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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1

       꾸물꾸물-!

         

       나는 손에 끼고 있는 밋밋한 장갑을 바라보았다.

         

       [슬라슬라].

         

       영웅(Hero) 등급의 아이템.

         

       [슬라슬라]는 카테고리 상 기본적으로 장갑으로 분류되지만,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 바로 <펫>이다.

         

       한번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펫>은 에고 무기(Ego)처럼 주인을 선택하며, 어느 정도 자아를 가지고 활동한다고.

         

       [슬라슬라]는 유독 얌전한 편이었다.

         

       이는 성격의 영향도 있겠지만, [슬라슬라] 자체가 가진 자아와 지성이 거의 없는 것도 한몫했을 거다.

         

       도구로서는 편할지 몰라도, 이러한 자아와 지성이 없는 <펫> 장비는 그 효능이 별로 강하지 않은 게 대다수였다.

         

       ‘[슬라슬라]는 친화력에 특화된 장비.’

         

       사실 친화력은 내가 <서머너> 관련 스킬이 없어서 현재로서는 크게 의미가 없었고.

         

       내재스킬, [슬라임의 무기고]는 훌륭한 유틸기지만.

         

       쿨타임이 길고, 반드시 교환으로만 바꿀 수 있으며, 오로지 무기만 제한된다는 단점이 컸다.

         

       개인적으로 쓸 때마다 참 아쉽다고 여기던 부분이었다.

         

       ‘만약 다채롭게 무기를 소환하고 다룰 수만 있었어도…’

         

       하다못해 포션이나 기타 잡탬들을 저장할 수 있었어도.

         

       징쪽이를 상대로 좀 더 효율적인 전투를 이어 나갈 수 있었을 거다.

         

       예를 들어 징쪽이가 [경질화] 스킬로 방어에만 전력을 다한다면, 둔기나 양손 검으로 그것을 깨부순다던가 말이다.

         

       겸사겸사, 다양한 옵션을 가진 장비를 갖추는 족족 나의 전투력으로도 이어질 거다.

         

       ‘현재 내가 주력으로 쓰는 무기는 [성자의 검] 하나.’

         

       나머지 기타 등등은 그냥저냥 들고 다니는 거지.

         

       사실상 [성자의 검] 한 자루가, 주력 무기의 전부였다.

         

       이는 지금까지 강력한 스킬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 크게 단점이 되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근래 징다람과 싸우며 어느 정도 확신했다.

         

       ‘서서히 한계를 느끼고 있어.’

         

       물론, 변명이긴 하다.

         

       당장 팽진아만 봐도 칼 한 자루로 잘만 싸우니까.

         

       실제로도 달인이라고 불리는 자들은 대다수 주력 무기 하나만으로 적을 상대했다.

         

       ‘나는 조금 다르다.’

         

       나의 강점은 바로 다양성이다.

         

       온갖 종류의 스킬들을 보유하고, 그 스킬들을 진화시키며, 더 나아가 합성하여 궁극에 도전한다.

         

       이 과정에서 무기 또한 여러 개 있는 게 좋았다.

         

       ‘이러한 생각에 확신을 주는 강자가 있다.’

         

       검귀(劍鬼) 소항우.

         

       ‘고스라’의 히든보스이자, <웨폰마스터> 클래스를 보유한 초강자.

         

       나는 아직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주렁주렁 몸에 단 다양한 무기를 마치 수족처럼 자유자재로 다루며, 압도적인 실력을 뿜어내던 노장(老將)의 강력함을…

         

       ‘한…100번 전멸했었나?’

         

       딜찍누가 불가능한 진짜 실력으로만 승부하는 보스.

         

       노년 간지라는 말이 자주 나오는 흉흉한 할아버지였다.

         

       ‘틀림없이 팽진아와 같은…A급 정점의 강함.’

         

       그렇기에 나는 유세하라는 캐릭터로 빙의되었을 때부터 어느 정도는 생각하였다.

         

       내가 나아갈 길은 저쪽이 더 맞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말이 좀 새었네.’

         

       하여튼 결론은 다양한 무기를 다루어 더욱 강해지겠다는 소리다.

         

       그리고 그걸 위해서는 이 모든 무기를 보조해 주는 유틸성을 가진 유일한 물품.

