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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2

       바르탄 부족을 정리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부족민들 위에 절대자로 군림하는 바르탄이 손쉽게 제압당한 것이 컸다.

         

       항복하면 살려준다는 말에 그들은 무기를 내려놓았고, 백우진을 비롯한 조원들은 그들 모두를 한 곳에 묶어두었다.

         

       “어쩐다….”

         

       자갈타이에 이어 바르탄까지 접수하는 데에 성공한 백우진은 앞에 놓인 두 갈래 길을 놓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아가느냐, 멈춰 서느냐.

         

       바르탄의 내기에 섞인 미약한 마기를 통해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해졌다.

         

       이민족들과 마교 사이에 접점이 있다는 것.

         

       그로 인해, 현무단이 이민족 중 누군가에게 붙잡혀 있을 확률이 매우 높아졌다.

         

       ‘마음 같아선 계속 나아가고 싶은데….’

         

       마음이야 굴뚝 같지만, 현실적인 부분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마교와 이민족들의 접점으로 가장 유력한 후보는 하무르 칸이라는 인물이다.

         

       최근 대부족을 차례로 점령하여 몸집을 거대하게 부풀리고 있는 초원의 군주.

         

       바르탄의 경지는 초절정의 벽에 닿아 있는 신예화나 당선영과 비슷한 경지였다.

         

       다만, 내공에 섞인 미약한 마기로 인해 그보다 더 큰 힘을 발휘했을 거다.

         

       실질적인 경지는 초절정 초입쯤 되었을까.

         

       ‘그런 자를 발아래에 둘 정도라면…, 하무르 칸은 그보다 뛰어난 실력자라고 봐야겠지.’

         

       그 자체로 뛰어난 실력자에 밑에는 수백의 전사를 보유하고 있는 군주.

         

       이를 전면으로 상대하면 그때는 전투가 아니라 전쟁으로 봐야 했다.

         

       백우진에게 있는 것이라곤 소수 정예 뿐.

         

       그들만으로 대부족을 상대하는 건 그야말로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어쩔 수 없나….”

         

       백우진은 인정했다.

         

       자신이 백무혁에게 가족으로서의 정을 느끼고 있고, 그를 구하기 위해 안달이 나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뻔히 보이는 사지(死地)에 뛰어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구해야 하는 마음이 강할수록, 그만큼 준비를 철저하게 해야 하는 법이니.

         

       또한.

         

       ‘동료들을 죽게 만들 수는 없지.’

         

       그에게 가족만큼이나 소중한 동료들의 생사 또한 걸려 있는 일이다.

         

       무엇 하나 허투루 할 수는 없었다.

         

       찢어진 움막 안에서 장고에 시름하던 백우진은 이내 결정을 내렸다.

         

       일단 한 걸음 물러서기로.

         

       다시 중원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 * *

         

         

       고향이나 다름없는 십만대산으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진 또 다른 중원의 끝자락과 그 뒤에 펼쳐진 광활한 초원.

         

       오직 마교천하의 도래를 위해 머나먼 땅에서 끊임없이 작전에 매진하고 있는 마교도들에게 날벼락이 떨어졌다.

         

       “천세, 천세, 천천세!”

         

       그는 원래 자신의 자리였던 상석에 앉아 있는 이를 향해 몸을 넙죽 엎드렸다.

         

       “마교의 지존, 천마를 뵙습니다!”

         

       먼 발치에서도 보기 힘든 마교의 지존, 천마가 이 머나먼 땅에 난데없이 등장했다.

         

       천마는 마교의 주인이자, 신.

         

       마교에 속한 교인이라면 그 누구든 모시고 싶은 주인임에 틀림없으나, 지금은 좀 달랐다.

         

       ‘한창 작전 중에 내려온 상급자라니!’

         

       현장 지휘 중에 내려온 상급자.

         

       그것만큼 재앙인 상황이 또 어디 있던가.

         

       심지어 천마는 이곳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작전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부터 앞으로의 계획 등을 면밀히 보고받고,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젠장, 작전에 빈틈은 없을 텐데….’

         

       자신뿐만 아니라 마교에서 머리 좀 쓴다고 하는 이들이 모여 고안한 작전이다.

         

       커다란 변수만 없다면 그야말로 10할의 확률로 백우진은 이 땅에서 죽는다.

         

       그런데 생겼다.

         

       작전의 향방을 가를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변수, 천마라는 변수가 말이다.

         

       사락, 사락

         

       천마는 지금도 상석에 앉아 자신이 공손하게 올린 보고서를 보고 있다.

