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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3

       쿠구구-!

         

       지독한 마기가 들끓었다.

         

       말없이 시체를 바라보던 김민수는 품에서 작은 케이스를 꺼냈다.

         

       안을 열자 보이는 것은 빈 주사기 몇 개.

         

       특수 처리된 물품인지, 끝처리가 상당히 독특했다.

         

       “……”

         

       김민수는 주삿바늘을 집어넣고 마개를 당겨 딱 봐도 불길해 보이는 검은색 체액을 담았다.

         

       <융합형 마인>의 혈청.

         

       약 4통 정도 담았을까.

         

       모두 집어넣은 김민수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때까지도 경비를 서던 둘은 멍하니 김민수를 바라보았다.

         

       “오늘 저와 만났던 일은 모두 잊으세요.”

       “…네.”

       “…알겠습니다.”

         

         

       * * *

         

         

       김민수는 밖으로 나왔다.

         

       어느 정도 걸었을까.

         

       특유의 인기척에 조심히 멈추어 섰다.

         

       기다렸다는 듯, 달빛으로 생겨난 그림자에 가려진 나무 뒤편.

         

       어둠에 몸을 숨긴, 여자가 걸어 나왔다.

         

       “어머, 벌써 끝났어? 아직 우리 애들 순찰 돌아오려면 좀 멀었는데…”

        “…그냥 안에 들여보내 주는 게 가장 좋지 않았습니까?”

       

       김민수의 말에 여성은 너스레를 떨었다.

         

       여자는 제대로 보이지 않지만, 입고 있는 흰색의 수녀복과 가슴팍에 달린 문양에서 <교단> 출신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것도 그냥 일개 신도가 아닌…

       최소 <주교>급의 인물이었다.

         

       “그럼 너무 티 나잖아~나처럼 가녀린 여자에게 그런 부담을 주려고?”

         

       역겨운 말에 김민수는 속으로 혀를 찼다.

         

       ‘돼지 새끼가…’

         

       배신자 주제에 자기 보신만 강한 녀석이라 참으로 역겨웠다.

         

       당연하지만, 김민수는 그저 자기 능력 하나만 믿고 이 위험한 곳에 홀랑 나타난 건 아니었다.

         

       다 믿는 구석이 있었다.

         

       그것이 지금, 이 눈물점의 여자였다.

         

       <교단>의 배신자이자 <타르타로스>의 일반 클랜원.

         

       징다람의 손에 어째서 [칸의 미로] 같은 성유물이 있었는지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을 거다.

         

       김민수는 못마땅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어차피 뭐가 있는 듯 온갖 무게를 잡아봤자 지 주제도 모르는 소인배의 여자였다.

         

       ‘결국은 문하연님에게 이용당하다 버려지겠지.’

         

       신경 쓸 가치가 없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어머나? 벌써 가게? 나랑 좀 더 놀다 가도 되는데.”

         

       은근슬쩍 자신을 만지려는 여자의 손을 툭 치는 김민수.

         

       “문하연님이 기다리고 있으십니다.”

       “흐음 그렇구나…”

       “그럼, 이만…”

         

       김민수는, ‘높으신 분에게 안부 전해줘~’라는 여자의 대답을 대충 들으며 조용히 숲을 빠져나왔다.

         

       * * *

         

       김민수는 걸었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게 조심하고 조심하며 나아갔다.

         

       그가 도착한 곳은 <고니스 헌터 아카데미>에서 떨어진 도심가.

         

       그곳에 있는 버려진 폐공장이었다.

         

       마치 제 안방처럼 들어온 김민수는 드럼통 위에서 다리를 꼬고 기다리고 있는 여성을 향해 무릎을 굽혔다.

         

       김민수는 생각했다.

         

       ‘아아…’

         

       언제나 봐도 참으로…

       아름다운 분이라고.

         

       “…민수야? 눈빛이 좀 야시시한데?”

       “너무나도 아름다우십니다.”

       “…너 진짜 기분 나쁘다.”

       “매도 감사합니다.”

         

       반응에 그의 상관이자, <타르타로스>의 수뇌부이자 간부.

         

       문하연은 학을 떼었다.

         

       개의치 않고 넘겼다.

       언제나 이렇게 행동하는 아이니까.

         

       “그래서? 그건?”

       “물론 성공하였습니다.”

         

       김민수는 망설임 없이 품을 뒤져 케이스를 꺼내었다.

         

       상자를 연 문하연은 주사기 안에 든 액체를 바라보았다.

         

       그리곤 망설임 없이 입안으로 액체를 꿀떡거리며 받아마셨다.