         

       [슬라슬라]를 더욱 강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그걸 위해 가져온 거다.’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이 큐브는 [펫 진화 아이탬].

         

       [해방의 큐빅]이었다.

         

       무려 유료 재화로밖에 살 수 없는…

       현실 돈으로 약 20만 원 정도 하는 아주아주 귀한 물품이었다.

         

       자 그럼, 여기서 궁금할 거다.

       이게 대체 왜 내 손에 있는가? 하고.

         

       ‘후후후…’

         

       *

         

       때는, 병원에서 퇴원하기 하루 전.

         

       이미 모든 치료를 마쳤지만, 혹시 몰라서 병실에서 남아있던 나는 진지한 눈빛으로 고민하였다.

         

       “흠…”

         

       이것 참 고민이었다.

       정말이지.

       이 정도로 곰곰이 고민한 적은 없었던 것 같았다.

         

       현재 내 눈앞에 있는 세 개의 사진.

         

       각각 귀엽고, 사랑스럽고, 보기만 해도 치유되는 천사 므냥이가 찍혀있는 사진이었다.

         

       아, 오해하지 마라.

       도촬해서 얻은 건 절대 아니니까.

         

       우리 므냥이에게 양해를 구하고 찍은 사진이다. 이거야.

         

       나는 사진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자동으로 머릿속에 ‘므아~세하야~’하는 음성이 재생되었다.

         

       ‘크윽…’

         

       보기만 해도 코피가 나올 만큼 귀엽구먼.

         

       나는 다시 고민하였다.

         

       ‘무엇을 내 휴대폰 배경에 등록하지…’

         

       이것 참 어려웠다.

         

       역시 정중앙, 매운 걸 먹고 고양이 혀를 내밀며, ‘므우웩!’ 거리는 므냥이를 골라야…-

         

       -똑똑. 실례한다. 유세하 생도.

         

       그때, 안으로 들어서는 팽진아.

         

       그녀는 진지한 얼굴로 사진을 고르는 나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상황을 설명하자, 뭔가 미묘한…경멸(?)의 시선을 담아 나를 바라보았다.

         

       “……”

       “…저기 왜 그렇게 보세요…?”

       “…줘봐라.”

        “네?”

       “폰! 줘보라고!”

         

       그렇게 가져간 팽진아는 뭘 툭툭 건드리더니 휙 하고 다시 돌려주었다.

         

       “어?”

         

       그곳에는 배경이 멋대로 바뀌어 있었다.

         

       정갈한 복장을 한 채 무릎을 꿇고 검을 가는 팽진아의 사진으로 말이다.

         

       “…저기 교수님?”

       “스승.”

       “아, 네 스승님…이 사진은 도대체…”

       

       나의 반문에 팽진아는 팔짱을 끼며 휙-! 하고 고개를 돌렸다.

         

       아주 조금이지만 붉어진 얼굴이 돋보였다.

         

       “하늘같이 여겨야 할 스승이 눈앞에 있는데 다른 여자의 사진이라니…어불성설이다.”

       “…어, 저기-”

       “-바꾸면 화낼 거다.”

       “……”

         

       *

         

       잠시간의 소동 끝에 말해주는 진짜 용건.

         

       팽진아는 기뻐하라는 말 이후, <아카데미> 창고이용권을 따냈다고 전해주었다.

         

       대충, <늪지대>처럼 그곳인가보다 하고 생각했는데, 내 생각보다 더 대단한 보상이었다.

         

       “…2차 창고요?”

       “그래, 유세하 생도는 아마 처음 듣겠지.”

         

       그건 아니다.

         

       ‘고스라’를 하면서 나도 가보았던 장소니까.

         

       내가 처음 갔던 곳은 흔히 1차 창고라고 불리는, 조금 덜 중요한 것들을 모아놓은 곳이고.

         

       2차 창고는 진짜 진귀한 보물들을 모아놓은 <고니스 헌터 아카데미>의 심방과도 같은 장소였다.

         

       ‘보통 챕터를 끝내야 주는 최종 보상인데…’

         

       팽진아는 ‘유능해 이사장님을 적당히 설득(?)해서 얻어냈다.’라고 말했지만…대충 무슨 말로 협박을 했을지는 안 봐도 비디오였다.

