난감한데.

       

       “음…”

       

       정말 방법이 없나? 이대로 저 돼지 새끼 조지는 걸 포기해야 하나?

       

       …그럴 리 없다. 분명 방법이 있을 것이다.

       

       아니. 아니지.

       

       발상을 바꿔서 생각하면 되는 거다.

       

       없으면 내가 만들면 된다. 구태여 주어진 스킬에 얽매일 필요가 없지.

       

       머리 안쪽의 무언가 조금씩 꿈틀거린다. 작고 덧없는 것이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은 희미한 무언가다.

       

       눈을 감고 필사적으로 집중했다. 떠올리는 것은, 케넬름과 모래사장에서 만났던 때의 그 감각.

       

       얇은 막을 통해 손을 집어넣고 꺼내 올렸던 그때의 기억을 필사적으로 되살린다.

       

       머릿속 깊은 곳에 있는 무언가 간질거리며 미묘하게 자극되는 것이 점점 커지기 시작한다. 얇은 실타래 같은 것이 손끝에 흔들린다.

       

       동시에 몸 안에 있는 무언가 빠져나간다고 느꼈다.

       손에 잡히는 것이 점차 뚜렷해질수록, 몸에서 무언가 빠져나가는 속도가 빨라진다.

       

       거의 다 왔다. 조금만 더.

       

       …ㅡ 쏴아

       

       온통 어둠이다.

       어둠 속으로, 내면의 깊은 곳으로 가라앉는다.

       

       방 안에 있던 것들이 사라져 간다. 침대가 사라지고, 책상이 사라지고, 벽이 사라진다.

       

       옅은 물소리가 들린다. 발끝에 와닿는 차가운 물의 감촉.

       나를 향해 몰려오는 파도의 소리가 들려온다.

       

       …쏴아아ㅡ 철썩!

       

       조심조심 눈을 떴다.

       

       눈에 보이는 것은, 끝없이 펼쳐진 까만 바다.

       

       나는 바다 위에 서 있었다.

       

       까만 바닷물에 섞이지 않은, 오색 찬란한 바닷물을 밟은 채로.

       오롯하게 나로서 존재한다.

       

       쏴아아ㅡ 철썩! 철썩!

       

       먹물처럼 탁하고 어두운 바다가 사방에서 나를 향해 몰려온다.

       

       흔들리고 부서지면서 거칠게 밀려오는데, 어쩐지 그 모양새가 부모를 향해 달려오는 자식과도 비슷하다고 느꼈다.

       

       “윽…!”

       

       몸 안에 있는 무언가가 계속해서 흘러 나간다. 크기는 아마 사과 정도 될까? 

       

       내 안에 있는 이 정체 모를 것이 전부 빠져나가면, 이곳에 있을 수 없을 게 분명했다.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으니 빠르게 되뇌인다.

       

       떠올리는 것은 하나의 화면. 저쪽 세상을 비추는 거울.

       

       촤아앗!

       

       바닷물이 한 움큼 떠오르더니 일렁이며 거울의 형태가 되었다. 표면이 약간 흔들리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다.

       

       동굴 안에서 몸부림치는 케이건이 보였다. 여전히 추악한 자태로 발버둥 치고 있다.

       

       녀석의 죄를 헤아리고 선언한다.

       

       무절제한 탐욕, 타인의 재물에 대한 질투, 약자에 대한 폭행, 은밀하게 감춘 살인, 황금을 위한 인신 공양… 무수한 죄가 눈 앞에 펼쳐진다. 케이건의 지난 악행이 보였다.

       

       “너는ㅡ”

       

       입을 열자 몸속의 무언가가 더욱 빠르게 빠져나간다. 도저히 말을 꺼낼 수 있는 지경이 아니다.

       

       “으…”

       

       몰려오는 현기증에 잠시 균형을 잃었다.

       

       촤아악ㅡ

       

       바닷물이 내 몸을 타고 오른다. 

