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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3

       승리의 여신은 한나의 손을 들어줬다.

       

       

       압도적인 승리는 아니었다.

       

       

       전투의 흐름은 한나 쪽으로 기울었지만, 미하일의 무위는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뛰어났으니까.

       

       

       미하일이 조금만 더 침착했었더라면 아니, 초반에 말리지만 않았더라면 승리의 여신은 다른 사람의 손을 들어줬을지도 모르겠다.

       

       

       쌓이는 상처들을 가만히 놔둔 미하일의 패착이 컸다. 한나의 검은 교묘하게 숨통을 갉아먹는 독과 같았으니까.

       

       

       그것이 아니었다면 결투는 길어졌을 테고 미하일은 여러 번의 기회를 잡을 수도 있었을 거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미하일은 강했다. 한나를 이길 수 있을 정도로.

       

       

       특히나 마지막에 준비했던 기술은 정말 위험했고 승부의 결과를 바꿀 수도 있을 정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성공했다면 말이다.

       

       

       로웬이 어떤 훈련을 시켰는지 모르겠지만, 성장의 결과 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결실을 맺고 있었다.

       

       

       오러의 정순함도.

       검술의 기본기도.

       이전보다 훨씬 성장했었다.

       

       

       단지, 한나가 미하일보다 강했다는 것이 정론이고, 한나의 마지막 공격은 미하일보다 먼저 준비됐다는 게 사실이었지.

       

       

       그래서 나는 결투를 끝냈다.

       

       

       미하일의 몸은 검을 들 수 없을 정도로 지쳐있었고, 자잘한 상처들이 미하일의 자세를 엉망으로 만들었으니까. 미하일의 마지막 공격이 실패할 거란 걸 알고 있었다.

       

       

       로웬도 알고 있을 거다.

       

       

       그래서 나를 막지 않은 거겠지.

         

       

       미하일의 준비보다 한나의 기술 발현이 빨랐고 미하일이 기술을 사용했을 때쯤이면 이미 미하일은 바닥에 널브러져 있을 테니까.

       

       

       나는 고개를 들어 연무장에 서 있는 세 사람을 바라봤다.

       

       

       한나를 바라보며 바보처럼 서 있는 로웬과 승리의 기쁨보다 ‘끝이 났다’라는 사실에 지친 표정을 짓고 있는 한나.

       

       

       그리고.

       

       

       “제발…”

       

       

       내 옷깃을 잡고서 패배를 부정하는 미하일을 볼 수 있었다.

       

       

       “제발 끝이라고 말하지 마….”

       

       

       미하일은 부정하고 있었다. 오늘 결투에 중요한 무언가가 걸려있는 사람처럼 내 옷자락을 잡고 부정하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떨리는 호흡을 뱉으며 패배라는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미하일은 계속해서 고개를 젓고 있었다.

       

       

       “아직 더 싸울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원작에 나와 있지도 않은 번외적인 결투에 왜 이렇게 목을 매는 걸까.

       

       

       “제발… 끝났다고 말하지 마.”

       

       

       왜 이러는 걸까.

       

       

       나는 미하일을 이해할 수 없었다.

       

       

       손해 볼 것 없는 전투에서 미하일이 이런 반응을 보여주는 것을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로웬이라는 스승의 존재가 미하일에게 중요한 존재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극단적인 반응을 보여주는 미하일의 모습은 다소 무리가 있었다.

       

       

       정을 쌓지 못했고.

       소중한 추억도 없을 로웬이라는 존재에게 패배를 안겨주는 것이 울 정도로 슬퍼할 일은 아닐 테니까.

       

       

       나는 미하일의 손을 뿌리치지 못하고 그저 조용하게 미하일을 바라보며 말했다.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아니야…. 봐 이렇게 서 있잖아.”

       “다리가 풀려있습니다.”

       

       

       나는 후들거리는 미하일의 다리를 보며 말했다.

       

       

       떨리는 손도.

       이미 놓쳐버린 검도.

       전투를 진행할 수 없는 몸이란 것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는데,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 이상 결투를 지속하면 양쪽 모두 치명상을 입습니다.”

       “아니야.”

       

       

       미하일은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떨리는 다리를 주먹으로 내려치며 자신의 지친 몸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퍽퍽’ 소리를 내며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내려치는 미하일의 손길에 나는 쓰라린 미소를 지었다.

       

       

       “미하일.”

       “아니라고…!”

       

       

       미하일은 부정했다.

       

       

       “이제 다 왔는데, 이제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이렇게 끝내버릴 수 없다고…!”

       “미하일…”

       “그러니까. 리카르도 제발…!”