         

       “웩 더럽게 맛없네…”

         

       혀를 차는 것도 잠시.

         

       문하연은 몸 안으로 흘러들어오는 ‘성분’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원래라면 저렇게 태연하게 흡수할 리가 없었다.

         

       다른 무엇도 아닌 <마수>.

         

       그것도 <융합형>이라는 난생처음 보는 괴이한 존재의 체액이다.

         

       민간인은 물론이고, 날고 기는 헌터들도 그 자리에서 죽을 거다.

         

       허나, 문하연은 아무렇지도 않게 흡수하였다.

         

       뚝.

         

       곧, 문하연의 손끝에서 검은색 핏방울이 흘러나왔다.

         

       바닥에 떨어지는 액체를 물끄러미 보는 문하연.

         

       눈앞에 떠오르는 <정보창>에 진한 미소를 그렸다.

         

       [적응에 성공합니다. 이제부터 ‘추잡한 피’에 새로운 성분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입가에 진한 미소가 그려졌다.

         

       문하연은 확신했다.

         

       성공이라고.

         

       “고생했어. 우리 민수.”

       “…! 감사합니다.”

         

       *

         

       문하연의 칭찬에 김민수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올렸다.

         

       남아있는 주사기를 바라보던 문하연이 황홀하다는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반응을 보아하니…’

         

       성공하신 모양이군요.

         

       김민수는 당사자인 문하연보다 더욱 큰 환희를 느꼈다.

         

       이것으로 대의를 위한 한걸음이…

         

       문하연님이 원하는 미래에 더 가까워졌다는 확신을 하였다.

         

       문하연의 [고유능력].

         

       많은 이들이 그녀가 사용하는 얼음을 보며 사특하다고 말한다.

         

       도대체 정체를 알 수 없다고 많이들 말한다.

         

       ‘그럴만하지…’

         

       김민수 또한 굉장히 독특한 [고유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장본인이다.

         

       따라서 다양한 가능성을 생각하는 그였지만.

       그런 그조차 문하연 본인이 직접 설명해 주기 전에는, 저게 도대체 무슨 능력인지 알 수 없었다.

         

       뜨겁고, 차가운 얼음이라는…

         

       불과 얼음.

         

       두 속성을 강제로 사용하는 미지의 힘.

         

       고작 두 개의 원소를 부여하는 건가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문하연의 능력은 그런 것보다 더욱 대단한 거였다.

         

       ‘만물(萬物)의 융합.’

         

       문하연은 서로 절대로 섞일 수 없는 속성.

         

       반발하는 사상.

         

       거부반응이 일어 날 수밖에 없는 육체끼리의 조화 등.

         

       원래라면 절대로 하나가 될 수 없는 존재, 개념들을 강제로 결합하는 것이 가능하였다.

         

       그것이 그녀가 가진 [고유능력], 전설(Legendary) 등급 [삼라만상]이었다.

         

       문하연은 말하였다.

         

       자기 몸에 흐르는 <문가>라는 추잡하고 더러우며 개조된 피가 흐르기에 이 능력이 개화한 거라고.

         

       이 세상 그 누구도 가질 수 없는 오로지 자신만의 힘이라고.

         

       아직 제대로 된 힘을 갖추지 못한 어린 시절의 문하연이, <타르타로스>라는 거대한 곳에 입단할 수 있었던 이유도 다 이런 배경이 있었던 거다.

         

       또한 더욱 나아가…

         

       그런 그녀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한, <클랜 마스터> 당서란이 허락하였기에 <융합형 마인>이라는 전대미문의 재앙이 탄생할 수 있었다.

         

       이번 <아카데미 1차 습격>의 당사자 징다람은 그렇게 탄생한 실험체였던 거다.

         

       문하연에게 있어 징다람은 그저 자신이 능력이 얼마나 통하는지 알아보기 위한 버림패.

         

       실험에 관한 결과 확인을 위한 장치에 지나지 않았던 거다.

         

       김민수는 문하연을 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런 반응에 학을 떼는 문하연은 덤이었다.

         

       “이걸로 문하연님이 위로 올라갈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지금 우는 거니?”

       “그렇습니다. 이 얼마나 기쁜-”

       “-웩 기분 나빠. 뭐 여튼…맞는 말이긴 해.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말이야.”

         

       머리를 뒤로 넘긴 문하연은,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는 뉘앙스를 내비쳤다.

         

       “그래서 기록은 확실히 해뒀지?”

         

       당연하지만, 그저 날뛰라고 징다람을 버린 건 아니었다.

         

       유세하 또한 어렴풋이 느꼈던 의문 가득한 리스크.

