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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0

       *** ***

         

       “그럼 오늘은 황궁무고에 다녀올 건가요?”

         

       “그래. 시간이 되면 비고에 들려서 영약도 찾아보려고.”

         

       흑묘와 나는 객실이 아닌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용상객잔에 엄청난 미모의 신비면사녀가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지 하루가 지날 때마다 1층 식당의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이 체감될 정도.

         

       용상객잔은 굳이 따지자면 음식점과 숙박업 중에서 숙박업 쪽에 좀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용상객잔의 숙수가 실력이 안 좋은 것은 아니지만 굳이 식사만을 위해 용상객잔에 들리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나와 흑묘가 굳이 이런 사람들의 시선에 노출되어가며 밥을 먹는 이유는 간단했다.

         

       면사를 쓴 채 밥 먹는 요령을 익히는 중이기 때문.

         

       왼 손으로 우선 면사를 받치고 만두를 입 안에 넣는 흑묘. 동선을 짧게 하기 위해 애들처럼 젓가락을 짧게 쥔 것이 귀엽다.

         

       동작의 실패 유무를 확인하는 것도 쉽다.

         

       “음…”

         

       “햐…”

         

       따위의 탄성이 들리면 얼굴의 일부가 보였다는 뜻이었으니까. 물론 이제 흑묘의 식사 동작은 거의 숙달되어서 거의 얼굴을 보이지 않는 경지에 이르렀다.

         

       “참….밥 먹는 연습까지 하게 될 줄이야. 애도 아니고.”

         

       흑묘는 새삼 기가 막힌 듯이 한탄을 흘렸지만 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화경에 이르러 완전하게 태음기를 제어하지 않는 이상 얼굴은 가리고 다녀야지.

         

       여태 흑묘는 흑영기공으로 아예 모자와 면사 아래를 암흑공간으로 만들어버리는 편히 식사했지만 이제 평범한 면사 착용법을 고수하기로 했으니 평범한 면사를 쓰고 밥 먹는 법도 익혀야지.

         

       “점소이!”

         

       청년 두 명이 점소이를 불렀다. 점소이의 옷 소매를 잡아당기며 귓속말을 하는 폼이 딱 봐도 흑묘의 신상에 대해서 묻는 모양새였지만…

         

       점소이의 대답은 이미 알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소협. 저 두분은 황실의 손님인지라 그 신상에 대해서 함부로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라고 말하면 대부분 안색이 변해서 입맛만 다시기 마련이었다. 황제의 손님에게 찝적대다가 소란이 일면? 금의위와 즐거운 면담 시간을 가지게 될 테니까.

         

       가끔은 그래도 정신 못차리는 망나니들이 있다고는 들었는데 그때는 내 이름을 팔면 해결된다.

         

       정확히는 내 직위지만. 적어도 이 낙양에서 금의위 관계자 앞에서 강짜를 부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 덕분에 나와 흑묘는 차를 마시며 가벼이 한담을 나누었다.

         

       주로 무공에 관한 이야기들. 흑묘는 초절정에 오른 이래 느낌 감각을 최대한 나에게 전달해주려 노력하고 있었다. 내가 일류의 벽을 넘어서 절정에 도달할 때 도움이 될지 모를 이야기였기에 나 역시 귀 기울여 들어야 할 내용들.

         

       그렇게 한창 이야기를 나누니 슬슬 황궁무고 입장 가능 시간이 되었다.

         

       “그럼 잘 다녀와요 선배. 요새 강기에 대한 흐름이 잡히려고 하고 있으니 좀 더 수련에 매진할게요.”

         

       “그래.”

         

       나는 필요한 패들을 다 챙긴 뒤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관원부에서도 외곽의 외곽으로 향했지만 점차 살벌해지는 경비. 중국식 과장을 더해서 열 걸음에 한 번씩 붙잡혀 검문을 당할 정도였다.

         

       황궁무고는 하나의 성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니 성채 그 자체일까. 틈새 하나 없는 석벽으로 이루어진 통짜 건물이니 성채라 해도 되겠지.

         

       “현재 소지하신 패로는 황궁서고를 3일간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황궁 비고의 이용 시간은 사시 초부터 시작해 유시 초까지입니다. 이를 명심하시기를.”

