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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1

       – 천마?

       – 내가 아는 천마는 천마신교의 수장 밖에 없는데?!

       – 신교에 틀어박혀있는 히키코모리가 왜 여기 옴?

       

       천마라는 이름이 나오자 시청자들도 당혹스러워하는 기색을 보였다.

       

       백화령도 저 당시의 본인이 그랬던 것처럼 어지간하면 신교 바깥으로 나오지 않았던 모양이구나.

       

       당시 내가 천마신교에서 나오지 않았던 이유를 한 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었다.

       

       워낙에 많은 것이 엮여있었던지라.

       

       본인이 지녔던 신교에 대한 미련.

       

       새로이 신교를 건설하게 책임져야 했던 여러 신도들.

       

       본인의 움직임에 따라 붙던 여러 시선들.

       

       후일 그 모든 고민이 무의미했음을 깨닫고 신교를 떠나기 전까지 본인은 신교에 얽매인 존재였다.

       

       백화령의 사정도 본인과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다.

       

       그녀와 나는 다르면서도 같은 인간이니까.

       

       바루라는 매혹적인 미끼가 없었다면 발을 움직이지 않았겠지.

       

       – 횃불든사람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화령님 방송 꺼졌을 때 뭘 하신 건가요?]

       

       “저 녀석이 본인이란 인간을 궁금해하여 찾아왔기에 무를 나누었을 뿐이다.”

       

       – 방송 끄고 그런 재밌는 일을 했다고?!

       – 그런 건 좀 방송 키고 하면 안 됨?!

       – 이 인간 진짜 악질이야.

       – 맨날 재밌는 거 지 혼자 챙겨 먹는다니까.

       

       본인이 백화령과 싸웠다는 재밌는 풍경을 보지 못했단 게 억울했던 것일까.

       

       채팅창의 민심이 점차 흉흉하게 변했다.

       

       그렇지만 말이다.

       

       본인과 본인이 싸우는 풍경을 어찌 남들에게 보여 주겠느냐.

       

       백화령이 본인과 같으면서도 다른 인물이라는 것은 그대들이 쉬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 터이거늘.

       

       이를 어찌 진화시켜야 하나 고민할 무렵에 누가 후원을 던졌다.

       

       – 강캐충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그래서 누가 이김?]

       

       “왜 그리 당연한 것을 묻는지 모르겠구나. 당연히 본인이 이겼지.”

       

       본인이 아무리 나약한 육신을 지니고 있다 한들 이미 지나온 길을 따라서 걷고 있는 백화령에게 패배할 리가 있느냐.

       

       당연하다는 듯 그리 답을 했더니 본인의 말에 대답하듯 후원음성이 흘러 나왔다.

       

       – 강캐충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거짓말.]

       

       “허?”

       

       무어라고?

       

       “본인이 이런 말로 거짓말을 할 리가 없잖느냐.”

       

       – 강캐충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영상도 없는데 그걸 어케 믿음?]

       

       – 맞네. 증거가 없잖아.

       – 지고 나서 이겼다 그러는 거 아님?

       – 이제 절정 될락말락한 몸으로 어케 천마를 이김?

       – 꼬우면 방송 키고 싸웠어야지.

       

       “아니. 허?!”

       

       시청자들은 물타기를 하듯 본인을 패배해 놓고 승리했다 거짓을 말하는 치졸한 인간으로 몰아 붙였다.

       

       본인이 치졸한 사람인 것은 사실이지만 무라는 부분에 한해서는 그렇지 않다!

       

       본인은 패배를 인정할 줄 아는 사람이란 말이다!

       

       내가 그리 반박을 했지만 시청자들은 본인의 주장을 믿어주지 않았다.

       

       허어. 사람 셋이 모이면 호랑이 하나를 만들어 낸다더니 사람 수천이 모이니 본인을 치졸한 패배자로 만들어 버리는 구나.

       

       진심으로 약간 열이 받아서 어찌 반박을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무렵 화산의 문이 벌컥하고 열렸다.

       

       자신의 존재감을 감출 생각도 없는 듯 천마신공의 포악한 내기를 뿜어대며 계단을 올라온 백화령은 나를 보고는 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오랜만이구나. 잘 지냈… 어. 왜 그렇게 살벌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게냐? 본인이 무슨 실수를 저지른 게야?”

       

       노기가 얼굴에 묻어나와 있던 것일까.

       

       백화령이 슬며시 내 눈치를 보았다.

       

       후우. 진정하자. 진정해.

       

       저들이 본인을 놀리는 것을 뻔히 알면서 거기에 놀아나 줄 이유가 무어 있겠느냐.

       

       나는 곰방대를 입에 꼬나물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다행이다마는. 오. 시탐견. 네놈이 여기에 왜 있느냐?”

