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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0

       키엘은.

         

       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제국군을 향해 나아갔다.

         

       그의 움직임을 감지한 사람은 없었다. 기껏해야 각 군의 최고 실력자들만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주변을 두리번거렸을 뿐이다.

         

       순식간에 대평원을 주파한 키엘은 전장 한가운데 쯤에서 멈춰섰다. 양쪽에서 미친듯이 달려오는 대군들. 이대로라면 수 분 내로 두 진영이 충돌할 것이다.

         

       키엘이 아무리 대단한 실력자라고 해도, 그런 상황에서 모두의 목숨을 붙여두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 뿐.

         

       [네가 잘하는 거 있잖아.]

         

       키엘은 피식 웃었다. 올리비아의 우스꽝스러운 자세가 떠오른 탓이다.

         

       애초에 검을 파지하는 자세부터 틀려먹었다. 검은 그렇게 잡는 것이 아니다.

         

       “왔군.”

       

       미친듯이 달려오던 제국군들의 속도가 느려진다. 그들의 눈 앞에 서있는 검사가 누구인지 알아챈 탓이다.

         

       검성.

         

       그 두 글자가 가지는 무게를, 모르는 이들은 아무도 없다.

         

       군문에 몸을 담았던 이들 중, 키엘의 검격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키엘은 아무것도 없는 등을 향해 손을 가져갔다. 다시 손을 꺼냈을 땐, 어느새 선연한 묵빛의 검이 들려 있었다.

         

       모든 빛을 빨아들일 것만 같은 서늘한 오러. 밀려오는 오러에 제국군은 순간 기겁했다. 본능적으로 느낀 것이다. 저건, 자신들 같은 조무래기들이 감당할 수 있는 힘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들은 도망치는 대신 창을 겨누었다. 사선을 넘은 제국군의 정예다웠다.

         

       촤아아악!

         

       기사들 또한 검에 오러를 두르기 시작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하늘을 형형색색으로 수놓는 수많은 마법들.

         

       눈에 보이는 것이 이정도라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쏘아질 공격들은 더욱 많겠지.

         

       왜 올리비아가 자신에게 이 일을 맡겼는지 알 것 같았다. 자신 말고는, 저 수많은 공격들을 막아내지 못할테니까.

         

       ‘……도대체 너는 어디까지 예상하고 있었던건지.’

         

       그런 키엘의 등 뒤에서 잠긴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키엘 공작, 아니. 이제는 그냥 키엘이라고 불러야 하나?”

        “…….”

        “자네는 한 때 제국의 요직에 있었으니, 지금이라도 검을 버리고 투항한다면 죽는 일은 없을거라고 장담하지.”

         

       키엘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암주.

         

       올리비아에게 독이 발린 단검을 박아넣었던 장본인. 설마 저 자를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홀로 나섰는지 모르겠군. 설마 우리가 자네를 막기 위한 대책을 세우지 않았을거라 생각했나?”

        “…….”

       “두 드래곤 로드가 협력하여 만든 오러 봉쇄진이다. 이곳 내부에서는 오러의 힘이 십분의 일 수준으로 감소하지. 그 외에도 수많은 부가 효과들이 있지만, 시간이 없으니 생략하지.”

         

       암주가 손가락을 튕김과 동시에, 키엘의 어깨를 짓누르는 듯한 압력이 느껴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심장에 맥동하던 오러가 흐릿해진다.

         

       “이제 좀 협상할 생각이 드나?”

         

       하지만 키엘은 그 말에 대꾸하는 대신, 까마득히 높은 하늘을 날고 있는 올리비아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녀 또한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아래로 내려 입을 연다.

         

       아득히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키엘의 귀에는 분명히 들렸다.

         

       믿을게, 라는 그 한 마디가.

         

       다시 제국군을 향해 고개를 돌린 키엘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사아아악!

         

       키엘은 봉쇄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천천히 오러를 끌어올렸다.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있는데.”

         

       스사사사삭……!

         

       서늘한 귀기가 퍼져옴과 동시에 암주의 표정 역시 서서히 변한다.

