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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1

        “옴뇸뇸.”

       

        나는 비스킷이라는 짭짤한 과자를 먹으며 방송을 준비했다.

        그리고 그런 내 소리를 들은 것인지, 스피커를 통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와! 라나님! 혼자 뭐 드세요?”

       

        “비스킷이란다.”

       

        = “와. 부럽다.”

       

        도돌순이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게 부럽다고?

       

        “너도 먹으면 되지 않으냐?”

       

        = “요즘 다이어트 중이에요.”

       

        “이런…….”

       

        그럼 어쩔 수 없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비스킷을 씹었다.

       

        바삭!

       

        “옴뇸뇸.”

       

        와삭와삭!

       

        “옴뇸뇸.”

       

        = “……갸아아아악!!”

       

        도돌순이가 괴로운 듯 비명을 질렀다.

        뭐, 다이어트는 네 사정이지, 내 사정은 아니니까.

        나는 그냥 맛있게 과자를 먹을 뿐이다.

       

        그렇게 반쯤 장난이 섞인 과자 먹기를 하며 시간을 보낼 때였다.

        어느새 오늘의 방송 시간이 다가왔다.

       

        “그럼 방송을 키마.”

       

        = “네에에…….”

       

        와작!

       

        울먹거리는 소리와 함께 스피커 너머에서 뭔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도돌순이가 과자를 먹는 소리였다.

       

        ……다이어트 중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저런 탄수화물과 염분, 당분이 섞인 과자를 먹어도 되나?

        잠깐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어쨌든 도돌순이 스스로가 잘하겠지.

        내가 신경 쓸 부분은 아니었다.

       

        – 라하!

        – 용하

        – 용하용하!

        – 용하!

        – 하이염!

        – 본! 방! 사! 수!

        – 라하!

       

        “반갑구나 아이들아.”

       

        언제나처럼 인사를 한 후 간단한 신변잡기에 들어갔다.

        일단은…… 날씨 이야기부터 해볼까?

       

        “한국은 오늘의 날씨가 어땠…….”

       

        – 이야기!

        – 이어서 해주세요!

        – 빨리!

        – 현기증 난다!!!

        – 으아아아아악!!

       

        “…….”

       

        나는 폭동을 일으키기 직전이 된 시청자들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기억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내가 어디까지 이야기했더라?

       

       

        *            *            *

       

       

        언제나처럼 아나티샤의 동생인 척 앉아 있을 때였다.

        저 앞에서 ‘머슬 임펙트’를 수련 중이던 아나티샤를 내버려둔 채, 그녀의 스승인 ‘은퇴 용병’이라는 늙은 인간이 다가와 내 옆에 앉았다.

       

        “아이고…….”

       

        “…….”

       

        다리가 불편한 듯, 조금 절뚝거리는 무릎을 툭툭 두드리는 늙은 인간.

        하지만 그의 시선은 아나티샤에게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허 참. 도대체 어디서 저런 녀석이 튀어나온 거지?”

       

        “…….”

       

        “꼬마야. 너랑 네 언니, 어디 유명한 귀족 집 딸내미들인 것은 아니지?”

       

        “……몰라.”

       

        나는 짧게 대답한 후 살짝 늙은 인간의 눈치를 보았다.

        아나티샤나 나나, 똑같은 금발을 가지고 있었기에 다른 인간들 앞에서는 ‘자매’라고 속일 수 있었다.

        하지만 아나티샤는 다른 인간들 앞에서 말할 때, 되도록 ‘반말’로 ‘짧게’만 말하라고 했다.

       

        ‘이 말투랑 겉모습이랑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던가?’

       

        솔직히 왜 그래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인간에 대해 잘 아는 아나티샤의 당부니까 그냥 해주는 중이다.

        그리고 이런 내 행동이 정답이긴 했는지, 늙은 인간은 나를 의심하지 않고 아나티샤만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그냥 아나티샤 외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인가?

       

        “본래 내가 배운 ‘머슬 임펙트’는 그냥 육체를 단련하는 기술이었다.”

       

        “???”

       

        “그게 이리저리 떠돌다, 우리 같은 무지렁이들이 조금씩 변형하면서 지금의 형태가 된 것이지.”

       

        갑자기 두런두런 자기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하는 늙은 인간.

        내가 어린아이처럼 보여서일까?

        아니면 3달 만에 오러를 깨우치기 시작한 아나티샤의 모습 때문인 걸까?

       

        “그렇기에 귀족 나으리들의 무술에 비하면 허접하고 단순하다고 생각했는데…….”

       

        “…….”

