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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1

       

       

       

       

       

       “쀼우우…. 아르 피고내….”

       

       여관에 돌아온 아르는 ‘쀼! 아르 돌아와써!’라며 포즈를 잡는 것도 스킵한 채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 뒤 바닥에 깔린 양탄자 위를 데굴데굴 굴렀다. 

       

       그러고는 대 자로 퍼져 드러누운 상태로 꼬리만을 파닥였다. 

       

       “아, 레온도 피곤해!”

       

       나도 신발을 벗고 들어가자마자 같이 양탄자 위를 데구르르 굴러, 아르에게 퉁 하고 부딪히고서야 멈추었다. 

       

       “…어째 점점 닮아가네요.”

       

       실비아는 한숨을 쉬며 아르와 나를 바라보았다. 

       

       “목욕물 받아 놓을 테니까 좀 누워 쉬고 있어요.”

       “실비아 씨 최고!”

       “온니 체고!”

       

       아르와 나는 눈을 마주치고 히히 웃었다. 

       

       아르는 내 쪽으로 몸을 돌리며 내 목에 얼굴을 들이밀었고, 나는 그런 아르의 커다란 머리를 안아 주었다. 

       

       ‘귀여워….’

       

       눈을 감은 상태로 내가 볼따구를 만지는 손길을 즐기며 작게 뀨우 소리를 내는 아르가 너무 귀여워, 나는 피식 웃었다. 

       

       ‘그냥 이렇게 안고만 있어도 행복하네.’

       

       진짜 아르 없을 시절에는 심심해서 어떻게 살았을까.

       

       ‘뭐 모바일 게임이나 하고 살긴 했겠지.’

       

       물론 그것도 재미있긴 하지만….

       

       아르랑 보드 게임 같은 걸 하면서 벌칙으로 추는 빵실한 엉덩이춤도 보고 주사위 한 번에 희비가 엇갈리는 맛도리 리액션도 보고 하다 보니, 아무리 지금 나에게 핸드폰을 쥐어 준다 한들 예전만큼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만약 이 세계에도 고퀄리티 모바일 가챠 게임 같은 게 생긴다면, 그건 아르랑 같이 하면 재밌을 것 같기도 하고.’

       

       -아르야, 이번에 붕어 스타일 신캐 나왔대!

       -붕쓰 신캐? 우아아! 뽑구 시퍼!

       -후후후, 아르가 번 돈으로 아르 폰에다가도 뽑기권 다 사 놨지. 오늘 업데이트 날이니까 같이 가챠 함 달려 볼까?

       -쪼아! 아르 10연챠에 신캐 뽑을 고야!

       -하하하! 우리 아르, 꿈도 크구나. 자, 그럼 각자 동시에 뽑기 버튼 눌러 볼까?

       -우응!

       -하나, 둘, 셋!

       -와아아! 아르 10연챠에 픽업 5성 세 개 떠써!

       -……. 난 고봉밥 풀천장인데.

       

       비록 내가 고봉밥 풀천장을 연속으로 두 번 먹더라도, 아르랑 함께라면 감내할 자신이 있었다. 

       

       원래 모바일 게임만 했다 하면 풀천장을 쳐서 하는 말이 아니다. 

       

       진짜다. 

       

       “물 다 받아 놨어요. 레온 씨, 아르야!”

       

       우리는 목욕물이 다 받아졌다는 말에 벌떡 일어나 함께 도도도 달려갔다. 

       

       로멜드의 호텔처럼 으리으리한 목욕탕은 아니었지만, 아르와 내가 충분히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의 공간은 있었다. 

       

       간단히 씻고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근 내 입에서 절로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끄으으…. 살 것 같다….”

       “쀼우우…. 씨워언하댜….”

       

       아르도 단전에서부터 올라온 쀼 소리를 내며 목까지 푹 몸을 담갔다. 

       

       “와…. 진짜 몸이 녹네 녹아.”

       “평소보다 더 씨원한 거 가타….”

       “그러게 말이야.”

       

       실비아 씨가 평소에 목욕물을 받을 때 마나 농축 앰플을 첨가해 둬서 피로가 빨리 풀리고 원기가 회복되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오늘은 뭔가 평소보다도 더 회복이 빠른 느낌이었다. 

