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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0

        – 엌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도대체 내가 뭘 듣고 있는 걸까?

        – ㄹㅇ 개 웃기넼ㅋㅋㅋㅋ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

       

        = “아하하핰ㅋㅋㅋㅋ 아핰ㅋㅋ 아이곸ㅋㅋㅋ 나 죽엌ㅋㅋㅋㅋ 엌ㅋㅋㅋ”

       

        쿠당탕!

       

        다시 도돌순이가 의자에서 굴러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디 다치지는 않았나?

        다치지 않았다고? 다행이군.

       

        “어쨌든, 내 도움을 약간 받은 아나티샤는 100여 명의 인간 군대를 제압했단다.”

       

        = “라나님은 뭘 도와주셨는데요?”

       

        “묶을 것이 필요하다고 해서, 수갑을 만들어 주었지.”

       

        – 그건 인정.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

        – 그건 쩔 수 없짘ㅋㅋㅋ

       

        그렇게 제압이 끝난 후였다.

       

       

        *            *            *

       

       

        이럇!

       

        멈춰라!

       

        두두두두-!!

       

        “응?”

       

        “???”

       

        골짜기 너머에서부터 또 다른 인간 무리가 나타났다.

        아나티샤가 방금 제압한 인간 무리와 같은, 대략 30여 명으로 이루어진 인간 군대의 무리.

        다만 일반 병사가 섞여 있는 이들과는 달리, 지금 나타난 이들은 대부분이 말을 탄 기사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 달랐다.

       

        “저 깃발은…….”

       

        “깃발?”

       

        아나티샤의 말에, 몇몇 기사들이 들고 있는 깃발을 바라보았다.

        검과 어떤 날짐승의 모습이 함께 그려져 있는 깃발이었다.

        물론 저 깃발을 보아도 나는 알아볼 수 없겠지만, 아나티샤는 알아보는 모양이었다.

       

        나는 아나티샤를 바라보았다.

        이번에 아나티샤는, 도움을 요청하기 전까지는 나에게 나서지 말 것을 부탁했다.

        자신이 해야만 하는 일이라며 말이다.

       

        ‘그러니 먼저 나서지는 않겠으나…….’

       

        지금 생각이 달라졌을 수도 있으니 아나티샤를 한 번 바라본 것이었다.

        그리고 아나티샤의 생각은 달라지지 않은 모양이었다.

       

        불룩!

       

        아나티샤의 팔뚝 근육이 부풀어 올랐다.

        그녀의 두 눈에서는 분노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 모습에 나는 조금 놀랐다.

       

        ‘이 아이가 이렇게 분노하는 것은 오랜만인데……?’

       

        단순히 겉으로만 분노하는 것이 아닌, 진심으로 분노하는 모습을 보이는 아나티샤.

        그 모습을 의아한 얼굴로 바라보는 사이, 30여 명의 기사들은 천천히 우리의 앞에 멈추어 섰다.

       

        워워!!

       

        따그닥! 따그닥!

       

        철컥!

       

        갑옷이 부딪치는 소리.

        말발굽이 땅에 닿는 소리.

        여러 소리들 사이로, 가장 화려한 갑옷과 망토를 두른 이가 말에서 내려온다.

        그리고 천천히 우리의 앞으로 걸어와 자기 투구를 벗었다.

       

        “아…….”

       

        “황녀 전하.”

       

        “…….”

       

        투구 속에서 나온 것은 금발을 가진 인간 남자였다.

        내 기억 속에도 있는 인간이었다.

       

        아나티샤의 처형식이 있었을 때, 아나티샤가 ‘루이’라고 불렀던 그 인간.

        그가 아련함과 죄책감이 뒤섞인 얼굴로 우리의…… 정확히는 아나티샤의 앞에 섰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황녀 전하.”

       

        “…….”

       

        “황녀 전하께, 저의 죄를 고하고자 합니다.”

       

        “……죄요?”

       

        척!

       

        루이라는 인간이 아나티샤의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러고는 비통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황녀 전하의 약혼자로서, 전하를 믿지 못한 죄.”

       

        “…….”

       

        “3년간 전하를 보필하지 못한 죄.”

       

        “…….”

       

        “그리고…… 전하께서 눈물을 흘리게 만든 죄.”

       

        천천히 자기 죄를 읊는 루이.

        그 후 고개를 들어 올린 루이는 아나티샤에게 자신이 차고 있던 검을 뽑아 내밀었다.

       

        “전하께 저의 죄를 고하옵니다.”

       

        “…….”

       

        멍한 얼굴로 루이의 검을 받아 드는 아나티샤.

        잠시 검 면에 비치는 자기 얼굴을 바라보던 아나티샤가 검을 떨어뜨렸다.

       

        쨍그랑!

       

        “…….”

       

        “볼레스토 공작님.”

       

        “……네. 전하.”