         

       “그 신뢰를 저버릴 수는 없는 노릇.”

         

       촤아아악!

         

       보는 이들로 하여금 의구심이 들 정도로 가벼운 검격. 하물며 그 방향조차 지면을 향해 있었으니 의구심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다음 순간.

         

       지반이 조금씩 갈라지기 시작한다. 정신을 차린 순간 균열은 순식간에 그 크기를 키우고, 그 깊이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깊어진다.

         

       쩌적, 쩌저저저적……!

         

       지반이 갈라지는 그 광경은, 차라리 지진이 일어났다고 믿고 싶을 정도로 비현실적이었다.

         

       키엘이 만들어낸 균열은, 두 진영을 완전히 갈라놓았다.

         

       챙……!

         

       검과 검이 맞닿는 울림. 암주의 단도를 튕겨낸 키엘이 미간을 찌푸렸다. 암주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림자 속에 모습을 감춘건가?’

         

       채애앵……!

         

       재차 날아온 두 번째 단도. 속에 내재된 오러량이 적지 않았는지 그 충격만으로 공기가 울릴 정도다.

         

       “…….”

         

       까다로운 상대다.

         

       암주와, 수만 명에 달하는 군단을 홀로 제압할 수 있을까?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았지만, 완벽히 성공할 거라고 장담할 수도 없었다.

         

       그렇다면야.

         

       키엘은 암주를 무시하고 곧바로 제국군을 향해 달려갔다. 빈틈을 읽어낸 암주가 곧바로 키엘의 후방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키엘은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말했다.

         

       “미안하지만, 네 상대는 내가 아니다.”

         

       중얼거림이 끝난 순간.

         

       카가가각!

         

       거대한 낫이 나타나 암주를 가로막았다. 암주 자신조차 닿기 직전까지 인지하지 못했을 정도로 은밀한 이동. 낫의 주인은 마치 처음부터 그 곳에 있었던 것처럼 미소를 짓고 있었다.

         

       ……죽여도 되나?

         

       연쇄살인마는 잠시 생각했다.

         

       [병사들은 건드리지 마.]

         

       올리비아는 어제 몇 번이고 강조했다. 병사나, 기사들을 죽이지 말라고.

         

       그렇지만 이 정도로 강한 녀석은 죽여도 되는 것 아닐까?

         

       “……넌 또 뭐 하는 놈이지?”

         

       연쇄살인마는 상념을 끊고 암주를 보았다. 다 큰 성인이 온 몸에 검은 복면을 두르고 있는 꼴이라니.

         

       썩 맘에 드는 외양은 아니었다.

       

        “널 죽일지 말지 고민하는 놈?”

        “……미친놈이었군.”

       “음, 틀린 소리는 아니야!”

         

       연쇄살인마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두 사람의 신형이 사라졌다.

       

       카가가각!

         

       찰나에 벌어진 격돌. 무시무시한 풍압에 주변에 쌓여 있던 눈들이 해안가의 모래처럼 밀려난다.

         

       암주의 카마가 불길한 보랏빛을 머금음과 동시에, 사방에 뿌려진 단도들이 연쇄살인마의 등 뒤로 이동해 쇄도했다.

         

       연쇄살인마 역시 망설이지 않고 낫을 한 개 더 소환.

         

       엄청난 속도로 낫들을 회전시켜 단도를 튕겨낸 후, 곧바로 무기를 교차시켜 카마가 더 나아가지 못하도록 틀어막는다.

         

       두두두두두두!

         

       찰나에 수십 번이 오가는 무지막지한 공세.

         

       “으흠. 아하핫!”

       

       연쇄살인마는 손가락을 움직여 쓱, 뺨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핥았다. 피냄새를 맡은 그의 눈동자는 더욱 짙은 붉은빛을 띄고 있었다.

         

       “독이네?”

         

       여전히 연쇄살인마는 방실거렸다.

         

       “너, 올리비아가 두 번이나 구해줬다면서? 부끄럽지도 않아?”

       “…….”