       

       처음부터 그랬어야 했다는 것처럼, 제 주인을 맞이하는 강아지처럼 꼬리치며 내게 안겨 온다. 차가운 바닷물이 몸을 적셨다.

       

       빠르게 빠져나가던 몸 속의 무언가 조금 느려졌다. 동시에 힘이 차오른다.

       

       끝없는 전능감과 영혼이 무한하게 확장되는 듯한 고양감이 가득하다.

       

       영혼이 한 차원, 아니 까마득한 하늘로 솟구친다. 끝없이 상승하고 날아오르며 마침내 스스로의 힘을 자각했다.

       

       말로서 현실이 된다.

       지금의 내 말은, 현실이 된다.

       

       입이 열리며 평소의 목소리와는 다른,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울림이 흘러나왔다. 수백 개의 관악기가 동시에 노래하는 듯한 장엄함.

       

       이윽고 하려던 말은 멋대로 고풍스러운 말투가 되어 내뱉어졌다.

       

       《먹어도 먹지 못할 것이다.》

       

       《마셔도 마시지 못할 것이다.》

       

       《죽어서도 죽지 못할 것이다.》

       

       《그곳이 그대의 감옥일지니.》

       

       《그렇게 영원을 몸부림치리라.》

       

       내뱉어지는 말은 현실이 된다. 처음부터 그랬다는 것처럼, 오롯하게 나의 말대로 될 것이다.

       

       “후…”

       

       모든 말을 끝마치기 무섭게ㅡ

       

       촤악!

       

       몸을 감싸 안은 바닷물이 부서지듯 주저앉고, 텅 빈 공허함이 느껴졌다. 살짝 떠오른 몸이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디론가 빨려 들어간다.

       시간이 다 된 것이다.

       

       ‘여기까지구나.’

       

       공중에 떠올랐던 거울의 표면이 일렁거린다. 물방울이 떨어진 호수처럼, 이리저리 흔들리고 요동치기 시작했다.

       

       – “내, 내 보물!! 어, 어어ㅡ! 뭐야 이건, 켁!! 커흐읍!”

       

       일렁이는 표면 너머로 케이건의 당황한 음성이 들려온다. 조금 탈진한 와중에도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내가 생각한 그대로 이루어졌다면, 녀석은 정말 오랫동안 고통 받으며 죄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마지막의 순간. 

       

       흔들리는 거울 속으로 보이는 작은 돌무덤이 눈에 들어왔다. 불어오는 눈바람 속에서 쓸쓸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돌무덤.

       아마 오가는 이 없이 시간의 흐름 속에 묻혀 잊히겠지.

       

       악마에 의해 억울하게 고통받고, 죽음 뒤에도 영면을 누리지 못한 채 고통 속에서 눈을 감은 자의 무덤이다.

       

       …할 수 있을까?

       

       아니. 해야 한다.

       

       “끄흐읍ㅡ!”

       

       이를 악물고 힘을 끌어모은다. 온몸에 흩어진 이름 모를 것들을 긁어모았다. 

       근육과 피부를 날카로운 칼날로 박박 긁는 듯한 고통이 뇌를 강타한다.

       

       바닥난 무언가를 억지로 끌어모으는 반동이다.

       

       주륵.

       

       일순간 시야가 빨개졌다. 붉은색의 렌즈를 끼고 세상을 바라보면 이렇지 않을까-하는 짧은 생각도 잠시.

       뜨거운 액체가 볼을 타고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흐읍…!”

       

       온몸의 미세한 혈관들이 파바박-하고 터지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기 시작한다. 

       몸이 한계에 달한 것이 분명하다.

       

       “끄으윽ㅡ! 조, 조금만… 더!”

       

       온몸의 힘을 끌어모아 만들어낸 작은 빛 덩어리가 손가락 끝에 위치했다.

       아주 작은 구체의 형태. 그것을 있는 힘껏 쏘아 던진다.

       

       떨리는 손이 불안하게 흔들리며 구체는 살짝 불안한 궤적을 그리며 날아갔지만, 다행히도 무사히 돌무덤에 내려 앉았다.