         

       “마음 같아서는 모두에게 이용권을 주고 싶었지만…이사장님이 ‘안돼 나 진짜 잘린다고!’ 해서 유세하 생도. 그대 딱 한 사람만 이용하게 되었다.”

         

       “아하…”

         

       나는 고개를 숙여 감사를 올렸다.

         

       ‘큼큼’ 거리며 개의치 말라는 팽진아.

         

       그렇게 팽진아와 같이 손잡고 간 2차 창고는, 정말 대단한 보물들이 득실거렸다.

         

       ‘와…’

         

       마음 같아서는 다 가지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수는 없는 법.

         

       신중히, 신중히 고민한 끝에 고른 것이 바로…

         

       “지금 이 [해방의 큐빅]이다 이거야.”

         

       꾸물꾸물-!

       

       [슬라슬라]가 뭘 그리 생각하냐며 나를 보채기 시작했다.

         

       거 새끼 성깔하고는…

         

       기다려 봐 임마.

       지금 줄 테니까.

         

       나는 장갑을 벗어, 두 개를 가지런히 놓은 다음, 그 위에 [해방의 큐빅]을 올려놓았다.

         

       그러자 게걸스럽게 삼켰다.

         

       [‘슬라슬라’가 ‘헤방의 큐빅’을 흡수하기 시작합니다.]

       [완전히 흡수하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음, 좋아.

         

       [슬라슬라]가 합성하는 동안 나는 이번에 얻은 능력을 확인해 보기로 하였다.

         

       ‘가장 먼저 살펴볼 것은 역시…’

         

       이번에 새로 얻은 에픽(Epic)등급 스킬 [흉살악귀]이였다.

         

         

       ―――――――――――――――

       <스킬 정보>

       ◉이름: 흉살악귀

       ◉등급: 에픽(Epic)

       ◉레벨: 3

         

       ◉특수효과

       : 근력+3, 속도+3, 내구+1, 정신+1

       : 강렬한 살심(殺心), 그 자체를 하나의 능력으로 다룰 수 있다. 능력 발동 시, 대상에게 <상태 이상: 공포, 경직>을 최대 5초까지 부여하며 받는 피해를 20%(Lv 3.)까지 증폭시킨다.

       : 살심(殺心)은 그것 자체로 강력하지만, 소유자의 정신을 갉아먹는 양면성 또한 가지고 있다. 능력 발동 시, 소유자의 정신 수치가 지속해서 깎여 나간다.

         

       ◉파생스킬

       :-

         

       ◉상세 정보

       : 먼 과거 [폭군]이라 불리는 존재가 가졌던 특성. 전해져오는 구전에 따르면 [폭군]은 원래 사람이었으며, 살업에 미친 존재이자, 천살성(天殺星)이었다고 한다.

       ―――――――――――――――

         

         

       “오…”

         

       나는 만족스러움에 고개를 끄덕였다.

         

       써봐서 알고는 있었지만, 역시 준수했다.

         

       능력치 성장도 좋지만, 역시 가장 좋은 건 군중 제어기를 2개나 한꺼번에 밀어 넣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추가로 받는 피해가 무려 20%나 증폭되는 것도 무시 못 할 옵션이었다.

         

       ‘이걸로 내가 가진, CC기가 크게 두 개인가.’

         

       [차지 크러쉬]를 기반으로 한 <기절>.

         

       여기에 [흉살악귀]를 더하여 <경직, 공포>까지.

         

       미리 상대의 움직임을 파악한다면, 사실상 수를 쓰기도 전에 초살내는게 가능할 거다.

         

       ‘다만…’

         

       단점으로 적힌 정신 수치 하락.

         

       여기에 <살심>이라는 나도 잘 모르는 상태까지 걸리니, 함부로 막 쓸 수는 없어 보였다.

         

       ‘음, 어라?’

         

       잠깐만, 이제야 눈치챈 건데…

         

       스킬 설명에 [폭군]이라는 말이 적혀 있었다.

         

       ‘분명 어디서 본 건데?’

         

       잠시 곰곰이 생각하다 아-! 하고 기억났다.

          

       ―――――――――――――――

         

       <스킬 정보>

       ◉이름: 미증유의 감.