       

       

       나는 또다시 고개를 저었다. 미하일이 원하는 말을 해줄 수 없으니까. 나는 무겁게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한다고 달라지는 게 없다는 거 아시지 않습니까. 저도 이렇게 말씀드리는 게 쉽지 않습니다만 지금 미하일의 몸으로….”

       “닥쳐…! 할 수 있다고!”

       

       

       미하일은 바닥에 떨어진 검을 집으며 지친 몸을 일으켜 세웠다.

       

       

       떨리는 다리로 몸을 일으켜 세우는 미하일의 애처로운 모습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아무리 그래도 옛정이 있는 친구니까.

       

       

       아가씨의 일 때문에 서먹해지고 쌓인 감정은 많았지만 망가지는 친우의 모습을 보는 것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미하일은 검을 잡고 한나를 향해 나아가려고 했다.

       

       

       후들거리는 다리는 이미 긴장이 풀려 제 역할을 하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미하일은 검으로 바닥을 짚으며 나아가기를 애쓰고 있었다.

       

       

       복부에서 흐르는 피가 옷을 타고 바닥을 적시는 지금 나는 미하일의 앞을 막아서고 입을 닫고 있었다.

       

       

       “비켜.”

       “그럴 수 없습니다.”

       “비키라고.”

       “그럴 수 없습니다.”

       “제발 좀…!”

       

       

       ‘쿠당탕!’ 소리와 함께 격하게 몸을 움직이려는 미하일의 몸은 바닥으로 널브러졌다.

       

       

       나는 미하일이 넘어지기 전에 몸을 잡고 고개를 숙었다.

       

       

       “그만 하세요.”

       

       

       축축하게 번져가는 붉은색 선혈이 아카데미의 교복을 적셔가고 있었다.

       

       

       작게 떨리는 미하일의 숨을 느끼며 나는 천천히 미하일의 몸을 일으켜 세우고 다시 한번 그의 앞을 막아섰다.

       

       

       미하일의 슬픈 눈은 나를 향해있었다. 비켜달라고 애원하는 듯한 눈빛을 나는 어렵게 거절했다.

       

       

       우리도 사정이라는 게 있어서 말이다. 어렵게 얻은 승리를 미하일의 투정으로 무르기에는 잃을 게 많았었다.

       

       

       나는 다시 한번 미하일의 고집을 무시하며 머리를 쓸어올렸다.

       

       

       “다음 기회를 노리세요. 미하일도 충분히 성장했으니까. 분명히 다음 전투는 좋은 결과를….”

       “다음은 없어…!”

       

       

       미하일은 허공을 보며 절규했다.

       

       

       눈앞에 뭐라도 있는 것처럼 허공을 바라보며 큰 목소리로 울음을 뱉었다.

       

       

       “다음은…”

       

       

       미하일은 바닥에 주저앉아 고개를 숙였다.

       

       

       축 처진 미하일의 무거운 어깨가 잔잔한 파도처럼 떨리고 있는 지금 미하일은 입술을 떨며 말했다.

       

       

       “다음은 없다고…”

       

       

       미하일은 희망을 걸었던 작은 불씨가 꺼져가는 것을 보고 있었다.

       

       

       -퀘스트에 실패했습니다.

       

       

       *

       

       

       한나는 로웬을 향해 다가갔다.

       

       

       한걸음.

       

       

       두 걸음.

       

       

       가만히 자리에 멈춰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아버지의 얼굴을 지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버지.”

       

       

       낮게 울리는 한나의 음성에 로웬은 어깨를 움찔 떨었다.

       

       

       믿을 수가 없었으니까.

       

       

       방금 전, 자신의 두 눈으로 본 한나의 검을 말이다.

       

       

       재능이었다.

       분명한 재능.

       어쭙잖은 가르침으로 닿을 수 없는 검을 한나는 이뤄냈었다.

       

       

       오러의 각성은 한나보다 늦었지만. 이룬 경지에서만큼은 누구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했던 로웬의 착각은 부서지고 있었다.

       

       

       모두의 기대와 가문의 투자를 받은 히스타니아의 가주로서 이뤘던 과거의 결과가,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경지의 일부분을 한나는 21살이란 나이로 따라오고 있었으니까.

       

       

       자신이 그렇게 재능이 없다고 무시했던 딸의 검은 자신의 눈을 부인하고 있었다.

       

       

       뚜렷한 결과를 가지고.

       

       

       자신이 그렇게 약하다고 생각하고 버려뒀던 딸의 검이, 자라나는 새싹조차 물을 주지 않고 밟아버렸던 재능의 씨앗이 싹을 틔워내는 모습에 로웬은 처음으로 죄책감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이 봤던 그 환상이 자신 때문에 벌어진 일이란 것을 이제야 알았으니까.

