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182

       화령이 천마를 데리고 자리를 떴음에도 불구하고 훈련장의 분위기는 이전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후일 레이드 보스로 나오지 않을까라는 이야기를 듣던 천마가 화령에게 격의 없이 대하는 모습은 사람들의 혼을 빼놓기에 충분했다.

       

       당장 이들을 이끌어야 할 학영충조차도 둘이 대화를 나누며 떠나간 자리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는데 다른 이들은 어떻겠는가.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서 생겨나버린 침묵을 깨트린 사람은 시유검이었다.

       

       “나설님이 해주신 이야기가 사실이었군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설아는 화령이 두드리고 간 자신의 어깨에서 시선을 떼고 고갤 들었다.

       

       “…안 믿고 있으셨나요?”

       “어. 반 정도는 믿고 있었습니다.”

       

       며칠 전 나설은 천마가 자신들의 영지에 찾아왔었다는 이야길 해주었다.

       

       천마가 화령님이 사용하는 천마신공에 흥미를 지녀 화령님을 찾아왔고.

       

       두 사람은 무를 나눈 끝에 친분을 얻은 것처럼 보였으며.

       

       천마가 바루를 마음에 들어 했으며 바루를 보기 위해 다시 영지에 방문할 수도 있다고.

       

       돌이켜보면 틀린 것 하나 없는 팩트 뿐이었지만 문파원들이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땐 저게 모두 사실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너무도 허황된 이야기였으니까.

       

       신교에서 나오는 일이 거의 없는 천마가 어찌 화산에 모습을 드러낸다는 말인가.

       

       당시 나설의 이야기를 듣던 문파원들은 너무 수련을 열심히 하시다 보니 헛것을 보셨구나. 같은 생각을 했었다.

       

       “아무도 안 믿고 있었던 거에요?”

       

       설아가 문파원들을 둘러보면서 그리 묻자 다들 하나 같이 시선을 피했다.

       

       설아는 대체 자기 이미지가 어떻기에 이 꼴이 난 것인가 하는 진지한 고민에 빠졌다.

       

       “아니 그게 천마가 나올 리가 없다고 생각했죠.”

       “그. 죄송합니다. 근데 입장이 반대였어도 믿기 어려우셨을 걸요.”

       “지금이라도 사실이란 게 밝혀졌으니.”

       

       문파원들이 하는 변명을 듣던 설아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 사람들을 어떻게 하야 하지?

       

       괘씸한 사람들에게 설아가 한 마디를 하려던 중에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그는 화령이 보낸 것이었다.

       

       물어볼 것이 있으니 바루가 자는 곳으로 오라고.

       

       다른 이들에게 분풀이를 해야 겠다 생각하고 있던 설아였지만 그녀의 우선순위에서 화령은 가장 위에 있는 사람이었다.

       

       “두고 봐요.”

       

       설아는 그 말을 남겨두곤 화령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 곳에서 설아가 보게 된 것은 사람으로 변한 후 벌레를 보는 것 마냥 천마를 바라보는 바루와 아쉬운 듯한 표정으로 입맛을 다시는 천마.

       

       그리고 그 둘의 사이에서 달관한 듯 곰방대를 물고 있는 화령이었다.

       

       “수련을 방해해서 미안하구나.”

       “아뇨. 괜찮습니다! 수련 그까짓 게 뭐가 중요한가요!”

       “아무래도 네가 이 세상을 이리저리 많이 둘러보지 않았느냐.”

       “네! 물론입니다! 화룡무인 세상에서 제가 모르는 건 거의 없죠!”

       “그래서 물어보려는 것이다만 정파의 영향력이 구획에서 유부를 잘하는 음식점을 소개해 줄 수 있느냐?”

       

       *

       

       “여기는 유부우동을 하는 곳인데요. 맛은 괜찮지만 유부보단 면 쪽에 집중을 한 곳이라 유부 자체는 평범해요. 그에 반해 여긴 유부 요리 전문점이라 불리는 곳인데…”

       

       – 물어보자마자 리스트가 쏟아질 줄은 몰랐는데.

       – 역시 현실 대신 화룡무인을 선택한 사람.

       – 화룡무인 플탐 1위는 꽁으로 먹은 게 아니구나.

       – 나설 플탐이 몇 시간이길래?

       – XXXXX시간임.

       – ㅁㅊ. 그 정도면 밥먹고 자는 시간 빼고 다 화룡무인에 박은 수준이잖아.

       

       설아는 괜찮은 유부요리를 하는 곳을 알아보고 싶다 말을 꺼내자마자 여러 가지 장소를 제시해 주었다.

       

       그 설명은 다소 과할 정도로 상세하긴 했지만 덕분에 나는 별 고민을 하지 않고 장소를 결정할 수 있었다.

       

       “고맙구나.”

       “아뇨! 이게 별거라고요! 나중에 여쭤보실 게 있다면 메시지로 보내주세요!”