        “나 같으면 혀 깨물고 죽어버렸을텐데. 하핫!”

       

       조롱에 가까운 비웃음에 암주가 이빨을 아득 깨문다. 오죽했으면 그 복면 너머로도 분노가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암주는 동요했을지언정, 결코 방심하지는 않았다.

         

       단도에 묻힌 독은 뼈조차 녹여버리는 극독. 그런 독을 버티고 있다는 것부터가 상대가 범인(凡人)이 아니라는 증거였으니까.

         

       [지원이 필요한가?]

         

       암주의 귓가에, 여인의 목소리로 누군가 속삭였다.

         

       [대답하기도 힘들어보이는군. 가세하겠다.]

         

       아득한 후방에서 날카로운 소음이 들려왔다.

         

       쐐애애액!

       

       소음을 따라 고개를 돌린 연쇄살인마의 눈에, 무시무시한 속도로 허공을 가로지르는 무언가가 보였다.

         

       ‘……화살?’

         

       자연과 동화된 것처럼 흐릿한 화살. 오죽했으면 안력을 쏟아부어야 겨우 눈에 보일 정도였다.

         

       연쇄살인마는 웃음기를 지우고 몸을 기이할 정도로 비틀었다.

         

       직후 연쇄살인마의 팔 위로 새하얀 화살촉이 튀어나왔다. 항마의 기운이 어린 화살은 연쇄살인마의 재생력을 무력화시키고, 근육을 마비시켰다.

       

       터더더더더덩!

       

       한 팔로 수많은 화살을 튕겨낸 연쇄살인마가 혀를 찼다. 화살을 막으려고 하면, 정확히 빈틈을 노리고 단도가 쏘아진다. 

         

       “음……좋지 않은데.”

         

       연쇄살인마의 표정이 순식간에 싹 변했다.

         

       기감을 한계까지 퍼뜨려도 인지할 수 없을 정도로 은밀한 저격. 육감이 발달한 그조차도 명중하기 직전까지 감히 그 존재를 알아챌 수 없을 정도였다.

         

       게다가 특유의 기운 때문에 공격 한 번을 허용하더라도 즉시 치명상으로 이어진다.

         

       파파파파팟!

       

       쉴틈없이 날아드는 화살이 발치에 틀어박힌다.

         

       연쇄살인마는 다급히 품 속에서 작은 수정구를 꺼내들었다.

         

       “올리비아! 나 위험……!”

       [보고 있어.]

         

       잠깐의 침묵 이후 수정구 너머에서 올리비아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악마사냥꾼 쪽은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될거야. 사람을 보냈으니까.]

       “…….”

         

       암주는 고개를 돌렸다. 거짓말처럼 화살이 더는 날아오지 않았다.

         

       누구를 지원보냈는지는 몰라도, 예사 인물은 아니었겠지.

         

       ‘……다시 1대 1인가.’

         

       하지만 암주의 표정은 평온하기 그지 없었다. 오히려, 약간 기뻐하는 것 같기도 했다.

         

       방금 이 멍청한 놈의 통신 덕분에, 올리비아가 어디 숨어있는지를 알아냈으니까.

         

       ‘왜 검성이 하늘을 쳐다보나 했더니…….’

         

       정말로 구름 위에 숨어있었을 줄이야.

         

       푸확!

         

       그 순간, 제국군 사이에서 세찬 빛이 흘러나왔다.

         

       화아아악! 거대한 레드 드래곤이 날개를 펼쳤다. 당황하여 엉덩방아를 찢는 제국군의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레드 드래곤은 날개를 펄럭이며 수직 상승했다.

         

       레드 드래곤 로드, 에리야스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하늘을 노려보았다.

         

       저기 번개 구름위에, 거만한 자세로 다리를 꼬고 있는 여인이 보인다.

         

       자신을 배신하고, 일족을 학살한 원수.

       

        입에 가득 불꽃을 머금는다.

         

       [올리비아.]

         

       에리야스는 증오를 담아, 브레스를 내뿜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Ilham Senjaya님!!!!!!!

    -위프님 15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맛있게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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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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