       

       

       자신이 딸에게 관심을 줬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고, 조금의 사랑을 줬다면 피할 수 있던 그 비극에 화살이 오로지 자신이라는 오점의 존재로 인해 출발 되었다는 것을 로웬은 모든 것이 끝난 뒤에야 알게 되었다.

       

       

       인정할 수 없었고.

       인정하기 싫었던 과오.

       

       

       어쩌면 이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피하려고 했던 잘못에서 로웬은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자신이 딸을 죽게 만들었으니까.

       

       

       그래서 마지막 공격을 로웬은 막지 못했다. 살초를 허락한 건 본인이지만 한나가 보여주는 검에서 자신의 신념은 무너지고 있었으니까.

       

       

       정신이 없었고 막을 기력이 남아 있지 않았기에 큰 실수를 범한 거였다.

       

       

       바보처럼 멍하니 서 있던 로웬은 할 말이 없었다.

       

       

       한나의 스승에게도.

       자신의 딸에게도.

       자신의 제자에게도.

       

       

       변명할 말이 없었다.

       

       

       한나는 멍하니 서 있는 로웬을 바라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끝났어요.”

       “…”

       “이제 끝났다고요.”

       “…”

       “아버지가 그토록 무시했던 제 검이 아버지가 인정한 사람을 이겼다고요.”

       “…”

       “이제 속이 좀 후련하세요?”

       

       

       한나는 주먹을 쥐며 말했다.

       

       

       “아니면 이번에도 인정하지 못하겠다고 하실 건가요. 또 다른 대체자를 찾아와서 붙어보라고 하실 건가요?”

       

       

       한나는 조소를 뱉으며 로웬에게 말했다.

       

       

       “이제는 제가 싫어요.”

       “나는…”

       “아버지.”

       

       

       한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로웬의 말을 끊었다. 더 이상 아버지의 구차한 변명을 듣고 싶지 않다는 확실한 의지를 내비치며 딱딱한 목소리로 답했다.

       

       

       “제가 이겼어요.”

       “…”

       “이제 정말 끝이에요. 이 지긋지긋한 가문도 매정한 아버지의 말장난도 끝이라고요. 저는…!”

       

       

       한나는 피를 흘리는 손으로 주먹을 쥐며 말했다.

       

       

       “아버지를 이제 그만 보고 싶어요.”

       

       

       한나는 눈앞에 보이는 푸른 창을 가볍게 응시했다.

       

       

       -열람하시겠습니까?

       

       

       한나는 고개를 저었다.

       

       

       저런 과거는 의미가 없으니까.

       

       

       자신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이다.

       

       

       보고 싶겠지만, 집사님과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미래를 보고 싶지만, 이루어지지 않은 일에 목을 매고 기뻐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은 그저 집사님에게 안기고 싶었다.

       

       

       한나는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마음속으로 답했다.

       

       

       ‘아니.’

       

       

       -정말로 열람을 포기하시겠습니까?

       열람을 포기한다면 재열람이 불가해집니다.

       

       

       한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결투에서 얻는 보상은 이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으니까, 이제는 좀 쉬고 싶었다.

       

       

       ‘응.’

       

       

       -퀘스트의 보상을 거부했습니다.

       

       

       한나는 오랫동안 이어졌던 악연의 무게를 끊고 로웬을 등지고 걸어갔다.

       

       

       집사님이 보인다.

       

       

       무거운 표정으로 미하일을 위로하고 뒤를 돌아, 자신을 기다려주는 집사님의 얼굴이 보인다.

       

       

       한나는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

       

       

       “집사님…”

       

       

       밝게 미소를 지었다.

       

       

       “저 이겼어요.”

       

       

       한나는 리카르도를 와락 껴안았다.

       

       

       이제야.

       

       

       마음이 놓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항상 감사합니다!

    추신)
    길었던 이번 파트가 끝이났습니다.
    맛이 없었을 거라 생각하는 요정. 인정합니닷…!
    더 발전하고 나아가도록 하겠습니닷!

    한동안 일상 파트입니닷…!

    한나의 퀘스트는 나중에 완결 뒤 외전으로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닷!
    그리고 미하일의 퀘스트에 대해서는 다른 방식으로 풀 예정이랍니닷…!

    [후원 감사]

    하늘연달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찾아와주신 독자님…!
    너무 반갑습니닷…!
    최근 부진한 모습만 보여준 요정…!
    이번에 발전하고 달려가도록 하겠습니닷!

    오랜만에 찾아오신 독자님에게 반가운 마음을 담아 특급 요정…! 재회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닷!

    감사합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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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13년간 모신 악녀가 쓰러졌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t’s a story about a man who got transported into a novel and possessed a slum boy. He met a noble girl and served her as a butler for 13 Years. Now the girl has already fallen from her noble life and lives in an abandoned mansion with paralyzed legs. Why did she become like that? Of course because she is the villainess in the no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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