       

       그리 말을 하고서 설아가 떠나가자 옆에 있던 백화령이 신기하다는 듯 목소리를 냈다.

       

       “저 아이도 외부인이더냐?”

       “그렇지.”

       “그런데 어지간한 무림의 사람보다 무림을 더 잘 아는 것 같구나.”

       

       같은 게 아니라 개방이나 하오문 같은 문파가 아닌 한은 설아보다 더 많은 정보를 지닌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전에 확인을 해본 결과 정말 오만가지 것들을 알고 있더구나.

       

       “그런데 말이다. 굳이 식사를 하러 가야 하느냐?”

       

       설아가 알려준 곳으로 가기 위해 기능창을 조작하고 있으려니 백화령이 이런 말을 꺼냈다.

       

       “굳이라니?”

       “본좌도 먹는 것을 싫어하진 않는다만 음식이란게 결국 거기서 거기이지 않으냐.”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것인지.

       

       “네가 제대로 된 곳에서 먹어보질 못해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다.”

       

       백화령은 나와는 달리 무림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다. 그러니 현대의 음식이 얼마나 맛있는 지에 대해 알지 못한다.

       

       일반적인 무림의 사람이었다면 유저들이 몰려와 세상에 지식을 전파하는 동안 그 영향을 느꼈을 터이나 안타깝게도 백화령은 그 영향 안에 들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가 무림을 돌아다닐 적엔 유저들이 없었고 유저들이 본격적으로 이 세상에 발을 디뎠을 적엔 이미 신교에 틀어박힌 상태였으니까.

       

       그러니 저런 말을 하는 것이다. 무림의 음식은 다 거기서 거기이지 않냐고.

       

       불쌍한 녀석 같으니.

       

       “어찌 그런 눈으로 보는 것이냐.”

       “내 다신 그런 말을 못 하게 만들어 주마. 그러니 따라 오거라.”

       

       내가 손을 내밀었음에도 불구하고 백화령은 떨떠름한 기색을 보였다.

       

       하여간에 새로운 것을 보여주겠다 그래도 믿질 못하니 원.

       

       “만일 내가 데려간 곳에서 음식을 먹은 후에도 똑같이 생각을 한다면 내 바루를 쓰다듬는 것을 도우마.”

       “…민가야?!”

       “진심으로 하는 소리더냐?”

       “그렇다.”

       “본인의 의사는 어디로 간 것이냐?!”

       

       내 제안이 마음에 든 듯 백화령이 내 손을 붙잡았다.

       

       “그럼 가자꾸나. 맛있는 것을 먹으러.”

       

       기능을 사용해 이동한 곳은 무림의 대도시 중 하나인 항주였다.

       

       이 곳은 한 때 정파의 영향력 아래에 있던 대도시였으나 본인이 정파를 휩쓸어서 그들의 영향력이 약해진 후부터는 그 누구의 지배도 받지 않는 장소가 되어 버렸다.

       

       세력보다는 자본의 지배를 받는 이 도시는 정파의 공적이 된 내가 돌아다니기에 적당한 도시였지만 백화령은 예외였다.

       

       백화령은 이 세상의 천마니까.

       

       그녀가 정파에서 벌였던 학살극은 무림에 커다란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그러니만큼 무림에서 그녀에 관해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시피했다.

       

       당장 본인이 막 신교에서 빠져 나왔을 무렵에도 본인이 도시에 모습을 드러내면 그 곳에 있는 모든 무인들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단 걸 생각해보면.

       

       백화령이 본모습 그대로 항주에 떨어졌다간 큰 혼란이 일 게 분명했다.

       

       “그래서 역용술을 사용하란 것이냐?”

       

       그러니 얼굴을 바꿀 필요가 있었다.

       

       내기야 감출 수 있는 거라지만 얼굴은 그렇지 않으니 말이다.

       

       “그래. 사용법은 알고 있을 터인데?”

       “알고는 있다만 굳이 그래야 하느냐? 어차피 그대가 본인이나 얼굴을 똑같지 않나.”

       

       – 그건 그렇지?

       – 모르고 보면 자매로 보일 수준이긴 함.

       – 화령은 천마컨셉으로 커스텀한 거니까.

       

       백화령의 물음에 답할 말이 궁했다.

       

       어쨌든 그녀와 나는 겉모습에 한해선 완벽히 동일한 인물이니까.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그렇게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었던 것이다.

       

       어찌 설득을 해야 하나 말을 고르고 있으려니 내 머리 위에 있는 바루가 목소리를 냈다.

       

       “분위기가 다르다. 천마여.”

       “분위기?”

       “그래. 스스로는 모르고 있겠지만 말이다. 너는 툭하고 건들면 베일 것 같은 사나움을 지녔다. 네 패악스런 내기가 아니더라도 네 놈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허. 그럼 민가는 어떻더냐?”

       “이 놈도 가끔 날카로워 진다마는 평소엔 여유롭고 느긋하지. 그대와는 달리.”

