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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1

       파이렌의 집무실 안은 퀴퀴한 누린내가 깊게 배여 있었다.

       동물을 자주 다루는 그녀였기에 방에서 축사 냄새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클라라는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그녀는 저번 주에 이곳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떠올리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공간 안에 발을 들이고 파이렌이 문을 잠그는 소리를 듣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찔 떨고 말았다.

       그날의 기억은 아직도 그녀의 뇌리에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몸을 갈아타는 것에 성공했던 날, 클라라는 알몸이 되어 파이렌과 함께 이곳의 소파와 바닥에서 뒹굴었었다.

       더없이 얌전하고 순종적이었던 제자는 마치 짐승처럼 자신의 육체를 탐했다.

         

       체격이 비슷한 둘이었지만, 갓 인간의 몸이라는 것을 가져본 클라라로서 그녀를 이긴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녀가 자신의 블라우스에 이어 하의까지 벗기려 들 때는 거칠게 저항을 하려 했다.

       그러나 그녀의 입에서 나온 험악한 말과 그녀가 휘두른 가벼운 폭력에 자신은 굴복하고 말았다.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시, 시키는 대로 할게요, 교수님……흑.”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처음 겪는 고통이라는 것은 두렵기 그지없었다.

       갑자기 변한 파이렌의 태도도 무서웠다.

         

       -우는 것은 마음이 육체에 찍은 노예 낙인이다.

       -감정에 지배당하는 인간만큼 짐승다운 것은 없다.

       -눈물은 여자가 낄 수 있는 가장 형편없는 장신구다.

         

       플라스크 안에서 그랬던 것처럼 위인들과 성현들의 말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으려 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육체적 고통과 현실적 공포를 극복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저 그러지 말아 달라고 비는 게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다행히 자신이 얌전히 학생 흉내를 내는 동안은 그녀도 평소의 자애로운 교수님처럼 굴었다.

         

       “아아, 그래. 잘했어. 착하지, 클라라. 그럼 소파 위에 엎드려 보겠니?”

         

       자신은 그녀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하게 모든 것을 다했고, 그녀는 그에 대한 상으로 여태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쾌락을 자신에게 선사해주었다.

         

       파이렌의 정성을 다한 봉사에 그녀의 머릿속은 새하얗게 불타올랐다.

       그 상태에서 뭔가를 떠올린다거나 대책을 궁리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교성을 내지르며 상대를 더 꼭 끌어안는 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다음날, 파이렌은 그녀에게 울면서 사과했다.

       17년 만에 그녀가 몸을 되찾은 게 기뻐서 그만 흥분해버리고 말았다고.

         

       클라라는 자해하려는 그녀를 뜯어말렸다.

         

       그녀는 제자를 용서했다.

       어차피 그녀는 자신을 해치려 한 것이 아니었다.

         

       거기다 자신이 괜히 입맞춤을 해서 그녀를 흥분시킨 탓도 있었다.

         

       냉정히 따져보면 그녀가 특별히 이상하게 변한 것도 아니었다.

       스승에 대한 그녀의 광적인 집착과 소유욕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던 터였다.

         

       17년 동안 그녀의 복종을 받아낼 수 있었던 것은 자신에게 어떤 힘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유리병이 깨지면 스승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걱정과 동정심을 이용해 그녀를 부려먹은 것이었다.

         

       문제는 이제 자신은 병 속에 있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녀에게 있어서 자신은 더는 조심스럽게 대할 존재가 아니었다.

         

       “저 흔적은 아직 안 지워졌구나.”

         

       클라라는 나무 바닥에 남은 자국을 보며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떠올렸다.

       여기저기 각종 짐승의 대소변 흔적이 남아 있는 이 방에서 저 자국만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파이렌과 격렬한 밤을 보내던 도중 절정의 순간에 그만 실금을 하고 말았다.

         

       “아앗! 으윽, 앗!”

       “정말 가지가지 하시네요.”

         

       그녀는 제자의 조롱을 들으며 바닥에 한바탕 지린내 나는 물을 쏟았었다.

       그 얼룩이 여전히 바닥에 진하게 남아 있었다.

         

       “스승님이 싼 흔적은 잘 안 지워지더군요.”

         

       파이렌은 일부러 경멸의 감정을 한가득 짜내며 혀를 찼다.

       클라라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붉게 달아올랐다.

         

       “이, 이 몸에 먹인 약물들 때문일 거야…….”

         

       그녀는 자신감 없는 목소리로 의식을 위해 동원되었던 약물 재료들을 하나둘 늘어놓았다. 그리고 그것들이 체액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서도 떠듬떠듬 이론을 풀어놓았다.

         

       파이렌은 그런 스승에 대해 미칠듯한 귀여움을 느꼈다.

       그녀를 꼭 끌어안으며 사랑한다고 속삭이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는 충동을 꾹 억눌렀다.

       대신 경멸의 가면을 쓰며 목소리를 싸늘하게 가다듬었다.

         

       “변명은 듣고 싶지 않군요.”