         

       “알겠습니다.”

       “황궁무고에서는 본 사서의 안내가 있을 것입니다. 혹여나 필요하신 서적의 종류나 이름을 말씀해주신다면 찾아 드리겠습니다. 서실에서 퇴장하실 때까지 동행할 것입니다.”

         

       감시인이라는 것일까. 뭐 나는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어차피 나는 이 3일간 익힐 무공을 정하고 들어왔으니까.

         

       “심상서고라는 무공을 찾고 있습니다.”

         

       사서의 눈썹이 꿈틀했다.

         

       “외람되지만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안 되겠습니다. 하실 말씀이 뭔지는 압니다. 심상서고를 익혀 봐야 책 한권 머릿속에 집어넣는데 하루 종일 걸린다 뭐 이런 말씀 하려는 것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가끔 뇌력공(腦力功)에 대한 환상을 지니신 분들이 있지요. 황궁무고에 드나들 기회가 귀중한 것은 사실이나 과욕은 금물입니다. 착실하게 다른 무공을 익히시는 것은 어떠신지요?”

         

       “전 그냥 그 무공이 필요해서 익히러 왔으니 상관 없습니다.”

         

       사서가 ‘그래 딴 놈들도 다 입으로는 그렇게 말했지’라는 의심 어린 눈빛으로 날 바라보았지만 사서가 뭘 어쩔 수 있겠는가. 곧 안내를 시작했다.

         

       이 황궁무고에는 정말로 별의별 것들이 다 잠들어 있다. 내가 알기로는 세수경의 원본도 이곳에 있는 걸로 알고 있지.

         

       암속성 검술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귀검술(鬼劍術). 그 귀검술의 최후절초인 열파참을 익히기 위한 단서, ‘고승덕의 회고록’이 잠들어 있다.

         

       그 외에도 보물같은 무공들이 잔뜩 잠들어 있는 곳이 바로 이 황궁무고다.

         

       구파일방의 제자라도 눈이 돌아갈 전설적인 무공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버리고 기껏해야 심상서고나 익히러 왔다고 하니 사서가 의심을 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렇지만 이몸이 누구? 무림천하 고인물 호천안.

         

       이 황궁무고에 있는 무공들은 어떤 식으로든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가령 저 세수경의 원본. 고대 지방 범어로 써 있어서 그 당시의 그 지방의 올바른 범어 해석법을 얻기 전까지 10할 해석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 고대 지방 범어는 해석법이 실전되어 제대로 된 해석법을 얻기까지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아까 말한 귀검술을 예로 들어볼까. 고승덕의 회고록을 훓어 보는 순간 귀검사의 시험에 들어가게 되고 내면의 귀신을 제압하는 싸움에 돌입한다. 문제는 뭐다? 내면의 싸움에 돌입하는 공간이 바로 황궁의 서고라는 것이다.

         

       내면의 싸움 도중 무심코 내공이라 분출해 버리면? 그 때문에 서책이 찢어지거나 서고가 손상되는 사고라도 일으키면? 바로 황실의 공적이 된다.

         

       물론 저것들은 그냥 극단적인 예시일 뿐이고 평범하게 익힐 수 있는 상승무공들이 대부분이긴 하다. 문제라면 이 황궁무고에서만 볼 수 있는 비급이라는 것. 3일간 상승무공의 비급을 들여다 본다고 얼마나 익힐 수 있을까.

         

       그러느니 그냥 내 최대의 약점인 [공략집]을 해결하기로 했다.

         

       “이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심상서고. 말 그대로다. 내가 기억하고자 하는 것을 내 머릿속에 새겨 넣을 수 있는 무공이다. 말 그대로 내 머릿속에 책을 집어 넣고 그대로 내용을 보존할 수 있는 무공.

         

       나는 이 심상서고를 익혀 설정집을 머릿속에 보관할 예정이다.

         

       [연자여! 반갑다. 본인은 청서유림의 13대 학사인…]

         

       말머리를 시원하게 넘겼다. 심상서고의 구결을 암기하고 익히는 것만 해도 3일이라는 시간은 무척이나 빠듯하니까.

         

       “크흠!”