       돌무덤에 닿기 무섭게 녹아들며 사라진 구체. 그것을 보고 나서야 조금은 안심이 됐다.

       

       “이걸… 로…”

       

       편히 쉬기를. 

       망자를 향한 내 마지막 인사가 부디 닿았으면.

       

       빨려 들어가는 힘에 저항하던 몸을 축 늘어뜨린다.

       그야말로 젖 먹던 힘까지 끌어다 썼더니, 온몸이 비명을 질렀고 점차 눈이 감겼다.

       

       천하장사도 못 드는 것이 눈꺼풀이라고 하던데, 딱 맞는 말이다.

       

       안간힘을 다해 저항하려고 하지만 점차 시야가 어두워지며 눈꺼풀이 닫힌다.

       

       – “…번째…ㅡ 감사…”

       

       깊은 잠에 빠지기 직전, 낯선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분 탓은 아니었다. 

       

       분명, 헛된 일도 아니었다.

       

       

       

       

       

       *****

       

       

       

       

       

       “야 이, 개새끼들아ㅡ! 내 보물 돌려내! 내, 내 거란 말이야!! 으아아아악!!”

       

       어둡고 깊은 동굴 속.

       

       튼튼한 밧줄에 묶인 케이건이 몸을 비틀며 발악했다. 잔뜩 벌어진 입에서는 침이 사방으로 튀었고, 잔뜩 충혈된 눈은 금방이라도 터질 듯했다.

       

       “보물, 보물보물ㅡ!! 아아아아아!! 끄하아아ㅡ!”

       

       안간힘을 쓰며 밧줄을 풀어내려 노력했지만, 근육 한 점 없는 그의 여린 살로는 튼튼한 밧줄을 이겨낼 수 없었다

       

       

       케이건은 소리 질렀다.

       

       저 동굴 밖의 건방진, 아니 사악한 도둑놈들을 당장이라도 갈기갈기 찢어 돼지의 먹이로 주고 싶었다!

       

       그의 목숨보다 소중한 보물을 빼앗아 간 사악하고 더러운 강도 새끼들!

       

       있는 힘껏 온몸을 비튼다.

       

       밧줄을 끊고, 바닥을 기어 어떻게든 동굴의 바깥으로 향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동굴의 입구는 이미 한스가 커다란 바위로 단단히 막았음을 미처 몰랐기에 가능한 발악이었다.

       

       소리 지르고 저주한다.

       

       하염없이 울부짖으며 그의 보물을 그리워하다가, 다시 강도들을 원망하며 소리 질렀다.

       

       “내, 내 보물ㅡ!!”

       

       그렇게 목이 터져라 외치던 순간.

       

       이변이 일어났다.

       

       “으아아ㅡ… 아? 어, 어어?”

       

       밧줄이 풀렸다.

       

       단단하게 그의 몸을 얽죄던 밧줄이 고운 비단처럼 부드럽게 풀린 것이다.

       

       한껏 소리 지르던 케이건은 얼떨떨하게 몸을 일으켰다. 

       

       이변은 그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후… 흐으읍? 으, 무, 물! 무울!!”

       

       갑작스럽게 타오르는 갈증이 몰려와 그를 덮쳤다. 

       

       사막의 모래알처럼 바싹 말라붙은 그의 목구멍이 한 방울의 물을 갈구하며 비명을 질렀다.

       

       건조하게 말라붙은 목구멍은 수천 개의 가시를 삼킨 듯, 조금의 움직임에도 쩍쩍 갈라지며 끔찍한 고통을 선사했다.

       

       케이건이 목을 부여잡고 켁켁거렸다.

       

       물, 물이 필요했다!

       

       “켁, 커헉!”

       

       허리까지 물이 차오른 것을 그제야 눈치챘다.

       

       언제부터 여기에 물이 차 있었지?

       

       모르겠다.