         

       길들이기를 제대로 해내기 위해서는 단순히 사랑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철저히 계산에 따라 당근과 채찍을 사용해야 했다.

         

       지금은 스승의 자존감을 부술 차례였다.

       쓰다듬어주는 것은 나중 일이었다.

         

       그녀는 스승 앞에 팔짱을 끼고 섰다.

         

       “스승님, 바지 좀 벗어보시겠어요?”

         

       그녀의 말에 클라라는 저도 모르게 소매를 꽉 쥐었다.

       자신이 길들이기 수업시간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었다.

         

       “괘, 괜찮다. 나중에 나 혼자…….”

       “벗으라고요.”

         

       파이렌이 싸늘한 목소리로 명령했다.

       머뭇거리던 클라라는 눈을 꼭 감으며 바지를 천천히 내렸다.

         

       탄탄한 근육이 자리 잡은 매끈한 흰 다리가 고운 곡선을 그리며 드러났다.

       파이렌은 그녀의 두 다리가 모이는 지점을 바라봤다.

         

       그녀는 팬티를 입고 있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물건이 그곳에 있었다.

         

       겹겹이 쌓인 흰색의 천 조각.

       그것은 기저귀였다.

         

       클라라는 손을 벌벌 떨며 시선을 둘 곳을 찾지 못했다.

         

       파이렌은 그녀의 기저귀 앞부분에 손을 가져다 대고 꾹꾹 눌러 보았다.

       안쪽이 젖어서 늘어진 것이 느껴졌다.

         

       “또 쌌네요.”

         

       지겹다는 듯 한숨을 내쉬는 그녀의 말을 듣고 클라라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제 말대로 해서 다행이죠? 기저귀를 안 찼으면, 모두 앞에서 큰 망신을 당할 뻔했어요. 레이나 그 아이처럼요.”

       “그, 그렇구나…….”

         

       오늘 아침에 나설 때만 해도 이제 몸에 완전히 적응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소리쳤던 클라라였다.

         

       하지만 그 자신감이 무색하게 수업 도중 또 실례를 해버리고 말았다.

       그것은 지난 일주일 동안 매일 거르지도 않고 반복되는 일이었다.

         

       이상했다.

       이제 걷고 뛰고 미세한 근육의 움직임도 모두 통제할 수 있는데, 어째서 이것만…….

         

       “실망스럽네요. 첫날은 분명히 실수라고 하지 않았나요? 아직도 약물의 효과 때문에 그런 거라고 할 건가요?”

       “미, 미안하구나. 아, 아직 몸에 익숙하지 않아서…….”

       “훗, 원래 몸이라도 실금을 할 나이였겠죠. 하여간 변명은 잘하시네요.”

       “피, 피리…….”

         

       클라라의 눈동자가 크게 떨렸다.

       파이렌은 스승의 권위가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고 속으로 미소지었다.

         

       새장을 벗어난 새가 달아나지 않게 하는 법은 간단했다.

       날개를 꺾어버리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건 새의 원망을 살 수 있었다.

       새와 쌓았던 신뢰를 잃는 것도 문제였다.

         

       애초에 폭력으로 길들이는 것은 하수나 하는 짓이었다.

       고수는 길들이는 생물의 마음을 꺾어놓는 것을 우선시했다.

         

       새장 밖에 나온 새가 달아날 수 없게 만드는 방법은 간단했다.

       새에게 ‘자신은 날 수 없다’라는 의식을 심어주는 것이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제대로 못 해내며 누군가의 보살핌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인식시켜 주면, 새는 날아갈 생각도 하지 않고 새장에만 있었다.

         

       파이렌은 플라스크에서 나온 스승이 자신을 떠나 제멋대로 삶을 영위하도록 둘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17년 동안 함께해온 스승과 떨어져 혼자 살아간다는 것도 상상할 수 없었다.

         

       스승이 자신의 손아귀에서 절대 못 빠져나가게 둘 생각이었다.

         

       그녀가 자신의 몸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아침 섭취하는 약에 배뇨제를 섞어두는 건 그래서였다. 첫날 밤 실금해버린 것을 자연스럽게 그녀의 몸에 문제가 있는 식으로 암시를 걸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다.

         

       파이렌은 찬장에서 새로운 천을 가지고 나왔다.

         

       “자, 벽을 짚고 다리를 벌려보세요.”

         

       클라라의 얼굴이 붉어지다 못해 검게 변했다.

         

       “두, 두고 가거라. 갈아입는 건 혼자서도 할 수 있다.”

       “흥. 대단한 자신감이네요. 자기보다 몇십 살은 어린 애들 앞에서 기저귀나 차고 다니는 주제에.”

       “아…….”

         

       그녀의 말에 클라라는 자존감이 바닥까지 떨어지는 걸 느꼈다.

         

       내가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던가.

       인공적으로 만들어졌다고는 해도 위대한 마신의 사도인 이 몸이…….