       “안녕하십니까. 천마신교의 최고수이자 위대한…”

       “내 언제 그리 쓰잘데기 없는 호칭을 좋아하더냐?”

       

       백화령이 자신의 내기로 짓누르며 잡아먹을 것처럼 소리를 내자 학영충이 입을 다물었다.

       

       평소 항시 여유를 가지고 움직이던 학영충이 겁을 먹은 모습에 문파원들의 이목이 끌렸다.

       

       하이고. 스승의 역할을 하고 있는 놈이 이러면 어쩌잔 것이냐.

       

       아무리 백화령이란 존재가 두렵다 한들 이렇게 겁을 먹은 티를 내서야 쓰나. 평정을 보여야지.

       

       – 학영충 왜케 쫄아 있음?

       – 얼굴 겁나 창백한데.

       – 천마한테 무슨 일을 당했길래.

       

       보라. 우리의 문파원들은 물론이요 시청자들마저도 불신의 시선을 보내지 않으냐.

       

       이런 식으로 내버려 두었다가는 이 놈이 지닌 스승으로서의 위엄이 박살이 나버리겠구나.

       

       내기를 풀어 학영충을 지키며 앞으로 나서자 백화령이 시선이 내 쪽으로 향했다.

       

       “이 놈도 내 문파원이다. 싸움을 걸러 온 것이라면 받아주겠다만 그게 아니라면 적당히 하도록.”

       “이런. 미안하군. 평소 버릇처럼 해버렸어.”

       

       백화령이 자신의 내기를 거두자 그제야 학영충이 숨을 쉬었다.

       

       이대로 백화령을 여기에 두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내가 데려가야 쓰겠구나.

       

       “바루를 보러 온 게지?”

       “그래. 잘 알고 있구나.”

       

       내가 물음을 던지자 백화령이 반색을 했다.

       

       “이전에 네가 바루의 호의를 얻기 위해서는 먹을 것으로 유혹하는 게 제일 좋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랬지.”

       

       이전에 백화령은 한서우를 통하여서 내게 물음을 던졌다.

       

       바루에게 호의를 얻기 위해서는 어찌해야 하느냐고.

       

       기껏 자신을 보고서도 두려워하지 않는 짐승을 만났는데 미움을 사기가 싫었던 거겠지.

       

       그래서 난 여태까지의 경험상 바루에게 가장 잘 먹히는 방법을 알려 주었다.

       

       먹을 것으로 호의를 사는 것.

       

       만일 바루가 이 이야기를 듣는다면 자신을 아이 취급하냐면서 노발대발을 할 터이다만 어쩌겠는가.

       

       이것이 가장 잘 먹히는 방법인 것을.

       

       “그 이야기를 듣고서 많은 고민을 했다. 여우가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일까하고!”

       

       백화령이 하는 말을 듣다보니 약간 불안해졌다.

       

       이 놈 여우라는 부분에 너무 집중을 하고 있는 것 아니더냐?

       

       설마 생고기 같은 걸 준비해 온 것은 아니겠지?

       

       “보아라! 이 안에 신교의 요리사를 시켜 만든 유부가 들어 있느니라!”

       

       백화령은 한 손에 든 보따리를 들어 올리며 자랑하듯이 소리 쳤다.

       

       …유부?

       

       “여우와 유부가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이냐?”

       “미련한 제자가 말하길 여우는 유부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랬나?

       

       기억을 돌이켜 보아도 딱히 바루가 유부에 환장하는 모습을 보인 적은 없는 것 같다만.

       

       그래도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걸 준비해 온 게 어디더냐.

       

       바루가 자신이 준 선물을 받고 기뻐할 것을 상상하는 백화령의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기도 그러니.

       

       저 안에 든게 제대로 된 녀석이면 바루가 싫어하진 않겠지.

       

       백화령에게 따라오라 이야길 한 후 고갤 돌려 학영충의 얼굴을 살폈다.

       

       그는 신이 나 있는 백화령의 모습을 믿을 수 없다듯 눈을 멀뚱히 뜨고 있었다.

       

       “학영충.”

       “…아. 예. 문주님.”

       “돌아가서 하던 것을 하도록.”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 놈아. 내가 옆에 있는데 무얼 겁을 먹는 것이냐. 자존심을 지키거라.”

       

       나는 그리 말을 하고는 학영충의 등을 툭 치고 나서 백화령과 함께 바루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햇빛이 잘 드는 어느 건물 지붕의 기와 위에서 잠을 청하고 있었다.

       

       적당히 따스한 햇빛이 기분 좋은 듯 고르릉 거리며 배를 부풀렸다 내리는 바루에게선 자그마한 경계심도 보이지 않았다.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도 저것보다는 더 주변을 신경 쓸 것 같구나.