         

       문하연 또한 이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번 습격으로 <고니스 헌터 아카데미>는 물론이고, 다른 힘 좀 쓴다는 집단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필시 서로 모여서 회의하고 대책을 세우며, 방법을 궁리하고, 보안을 늘릴 거다.

         

       간단히 말해 <아카데미>에서 사고 치기 더더욱 어려워졌다는 거다.

         

       하지만 문하연은 개의치 않았다.

         

       그걸 위한 대책은 김민수가 마련했을 거다.

         

       그리고 실제로 김민수는, 징다람이 아카데미에서 온갖 시선을 끄는 사이 대업을 위한 ‘장소’에 대한 기록을 마친 지 오래였다.

         

       “네 틀림없습니다. 틀림없이…마왕이 강림할 장소입니다.”

         

       대답에 문하연은 진하게 미소를 지었다.

         

       어째서, <타르타로스> 정도 되는 거대한 범죄 클랜이 <고니스 헌터 아카데미>를 노리는걸까?

         

       그저 선과 악이 서로 싸우듯 당연하니까?

         

       그럴 리가 있겠는가.

         

       애초에 저런 원리로 따지면 <교단>을 무너트리는 게 더 옳을 거다.

         

       <아카데미>라는 장소가 <고니스>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구태여 이곳을 노리는 건 다 이유가 있었다.

         

       놀랍게도 <고니스 헌터 아카데미>는 처음부터 교육 기관으로서 설립된 장소가 아니었다.

         

       그것은 상징이자 희망이었다.

         

       멀고 멀었던 과거, 지상계 최강의 생명체. 드래곤과 인족 영웅들이 서로 힘을 합쳐, 72 마왕을 쓰러트리고 그 위에 세워진 장소.

         

       <마법제>라는 희대의 대마도사이자 압도적인 천재가, 굳이 아카데미 하나 짓겠다고 지하부터 시작해 온갖 시스템을 건설하고 창설한 이유.

         

       그것은 바로…

         

       “<마왕의 신전>.”

         

       <고니스 헌터 아카데미> 맨 밑 지하에 <마왕>을 강림시키는 신전이 있기 때문이다.

         

       절대로 부술 수 없는 파괴 불가의 오브젝트.

         

       그것을 지키는 수문장의 역할이 바로 <고니스 헌터 아카데미>였다.

         

       비록…

         

       그 사실을 아는 이들은 이제는 거의 없지만…

         

       “…추가로, 문하연님이 개발하신 약물에 <파사의 검>에 대한 저항력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김민수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눈에 뵈는 게 없는 <패천검>이, 마구잡이로 마수를 베어 넘기며 달려 나가는 장면을.

         

       모두 평범한 마수가 아닌, 문하연이 개발한 [추잡한 피]를 주입된 존재들이었다.

         

       “<패천검>은 정신이 없어서 몰랐던 것 같지만요.”

       “그건 좋은 소식이네. 여담으로 몇 초나 버티던?”

       “…약 3초 정도입니다.”

         

       문하연은 혀를 찼다.

         

       알고는 있었지만, <파사의 검>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사기적인 능력이었다.

         

       괜히 <패천검> 한 명이 무서워서 다른 범죄 클랜이 협력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게 아니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은데…안 그래?”

       

       문하연은 고개를 돌렸다.

         

       그녀가 향하는 시선은 김민수가 아니었다.

         

       처음부터 이 대화를 묵묵히 듣고 있었던…

         

       아무런 존재감도 드러내지 않았던 한 남자였다.

         

       “……”

         

       문하연의 지적에, 남자는 그제야 팔짱을 풀고 그림자에서 걸어 나왔다.

         

       강직한 얼굴이 인상적인 노년의 남자였다.

         

       못해도, 일흔은 넘어 보이는 노인은 그 나이대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꽉 차고 다부진 몸을 하고 있었다.

         

       키도 거의 2미터에 육박할 정도 장신의 노인은, 특이하게도 무기 상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온갖 곳에 주렁주렁 무기들을 매고 있었다.

         

       허리춤, 등 뒤, 옆구리, 심지어 발의 주머니 등등.

       모든 무기는 ‘검’이라는 종류만 통일될 뿐.

       다양한 생김새와 쓰임새를 가지고 있었다.

         

       아무도 모르는 이가 본다면, 그저 한창때 여자 꽤 울렸을 법한 노인 같겠지만.

         

       그의 얼굴을 아는 이들은 전원 공포에 질릴 거다.

         

       “검귀(劍鬼). 소항우씨?”

       “……”

         

       검귀라고 불린 노인은, 그저 아무 말 없이 문하연을 바라보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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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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