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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1

       헛된 기대를 했음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지만, 내 탓은 아닌 것 같기도 한 것이.

        

       예전의 패러데이와는 다르다는 느낌을 주는 요소가 정말 여럿 있었다.

        

       일단 나오나 자체가 VR 기반이었으니, 그 자체로도 전보다 더 공들여 만든 게임이라는 의미였고.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광고도 훨씬 열심히 했고. 스트리머 친화적인 패치도 제법 있었고. 트위트와 연계해서 대회도 개최해주고……멋진 장면이 나오면 공식 지튜브에 올려서 새로운 유입도 구하려 하기에, 이쪽 세계의 패러데이는 노 저을 줄 아는 회사구나- 하고 안심했더랬다.

        

       ……돌이켜보면, 대부분 홍보 쪽으로만 개선된 거였네.

        

       잘 나가던 게임을 3년여만에 완연한 망조의 길로 향하게 했던 밸런스 팀은 세계를 뛰어넘는 의지를 가진 모양이었다.

        

       레딧에 모여서 번역기를 돌려가며 ‘상식적으로 게임사가 이번 패치를 강행할 리가 없어. 이러다간 게임이 망할 텐데 그럴 리가 없지!’라고 다국적 행복회로를 돌리다가 뒤통수를 맞은, 그리 그립지는 않은 추억이 스멀스멀 떠오르더라.

        

       ‘이게 말이 되냐! 게임 망한다!’고 외쳤는데……그게 진짜 말이 됐고, 게임은 진짜 망했던…….

        

       그래도, 나오나를 사랑하는 동지들과 함께 온갖 커뮤니티를 불태우며 난리를 쳤던 건 나름 좋은 기억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인원수도 제법 돼서 복작거리는 맛도 있었고. 물론……바꿀 수 있는 건 거의 없었지만.

        

       거의.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좆소가 좆소했는데 이김에 종합 게임 스트리머로 갈아타죠? 더로그2도 곧 나와여】

        

       그리 추억에 잠시 잠겨 있자니, 느물거리며 유혹하는 도네이션 소리가 다시 정신을 현실로 끌고 들어왔다.

        

       종합 게임 스트리머……멋진 말이기는 한데, 결국 나오나 때려치고 다른 게임 하자는 이야기 아닌가.

        

       현명한 판단이기는 하다. 문제라면, 내가 그런 현명한 사람이 되지 못한다는 게 문제겠지. 그리 현명했다면 아마 진작에 접지 않았을까. 늦어도 시즌 5쯤에.

        

       그래도……나오나를 접는다는 전제 하에 생각해보면, 랭킹 1등을 찍은 지금이 최적의 시점인 것 같기도 하고. 박수칠 때 떠난다의 정점 아닌가.

        

       하지만.

        

       “음……생각은 해볼게요. 그래도, 지금 포기하는 건 조금. 주캐 너프했다고 삐져서 게임 접는 거 같잖아. 그렇게 삐지고 그러는 사람 아니에요.”

        

       지금은 아니야. 억울한 오해를 받을 수는 없지.

        

       『맞잖아…』

       『도적 욕하면 삐져서 밴했잖아……』

       『누가봐도 너프됐다고 삐졌잖아』

       『사람들이 도적 안해준다고 갤에 징징글 도배했잖아』

        

       ……봐. 가능성이 시사되는 것만으로도 부당한 오해를 하는 사람들이 채팅창에 속출하는 것이. 역시, 이렇게 떠날 수는 없다.

        

       할 건 하고 떠나야지.

        

       “그리고, 이 점도 오해 없었으면 좋겠는데……도적이 너프되는 것 자체는 괜찮아요. 정도랑 방향성의 문젠데……이런식으로 패치하면 게임 망하는 거 순간이니까. 다 나오나 잘 되라고 고민하는 거예요.”

        

       이번 패치에 대한 문제의식은 다들 공유하는 편이 좋겠지. 패치노트 내역을 캡쳐해서 그림판에 띄우고, 설명을 시작했다.

