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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2

    <182 – 조직에는 행동방침이 있어요>

     

    사실 기프트 아카데미에 출현하는 악의조직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고정형 조직정체성을 지닌 조직.

    가변형 조직정체성을 지닌 조직.

     

    전자는 이렇다.

    매번 조직심볼, 조직목표, 조직구성원이 비슷하거나 일치한다.

    소위 말하는 고정출현 NPC, 고정출현 조직이다.

    당연히 이런 친구들은 고인물에 의해 낱낱이 분해되어 주요스킬, 출현장소, 심지어는 호감도트리거 및 선인타락루트까지 개방된 지 오래다.

    고인물이 가장 좋아하는 단골맛집이라고 할 수 있다.

     

    후자는 이렇다.

    매번 조직심볼, 조직목표, 조직구성원이 변화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어떤 곳은 눈치 채기 어렵고 또 어떤 곳은 눈치 채기 쉽다.

    매 회차마다 누구세요? 소리가 나오는 비고정랜덤출현조직이다.

    당연히 얘가 다른 회차에서 무슨 역할을 하는 조직에 대응하는 조직인지 매번 몇 안 되는 불변요소를 이용해서 퍼즐맞추기를 해야 한다.

    가령 어떤 조직의 수장은 어린시절 어느 저주받은 장비아이템을 입고 사회로부터 불순한 취향을 지닌 인물로 오해받은 경험이 있다.

    이 경험을 사회에도 되돌려주기 위해 불순복장을 다른 이들도 장착하게 만든 것이 시초가 되어 악질의복단으로 분류되는 악의조직이 탄생한다.

    이번에는 비키니전사단이 이 경우에 해당했다.

     

    “비키니아머는 너무 추워 보여요!”

    “그래서 더 입히고 싶은 거야. 여름엔 부끄럽고 겨울에는 춥기까지 한 저주받은 장비를 입고 다니는 이 심정, 입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로 몰라!”

    “그런 불편한 옷 입고 싶지 않아요!”

    “아뿔싸.”

     

    아뿔싸 이지랄!

    아무래도 비키니아머에는 지능하락의 저주도 추가되어 있나보다.

     

    “그럼 이 옷을 입어서 좋은 점도 알려줄게. 우선 매일 어떤 옷을 입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돼.”

    “전 매일 교복 입어요!”

    “…하지만 팬티스타킹을 신어야하지. 불편하지 않니? 잘못 신으면 구멍이 뚫리거나 찢어질 수도 있는 스타킹을 매일 침대에 누워서 다리에 넣고 허벅지까지 당기는 번거로움이.”

    “그건 그러네요. 그래도 비키니아머는 좀.”

    “곧 있으면 여름인데 얼마나 더울지 생각은 해봤니? 그럴 때 비키니아머를 입고 있으면 올해 더위걱정은 안심이야!”

    “추위 걱정은요?”

    “…보온성능이 좋은 마법망토를 사야지.”

    “보온망토도 장비지원 해주세요?”

    “아니… 사비로 사야해. 망토를 만들어주기는 하는데 돈은 사비로 내고 사라니, 순 양아치들이야.”

    “와 정말 나쁘다.”

    “그치? 비키니아머타락을 열 번 시키면 장비해제가 가능해지기는 하는데 그때까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기나 하냐고. 툭하면 치녀 취급이나 당하고.”

    “어쩔 수 없죠. 비키니아머를 입었는걸요.”

    “그렇지… 비키니아머니까. 너는 이런 옷 입지 마.”

    “네에. 언니도 힘내세요!”

    “잘가!”

    “응응. 귀여운 꼬마도 잘가!”

     

    사이좋게 인사하고 지나가려던 언니가 허겁지겁 달려와서 앞을 가로막았다.

     

    “어딜 자연스럽게 헤어지려는 거야!!”

    “헤헹. 들켰당.”

    “이게 진짜. 귀엽다고 봐주니까 언니를 놀려먹기나 하고. 안되겠어. 말로 하는 건 여기까지야. 인벤토리 온, 소환 비키니아머 S50!”

