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라일라를 태워 죽였다.”
“… 뭐?”
“그래서 마리아 누나를 태우는 데 별로 저항감이 없었던 걸지도 모르겠네.”
“…”
“삼촌이라고 다를까.”
머리에 피가 쏠린다.
구태여 만져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만큼 머리가 뜨겁고, 쿵쿵거리는 심장 소리가 뜨겁게 달궈진 머리 안에 울려댔다.
마치 뇌가 끓어오르는 것만 같은데, 정작 피로와 빈혈로 몽롱해졌던 정신은 도리어 또렷해진다.
아니, 또렷해지는 것을 넘어 오히려 타오르는 불꽃이 찢어져 공중으로 흩어지는 소리까지 구분해 낼 정도로 예민하게 날이 섰다.
아, 그렇구나.
이게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오른다는 것이구나.
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지금 내 상태를 진단했다.
물론 내가 살면서 화 한번 내보지 않은 수도승 같은 인생을 살아온 것은 아니다.
라일라가 죽었다는 것을 알았을 땐 나의 무력함에 화가 났고, 다섯명의 죄 없는 사람들을 죽였을 땐 내가 저지른 끔찍한 죄악에 진절머리가 났으며, 녹색의 여인을 만나 흐트러진 운명에 대해 들었을 땐 너무나 가혹한 운명의 뒤틀림에 절망했었다.
하지만, 그때 느낀 그 거대한 감정의 소용돌이가 산들바람처럼 느껴질 만큼, 지금 나의 내면엔 지독한 분노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머리가 터질 것 같다.
살면서 몸을 움직이는 것을 즐겨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건만, 지금은 맨손으로 눈앞의 저 남자를 갈기갈기 찢어발기고 싶었다.
내 눈에 깃든 저주로 인해 참혹하게 짓이겨진 다섯 구의 시체를 바라보며, 그 누구도 이렇게 끔찍한 모습으로 죽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건만, 지금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잔혹하고 끔찍한 죽음을 맞게 해주리라는 지독한 악의가 이빨을 드러내고 있었다.
“앨리스 누나…”
그 순간 앨리스 누나의 얼굴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누나는 그 기계 심장 때문에 분노의 조절이 잘되지 않는다고 말했었다.
그렇다면 앨리스 누나는 늘 이런 감정을 느끼며 살고 있었다는 걸까.
하, 맙소사.
어떻게 살아있는 걸까.
매일 이런 감정을 느끼면 죽어버리고 말 것이다.
가만히 발더를 노려보는 것만으로도 내 몸에서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소모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
조금 전 마리아 누나의 마법을 물리적으로 터트릴 때, 어디론가 날아간 앨리스 누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걱정하지 않았다.
마기로 가득 차 있는 이 숲에서 내가 멀쩡하게 서 있다는 것은 마리아 누나의 신성력이 아직 흘러들어오고 있다는 증거나 다름없었기 때문이었다.
당황하거나 놀라서는 안 된다.
지금은 내 눈앞의 저 개자식에게서 눈을 떼선 안 된다.
“큭,”
발 더는 이를 악물며, 바닥의 흙을 긁어모으듯이 주먹을 모아 쥔 채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것일까, 아니면 아직도 나를 얕보고 있는 것일까.
발 더는 또다시 그 가증스러운 혓바닥을 굴리기 시작했다.
“미친놈, 뭐가 어쩌고저쩌고해?”
“…”
“건방진 눈매야. 애쉬. 눈동자 색은 변했어도 그 매가리 없는 눈매는 네 아비를 똑 닮았구나.”
발 더는 진한 마기를 뿜어내며 순식간에 나에게로 뛰어들었다.
아무리 앨리스 누나의 신성력으로 보호받고 있다고 해도, 이렇게 짙은 농도의 마기가 다가온다면 본능적으로 몸을 피할 수밖에 없다.
몸에 직접적으로 이 상을 주진 못해도 눈과 목을 따갑게 만드는 매캐한 연기 정도의 역할은 할 수 있을 정도로 짙은 마기이기도 했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피아는 아니었다.
“애쉬에게 다가오지 마.”
거대한 칼날처럼 날카롭게 벼려낸 바람이 발더의 몸을 꿰뚫었다.
그와 동시에 나는 주문을 외웠다.
불씨를 키우다, 쏘아낸다.
작은 불씨만을 만들어 피아가 만들어낸 바람에 실려 보냈다.
발더의 상처 부위를 타고 뜨거운 불씨가 그의 몸속에 파고들었다.
