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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0

       최근에 인터넷 방송을 보는 사람 중에서 화령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녀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고서 채 반년이라는 시간도 흐르지 않았지만 그녀가 남긴 여파는 너무도 커다랬으니까.

       

       화령은 방송을 하지 않을 적부터 시작해 시도 때도 없이 게시판을 불태우는 장작의 여신이었으니.

       

       인방을 보던 커뮤니티를 보던 SNS를 하던 간에 VR세계와 접촉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녀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화령이 너무도 유명해진 여파일까.

       

       커뮤니티에서는 그녀의 현생이 어떤 것일지에 대한 논의가 심심찮게 펼쳐졌다.

       

       혜성처럼 나타나서는 너무도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화령이 진짜 정체가 무엇인지 다들 궁금해 했던 것이다.

       

       현직에서 일하는 프로일거다.

       

       외국에서 유명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현실에서 격투기를 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그 추축은 무수히 많았지만 어느 하나 확실한 것은 없었다.

       

       왜냐하면 화령은 방송을 하는 내내 자신의 현생에 관해 티를 내는 게 거의 없다시피 했으니까.

       

       그녀는 지독할 정도로 자신의 컨셉을 지켰다.

       

       말을 하는 것. 움직이는 것. 보여주는 것.

       

       어느 하나 천마 컨셉에 어긋나는 것이 없었다.

       

       심지어는 방송을 끄고 혼자 게임을 할 때에도 컨셉을 깨트리는 일이 없었으니.

       

       화령에게서 그녀의 현생에 대한 단서를 얻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오죽 했으면 그녀가 아피스 제작사에서 만들어 낸 AI일 거라는 추측이 힘을 얻었겠는가.

       

       이렇듯 화령의 정체를 궁금해 하던 사람들에게 그녀가 회식에 나왔다는 이야기는 너무도 흥미로운 가십거리였다.

       

       화령의 정체가 궁금했던 사람들은 메뚜기 떼처럼 복수하고 싶다 팀의 팀원들이 방송을 찾아갔다.

       

       그리고는 화령의 정체에 관해 자그마한 단서라도 흘려주지 않을까 하고 기대했다.

       

       허나 복수하고 싶다 팀의 팀원들은 하나 같이 몇 년 동안 인터넷 방송 판에서 살아남은 이들.

       

       비슷한 상황을 수도 없이 겪어보았던 그들은 말할 듯 말 듯 사람들의 마음을 가지고 놀면서도 결정적인 무언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화령님 진짜 예쁘십니다. 보통 VR아바타로 보다가 현실에서 보게 되면 실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화령님은 그런 게 없었어요.”

       

       배민황이 화령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건 이게 끝이었고.

       

       “화령님 술 진짜 더럽게 잘 마시던데요? 취하게 만들 생각이었는데 제가 골로 갔어요. 으 머리 아파.”

       

       나비린은 화령이 술을 잘 마신다고 할 뿐 그녀의 외견에 대해선 거의 이야길 꺼내지 않았고.

       

       “진짜 멋있었어요. 완전 걸크러쉬! 나이와 관계없이 언니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였어요!”

       

       나희가 그나마 그럴 듯한 이야기를 했지만 어휘력이 부족한 그녀는 그저 멋있다는 말만 연신 반복할 뿐이었고.

       

       평소에도 자주 시달렸던 엔리는 여기에 관심조차 주지 않았던 데다가.

       

       바니에 이르러선 애초에 방송을 키지 않았으니 물어볼 수가 없었다.

       

       그나마 달빛이 국내 리그에서 뵌 분은 아니란 이야기를 한 게 유일한 소득이라면 소득이었다.

       

       그 날. 마지막으로 화령이 방송을 키자 메뚜기 떼처럼 이 방송 저 방송을 돌아다니던 이들이 화령의 방송에 몰려들었다.

       

       화령이 회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무언가 흘려주지 않을까하고.

       

       여느 때처럼 곰방대를 피우며 시청자들이 모이기를 기다리던 그녀는 시청자들이 자꾸만 어제 회식에 대해 언급을 하자 그에 관해 이야기를 꺼냈다.

       

       “어제 회식 말이더냐? 꽤 즐거운 경험이었다. 남의 지갑으로 식사를 한다는 건 즐거울 수밖에 없지. 특히나 그게 내 돈 주고 가기엔 비싼 곳이라면 더더욱 그렇지.”

       

       – 배민황이 3백만원 가까이 나왔다던데요?

       

       “정말이냐? 따로 언급하지 않기에 묻지 않았다만 그 정도나 나왔을 줄이야.”

       

       – 대체 얼마나 드신 거임?