       

        아나티샤의 말에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루이.

       

        참고로, 방금 루이라는 인간이 한 것은 ‘죄를 청하는 기사의 예식’이라는 것이다.

        주군에게 죄를 저지른 기사가 주군에게 죄를 고하며 검을 바치고, 주군은 검을 휘둘러 기사의 죄를 처벌하든가, 혹은 검을 버림으로써 죄를 사하여 주는…… 대충 그런 인간만의 의식이라고 한다.

        그리고 버려진 검에, 그의 얼굴에는 죄를 사임 받았다는 안도감이 비추고 있었다.

       

        “이 꽉 깨무세요.”

       

        “……네?”

       

        하지만 이어진 아나티샤의 얼굴에, 그의 얼굴은 순식간에 당황스러움으로 변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나티샤의 양 주먹이 루이의 가슴팍에 닿았다.

        그리고 일어나는 근육의 팽창!!

       

        “죽어어어어어어어!!!”

       

        “푸어어억?!!!”

       

        쿠와아아아아아아앙!!!!!

       

        ‘제트 펀치’의 팽창률보다 더 높은 팽창률로 주먹을 발사하는…… 심지어 양 주먹으로 동시에 가격하는 기술.

        ‘머슬 임펙트’의 필살기라던…… 이름이…… 그러니까…… 아!

       

        ‘캘러미티 캐논이었지?’

       

        고, 공작님!!

       

        군의! 군의이이이이이!!

       

        으아아아악!!

       

        제법 마법이 덕지덕지 걸려 있던 갑옷이 산산조각이 나고, 그러고도 모자라서 가슴뼈가 조각조각 난 루이를 향해 기사들이 달려간다.

        그리고 필살기를 쓴 덕분에 온몸의 근육 압축이 풀린 아나티샤가 깊게 숨을 내쉬었다.

       

        푸스스스스스스스……!

       

        “후우~!”

       

        겨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숨에서 흘러나오는 수증기.

        거한이 된 아나티샤가 목을 좌우로 꺾으며 말했다.

       

        “버릴 때는 언제고, 무슨 낯짝으로 왔냐? 흥!”

       

        “…….”

       

        나는 생각했다.

       

        ‘사냥은 가르치지 않아도 되겠군.’

       

        이젠 신랑감만 구해주면 되겠다.

       

       

        *            *            *

       

       

        – 아하핰ㅋㅋㅋ

        – ㅋㅋㅋㅋㅋ

        – 그만ㅋㅋㅋㅋㅋㅋ 그만ㅋㅋㅋㅋㅋ

        – 이젠 아팤ㅋㅋㅋㅋㅋ 앜ㅋㅋㅋㅋㅋ 내 배얔ㅋㅋㅋㅋ

        – 라나님! 이제 그만ㅋㅋㅋㅋㅋ 너무 웃어서 배갘ㅋㅋㅋㅋㅋㅋㅋㅋ

        – 아 그만ㅋㅋㅋㅋㅋ

        – 앜ㅋㅋㅋㅋㅋ

        – 후피집 확실하넼ㅋㅋㅋㅋㅋㅋㅋㅋ

       

        = “아핰 아핰ㅋㅋ 허억! 허억! 아하핰ㅋㅋㅋ!!”

       

        너무 웃다 보니 슬슬 시청자들이 힘들어하는 것이 보인다.

        당장 도돌순이만 하더라도 지친 모양이고 말이다.

       

        “다음 이야기는 나중에 해야겠구나.”

       

        – 아 왜요!!!!

        – 반대!

        – 나

        – 앙대애애애애애!!!

        – 나

        – 락

        – 락

        – 나

        – 락

        – 나

        – 나

        – 나

        – 락

       

        = “아 왜요! 이제 슬슬 재미있어질 것 같았는데요!!”

       

        웃다 말고 화를 내기 시작하는 시청자들과 도돌순이.

        그런 이들에게 나는 말했다.

       

        “슬슬 방송 종료할 시간이다.”

       

        – 아.

        – 이젠 익숙해.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맞는 말이닼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도돌순이. 너도 방송 시간이 다가오고 있지 않으냐?”

       

        = “앗! 아아…….”

       

        말을 잇질 못 하는 도돌순이.

        실제로 그녀의 방송 시각은 내가 방송을 종료하고 1시간이 지난 이후이다.

        내가 방송을 종료하면, 그녀도 방송을 시작할 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 “하, 하지만 아직 20분 남았잖아요!”

       

        “이 뒷이야기는 남은 20분으로는 부족하단다. 내일마저 이어서 해 줄 터이니, 내일 오거라.”

       

        = “아! 싫어싫어! 해줘해줘~!”

       

        “…….”

       

        갑자기 떼를 쓰기 시작하는 도돌순이.

        그 황당한 모습에 잠시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 앗! 저건 좀…….

        – 누님. 그건 좀.