         

       종이가 한 장씩 넘어갈 때마다 제 수명이 깎이는 듯한 기분에 이 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하고 그는 바랐다.

         

       그리고 그때, 모든 보고서를 머리에 담은 천마가 입을 열었다.

         

       “작전은 이대로 진행해도 되겠어.”

         

       땅에 고개를 처박고 있는 사내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저 말은 곧 자신들의 작전을 치하하는 말이나 다름없었기에.

         

       허나.

         

       그 뒤에 이어지는 단 하나의 글자가 그의 심장을 철렁이게 만들었다.

         

       “단.”

         

       천마의 말이 이어졌다.

         

       “목적을 조금 바꾸도록 하라.”

         

       사내는 사정없이 요동치는 심장을 애써 누르며 천마를 향해 물음을 던졌다.

         

       “모, 목적을 바꾸라심은…?”

         

       느껴진다.

         

       천마가 자신의 뒤통수를 내려다보고 있음이.

         

       그는 본능적으로 더욱 머리를 깊게 조아렸다.

         

       그때 천마의 음성이 귓가에 스며들었다.

         

       “그자를 죽이지 말고 생포하라.”

         

       그리하여.

         

       “내 앞에 대령하라.”

         

       천지를 뒤흔드는 듯한 음성에 사내는 감히 의문을 품을 생각조차 않았다.

         

       눈앞에 있는 이는 천마, 자신의 주인이요, 신이니.

         

       “명을 따르겠나이다!”

         

       그저 명하는 대로 따를 뿐.

         

         

       * * *

         

         

       갈 때와 달리, 돌아올 때의 백우진은 무수히 많은 것들을 지닌 채로 돌아왔다.

         

       커다란 수레 두 대, 당장에라도 눈물을 흘릴 것만 같은 여인들, 반쯤 삶을 포기한 사내들.

         

       커다란 수레 한 대에는 바르탄 부족이 약탈한 물자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고, 여인들은 물자와 함께 납치되었다가 신룡조에 의해 가까스로 구해진 이들이었으며, 삶을 포기한 사내들은 약자들을 상대로 무수한 약탈을 일삼은 바르탄 부족의 전사들이었다.

         

       백우진은 그 전부를 조양에 위치한 관아에 넘겼다.

         

       “정말 큰 일을 했네!”

         

       버선발로 나온 현령이 그를 치하했다.

         

       수레에 꽉 들어찬 재물들을 보고 그의 눈에 일시적으로 탐욕이 어렸기에, 백우진은 그를 향해 낮은 목소리로 경고를 남겼다.

         

       “꼭 제 주인을 찾아주십쇼. 부탁드립니다.”

       “무, 물론일세. 내 책임지고 주인들을 전부 찾아서 돌려주도록 하겠네. 만약 죽은 이들이라면 모르겠네만, 험험.”

         

       격렬히 저항하다 죽거나, 살인을 즐기는 부족 전사들에 의해 죽임을 당했거나.

         

       약탈을 당한 이들 중 살아있는 이의 수는 그리 많지 않을 터.

         

       현령의 그 노골적인 발언에 백우진은 말을 덧붙였다.

         

       “남은 건, 당연히 초원으로 끌려가 큰 변을 당할뻔한 여인들에게 주어야지요.”

       “아, 아니….”

         

       아니, 로 시작되는 현령의 궂은 말들은 백우진의 살벌한 눈빛에 의해 차단됐다.

         

       “…내 그리 함세.”

       “현령님만 믿겠습니다.”

       “흠흠, 그럼 이만 가보게! 에잉, 쯧….”

         

       혀를 끌끌 차며 축객령을 내리는 현령을 향해 정중히 인사를 건넨 후 빠져나온 백우진.

         

       “욕심도 많지.”

         

       바르탄 부족의 전사 정도면 그들의 공으로 삼기에 충분할 텐데, 재물까지 노리려 하다니.

         

       간밤에 손이라도 확 봐줄까 싶었으나 참았다.

         

       ‘경고했으니 무시는 못 하겠지.’

         

       현령은 탐욕적이나 눈치가 빠르고, 겁이 많은 인물로 보였다.

         

       정파의 떠오르는 후기지수인 백우진의 간곡한 부탁을 무시하며 제멋대로 일을 처리할 만큼 배짱 있는 인물은 아니었다.

         

       관아를 나선 백우진은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조원들과 함께 모용세가로 향했다.

         

       그들의 곁에는 여전히 커다란 수레 한 대가 남아 있었다.