        

       * * * *

        

       《그러면, 일단 이 패치 분석부터 해볼까요. 그냥 직업 징징으로 오해하면 안 되니까. 할 말이 많은데……일단, 상향이 제일 기분 나빠. 지금 도적이 그냥 락픽 들고 상자 따면 5초 걸리는데, 그걸 4.5초로 줄이면 뭐. 무슨 차이가 있는데.》

        

       드물게 감정이 스며 있는 목소리에는 평소에 비해 제법 힘이 들어가 있었다. 얼마 전까지 매사에 무관심해보이던 사람은 어디갔는지. 1등을 달성하고도, 알 수 없는 말을 몇 번 하고는 고맙다는 인사만 남긴 채 자러 간 사람 아니었던가.

        

       오소독스도 그 클립은 나중에 챙겨봤었다. 한 자리수 등수를 잃어버린 보람이 조금은 있으려나, 싶어서.

        

       뿌듯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에, 당시에는 분명 보람을 느꼈으나……안타깝게도, 이를 빌미로 연락해본다는 계획은 패치가 발표된 순간 전면 폐기할 수밖에 없었다.

        

       활활 타오르는 불에 손을 집어넣는 취미는 없었으니.

        

       그러나 그와 별개로 이번 패치에 대한 이예나의 생각은 궁금했기에- 결국, 그는 빈 연습실에서 조용히 방송을 시청하는 중이었다.

        

       ‘……나 하나는 아니겠지.’

        

       도적2지하를 연습하던 지하 유저라면, 대부분 모여들만한 방송이었다. 프로게이머나 코치라면 더더욱.

        

       생업이 달린 만큼 메타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이들이다. 월즈 결승에서 체급이 더 낮던 GP가 V7을 압살하는 모습을 본 순간부터, 조합의 가능성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분석의 결과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 최근에는 스크림을 돌릴 때 양측 모두 도적2지하 조합으로 붙는 것이 기본이 되었고- 이제 달라지는 건, 채용하는 특성 뿐이었으니. 다른 조합을 상대하길 원한다면 미리 부탁을 해야 될 정도였더랬다.

        

       그런고로, 장안의 화제인 조합을 미리 설계해서 전수했다는 ‘아따먹’의 이름 석자가 프로게이머들 사이에서 더욱 뜨겁게 거론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국내는 물론이고, 유럽에서도.

        

       그리 주목을 받고 있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이예나의 방송 화면에서는 조그마한 ‘ㅗ’자 모양이 ‘캐릭터 상향’ 란 옆에 그려지더니, 이내 3개로 늘어나고 있었다.

        

       《이게 기분 나쁜 게, 미미한 상향 폭도 문젠데……인식을 보여줘서 그래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밸런스 팀이 도적의 역할을 도망다니면서 템 따와다가 다른 클래스들한테 뿌리는 서포터로 보고 있잖아. 도적이 무슨 사제도 아니고.》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가만히 있던 사제는 왜 패는데……】

        

       《사제를 패는 게 아니고……이미 사제는 하나 있잖아요. 6개밖에 안 되는 클래스에 서포팅 클래스가 둘이나 있을 필요는 없지. 포션은 원래 체력포션이랑 마나포션 두 종류 있잖아요……이분은 밴 할게요.》

        

       치익, 하는 청량한 소리와 함께 시청자 한 사람이 채팅창에서 사라지고- 이어서, 몇 차례 숙청이 이어졌다.

        

       과연 랭킹 1등을 달성한 피지컬이라고 해야할까. 그 빠른 채팅의 흐름 속에서 마음에 안 드는 한 마디 한 마디를 정확하게 집어내 밴하는 속도가 제법이더랬다.

        

       오소독스가 알 수는 없었으나, 이예나의 방송에서는 제법 드문 분위기였다. 아크나 별포크가 매니저를 보고 있는 타이밍만 피하면, 거대한 남성기 모양 아스키아트를 도배해도 밴을 당하지 않는 방이었으니.

        

       -따앓이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비주류캐릭 열심히 홍보하신 대가가 너프라니 너무 속상하실 듯 ㅠㅠㅠㅠ 힘내세요】

        

       -ㅇㅇ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게임사가 직접 저격 너프하는 킹따먹ㄷㄷㄷ】

        

       《……속상……아니, 속상……의 문제는 아니에요. 저를 저격 너프……그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오소독스면 모를까요. 아무튼.》

        

       이상을 감지한 시청자들이 보내오는 속칭 ‘나데나데’성 도네이션은 언제나와 같이 한 귀로 흘린 이예나는, [연속전투 스태 페널티], [은발 너프], [아이템창 너프], [점멸단검 삭제] 등등을 차례대로 화면에 띄웠다.