        – 우리도 더 해주면 좋겠지만, 그래도 저건 좀…….

        – 쫌…….

        – 님. 나이 생각 좀…….

       

        = “아! 님들은 저 응원해야죠!”

       

        어느새 자기들끼리 싸우기 시작하는 도돌순이와 시청자들.

        그 모습을 귀엽게 바라보다, 한숨과 함께 말했다.

       

        “그래. 그럼 조금만 더 해 줄까?”

       

        = “이예에에에에!!”

       

        – 와아아ㅏㅏㅏ!!

        – 도돌순이! 도돌순이!

        – 순이는 신이다!!

        – 순이님! 믿었습니다!!!

       

        환호성을 터뜨리는 이들을 무시한 채, 이야기를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            *            *

       

       

        “독립하겠습니다!”

       

        “…….”

       

        아나티샤가 나에게 말했다.

        그래서 나는 물었다.

       

        “짝짓기하느냐?”

       

        “아! 쫌!!”

       

        아나티샤가 버럭 화를 냈다.

        ……저번에 네가 ‘여자의 독립은 결혼했을 때 이루어진다!’라고 하지 않았느냐? 나는 그래서 물어본 것뿐인데?

       

        “결혼! 결혼이요! 짝짓기 말고 결혼!!”

       

        “그게 그거 아니냐?”

       

        “아니라고!!!”

       

        한참을 씩씩대던 아나티샤가 심호흡과 함께 숨을 골랐다.

        그러고는 진정된 목소리로 다시 말을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이제 독립할게요. 그동안 절 키워주시고 돌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갈 생각이냐?”

       

        나는 붕대로 온몸을 감싼 기사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전부 아나티샤에게 덤볐다가 한 번씩 ‘접혔던’ 기사들이었다.

       

        나와 같이 그들을 힐끔 바라본 아나티샤가 난감한 듯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이내 숨기는 것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그냥 둘 수 없을 것 같아서요.”

       

        “…….”

       

        냉정히 판단해서, 이번 사태에서 아나티샤의 책임은 그 어디에도 없다.

        아나티샤는 철저하게 피해자였고, 그녀의 주도로 이루어진 일들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설사 ‘황족이니 책임을 피할 수 없다!’라고 하여도, 아나티샤에겐 그 어떤 책임도 없다.

        왜냐하면 아나티샤는 단 한 번도 ‘황족’이었던 적이 없었으니까.

        아나티샤의 처형식 날, 황제가 직접 언급한 사실이다.

       

        하지만 아나티샤는, 굳이 책임을 느끼고 이 일에 끼어들기로 결정했다.

        그것이 황녀로서의 책임감이든, 아니면 복수심이든, 그것도 아니라면 제국민들에 대한 동정심이든 말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인간들의 일이에요. 라그나님에겐 어떤 상관도 없죠.”

       

        “…….”

       

        “그러니 여기서 작별해요. 괜찮죠?”

       

        “…….”

       

        그렇게 말한 아나티샤는 아름다운 미소를 지었다.

        굳이 짊어지지 않아도 되는 책임을 지면서, 동시에 나를 신경 쓰는 아이의 모습은…… 아름다워 보였다.

        그래서일까?

       

        “자식의 고생을 두고 보는 부모는 없다.”

       

        “……?”

       

        “인간들은 그렇게 말했지.”

       

        나는 아나티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두 눈을 크게 뜬 아나티샤의 눈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나 역시 같은 마음이로구나. 아나티샤. 네 고생을 그냥 두고 볼 생각은 없단다.”

       

        “……어, 엄마.”

       

        “그래.”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는 아나티샤.

        천천히…… 천천히 내 품에 고개를 묻은 아나티샤가 훌쩍이기 시작했다.

       

        “엄마…… 엄마…….”

       

        “그래그래. 착하지…….”

       

        “엄마…… 고마워요. 엄마.”

       

        “응.”

       

        훌쩍! 훌쩍!

       

        나의 몸을 꼭 끌어안은 아나티샤의 울음은 계속되었다.

        그녀의 눈물이 다 떨어질 때까지.

       

       

        *            *            *

       

       

        “시간 다 되었다.”

       

        = “갸아아아아아아악!!!”

       

        – 으아아아악!!

        – 제기라라!!!!!!

        – 아ㅣㅁ로ㅓㅓㅎ랴ㅐㅗ오리ㅜㅏㅁㄹㅇ

        –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라바

        – 용바

        – 호몽려ㅗㅣㅓㅜ처ㅣㅜㅡ,ㅊ퐈ㅣㅓㅑㅗ;ㅕㅑ234ㅓ80ㅗ80

        – 용바

       

        비명을 지르는 도돌순이와 시청자들을 싹 무시한 채, 나는 방송 종료 버튼을 눌렀다.

        내일 보자꾸나 아이들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시간 약속은 잘 지키시는 드래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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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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