         

       “무사해서 다행일세.”

         

       모용세가에 다다르자, 소식을 미리 전해 듣고 나온 모용진천이 그들을 반겼다.

         

       “실종된 현무단에 대한 단서는 찾았나?”

         

       이어진 그의 물음에 백우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장삼과 구왕수가 땀을 뻘뻘 흘리며 끌고 온 수레를 가리켰다.

         

       “저기에 단서가 있습니다.”

         

       백우진이 손짓하자, 장삼이 수레 위에 덮여 있던 거대한 천을 걷어냈다.

         

       수레의 위에는 바르탄이 온몸이 꽁꽁 묶인 채 잠들어 있었다.

         

       “바르탄이라는 놈입니다.”

       “바르탄이라면…, 근래 활발하게 약탈을 일삼는 부족장이로군.”

         

       모용진천이 알 정도라면 놈이 얼마나 약탈에 열을 올렸다는 건지.

         

       “이놈, 마기를 썼습니다.”

         

       그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

         

       “놈이 마기를 썼다면….”

       “예. 아마 이민족 일부가 마교와 결탁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놈도 그중 하나고요.”

       “허어, 이럴 수가….”

         

       모용진천은 이를 쉬이 믿을 수가 없었다.

         

       이 머나먼 땅에 언제 당도하여 이민족들과 결탁을 했는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기에.

         

       “그럼 현무단도 어느 부족에 잡혀 있을 수도 있겠군, 그래.”

       “제 생각도 같습니다.”

         

       모용진천의 시선이 수레에 죽은 듯이 잠들어 있는 바르탄에게로 향했다.

         

       “심문이 필요하겠어.”

       “그래서 이곳으로 데려왔습니다.”

         

       백우진이 굳이 녀석을 관아에 넘기지 않고 데려온 이유가 그것이었다.

         

       조금 더 자유롭게 심문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고, 모용세가가 이에 딱 맞았다.

         

       “수혈을 깊이 짚어 내일은 되어야 깰 겁니다.”

         

       모용진천은 그의 말 뜻을 단숨에 이해했다.

         

       “알겠네. 모용세가의 모옥에 가둬두고, 심문은 내일 진행토록 하지.”

       “부탁드립니다.”

         

       백우진이 가볍게 고개를 숙이자, 모용진천이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짧지 않은 여정 때문에 피로가 많이 쌓였을 듯한데, 이곳에서 쉬는 것은 어떤가.”

         

       잠시 고민하던 백우진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만, 객잔에 아직 선금이 남아 있어서요.”

       “허허, 알뜰하다고 해야 할지…, 그곳에 꿀이라도 발라두었나?”

         

       가볍게 미소 지은 백우진이 답했다.

         

       “꿀은 아니지만, 그와 비슷한 건 있습니다.”

         

       홍연.

         

       어린 나이에도 아버지를 도와 객잔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을 아이.

         

       ‘인사도 못 하고 가서 좀 아쉬웠는데.’

         

       며칠 만에 불쑥 나타난 자신을 보고 녀석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했다.

         

       “그런 표정을 지으니, 내 더 이상 권할 수도 없겠구만.”

         

       아쉽다는 투로 말하는 모용진천.

         

       백우진이 그의 제안을 거절한 것은 비단 홍연이 보고 싶어서만은 아니었다.

         

       ‘묘하게 불편하단 말이지.’

         

       불편했다.

         

       이곳에 있을 때마다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듯한 느낌이 자꾸만 들었다.

         

       이런 곳에서 깊게 잠들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러게. 내일 아침에 들르도록 하게.”

       “예.”

         

       그를 향해 가볍게 포권을 취한 뒤, 조원들과 함께 돌아섰다.

         

       객잔으로 향하는 도중.

         

       상점가 한 곳에서 매캐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아무래도 어딘가에서 불이 난 모양.

         

       불길이 솟아오르는 위치를 확인한 백우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기는….’

         

       신법을 운용하여 타오르는 건물 앞에 당도한 백우진의 안색이 굳어졌다.

         

       활활 타오르고 있는 곳은 요녕에 당도한 첫날, 정보를 얻기 위해 찾아갔던 하오문 지부가 있던 자리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번 에피소드는 여러 가지로 보일 게 많네요.

    묘한 변화를 거듭하는 신예화, 그리고 얼마 안 있어 그려질 첫 만남까지…

    최대한 임팩트 있게 묘사해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더욱 연구해서 보다 멋진 장면을 묘사할 수 있도록 노력 하겠읍니다.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고, 저는 내일 또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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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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