       

        아나티샤를 바라보는 늙은 인간의 얼굴에는 ‘후회’, ‘아쉬움’, ‘환희’, ‘희망’ 등의 여러 감정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물론 부정적인 시선은 조금도 없었다.

        저 시선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설마 이런 천재가 내 무술을 전부 뜯어고칠 줄이야.”

       

        “…….”

       

        그래.

        늙은 인간은 ‘후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후 5달이 지나가던 때.

        남자는 아나티샤에게 자신이 알던 모든 무술을 전수한 후 죽었다.

       

       

        *            *            *

       

       

        – 뭐임?

        – 갑자기 뭐죠?

        – ???

        – ?

        – 읭?

        – 여기 아닌데요?

       

        = “라나님? 갑자기 뭐죠?”

       

        “응? 뭐가 말이냐?”

       

        잘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시청자들과 도돌순이가 내 말을 끊었다.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니, 채팅창이 시끄럽게 변하기 시작했다.

       

        – 아나티샤랑 같이 루이인가하는 공작 따라가는 것 아니었나요?

        – ㅇㅇ

        – 후회 남주 따라가는 거 아님?

        – 남주인가?

        – 아몰랑.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

       

        = “그 루이라는 이름의 공작님 따라가는 부분 아니었나요?”

       

        “……아.”

       

        그 말에 나는 깨달았다.

       

        “실수했구나.”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ㅋㅋㅋㅋ

        – 드래곤님의 실수? 이건 귀하군요!

        – ㅋㅋㅋㅋㅋ

        – 엌ㅋㅋㅋㅋㅋㅋ

        – 실수하시는 라나님도 귀여웡!

       

        = “와. 라나님도 실수하시는군요?”

       

        “이 세상에 실수하지 않는 이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당연히 나도 실수하는 법이지.

        작게 헛기침을 한 후 탄산수를 마셨다.

       

        – 그런데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구나.

        – ㄹㅇㅋㅋ

        – 아닠ㅋㅋㅋㅋㅋ

        – 청출어람이네요.

        – ㅋㅋㅋㅋㅋㅋ

        – 도대체 뭐였던 거임?

       

        = “그 내용은 뭐였어요?”

       

        시청자들과 도돌순이가 내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비록 실수로 이야기하는 시점을 틀렸더라도, 일단은 호기심이 생긴 모양이다.

        궁금하다면 이야기해 주어야지.

       

        “본래 아나티샤가 사용하는 ‘머슬 임펙트’라는 기술은, 아나티샤가 보여주는 것과는 다른 기술이란다.”

       

        아나티샤는 근육을 거의 자유자재로 다루지만, 본래 ‘머슬 임펙트’는 그저 근육에 오러를 담아 더 강화하거나, 강도를 좀 더 올리거나, 회복력을 올리는 정도의 능력이었다.

        인간들의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외공’에 더 가까운 육체 단련법이라고 해야 할까?

        제대로 된 이론과 체계 없이, 그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여러 이론이 마구잡이로 뒤섞인…… 인간들의 언어로 말하자면 ‘삼류’에 불과한 기술이었다.

       

        “하지만 아나티샤가 그걸 전부 뜯어고쳤단다.”

       

        아나티샤는 천재였다. 그것도 몸을 사용하는 방법의 천재.

        하나를 배우면 순식간에 열을 터득하는 천재.

        그저 육체를 좀 더 강건하게 단련하는 효율 나쁜 수련법이었던 ‘머슬 임펙트’는, 아나티샤의 손안에서 ‘무시무시한 무술’로 재탄생했다.

       

        “뭐, 그 당시의 아나티샤는 자신이 천재라는 자각이 없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나도 몰랐다.

        그 당시의 나는 인간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던 시기였고, 사실 그렇지 않았어도 잘 몰랐을 것이다.

        드래곤인 내가 인간의 천재성에 대해 얼마나 알겠는가?

       

        – 엌ㅋㅋㅋㅋㅋ

        – 패왕 아나티샤냨ㅋㅋㅋㅋ

        – 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무왕?

        – ㅋㅋㅋㅋㅋㅋㅋㅋ

       

        = “푸하하핰ㅋㅋㅋㅋㅋ”

       

        시청자들과 도돌순이가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아직 본격적인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았는데, 곧바로 웃음부터 터뜨리는 것을 보아하니…… 아나티샤의 이야기는 이들에게 상당히 웃긴 이야기인 모양이다.

       

        나는 웃음을 터뜨리는 시청자들을 바라보며 작게 웃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천천히 기억을 떠올려보기 시작했다.

       

        “음…… 어디부터 이야기해야 할까?”

       

        너무 자세히 이야기할 수는 없다.

        인간들이 지루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적절하게 잘라 내고, 인간들이 흥미를 느낄만한 부분만 떠올린다.