       – 거의 고래마냥 흠입하셨다던데.

       

       “여러모로 많이 먹긴 했지. 가격은 그렇다 치고 맛있었으니 말이다.”

       

       – 술도 엄청 강하시다면서요?

       

       “강하지. 나는 취한다는 단어를 모르는 인간이니 말이다.”

       

       – 에이.

       – 너무 허세 아님?

       – 보통 이런 사람들이 잘 취하던데.

       – 술 마시는 척 하고 바닥에 버린 거 아님?

       

       “그 맛있는 걸 내가 왜 버리느냐. 본인이 음식에 진심이 아닌 사람처럼 보이더냐?!”

       

       – 술이 아니라 그 부분이 문제인 거야?

       – 역시 음식에 진심인 사람이라니까.

       

       – 호롤로롤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화령님 현실에선 정중한 어투 쓰신다면서요?]

       

       “뭐어. 그렇긴 하지. 한국어를 쓰면 자연스럽게 그리 되더구나.”

       

       – 현실에서까지 컨셉질을 하진 않는 구나.

       – 현실에서도 그러면 이상한 사람이지.

       – 한 번 들려주시면 안 돼요?

       

       “사양하마. 어색한 어투를 들려주고 싶지 않아서 말이다.”

       

       – 조금 들려주면 뭐 어때서.

       – 너무 인색하신 거 아닙니까?

       

       “굳이 본인이 한국어를 하는 걸 듣고 싶다면 현실에서 본인을 찾아와라. 그럼 자연스레 들을 수 있을 것이다.”

       

       – 얼굴을 모르는 데 어떻게 찾아요.

       – ㄹㅇ.

       – 그냥 들을 생각 하지 말라는 거잖아.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가. 그대들은 본인이 어떻게 생겼는지 다 알고 있지 않나.”

       

       – ???

       – 먼 소리 하는 겨?

       – 이 사람 캠방 한 적 있음?

       – ㄴㄴ.

       – 엔리랑 현실 방송 한 적은 있는데 그 때도 캠은 안 켰잖아.

       

       – 양학멈춰!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설마 아바타랑 똑같이 생겼단 소리 하려는 건 아니시죠?]

       

       “잘 알고 있구나. 내가 하려는 말이 그거였다.”

       

       – 뭔 소리 하나 했네.

       – 헛소리 ㄴ

       – 아바타처럼 생겼으면 연예인하지 왜 방구석에서 겜 함?

       – 캠방하면 숨 쉴 때마다 도네이션 오겠구만.

       

       “아니 진짜래도?”

       

       화령이 계속해서 자신이 아바타와 똑같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그 이야기를 믿어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 늬에늬에. 그리시겠죠.

       – 아. 화령님. 엄 청 예쁘시구나!

       – 네. 그런 걸로 합시다.

       

       “허어. 빌어먹을 것들 같으니라고.”

       

       거듭된 설득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이 자신을 비꼬아대자 화령은 투덜거리다가 곰방대를 물더니 이 화제는 여기서 끝내겠다고 잘라버렸다.

       

       “됐다. 이 놈들아. 게임이나 하러 가련다. 오늘은 오랜만에 방송에서 화룡무인에 들어갈 것이다. 아마 바루와 같이 맛있는 거나 먹으러 다니지 않을까 싶다마는.”

       

       – 오. 바루!

       – 바루 오랜만에 보고 싶다.

       – 화산 애들이 사진 찍어 올리는 거 보면 맨날 자고 있던데.

       – 그거 사진 어딨는데요.

       – 무슨무슨법에 따라서 열 장 안 올리는 불법인거 모름?!

       

       *

       

       시청자들은 왜 사실을 말해줘도 믿지를 못하는지 모르겠구나.

       

       이 아바타는 현실의 모습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니 동일인물이라봐도 무방할 터이거늘 왜 본인을 거짓말쟁이로 몰아가는 것인지.

       

       뭐어. 이전에 하린이 내게 말을 걸었을 때를 생각해보면 믿을 놈은 믿겠지.

       

       화룡무인의 세상에 발을 들이고 나니 바깥에서 사람들의 기합소리가 들려왔다.

       

       훈련이 한창인 모양이구나.

       

       머무는 방의 창을 열어 바깥을 살피니 화산의 모든 인원들이 모여 학영충의 아래에서 교육을 받고 있었다.

       

       다들 실력이 많이 늘긴 했어.

       

       처음에는 화산이 지닌 이치에 대해 감을 잡아가는 이들조차 드물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다들 서투르게나마 이치를 따르고 있었으니 머잖아 성과를 보일 것이 분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저들은 다들 화산의 무공을 오랫동안 사용해 온 이들이지 않나.