       

       저 녀석. 요즘 화산의 편안한 일상에 너무 물들어 있지 않으냐?

       

       “바루야.”

       

       내가 그 이름을 부르고 나서야 바루가 슬며시 눈을 떴다.

       

       그녀는 그토록 오래 자놓고도 아직 졸립다는 듯 하품을 빼액 하고는 일어나 기지개를 한 번 켠 후에 기와 아래로 고개를 내렸다.

       

       그리곤 백화령의 얼굴을 보자마자 얼굴을 굳혔다.

       

       “왜 또 온 것이냐!”

       “지난 번에 온다고 하지 않았느냐.”

       “한 단체의 수장이 이토록 자유롭게 움직여도 괜찮은 것이냐?!”

       “그럼. 물론이지. 어차피 본인은 바지다. 신교를 운영하는 것은 다른 이들이니 본인은 책임감 없이 돌아다녀도 괜찮다.”

       “그게 천마가 할 말이더냐!”

       

       – ???

       – 천마가 신교에서 바지라고?

       – 아니 근데 이 사람 천마 맞음? 너무 위엄이 없는데?

       – 방금 전에 학영충이 무서워 하던 거 보면 천마는 맞지 않을까.

       

       너무나도 무게감 없는 발언에 시청자들이 백화령의 정체를 의심하건 말건 간에 백화령은 바루를 끌어들이는 것에 여념이 없었다.

       

       “되었다. 그보다 이것을 보아라. 내 그대를 위하여 맛난 음식을 준비해 왔느니라.”

       “…음식?”

       “그래. 신교의 요리장을 시켰지. 보거라. 얼마 전에 조리를 했기에 따끈따끈한 유부다.”

       

       백화령이 꺼낸 유부의 모양새는 겉으로 보기에도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내 유부를 어찌 만드는 것인지는 모르겠다마는 적어도 내가 아는 유부의 모양새는 저렇지 않다.

       

       “그게 유부라고?”

       

       – 유부요?

       – 지옥에 떨어졌다 올라온 거 같이 생겼는데?

       – 신교는 저런 거 먹는 거야?

       

       시청자나 바루도 내가 받았던 불안감을 똑같이 받고 있었다.

       

       그래. 아무리 생각해도 저것은 유부가 아니다.

       

       두부를 죽였다가 강시로 되살린 것도 아니고 저게 무슨 유부더냐?!

       

       정작 가운데에 있는 백화령만이 무어가 이상하냐는 듯 고갤 갸웃거리고 있었다.

       

       하아. 바루 한 번 쓰다듬어 보겠다고 음식까지 준비해 온 정성을 무시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저것을 바루가 먹어줄 것 같지도 않고.

       

       고민을 이어나가던 나는 큰 결심을 하고서 백화령이 들고 있던 유부 중 하나를 집어 들어서 입 안에 던져 넣었다.

       

       그를 한 번 씹자마자 그립지만 다시 겪고 싶지는 않은 무림의 맛이 이 유부에서 느껴졌다.

       

       단적으로 말해서 맛이 없었다.

       

       좀 더 자세히 말을 늘어놓자면 간이 약하고. 느끼하고. 어딘가는 타 있고. 냄새도 별로고.

       

       애초에 유부의 근간이 되는 두부 자체의 질이 좋지 않았다.

       

       과장스럽게 말하자면 역겨웠다.

       

       음식을 버릴 순 없었기에 꾹 참고 목 너머로 자칭 유부를 넘긴 나는 곰방대를 입에 물면서 백화령에게 물었다.

       

       “아해야.”

       “무어가 이상하더냐?”

       “솔직히 말해보아라. 신교의 주방에 외부인에게서 요리를 배운 이가 있더냐?”

       “신교의 폐쇄성은 그대도 알잖나. 당연히 없지.”

       “그럼 다음 물음이다. 신교의 요리장은 유부라는 음식에 대해서 알고 있었느냐?”

       “아니. 몰랐다. 다만 제자가 어디선가 요리법을 알아왔고 요리장은 그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그래. 그러니까 이딴 게 나왔겠지.

       

       본래 무림에 살던 요리사들의 실력이 어떤지에 대해선 본인이 아주 잘 알고 있다.

       

       지금은 현대의 이들이 요리법을 널리 퍼트려 상향평준화가 되긴 했으나 그 발길이 닿지 못한 신교는 현대의 은혜를 받지 못한 것이다.

       

       제기랄. 혀만 버렸군.

       

       “마침 잘 됐다. 안 그래도 음식을 먹으러 돌아다닐 생각이었는데 이 기회에 유부가 뭔지 알려주도록 하마.”

       

       신교로 돌아갔을 적에 도저히 그 음식을 가지고 만족하지 못하는 몸으로 만들어 주겠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학영충은 얼떨떨 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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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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