        그리고 이야기의 줄거리가 정해지는 순간!

        나는 입을 열었다.

       

       

        *            *            *

       

       

        거대한 근육질의 거한이 달려간다.

        그런 거한을 향해 수많은 화살과 창이 날아들지만, 그것들은 거한의 몸에 닿기 직전 튕겨 나갔다.

       

        “으랴아아아아!!”

       

        콰아아아앙!

       

        공격이 몸에 닿기 직전, 근육을 재빨리 수축시켰다가 팽창시키는 것으로 순간적인 공기의 층을 만들어 낸 것이다.

        거기에 오러가 섞여서 강도를 더했고.

        그렇게 공격을 무력화한 거한이 발을 굴렀고, 거한은 대지를 박살 내며 인간 군대의 안쪽으로 파고들어 갔다.

       

        “으다다다다다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거한의 양 주먹이 수백 개의 잔상을 만들며 사방으로 휘둘러졌다.

        ‘머슬 임펙트’의 ‘제트 펀치’를 연속으로 날리는 기술.

        심박근과 횡격막 등을 이용해 혈액순환과 폐 기능을 활성화시키고, 오러를 이용해 혈관을 강화.

        그렇게 대폭 늘어난 혈액 순환 속도를 이용해 근육에서 나오는 열을 냉각시킴으로써…… 일반적인 인간의 근육이 낼 수 없는 파워를 끌어와 그것으로 저런 상식 밖의 연속 공격을 날리는 기술.

       

        “연속 제트 펀치!”

       

        쿠과과과과광!!

       

        “으아아악!”

       

        “사, 살려!”

       

        “커억?!”

       

        거대한 힘이 담긴 주먹은 공간을 파괴했고, 파괴된 공간은 폭풍을 불러왔다.

        그리고 그 폭풍에 휘말린 100여 명의 인간 군대가 사방으로 산산이 비산했다.

        당연히 그 폭풍의 범위 밖에 있던 인간들 역시, 그 여파에 의해 철저하게 무력화되었고 말이다.

       

        ‘이걸로 300명 정도는 무력화되었겠군.’

       

        400명이 모였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사실상 일격에 전멸되었다고 해도 이상하지가 않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기사로 보이는 인간이 나타났다.

       

        “나는 폴렌츠 가문의 명예로운 기사! 볼츠 폴렌츠다! 네놈은 누구냐!”

       

        “후우~!”

       

        자신을 볼츠 폴렌츠라 밝힌 기사의 물음에, 거한이 깊게 숨을 내뱉었다.

        단순히 그것만으로도 돌풍이 불어닥쳤다.

       

        온몸에서 미쳐 냉각시키지 못한 열기를 수증기로서 내뿜으며.

        일반적인 인간의 두 배 크기를 가진 근육질의 거한이 입을 열었다.

       

        “저의 이름은 아나티샤. 아나티샤 그란입니다.”

       

        “????”

       

        아나티샤의 맑고 깨끗한 목소리에, 기사는 혼란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            *            *

       

       

        – 교수님! 진도가 너무 빨라요!

        – 갑자기 뭔 상황임?

        – ??

        – 왜 갑자기 싸움?

        – 뭐예요?

       

        = “읭? 왜 갑자기 싸우는 거예요?”

       

        “…….”

       

        나는 이번에도 이해를 못 하는 시청자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참으로 어려운 아이들이로다…….

       

        – 아닠ㅋㅋㅋㅋ

        – 이번에는 이야기를 너무 건너뛰셨어욬ㅋㅋㅋ

        – ㅋㅋㅋㅋㅋ

        – 이걸… 남탓?!

        – 이걸 우리탓을 한다고?!

        – 우우우우우!

        – 너무하다!

        – ㅠㅠㅠ

       

        = “푸하하하핰ㅋㅋㅋㅋㅋ”

       

        “…….”

       

        나는 폭동을 일으키는 채팅창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말했다.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할까?”

       

        – ?

        – 무슨 이야기를 했던가요?

        – 충성충성!! ^^7

        – 선생님. 이 글은 저희집 고양이가 쳤습니다.

        – 판사님!!

        – ^^7

        – ^^7

        – ^^7

        – 아이고. 아무것도 아닙니다 선생님!

       

        = “크흠! 아이고 라나님! 치킨 기프티콘 보내드릴까요? 오호호호호!!”

       

        “…….”

       

        곧바로 태세를 전환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나는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나 원 참.

        귀여워서 봐주는 줄 알아라 요놈들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마지막 장면 대충 이해 : (대충 여자 올마이트)의 입에서 (니코니코니~) 목소리가 흘러나온다고 생각하면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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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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