         

       서기의 불편해하는 기침 소리가 들렸지만 알 바인가.

         

       곧바로 구결과 내용에 집중했다.

         

       *** ***

         

       터억!

         

       옥수수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갓 금의위부의 문턱을 넘었을 뿐이건만 폐부로 스며드는 공기가 청량하게만 느껴졌다. 옥수수는 두 팔을 벌려 그 공기를 만끽했다.

         

       “수수! 뭐 하는가! 빨리 움직이게!”

         

       “그렇지! 일분일초라도 빨리 아침밥을 쑤셔 넣어야 점심 저녁까지 먹을 수 있지 않겠나!”

         

       옥수수가 눈을 부릅뜨며 외쳤다. 조가주를 돌아보니 신발끈을 고쳐 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자네 창은?”

         

       조가주가 정색하며 말했다.

         

       “태산도 식후경일세.”

         

       “가즈아아아아!!”

         

       달려 나가는 세 사람을 보며 금의위 경비병은 혀를 찼다.

         

       “거, 이번 기수는 좀 지랄이 풍년이로군?”

         

       “허허. 냅두게 훈련병때는 저런 맛도 좀 있어야지.”

         

       세 사람은 곧바로 가장 가까운 객잔으로 들어가며 외쳤다.

         

       “기름! 기름진 거!”

         

       “국수! 아무거나! 두 개 말아서! 아니 세 개 말아서!”

         

       “밥! 밥부터 주게!”

         

       “히이익!”

       

       무공고수들의 살벌한 안광을 받은 점소이가 도망치는 소란이 있은 뒤에서나 세 사람은 배를 채울 수 있었다. 몸에 스며드는 탄수화물와 지방의 향연! 말 그대로 몸에 쫙 달라붙는 맛에 세 사람은 그저 감탄사만을 연발했다.

         

       “후아….”

         

       “이게 인생이지.”

         

       배가 찬 세 사람은 그제야 다음 일정을 의논하기 시작했다.

         

       “배가 꺼질 때까지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

         

       “음. 그렇지. 우선은 조가주의 창을 맞추는 게 어떨가 싶은데.”

         

       “두 사람이 굳이 날 따라올 필요가 있겠나.”

         

       “어차피 우리가 낙양에 연고가 있는 자들도 아니고, 어차피 정술(20:00)시에 들어가야 하니 시간은 충분하지 않나.”

         

       “좋네. 혹시 아는 대장간이 있는가?”

         

       “이 사람. 낙양하면 금철공방이거늘. 당장 가세!”

         

       옥수수가 두 사람을 이끌었다. 금철공방에 도착한 두 사람은 그 규모에 놀랐다. 그들의 기억에 있는 대장간이라고는 통상적인 가게 한 칸에 간신히 작업공간과 판매공간을 나누어 놓은 영세한 곳이었지만 이 금철공방은 중원에서도 그 크기가 손에 꼽히는 곳이었다.

         

       “대단하군…! 저런 거대한 쇳물이 폭포수처럼 떨어지다니.”

         

       조가주는 상기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어지간한 건물 3층 높이의 쇠가마에서 쇳물이 부어지는 광경을 보니 이런 곳에서 탄생할 자신의 무기가 기대되었기 때문이었다.

         

       “실례하오.”

         

       “음? 어디서 오신 분들입니까?”

         

       옥수수는 광재련이 써 준 서찰을 꺼내들었다. 그것을 읽은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 공방 소속 장인의 친구분의 소개로 오신 분들이로군요. 이쪽으로 오시지요.”

         

       “자네, 언제 그런 것을 챙겼나?”

         

       “이 사람. 공방은 대장장이한테 물어봐야지. 광재련의 소개를 받을 수 있다면 가장 좋은 일 아니겠나.”

         

       “듣고보니 맞는 말이로군.”

         

       외골수 군인이었던 조가주는 능수능란하게 인맥을 이용하는 옥수수의 행동을 보고는 감탄했다.

         

       그렇게 장인에게 안내된 세 사람. 장인은 편지를 보더니 세 사람을 찬찬히 살폈다.

         

       “재련이랑은 무슨 관계요?”

         

       “같은 금의위 훈련생 동기입니다.”

         

       “뭐? 금의위?”