“크악!”
발더는 발작을 일으키듯 등허리를 배배 꼬았다.
나는 그런 발더에게 달려가 그의 가슴팍을 발로 밀어내듯 걷어찼다.
“인류의 배신자니, 뭐니, 그딴 거창한 말 따위 하지 않을 거다.”
“큭, 애쉬… 너 이 자식.”
“너만 없었으면, 내 가족들은 그렇게 죽지 않았을 거다. 나한테는 그걸로 충분해!”
“얕보지 마라!”
발더는 소리를 지르며 날쌔게 주먹을 휘둘렀다.
하긴, 오랜 모험가 시절로 단련된 탄탄한 육체는 내 빈약한 발차기 정도는 우습게 받아 낼 테니.
황급히 고개를 뒤로 뺐지만, 발더의 주먹은 내 콧등을 묵직하게 스치며 지나갔다.
“윽!”
얼얼한 콧대를 매만지자 살짝 틀어져 있었고 이내 코피가 왈칵 쏟아져 내렸다.
발더는 뻗었던 주먹을 다시 반대로 휘둘렀다.
이번에는 제대로 피했지만, 그 순간 발더는 꽉 틀어쥔 주먹을 펼쳤다.
흙과 모래가 순식간에 눈으로 끼얹어졌다.
“경험의 차이다. 애송아!”
발더는 소리를 지르며 내게 발을 내질렀다.
이물질에 의해 눈을 질끈 감아 피할 수 없었다.
통나무처럼 두꺼운 그의 다리가 나를 향해 날아왔다.
하지만 나는 걱정하지 않았다.
“피아!”
이번엔 단단한 망치처럼 두텁게 쌓인 공기가 발더의 다리를 내려찍었다.
발더가 나를 향해 휘둘렀던 쪽의 무릎이 우지끈 소리를 내며 평소의 반대 방향으로 꺾였다.
그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빌어먹을, 흙이나 던지는 게 경험이냐. 하긴 이게 딱 네 수준인 거지. 가족마저 마왕에게 팔아넘긴 걸 자랑스럽게 떠벌리는 쓰레기의 수준 말이야.”
나는 팔로 쓱쓱 눈가를 비비며 발더를 노려보았다.
발더의 무릎에 새카만 마기가 모여들더니, 이내 곧,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신성력이 그렇듯이 마기 역시 사용자를 보조해 주는 능력이 있는 모양이었다.
다만, 기이한 방향으로 꺾여 들어간 무릎이 그대로인 것을 보아 앨리스 누나의 신성력처럼 상처를 치유해주는 힘은 아니고, 그저 통증을 잊게 해주는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리라.
발더는 달라진 양 다리의 높이 때문에 엉거주춤 선 채로 소리를 질렀다.
“크윽, 뭐야, 대체 뭐냔 말이다아!”
발더는 무척이나 당황해하며 악을 쓰고 있었다.
사실 그럴 만도 했다.
그의 눈에는 피아가 전혀 보이지 않을 테니까.
발더의 입장에선 정체도 모를 기이한 힘으로 보이지도 않는 공격을 여러 차례 당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적에게 공격당하고 있다는 공포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피아에게 바람 위주의 공격만을 사용할 것을 지시해두었으니, 사실상 발더가 느끼는 공포는 내가 의도한 그대로였다.
그렇기에 내겐 발더에게 정령술에 대해 설명해 줄 이유가 전혀 없었다.
“닥쳐.”
“너는 마법사였는데… 피아? 그런 마법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어. 아까… 그 흙기둥은… 뭐였지? 믿을 거라고 했던가…? 그것도 주문이 아닌데…”
혼란스럽게 중얼거리던 발더는 무언가 깨달았는지 흠칫 놀라며 부러진 다리를 황급히 뒤로 빼내었다.
어찌나 급하게 디뎠는지, 반대 방향으로 구부러진 그의 무릎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한 번 더 툭 구부러질 정도였다.
그 바람에 잠깐 휘청거리던 발더는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마왕님과 같은… 너 대체…”
“닥치라는 말이 들리지 않나?”
발더는 식은땀을 흘렸다.
무릎이 아파서는 아닐 테고, 아무래도 무언가 짚이는 점이 있는 모양이었다.
만약 그가 내게서 마왕의 힘과 비슷한 기척을 읽은 것이라면, 역시 현 마왕은 정령 술사 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발더는 계속 악을 쓰며 고개를 저었다.