       

       “평소보다 빠른 게 맞을 거예요. 이번엔 좀 진한 걸로 풀었거든요.”

       “아하, 역시 그래서 그랬…. 응? 실비아 씨?”

       

       드르륵.

       

       문이 열리며 들려 오는 실비아의 목소리에 내 눈이 휘둥그레졌다.

        

       너무 놀란 나머지 나도 모르게 불가항력적으로 실비아 쪽으로 시선이 돌아갔다.

       

       그곳엔 몸에 수건을 두르고 있는 실비아가 있었다. 

       

       “…왜요? 저도 피곤해서 피로 좀 풀려고요.”

       “아니…. 그게, 아. 어.”

       

       내가 고장나 있는 동안, 눈을 뜬 아르가 실비아를 발견하고 반겨 주었다.

       

       “우아아! 온니도 드러와따! 어서 와, 온니! 가치 목욕 하쟈!”

       

       셋이 함께 목욕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아르는 그저 기쁜 모양이었다. 

       

       실비아는 시선을 피하며 살짝 붉어진 얼굴로 말했다. 

       

       “그…. 저희가 뭐 하루 이틀 이렇게 같이 살 것도 아닌데, 굳이 매번 번거롭게 따로 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고…. 여튼 그래서 저도 들어왔어요. 물론 수건은 두르고 올 거예요!”

       

       실비아는 나에게도 돌돌 말린 수건 한 장을 휘익 던져 주었다. 

       

       “그, 그러니까 레온 씨도 수건 둘러 주세요. 다 두르시면 들어갈게요.”

       “어…. 네.”

       

       듣고 보니 맞는 말이긴 했다. 

       이미 제국에 혼인 신고만 정식으로 안 했다뿐, 다른 곳에서 누가 물어보면 우리는 항상 부부라고 대답을 해 왔다. 

       

       ‘신고를 정식으로 하는 게 사실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하기도 하지.’

       

       실비아는 인간이 아니라 엘프니까. 

       지금 이용하고 있는 신분은 실비아가 인간들 사이에 끼어 살아가기 위해 임시로 마련한 것일 터.

       

       물론 이 시대에 무슨 지구의 현대 사회처럼 태어나면 바로 구청에 출생 신고부터 하고 전산에 올려서 관리를 하거나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위조 신분으로 용병 활동을 하고 있는 이상 제국에 제 발로 신고를 해서 좋을 건 없었다.

       

       ‘어차피 제국에 신고 안 하고 부부로 사는 사람들도 많다고 들었으니. 실제로 문제는 없지.’

       

       여튼 우리는 그렇게 사람들 앞에서 부부로 살아 왔다.

       익명으로 활동한 것도 아니고, 대륙 여러 곳에서 활약하는 동안 그렇게 살아 왔으니 소문도 여기저기 퍼져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난번에 했던 그 말도 있고….’

       

       -이게 제 대답이에요, 레온 씨.

       

       게다가 이드밀라의 말대로 아르의 진짜 어머니, 카르사유의 대리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건 조력자 부족 출신인 실비아밖에 없긴 할 것이다.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만약 내가 실비아 씨와 헤어지고 새로운 다른 여자를 데려오게 된다면, 이드밀라가 절대 가만히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뭣이라!! 실비아와 헤어지고 지금 다른 여자를 데려온 게냐!

       -그게, 그렇게 되었습니다….

       -이노오오옴! 안 되겠다! 저 여자가 카르사유의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이 내가 직접 시험을 해 봐야겠구나!! 크아아아아!!!

       -지, 진정하세요! 이드밀라 니이임!!

       

       이드밀라는 현재 휴식을 취하고 있는 중이긴 하지만, 내 수명이 인간의 한계를 이미 초월한 이상 언젠가 이드밀라가 깨어나 아르를 찾을 테고, 그러면 언젠간 들킬 수밖에 없을 터. 

       

       ‘생각만 해도 무섭구만.’

       

       뭐,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나 역시 실비아 씨와 쭉 함께 있을 수 있다면 당연히 좋다. 

       

       나는 실비아 말대로 아랫도리에 수건을 둘러 가렸고, 실비아도 이제 욕조 안으로 들어와 몸을 담갔다. 