     

    가슴가리개에 이어져서 밑가슴 주변을 한바퀴 두르며 흉곽라인과 복부를 덮는 경면, 치골을 덮고 뒤로 한 바퀴 이어지는 중간에 살이 드러나는 과감한 갑옷.

    비키니아머 치고는 제법 살을 가린 면적이 높은 50% 가량의 신체를 덮은 갑옷이 등장했다.

     

    “애기야. 언니가 불쌍해서 그나마 면적이 넓은 비키니아머로 봐준 줄 알아. 좋은 말로 할 때 이거 입고 비키니아머 타락해.”

    “싫다고 하면요?”

    “…언니가 많이 화나면 마이크로 비키니아머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알게 될 거야. 참고로 그건 살을 가린 부위가 5%도 안 돼.”

    “세상에! 어떻게 그런 훌륭한 갑옷이 있을 수가!”

    “이 갑옷의 무시무시함을 알았으면… 응? 훌륭해?”

     

    비키니아머.

    남자라면 이 갑옷의 존재를 모를 수가 없다.

    대장간에 가서 대장장이의 친밀도를 최고로 올리면 이용 가능한 <대장장이의 비밀의 방>에서 일정확률로 등장하는 의상아이템!

    망사스타킹 바니걸 슈트, 아이언메이드정복과 함께 대장장이 3신기라 불리는 아이템!

     

    “그거 그냥 돈 주고 저한테 파시면 안 돼요?”

    “어어…? 이걸 사겠다고?”

    “꼭 입히고 싶은 사람이 있어요!”

     

    비키니아머는 몸의 라인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안 입느니만 못한 에로함을 부각하는 만큼 당연히 나이스바디인 NPC가 입을수록 파급력이 엄청나다.

    하지만 꼭 야한 목적으로만 비키니아머를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너 정말 별난 아이네. 이런 기분 나쁜 옷을 그렇게 좋아하고. 실은 여자를 좋아해?”

    “음, 그렇기도 한데 용도는 다른 쪽이에요!”

    “비키니아머를 야한 용도가 아닌 쪽으로 쓴다는 말은… 싫어하는 사람한테 입혀서 수치를 주려고!?”

     

    뾰이의 얼굴에 공포심이 묻어났다.

     

    “아이참. 그런 거 아니에요. 좋은 곳에 쓸 테니까 빨리 저한테 팔아요. 네?”

    “이건 비매품이야. 팔려고 가지고 다니는 게 아니라 입히려고 가지고 다니는 거라고!”

    “어쨌든 남이 입기만 하면 그만이잖아요!”

    “내 기분이 나빠서 그래!”

    “남의 기분 생각하는 분이 저주받은 아이템을 강제로 입히고 다녀요?”

    “적어도 입을 사람을 고를 수는 있잖아. 나보다 잘난 년이라던가, 부모 잘 만난 년이라던가, 나한테 무례하고 건방지게 군 년이라던가.”

     

    사익 100%의 목적이구나.

     

    “만일 네가 나한테서 가져간 비키니 아머로 나보다 약한 사람한테 입히거나 부모도 없는 불쌍한 변방 고아한테 입히거나 나한테 친절하게 군 애한테 입히면 내 마음이 얼마나 불편하고 괴롭겠어!”

    “그렇긴 하겠네요.”

    “그렇지? 이해해주는 거지? 못 파는 이유는 이걸로 이제 납득했지?”

     

    고집 센 아이를 달래듯이 친절하게 거듭 물으며 의사를 확인하는 뾰이.

    목적이 불순해서 그렇지 사람은 참 착하다.

     

    “그럼 제가 입히고 싶은 사람을 듣고 판단해주시면 어때요? 듣기도 전에 지레짐작 했다가 그냥 팔걸 하고 아쉬워할지도 모르잖아요!”

    “에휴. 그래. 어디 한 번 들어나보자. 누구한테 입히고 싶어서 그리 안달이 났는데?”

    “제 친구 모브요!”

    “모브? 뭐하는 친구인데?”