“대답해라! 그런 힘을 인간이 가질 수 있을 리가 없어!”
“시끄러워.”
“나, 나조차도… 인간을 포기하고 나서야, 그 힘의 일부를 갖는 정도로 그쳤는데…!”
발더는 정령술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눈치였다.
그토록 열렬히 모시는 마왕에게 발더는 그리 신임받는 존재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하긴, 아무리 기존의 마왕 자리를 찬탈했어도, 새로운 마왕 역시 마족일진대 인간을 그렇게 중한 데 등용할 리는 없겠지.
그의 힘을 받았느니 어쩌니 떠들어대지만, 내 눈에 다른 정령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 걸 보면 사실상 그가 발더에게 내려준 건 마리아 누나의 시체뿐일 것이다.
그나저나, 발더의 말 중에 살짝 마음에 걸리는 것도 있었다.
인간을 포기했다?
뭐, 그야 그렇겠지.
발더가 인간이었다면 이 눈의 저주가 진작에 발휘되었어야 이치에 맞을 테니 말이다.
그건 내가 마리아 누나를 불태우는 데 망설임이 없던 판단 근거이기도 했다.
마리아 누나를 보았을 때도 이 눈은 나를 미치게 만들지 않았다.
그건 즉, 마리아 누나 역시 이미 인간이 아니었다는 뜻이었다.
“씨발, 다시 생각해도 화가 나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리아 누나를 태우는 일이 즐거웠을 리는 없었다.
내 기억과 너무나도 달라진 모습 덕분에 누나와의 추억이 더럽혀지는 기분이 들지는 않았지만, 언데드가 되어 꿈틀거리던 라일라를 태웠던 그날의 기억이 다시 떠올라서, 무척이나 착잡하고 괴로웠다.
“피아.”
“응, 알고 있어. 애쉬가 생각하는 것쯤은 다 알아.”
피아는 천천히 마력을 끌어모았다.
“애쉬는 쉽게 죽여 줄 생각이 없는 거잖아. 그렇지?”
늘 그렇듯, 피아는 내가 하고자 하는 바를 완벽하게 파악했다.
하지만 이번엔 요구가 요구인 만큼, 나는 다시 한번 피아에게 물어보았다.
“부탁할게. 괜찮지?”
피아는 웃으며 대답했다.
훤칠하게 자란 키나, 크고 잘록하게 잘 빠진 몸매만큼이나 시원한 미소였다.
“그럼, 애쉬가 원하는 게 내가 원하는 거니까.”
*
발더는 겁을 먹은 듯, 주춤거리며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애쉬를 비웃고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애쉬는 분노에 정신이 나가 있었다.
아직 그의 능력의 정체는 밝혀내지 못했지만, 냉정함을 잊은 상대를 속이는 것은 오랜 모험가 생활 동안 흥정과 속임수로 연명하던 발더에겐 손쉬운 일이었다.
애쉬는 붉은 그 눈동자가 흰자와 그다지 다르게 보이지 않을 만큼 붉게 충혈된 두 눈을 부릅뜬 채 자신을 똑바로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애쉬의 등 뒤, 활활 타오르는 불길 아래에서 천천히 마리아가 몸을 일으켰다.
그녀를 조종하기 위한 실은 모조리 끊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리아가 움직일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조종당하지 않는다면 마리아는 여타 언데드처럼 본능적으로 움직일 것이다.
그리고 언데드는 마기로 가득 찬 발더보다는 살아있는 피와 육신을 가진 애쉬를 먼저 노릴 게 분명했다.
본능적으로 어마어마한 대형 마법을 난사하는 언데드.
그 정도면 애쉬의 정신을 흩트려 놓기엔 충분하리라.
발더는 애쉬가 눈치채지 않기를 바라며 일부로 다리를 절뚝거렸다.
마치 다친 다리를 질질 끌며 맹수를 유혹하는 가녀린 사슴이 된 기분이었다.
‘자기가 유리하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나약해지는 순간이지.’
늘 그랬다.
패거리를 이끌고 자신을 죽이려 했던 빚쟁이들도 방심하다 발더의 손에 죽었고, 자신만만하게 마왕을 토벌하겠노라 떠들던 용사파티도 결국 끔찍한 최후를 맞이했으며, 앨리스조차 아무 생각 없이 달려들었다가 눈앞에서 발더를 놓치기도 했다.
늘 살아남는 건 방심하지 않는 사람뿐이었다.
발더가 마왕에게 고개를 조아린 것도 살아남기 위해 만용을 부리지 않은 결과였다.