         

       깜짝 놀란 장인은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놀란 것은 세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후우. 그렇구만. 그렇게 되었군. 그래.”

         

       “아니 무슨 일이 있습니까? 왜 그런 반응을 보이시는지…”

         

       “나는 본래 광재련의 조부가 운영하던 광철공방의 장인이었소. 광철공방은 그 성세가 이 금철공방 못지 않은 곳이었지. 그런데 신 제철법을 개발한다고 많은 투자를 기울이다가 여러 가지로 악재가 겹쳐서 그만 공방의 성세가 기울고 말았소.”

         

       “으음…그런 일이.”

         

       “나 역시 공방의 세가 기울며 어쩔 수 없이 이 금철공방으로 터를 옮겼지. 후우 재련이까지 금의위에 지원할 정도라면 거의 공방의 맥이 끊겼다 봐야겠군.”

         

       장인은 분위기가 어두워진 것을 보고는 그제야 아차 싶었는지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크흠. 아 미안하구만. 그래 창을 맞춘다 하셨소? 어느 분이요?”

         

       “접니다.”

         

       조가주의 창 문제는 금세 결론이 났다. 광철공방 출신 대장장이는 무림인을 위한 창을 만들어 본 경험이 풍부한 장인이었고 아직 초짜인 조가주는 기본창을 쓰는 것이 낫다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일반 관군들이 쓰는 창은 아무래도 무림인이 쓰기에는 너무 연약하지. 제대로 된 창을 만들어 부대로 보내주겠네.”

         

       “감사합니다.”

         

       세 사람은 금철공방을 나섰다.

         

       “그 친구가 그런 사연이 있는줄은 몰랐군.”

         

       매일 우렁찬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고 다니며 활기가 넘치는 광재련이 이런 사연을 품고 있는 줄 몰랐던 동기들은 입맛을 다셨다.

         

       “더 열심히 해야겠군. 뭐 지금도 똥줄이 빠지게 하고는 있지만 말이야.”

         

       “큭큭.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하면 죽을지도 모르겠군.”

         

       세 사람은 가벼운 농담 속에 진심을 숨기며 낙양 관광에 나섰다.

         

       “자네들 가 보고 싶은 곳이 있나?”

         

       “음. 용상객잔의 진짜 음식 맛을 보고 싶기도 하군.”

         

       “하하. 이거 우리가 진짜 용상 객잔의 음식맛을 보고 왔다면 다른 동기들이 배 아파 죽겠구만!”

         

       두 사람은 용상객잔에 들리자는 강추모루의 의견에 동의했다. 동기들에게 들려 줄 외출 무용담으로 썩 괜찮은 소재다 싶었으니까. 계란과 퍽퍽살을 퍼먹는 동기들을 앞에 두고 용상객잔에서 만끽한 음식 맛을 들려 주면 꽤 재미가 쏠쏠할 테니까.

         

       옥수수는 곧바로 주변 상인에게 물었다.

         

       “혹시 용상객잔이 어느 방향이요?”

         

       그러나 상인의 대답은 엉뚱한 것이었다.

         

       “자네들도 그 소문을 듣고 가는 건가? 그렇다면 저녁 때 가야 한다네.”

         

       “흠? 용상객잔에 무슨 일이 있소?”

         

       “용상객잔을 찾는 이들이 그 소문도 모르나?”

       

       흥미가 동한 옥수수는 상인의 좌판에 늘어진 주전부리 몇 개를 집고 동전을 건네 주었다. 상인은 히죽 웃으며 입을 열었다.

         

       “요새 용상객잔의 투숙객 중에서 엄청난 미모의 신비면사녀가 있다고 하네. 면사를 쓴 모습만으로도 그 자태를 목격한 이들은 입을 모아 천하에서 견줄 수 있는 자가 없는 미모라고 하더군! 아침이나 저녁 시간에 용상객잔에 가면 그 미녀를 목격할 수 있다고 하더군.”

         

       이거다.

         

       이거야말로 동기들에게 들려 줄 무용담이다.

         

       세 사람의 머릿속에는 그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조가주와 옥수수 그리고 강추모루는 서로를 둘러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용상객잔에서 만날 신비면사녀(+누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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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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