       

       가만 바루의 이야기를 듣던 백화령은 무언가 납득한 듯 혼자 고갤 끄덕이더니 자신의 얼굴에 손을 가져다댔다.

       

       우드득. 우드득.

       

       – 으. 씹.

       – 역용술이 저런 거야?!

        – 아 밥먹고 있었는데 토 할 것 같음.

       

       백화령이 얼굴을 만지는 걸 보고는 시청자들이 발작을 하기 시작했다.

       

       저게 그리 못 봐줄 정도인가?

       

       나는 그리 생각을 했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이 한결 같았기에 백화령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얼마 있지 않아 소리고 멈추고 고갤 돌리니 그 곳에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있는 여성 하나가 있었다.

       

       전체적으로 얇은 선을 지닌 그 여성은 건드리면 꺾여버릴 것처럼 가녀렸지만 백화령이 지니고 있던 날선 분위기는 그대로 지니고 있었다.

       

       “오랜만에 하는 것이라 확신이 안 선다만 잘 되었느냐?”

       “그래.”

       “아예 다른 사람 같구나.”

       

       – 진짜 딴 사람인데?

       – 잡아먹을 듯한 분위기의 천마님은 어디 간 거임?

       – 역용술 쩌네.

       – 보통 아파서라도 저렇게까지 바꾸진 못하는데…

       

       *

       

       백화령은 바깥의 거리를 걸으면서 얼굴을 주물렀다.

       

       뼈를 억지로 움직인 탓에 얼굴이 알싸했다.

       

       과거 무림을 돌아다닐 적에 얼굴을 내놓고 돌아다니면 워낙 많은 일이 일어나는지라 배웠던 역용술을 또 다시 쓸 날이 올 줄이야.

       

       그래도 역용술을 쓴 것을 후회하진 않았다.

       

       오랜만에 보게 된 거리의 풍경은 그 고통을 잊게 해 줄 정도로 놀라웠으니까.

       

       백화령도 이전에 항주라는 도시에 와 본 일이 있었다.

       

       이 곳에 정파의 손길이 닿아 있었으니 이곳 또한 그녀의 목적이 되는 도시 중 하나였던 것이다.

       

       그 때의 항주는 분명 거대한 도시였지만 그렇다고 백화령을 놀래킬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거리를 돌아다니는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

       

       틈을 주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마차의 행렬.

       

       여기저기서 풍겨오는 먹음직스러운 음식의 냄새.

       

       하늘에 닿을 듯이 높은 주변의 건물들.

       

       여기가 항주라고?

       

       내가 신교에 머무르던 그 십 년의 세월 동안 도시가 이만큼이나 발전했다는 소리인가.

       

       백화령은 어디 촌에서 올라온 사람마냥 계속해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여기다.”

       

       그러다 또 다른 자신이 발을 멈춤에 따라 백화령도 발을 멈췄다.

       

       그 곳은 높다란 사 층짜리 건물의 맨 아래에 있는 가게였다.

       

       목재로 된 간판에다가 ‘유부전문점’이라는 한자를 써 놓은 가게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안에 자리 있나?”

       “예.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간 백화령은 자신의 코를 간질이는 냄새의 향연에 순간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식탁에 앉아 있는 사람 중 하나가 음식을 먹는 게 눈에 띄었다.

       

       그 사람의 젓가락에 들린 것은 부들거리는 노란 색의 음식이었다.

       

       무엇을 바른 것인지 겉에 윤기가 흐르는 그것은 무척이나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민가야.”

       “왜 그러느냐.”

       “저것이 무엇이더냐?”

       “유부다. 네가 들고 왔던.”

       

       유부라고? 저게?

       

       신교의 조리장이 만들어주었던 것과 아예 다른 물건이지 않은가!

       

       경악을 하는 백화령의 얼굴이 신기했던 것일까.

       

       그녀의 앞에서 음식을 먹던 이가 웃음을 흘리며 백화령에게 말을 걸었다.

       

       “제대로 된 유부를 보는 게 처음이신가요?”

       “어. 어. 그렇다.”

       “그럼 이걸 한 입 드셔 보시죠. 놀라실 겁니다.”

       “그래도 되겠는가?”

       “물론이죠.”

       

       백화령은 남자의 호의를 받아 들여 그가 내미는 유부를 받아 입 안에 던져 넣었다.

       

       유부가 혀에 닿은 순간 백화령은 무언가가 이상함을 느꼈다.

       

       맛이 너무도 다채로웠다.

       

       단맛. 짠맛. 약간의 시큼함.

       

       신교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맛의 향연에 당황하던 백화령은 조심스럽게 유부를 이빨로 씹었다.

       

       그 순간 유부가 안에 품고 있던 양념들이 터져 나와 백화령의 입 안을 가득 채웠고.

       

       경이로운 맛의 파도에 어찌할 줄을 몰라 하던 그녀는 한참 동안 조심스레 유부를 씹다 삼키고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맛있구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아. 이것은 맛있다라는 것이다.

    다음화 보기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