       

       이치에 관해 이해를 하고 나면 자신이 평소에 해왔던 것들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게 되니 자연스레 빠르게 성장할 수밖에 없지.

       

       이전에 하린이나 당소일도 그러했으니 저들도 똑같은 수순을 거칠 것이라 생각한다.

       

       – 여기 이제 완전 멀쩡하네.

       – 예전엔 완전 폐허였었는데.

       – 이러니까 좀 문파 같다.

       

       “바루가 많이 고생을 해주었다.”

       

       건물에서 나와 훈련을 하는 이들 쪽으로 걸어가니 학영충을 시작으로 하여 정중한 인사를 건넸다.

       

       “훈련은 잘되어 가느냐?”

       “예. 다들 많이 수준이 올라왔습니다. 화산의 무공을 이전부터 익혀온 것이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자하신공을 익힐만한 이는 있나?”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무림최강이나 나설은 충분히 그 후보가 될 수 있다 생각합니다.”

       

       그리 이야기를 하는 학영충의 표정은 밝았다.

       

       내가 자하신공을 익힌 자가 나온 순간부터 매화검법을 가르쳐 주겠다 이야길 했기 때문이리라.

       

       흐음. 이 자에게 어찌 매화검을 가르칠 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봐야겠구나.

       

       이 놈이 지닌 경지가 경지이니 적당히 이야기를 해주면 알아듣긴 할 터이나 이 놈이 여태 잘 일을 해주었으니 나도 그에 걸맞는 보상을 해주어야 하지 않겠나.

       

       그나저나 자하신공을 처음으로 배울 후보가 한민준과 설아인가.

       

       한민준이야 이전부터 화산의 무공을 익혀온 이인데다가 자하신공의 초입을 느껴본 놈이기도 하니 그리 특이할 것이 아니다만.

       

       나설이 후보가 되었다는 것은 무척 신기하구나.

       

       내가 뽑기는 했다만 저 녀석은 화산의 무공에는 문외한이나 다름없는 사람이었는데.

       

       밤낮을 지새워가며 화산의 무공에 몰두한 것이 성과를 거둔 것일까.

       

       내 시선이 닿자 한민준은 웃음을 지었고 나설 같은 경우에는 무언가를 기대하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저 녀석이 무얼 바라는 지는 안다.

       

       그녀의 우상인 내가 고생을 치하해주기를 바라는 것이겠지.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그녀는 분명 칭찬받아 마땅한 것이 사실이다.

       

       어지간한 무림인보다도 더 열심히 수련에 몰두하여 성과를 이루어낸 것이니까.

       

       허나 그녀에게 칭찬을 해줘도 괜찮은 것일까?

       

       괜한 말을 더했다가 그녀의 안에 있는 씨앗이 발화하는 게 아닐까?

       

       여러 걱정이 머릿 속에 맴돌았지만 나는 결국에 설아의 앞으로 다가갔다.

       

       어쨌든 간에 난 이 녀석들 다른 이들처럼 대우해 주기로 하지 않았나.

       

       두려움에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다면 이전에 내가 했던 일을 반복할 뿐이다.

       

       “설아야.”

       “네! 화령님!”

       

       고생했다는 말을 전하려던 순간에 화산의 아래에서 거대한 기감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내게 익숙한 기운이었다.

       

       익숙하다고 해야 할까.

       

       본인이 지닌 천마신공의 기운이었으니 모를 수가 없었다.

       

       백화령 녀석이 다시금 방문할 거란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올 줄이야.

       

       저 놈 천마신교에서의 일을 하긴 하는 거겠지

       

       “화령님?”

       

       내가 시선을 돌린 것을 보곤 설아가 고개를 갸웃했다.

       

       손님맞이를 해야하는 상황이 되었으니 많은 말을 해줄 순 없겠구나.

       

       “고생했다.”

       

       나는 그녀의 어깨를 툭 건드려 준 후에 발을 움직였다.

       

       “문주님.”

       

       학영충 또한 백화령의 기운을 느낀 듯 얼굴을 창백히 물들이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학영충은 이전에 백화령이 방문했을 때 자리를 비웠었지.

       

       바루를 보고 허술한 웃음을 짓던 백화령을 보지 못했으니 이 놈에게 백화령은 공포의 대상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이런 반응을 보일 수밖에.

       

       “천마가 오고 있습니다.”

       “안다.”

       “대체 왜.”

       “놀러온 거다.”

       “…예?”

       “놀러온 거래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을 말해줘도 거짓말쟁이가 되어버리는 기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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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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