    “훈련을 좋아하고 수련을 열심히 하는 친구에요.”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인 걸까.

    뾰이가 고개를 갸웃했다.

     

    “나보다 강하니?”

    “약해요!”

    “집이 잘 사니?”

    “아닐걸요?”

    “나랑 관련 있는 사람 아니지?”

    “그냥 제 친구에요!”

    “그럼 팔 리가 없잖아! 방금 전까지 했던 애기는 어디다가 다 흘려들은 거야!”

     

    뾰이가 화내는 심정도 이해한다.

    하지만 내게도 억지를 부리는 이유가 있다.

     

    “저는 비키니아머의 숨겨진 비밀을 알아요!”

    “…비키니아머의 비밀?”

    “장착자의 회피율에 밀접한 영향을 미친다는 거죠!”

     

    보호하는 면적이 작은 갑옷이 일반갑옷보다 튼튼할 리가 없다.

    툭하면 갑옷이 보호하는 면적 바깥부위를 때려서 방어관통 트루뎀이 꽂히는 쓰레기 장비.

    그야말로 저주받은 아이템이라고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엽기아이템이다.

    그런데도 고인물인 내가 비키니아머를 구매하지 못해서 안달이 난 이유가 회피율에 있었다.

     

    <저주받은 비키니아머(비성인용)>

    등급 – 슈퍼레어5급

    설명 – 장착하면 해제할 수 없는 장비해제 불가의 저주가 걸린 19세 미만 비성인 사양으로 제작된 비키니아머.

    효과1 – 착용자의 신체에 맞추어 자동으로 사이즈가 조절된다.(사이즈조절)

    효과2 – 비키니아머의 표면적에 반비례하여 회피율 및 움직임에 보정이 주어진다.(현재 표면적 50%)

    효과3 – 비키니아머를 장착한 시간에 비례하여 수치심이 줄어들고 노출적응이 높아진다.

    효과4 – 이 장비는 파손 시 자동으로 회복된다.

    효과5 – 비키니아머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신체부위에 공격 적중 시, 방어관통 데미지가 들어온다.

    감정가 – 금화20매, 2000포인트

     

    이중 눈여겨봐야 할 장비효과는 효과2.

    표면적 반비례 회피율 보정에 있다.

     

    “저주받은 비키니아머랑 다르게 비키니아머는 본래 우스꽝스러운 차림새와 달리, 뜻밖의 높은 성능으로 각광받는 남방의 전통장비였어요!”

    “헤에. 전혀 몰랐어. 이 쓰레기 같은 변태갑옷에도 그런 유래와 부가성능이 있었구나.”

    “게다가 비키니아머를 100시간 이상 장착하면 회피율 증가 효과가 비키니아머를 입고 있지 않을 때에도 발동한다는 사실 알고 계세요?”

    “진짜 몰랐어!”

    “저는 제 친구에게 그런 경험을 시켜주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러니 제발 비키니아머를 팔아주세요!”

     

    뾰이는 마음이 따스해지는 것을 느꼈다.

    지금껏 비키니아머 타락을 앞두고 공포에 질린 여자들이 제 친구나 자매에게 입히라고 팔아넘기고 의가 상하는 광경은 질리도록 목격했다.

    그러나 맹세컨대 이런 순수한 목적으로 친구의 성공과 성장을 위해 ‘선물’을 하려는 경우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목격했다.

    사람을 울리고 관계를 파탄 내는 저주받은 물건.

    그것이 사람의 성장을 도울 수도 있다.

    뾰이는 한 번쯤 시험해보고 싶어졌다.

    악한 의도가 아닌 선한 의도로도 비키니아머를 전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자신과 같은 수치스러운 차림새를 한 이들을 늘리려는 목적으로 비키니아머를 뿌리는 것이 아닌, 모두가 선망하는 전사가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모브라는 애, 가슴 사이즈가 어떻게 돼?”

    “엣, 가슴 없을 걸요. AAA컵이라고 해야 하나?”

    “설마 너랑 똑같은 어린애야?”

    “아뇨. 나이는 저보다 많아요. 18세쯤?”