       

       “끄햐아…!”

       “…?”

       “앗.”

       

       자기도 모르게 요상한 감탄사를 내뱉은 실비아는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실비아 씨, 목욕탕 들어갈 때마다 그런 소리를 내시는군요.”

       “……그만 놀려 주세요.”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요?”

       “레온 씨…!”

       “하하하, 농담이에요. 반응이 리얼해서 좋은데요, 뭐. 그냥 처음 들어 봐서 신선하다 싶었던 거예요.”

       

       뭔가 내가 모르는 실비아 씨의 모습을 하나 알게 된 것 같아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후우…. 여튼 오랜만에 아껴 뒀던 진한 마나 농축 앰플을 풀었더니 확실히 좋네요.”

       “아르는 온니가 조아!”

       

       지난번에 이드밀라가 나와 실비아를 용 모습으로 바꿔 버린 이후로 셋이 목욕한 적이 없어서 그런가 아르는 신이 나는지 물속에서 연신 꼬리를 촐싹였다. 

       

       “나도 아르가 좋아.”

       

       실비아가 웃으며 아르를 쓰다듬자, 아르는 감동을 받은 표정으로 실비아에게 달려들었다. 

       

       “온니이이이이!!”

       “아앗…! 아르야, 나 수건 내려가! 레온 씨, 아르 좀 말려 주세요!”

       

       실비아가 도움을 요청하자 나는 재빨리 외쳤다.

       

       “아르야, 그만둬!”

       

       아르는 그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레온, 왜 말이랑 속마음이랑 정 반대인 고야?”

       

       앗.

       

       “레온 씨…!!”

       

       ***

       

       여튼 아르가 진정하고 나서, 우리는 느긋하게 목욕을 즐겼다. 

       

       그리고 화제도 돌릴 겸, 기사단 관련 이야기를 꺼냈다. 

       

       “일이 아주 잘 풀리고 있어요. 레키온과 이렇게 빨리 동행할 기회가 생길 줄은 몰랐는데 말이에요.”

       “그러게요. 의뢰도 몇 번 완벽하게 해 왔고, 오늘 전투에서 다른 기사 분들의 평도 좋았으니 순조롭게 잘 되어 가고 있는 것 같아요.”

       “데보라 부단장님이 용병 두 명에게 맡기는 것치고는 꽤나 난이도가 있는 의뢰로 매번 주시더라고요. 그 덕분에 저희의 실력을 좀 더 빨리 증명할 수 있었죠.”

       

       말은 꽤나라고 했지만 실제로 데보라가 건넨 의뢰들은 다른 보통 용병이었으면 ‘이걸 둘이 하라고요?’라며 손사래를 치면서 거절했을 의뢰들이었다. 

       

       옆에서 그걸 보고 있던 레키온이 나서서 말렸어도 이상하지 않을 난이도였지만, 데보라는 오히려 갈수록 우리에게 더 어려운 의뢰를 주었고, 우리는 그걸 완벽하게 해냄으로써 기사단과 동행할 만한 실력이 충분히 된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었다. 

       

       ‘사실은 오히려 우리가 전력으로 해 가면 너무 빨리 끝나버려서 일부러 마물 토벌하러 갔다가 중간에 경치도 좀 구경하고, 쉬면서 돗자리 펴고 요리도 해 먹고 했었지.’

       

       실비아도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그렇네요. 데보라 님이 왜 그렇게 어려운 의뢰만 골라서 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어?”

       

       말을 하던 실비아는 데보라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잠시 후에 뭔가 깨달았다는 듯이 말했다.

       

       “아…! 그래서 데보라 님이 그런 의뢰를 주신 거구나…!”

       “…무슨 말이에요, 실비아 씨?”

       

       하지만 오히려 실비아가 나에게 되물었다. 

       

       “레온 씨는 모르셨어요? 그 말씀하신 원작 게임에서 보셨을 것 같은데.”

       “그러니까 뭘요?”

       “데보라 님이요. 데보라 님이 레키온 님 좋아하시잖아요.”

       “네?”

       “쀼우?!”

       

       전혀 몰랐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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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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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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