         

       플라스크 속에 있을 때, 그녀는 자신이 세상 제일의 현자라도 된 듯 행동했다.

         

       속삭임의 정원에서는 모든 대화를 훔쳐 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세상을 움직이는 정치인들의 회담도 들었고, 학자들의 격조 높은 토론도 들었으며, 복잡한 인간관계가 얽힌 집안의 대소사도 들었다.

         

       그녀는 그렇게 쌓은 지혜와 지식으로 플라스크 밖에 나가면 자신이 대단한 일을 할 수 있다고 여겼다.

       세상을 뒤에서 조종하며 힘을 키우며 언젠가는 검은 마도사 역시 꺾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 알겠다.

       그것들은 다 부질없는 꿈이었다는 것을.

         

       혼자서는 이따위 학교생활도 못 해내는 한심한 계집애가 바로 지금의 자신이었다.

         

       클라라는 카펫 위로 눈물을 뚝뚝 흘렸다.

         

       “흑, 흑흑…….”

         

       파이렌은 그녀가 우는 것을 보고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지만, 내색하지 않고 짜증을 한가득 담아 중얼거렸다.

         

       “하, 진짜. 이제 울기까지 하네?”

       “그, 그만해라……, 피리……. 나는……네 스승이다…….”

         

       그래도 그녀는 마지막 자신을 지탱해주는 가면을 유지하려 했다.

       그건 그의 자존심이었다.

       무려 17년 동안 자신을 버티게 해준 자아였다.

         

       그러나 이어지는 제자의 말에 그녀의 자존심은 완전히 꺾여버리고 말았다.

         

       “설마 이런 한심한 모습으로 스승 행세할 생각은 아니죠? 최소한 화장실 정도는 혼자 갈 수 있게 된 다음에나 그러시든가요.”

       “으흑…….”

         

       그녀의 싸늘한 대꾸에 클라라는 바닥에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그녀의 고개와 어깨와 다리가 애처롭게 떨렸다.

         

       파이렌은 여기가 이제 당근을 줘야할 때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그녀는 울고 있는 클라라에게 다가가 그녀의 안아 주었다.

         

       “너무 오래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의심할 거야. 자, 얼른 기저귀를 갈아입자. 이럴 때는 뭐라고 말하라고 했지, 클라라?”

         

       그녀의 다정한 말에 클라라는 마음이 안정되는 것을 느꼈다.

         

       세상에 유일한 자기편이 있다면 그녀밖에 없었다.

       17년 동안이나 성심성의껏 자신을 돌봐주었다.

       지금도 그녀의 품을 떠나서는 자신은 온전한 사람 구실을 할 수 없었다.

         

       “……부, 부탁이에요, 기저귀를 갈아입혀 주세요……교수님.”

         

       부끄러워하는 것은 여전하지만, 이전보다 훨씬 순종적으로 느껴지는 그녀의 말에 파이렌은 미소지었다.

         

       20년 전의 스승이었다면 절대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었다.

         

       파이렌은 자신의 인스피라가 지닌 진정한 무서움을 알고 있었다.

         

       고통도 변화도 없는 완전무결한 세상.

       말로만 들으면 유토피아나 다름없었다.

         

       그녀가 어떤 동물이든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이 안락한 공간 안에 머무르는 대가로 동물들은 그녀에게 복종하는 것이다.

         

       그러나 동물을 유리병 안에 너무 오래 머무르게 하면 안 됐다.

       아무런 자극도, 교류도 없는 요람 같은 곳에서 오래 있다 보면 동물들은 자기가 익힌 재주도 까먹고, 사회성도 떨어져 버리며, 정신적으로 퇴행 증상이 나타났다.

         

       그녀는 벽도 바닥도 없는 플라스크에 갇힌 스승을 바라봤다.

         

       수십 년 만에 감옥 밖으로 나온 죄수들은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회에서 도태되어 버린다고 했다.

       스승은 빛도, 음식도, 접촉도, 교류도 없는 곳에서 20년 가까이 갇혀 있었다.

         

       그녀의 인스피라 덕분에 사회적으로 백치가 되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것이 스승이 너무 쉽게 굴복해버리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 이유였다.

         

       “자, 이쪽으로 엉덩이를 내밀어 벌려보렴. 그래도 대변은 잘 가리지 않니? 착한 구멍에는 특별히 상을 줘야지?”

       “으아하앗, 피리, 무슨, 아니, 교, 수니……흐아앙!”

         

       파이렌은 그녀가 제대로 인격을 회복하도록 두게 않을 작정이었다.

       철저히 자신에게만 의존하도록 길들일 생각이었다.

         

       일단 정신을 굴복시키는 것을 우선할 것이다.

       그러나 필요하면 사고를 가장해서 날개를 꺾을 의향도 있었다.

       사지를 잘라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그녀를 새장 안에 가둬둘 것이다.

         

       -길들이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만’이란다.

         

       네, 스승님. 당신이 말씀하신 것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어요.

         

       그녀는 혀로 입술을 훔치며 작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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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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