발더는 몇번이고 자신을 위기에서 구해준 경험을 깊게 신뢰했다.
그리고 마침내 마리아는 완전히 몸을 일으킨 채 천천히 애쉬를 돌아보고 있었다.
발더는 마지막까지 애쉬를 도발하기로 했다.
“라일라를 태웠다고 했지?”
“… 너 그 입 다물어.”
“여동생을 불태울 때 나는 냄새는 어떻든? 꼬맹이답게 오줌 지리는 냄새가 나던가?”
“닥치라고!”
“네 어미는 죽을 때 그랬거든. 지독한 지린내가…”
“야 이 개새끼야!”
애쉬가 달려든다.
그리고 그의 등 뒤에, 마리아가 천천히 팔을 들어 올렸다.
이겼다.
발더는 그렇게 확신했다.
그러나 그 순간, 서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마리아의 팔이 바닥에 힘없이 떨어졌다.
“…뭐?”
발더는 경악했다.
애쉬 역시 등 뒤에서 들리는 기이한 소리에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는 걸 보았다.
애쉬가 한 짓이 아니다.
그때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글거리는 불덩이 같으면서도 타버린 잿가루 같은 탁한 목소리였다.
“애쉬.”
“… 앨리스 누나!”
천천히 뒤를 돌아보는 마리아.
그곳엔 성검을 휘둘러 새카만 피를 털어내는 앨리스가 서 있었다.
“복수는 너에게 맡길게, 애초에 너의 복수였으니까.”
“… 응,”
발더는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손끝에 마기를 모아 뿜어냈다.
그의 손끝에서 수만가지 실들이 뻗어 나와 주변의 나무들을 붙잡았다.
발더는 그대로 실에 몸을 맡겨 빠르게 현장에서 벗어나려 했다.
“어서 쫒아 가.”
“하, 하지만, 누나는…”
한눈에 보더라도 앨리스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그 빌어먹을 심장이 드디어 어딘가 망가지기라도 했는지, 그의 몸은 회복되지 않은 상처투성이에 온몸에선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니, 자세히 보니 상처를 치료하지 못하는 게 아니었다.
상처가 낫기가 무섭게, 몸에 새로운 구멍이 나고 있었다.
마치 치즈가 녹아내리는 것과 동시에 굳어가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앨리스는 애쉬를 향해 손을 뻗었다.
순식간에 애쉬의 몸 가득히 뜨거운 기운이 감돌았다.
“이 정도면… 내가 없어도 몇시간은 버틸 수 있을 거야.”
“… 누나?”
“빨리 가.”
애쉬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지금이 그 순간이라는 것을,
이것이 앨리스 골드필드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마지막 순간임을 말이다.
앨리스는 힘없이 검을 든 팔을 떨어트리고는, 천천히 녹아내리는 뺨을 손등으로 가린 채 망설이는 애쉬를 향해 소리쳤다.
“빨리 가! 그 개새끼를 놓치면 안 된다고, 알잖아!”
“… 알았어.”
“나는, 친구를 보내줘야겠어.”
앨리스는 천천히 다시 한번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애쉬는 그런 앨리스를 뒤로한 채 발더를 쫒아 달리기 시작했다.
애쉬가 어둠 속에 묻혀 시야에서 사라지자, 앨리스는 작게 중얼거렸다.
“…결국 말하지 못했네.”
앨리스는 천천히 마리아를 노려보았다.
마리아는 사라진 팔을 잠시 멍하니 내려다보더니 천천히 앨리스를 향해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하…”
앨리스는 작게 헛웃음을 지었다.
그녀의 숨결은 닿는 모든 것을 녹여버릴 것만 같은 뜨거운 열기가 배어있었다.
실제로, 그녀의 숨결은 그녀의 내장마저 녹이고, 온 장기는 뜨거운 고열에 끓어오르고 있었다.
지금까지 심장에 이상이 생길 때마다 몇번이고 오늘이 끝인가, 이번에야말로 끝인가 싶었는데, 진짜로 다가온 끝은 그동안의 경고와는 차원이 달랐다.
“그래도 이런 마지막은 나쁘지 않아.”
앨리스는 녹아내리는 입꼬리를 억지로 치켜올리며 웃었다.
그리고는, 무척이나 부드러운,
마치 골드필드 시절 그녀의 모습이 연상되는 맑고 고운 목소리로 천천히 중얼거렸다.
“이번엔 너 혼자 외롭게 죽지는 않을거야. 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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