    “불쌍하네. 그 나이 먹고 가슴이 없다니. 그런 몸매로는 비키니아머는 힘들 텐데. 그래도 빈유에게 더욱 수치심을 주려는 목적으로 개발된 비키니아머도 찾아보면 하나쯤은 있을 거야.”

    “와 정말요?”

    “본부에서 빈유용 비키니아머가 지급되면 가져올게. 대신 대금은 잊지 말고 준비해두라고? 1000포인트는 받을 거니까!”

    “1000포인트면 적정가격이죠. 살게요!”

     

    결국 주문의뢰를 넣고 헤어졌다.

    감사의 의미로 사탕까지 하나 들려줬으니 나중에 서비스는 두둑히 챙겨주겠지.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졌다.

     

     

    * *

     

     

    “그렇게 됐어.”

    “그렇게 되기는 뭐가 됐다는 거냐!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았잖아!”

    “시끄러. 나라고 그 애한테 입히기 싫어서 거래한 줄 알아? 도저히 틈이 안 보이니까 그런 거라고. 주변 친구한테 한 벌 입히는 걸로 만족해.”

     

    뾰이의 보고에 레이브 교수는 주먹으로 가슴을 쿵쿵 치며 울화통을 보였다.

     

    “그럼 그 애한테도 훈련용으로 하나 입으라고 입혀놨어야지!”

    “앗 깜빡했다.”

    “이 빡대가리 녀석!”

    “까먹은 걸 어떡하라고. 아무튼 난 여기까지야. 그럼 이만~ 아앗! 내 사탕!”

    “뭘 잘했다고 사탕이나 먹으려고 들어? 망할 녀석. 이건 압수다.”

    “…칫. 제국교수는 양아치라던 소문이 사실이었네. 의뢰가 뜻대로 안 풀렸다고 사탕까지 훔쳐가고.”

    “네가 맡은 일을 무사히 수행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불만이면 말해. 네 정체를 모두에게 폭로해버릴 테니까!”

    “알았어. 그깟 사탕 주면 되잖아.”

     

    어깨를 늘어뜨리며 힘없이 교수실을 나가는 뾰이.

    그 뒷모습을 흘겨보던 레이브 교수는 뾰이의 기척이 사라지자 문가에서 눈을 떼었다.

     

    ‘와이히엠하이 재단의 수석장학생. 과연 쉽지 않군. 다른 악의조직의 조직원의 습격을 이렇게 능수능란하게 흘려보내다니.’

     

    상대조직의 활동목적을 꿰뚫어보고, 뾰이가 비키니타락에 나선 동기마저 재빨리 간파했다.

    비키니아머를 다른 이에게 입힐 때마다 조직기여도를 얻어 조직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개인기여도까지 챙겨주는 주문의뢰를 넣은 것이 그 증거.

    비키니아머를 다른 이에게 입히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심지어 그녀가 자신의 의뢰를 받았던 이유인 포인트까지 지급을 약속했다.

     

    ‘기여도와 포인트를 동시에 챙길 수 있다면 굳이 내 의뢰를 받아서 까다로운 적과 싸울 이유가 없지.’

     

    과연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노는 잔인한 조직, 와이히엠하이 재단의 수석장학생다웠다.

     

    “오크노디여… 다음엔 이렇게 쉽게 넘어가지 못할 거다…”

     

    분한 마음을 삭히던 교수의 눈에 들어온 사탕.

     

    “흥. 애도 아니고.”

     

    교수는 사탕을 먹는 대신, 우리를 열어 자신이 키우는 애완도마뱀에게 먹였다.

     

    “슬슬 다음 강의를 시작할 시간이군.”

     

    강의자료를 들고 교수실을 나가는 레이브.

    그가 떠난 교수실 안 애완동물 케이스.

    덜컹덜컹 소리를 내며 케이스에 머리를 들이받던 애완도마뱀이 입에서 피거품을 흘리다 쓰러졌다.

    리프가 특별히 신경 쓴 내성훈련사탕.

    강화된 독의 효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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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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