        

       《자. 패치 이어서 볼까요. 핵심은 결국 다 비슷해요. 사람 죽이고 다니지 말고, 몰래 아이템 빼다가 팀원들한테 주도록 유도하는 패치입니다. 암살은 나중에 사제나 마법사 상대로나 하고……기사나 나무꾼 만나면 그냥 튀어라, 라는 건데.》

        

       옅은 한숨소리가 사운드를 메웠다.

        

       《스태미나 자체를 너프하면 도망다니면서 상자 열기 힘들어지니까 전투시 스태미나만 너프했고. 은발은 경로 꼬아가며 상자 털라고 만든 건데, 그걸로 암살이 너무 잘 되니까 칼질했고. 유물 개수 제한이야, 뭐……노골적으로 템 나눠주라는 거고. 그렇네요.》

        

       《그러니까 상자따개의 본분을 찾아줬는데 뭐가 문제냐……이 분은 아이피 따로 메모해둘게요. 새벽에 안 시킨 배달이 오면 저인줄 아시고……아무튼. 진짜 문제는, 이게 자기들이 생각하는 방향에 안 맞는 쪽으로 빌드가 개발되면 다 칼질하겠단 선언이라는 거예요. 강요하는 방향이라도 좋으면 괜찮은데……멀쩡히 암살자로 사랑받고 있고, 컨셉도 암살자인 캐릭을 이상하게 몰아가는 것만 봐도 보이잖아. 패치 설명에서는 암살자 거려서 더 문제고……이대로면 유저 다 떠나는 거 금방일 거예요.》

        

       그렇게 일장 연설을 마친 이예나가 또다시 작은 한숨을 내쉬는 소리와 함께, ‘원래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라는 말이 속삭이듯 들려왔다. 마이크로부터 떨어져, 저도 모르게 내뱉은 혼잣말.

        

       오소독스로서는 놀랍기 그지없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달변이었나?’

        

       이예나의 방송은 벌써 몇 번이나 봐왔다. 극악의 축약 화법을 고집하던 사람 아니었던가. 오늘 방송만 해도, ‘패러데이 CEO 사형 국민청원을 올렸어요. 모두 이 링크로 가서 찬성을 눌러주세요’ 정도로 시작될 것이라고 생각했더랬다.

        

       이예나가 들었더라면, 잠시 조용히 시선을 피했다가 ‘억울하네요’라고 답했을 법한 추측이었다.

        

       -짝!

        

       《자. 그러면, 이게 왜 문제인지는 다 이해하셨을 거라고 믿고……대책을 마련해볼까요. 집단지성의 힘으로.》

        

       박수소리로 시청자들의 주의를 환기한 이예나는, 채팅과 도네이션으로 쏟아지는 아이디어들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음음’하는 추임새와 함께, 나름 성실하게.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이렇게 된거 광전사로도 1등 찍자! 광전사도 너프하나 보자고!】

        

       《……여긴 어쩌다가 들어오셨나요. 지금 진지한 비상대책회의 중이니까, 땔감 판매는 나중에 해주세요.》

        

       물론, 대부분의 아이디어를 기각했고-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역시 트럭을 박아야 정신차린다 ㅇㅇ 한 시간이면 트럭 모금액 채울듯】

        

       《……트럭……눈 하나 깜짝 안 하던, 안 할 것 같아요. 처음엔 조금 충격적이었는데, 이미 사례도 많고…….》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모두 한날 한시에 도적을 플레이하며 시위를 합시다! 전국의 2000만 아따먹 시청자 동포가 모이면 무시하지 못할 거요!】

        

       《……컨셉도 밴할게요. 앞으로는. 하지만……응. 시위는 좋은 생각이네요. 효과 있었고.》

        

       결국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론에 도달했지만.

        

       《그러면, 시위로 할까요. 온라인 말고. 현실에서. 패러데이 한국지사 사무실이 어디였더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므야 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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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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