       …

       …

       ◉상세 정보

       : 먼 과거 [폭군]이라 불리는 존재가 가졌다는 특성. 인외의 범주에 속한 ‘육감’으로 말도 안 되는 탐지가 가능하다고 한다.

         

       ―――――――――――――――

         

       맞다, 맞아.

         

       [미증유의 감]에도 분명 [폭군]이라는 말이 적혀 있었다.

         

       ‘설마 이거 세트 스킬인가?’

         

       <세트 스킬>.

         

       쉽게 말해 종류별로 모으면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연관 스킬이었다.

       ‘고스라’에서도 적지만 몇몇 개 있는데…

         

       ‘폭군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

         

       잠시 고민하다 넘겼다.

         

       딱히 생각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지금은 더 맛난 게 있으니까.’

         

       나는 절로 미소 지었다.

         

       달달한 보상의 시간!

         

       격렬하게 싸우면서 상승한 레벨업을 맞이할 타이밍이었다.

         

       [간략하게 표시됩니다.]

       [‘차지 크러쉬’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레벨 보상으로 근력이 1 상승합니다.]

       [‘지휘관의 전투 외침’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레벨 보상으로 근력이 1, 내구가 1 상승합니다.]

       [‘불사르는 화마’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레벨 보상으로 마력 2, 정신 2가 상승합니다.]

       [‘용오름 치는 해일’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레벨 보상으로 마력 2, 정신 2가 상승합니다.]

       [‘패천검법’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레벨 보상으로 근력 1, 속도 1, 내구 1, 마력 1이 상승합니다.]

         

       캬, 영롱하다.

       아름다웠다.

       음음 이거지.

       이거야!

         

       ‘아주 훌륭해.’

         

       주먹을 움켜쥐었다.

         

       차근차근, 확실히…

         

       그러면서 매우 빠르게 강해지고 있음을 느꼈다.

         

       터질듯한 용력이 전신을 휘감는 이 느낌.

         

       ‘비록, 나중에 가면 능력치만 높다고 장땡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기초 능력치의 유무는 무시할 게 못 되는구나 싶었다.

         

       *

         

       맞다.

         

       잠깐 깜박했는데.

         

       징다람에게도 [역천의 눈동자]가 발동되긴 했었다.

         

       [‘역천의 눈동자’가 하늘의 이치를 거스릅니다.]

       [대상: <융합형 마인, 징다람>]

       [징다람에게서 ‘채찍’을 획득합니다. 5레벨의 노멀(Normal) 등급 스킬입니다.]

       [소유자의 능력치가 너무 높아 아무런 보상을 얻을 수 없습니다.]

         

       “흠……”

         

       뭐, 훔쳐서 가져오는 놈이 할 말은 아니겠지만…

       솔직히 김이 좀 빠졌다.

       달랑 노멀 등급 하나…

       그것도 [채찍]이라는 나와는 영 인연이 없는 능력이었으니까.

         

       물론, 어느 정도 이해는 되었다.

       징다람의 강함은 <융합형 마인>이라는 신체에 기반한 능력.

         

       거기서 내가 뭘 배울 수 있는 게 존재하지는 않아 보였다.

         

       여기에 어째서 [채찍]이지? 하는 고민도 바로 해결되었다.

         

       ‘아마, 징쪽이가 마지막에 휘두른 촉수 공격 때문이겠지.’

         

       덤으로 보데노프 실라가 보여준 기술에 의한 간파. 대충 이런 것들이 뭉쳐져서 얻은 게 아닌가 싶었다.

         

       나는 대충 <정보창>의 버튼을 눌렀다.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으니까.

         

       그 순간.

         

       파아악-!

         

       “…어?”

         

       황금색과 붉은색으로 뒤덮인 <정보창>이 나의 시야를 가릴 듯이 발광하였다.

         

       [고대의 지배자 ‘드래곤’의 힘이 당신의 눈동자에 담깁니다.]

       [‘합성의 길’이 발동됩니다.]

       [현재 새롭게 합성할 수 있는 스킬이 있습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

         

       “……”

         

       나는 화면을 누른 상태 그대로 돌처럼 굳었다.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어라?

       응?

       이게 왜…

         

       “갑자기 이게 왜 나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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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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