       

       알 수 없지만, 당장은 물을 마시는 것이 먼저다.

       

       케이건이 허리를 굽혀 물을 마시려 손을 뻗었다. 찰랑거리는 물이 굉장히 차갑다. 이 물을 마시면 그의 목구멍을 촉촉하게 적셔주겠지.

       

       “후ㅡ 흐읍?! 뭐냐! 무, 무슨 말도 안 되는! 컥!”

       

       손을 뻗자 차오른 물이 그의 손을 피해 달아났다. 뻗으면 뻗을수록 제 몸을 낮추더니, 이내 바싹 마른 동굴 바닥만이 보였다.

       

       그런데 허리를 펴자 다시금 물이 찰랑이며 차오르는 것이 아닌가!

       

       손을 뻗으면 물이 도망가고, 허리를 펴면 다시금 시원한 물이 허리까지 차오른다.

       

       인지를 벗어난, 그야말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이이익ㅡ! 으아아악! 컥, 케흐윽!”

       

       케이건은 머리끝까지 열이 올랐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갈증까지 더해지니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았다.

       

       꼬륵ㅡ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허기까지 몰려왔다.

       

       눈앞에 탐스럽게 맺힌 과일이 보였다. 이게 언제부터 여기 있었지? 빛 한 줌 없는 동굴 속에 과일이 자란다고? 먹어도 되는 건가?

       

       짧은 의문이 케이건의 머리를 스쳤지만, 끔찍한 허기는 본능적으로 과일을 향해 손을 뻗게 했다. 위장이 찢어지는 듯한 허기를 달래는 게 먼저다.

       

       “크ㅡ흡! 우으윽…”

       

       뻗어지는 손만큼 가지가 몸을 위로 올린다. 안간힘을 써봐도 아슬아슬하게 닿지 않을 높이.

       

       절망감에 손을 내리자, 나뭇가지는 다시 몸을 움직여 케이건의 눈앞에서 탐스러운 과일의 자태를 뽐냈다.

       

       “아, 아아아…!! 으아아아ㅡ!”

       

       바로 앞에 시원한 물과 탐스러운 과일이 있는데, 그의 손을 허락하지 않는다. 할 수 있는 것은 끔찍한 허기와 갈증에 몸부림치며 무의미하게 발버둥 치는 것뿐.

       

       ‘나가, 나가야 해! 뭔가 잘못됐어!’

       

       빠져나가야 한다. 이 동굴에서 탈출해야 한다.

       

       어디로?

       

       “아으… 케흑.”

       

       무작정 발이 향하는 대로.

       

       물을 헤치며 걸었다. 걷고 걷고 또 걸었다. 갈증과 허기를 견디며 몇십분, 몇 시간을 걸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다시 과일이 열린 나뭇가지로 돌아왔다. 여기에 갇힌 것이다. 어느 방향으로 걸어도 결국에는 한 곳으로 돌아왔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애초에 동굴에서 사방으로 걸어 나갔다니? 여긴 동굴이 맞긴 한 건가? 악마의 수작인가? 죽어서 지옥에 왔나?

       

       “어, 어째서… 왜!!”

       

       무엇 하나 확실하지 않지만, 딱 하나는 확실했다.

       

       끝없는 허기와 갈증.

       

       이것들은 그를 놔주지 않을 것이다. 아귀처럼 그를 붙들고 영원토록 괴롭히리라.

       

       “아아아아악! 내가, 내가 왜! 내가 도대체 왜ㅡ! 커흐윽!! 켁!”

       

       분노와 고통으로 뒤덮인 고함이 동굴 안에 공허하게 메아리쳤다.

       

       그리고, 그저 그것이 전부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4일만에 돌아온 허접쿠소작가입니다… 따흐흑!  (´・ʖ̫・`) 

    정말 죄송합니다…!!

    – ‘신선우’님…!!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기나긴 겜창과 흑우의 시간… 지긋지긋하던 참이다! 이제 ‘여섯 번째 신’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다음화 보기


           


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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