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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3

       

        

        

        

        

       “…네. 지금 현장입니다. 방금 막 진행 상황 확인 끝났고, 자료 수집도 끝났습니다. 4조 3교대로, 네네. 앞으로 하루이틀 안에 마무리될 것 같습니다. 포토존, 팬미팅 부스, 프로그램 안내 게시판, 식음료 매점 부스 연동 전부 이상 없습니다.”

        

        

        

        용산 E스포츠 경기장.

        

        깔끔하면서도 초현실적인 인테리어가 도처에 즐비한 공간 위, 수많은 인부들이 막바지 작업을 위해 분주한 사이, 그 한가운데에서 유달리 눈에 띄는 인텔리 한 명이 잘 빼입은 정장을 걸친 채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마치 강아지처럼 해당 인원의 주변을 부유하는 드론캠과, 손에 들린 자그마한 데이터 플레이트, 그리고 검은 불사조 마크가 인상적인 사원증까지 목에 건 상황. 누가 보아도 최종 점검을 나온 이카루스 소속 직원이었다. 끊임없이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그러한 편견에 한몫했고.

        

        그는 오늘 돌아다녀야만 하는 곳이 많았다. 오늘은 수요일이었고, 지금쯤 한국 2군은 중국 1군의 파상공세를 맞이하고 있을 테니.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바쁜 법이었다.

        

        

        KSM을 통해 스무 명의 국가대표가 선발된 후로부터 4주가 흐른 이후로, 이카루스의 미명 하에 수천에서 만에 달하는 각계각층의 인원들이 경기장을 대륙 규모의 대회에 걸맞는 장소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기존 인테리어 리모델링, 내부 패널 및 전광판 교체, 공공시설 재정비부터 상상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은 종류의 개별적인 상품 생산, 연계 시설 섭외, 부스 건설…국가대표 선수 스케줄 관리 및 해외 국가대표 초청은 직접적인 경기 개최의 규모에 비하면 새발의 피였다.

        

        게다가 방금 나열한 것들은 쉽게 말하면 어디까지나 기초에 지나지 않았다 – 이는 용산 E스포츠 경기장이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대만을 포괄하는 동아시아급 규모에 걸맞는 크기라고 하기엔 처참하게 작았기 때문이었다.

        

        아니, 세상에. 경기장 자체의 규모가 무슨, 정말 영혼을 다해 끌어모아도 1만 석이 최대라니.

        

        

        

       ‘…그냥 월드컵 경기장이나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 같은 곳을 빌리는 게 낫지 않았나 싶은데.’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4주만에 그런 거대한 곳에 이런저런 시설을 건설하고 네트워크 라인을 끌어와 핑을 유지하는 한편, 서버 연동을 통해 수백만 명이 일제히 접속하더라도 크게 부하가 없을 만한 데이터 서버를 구축한다는 건 불가능했다.

        

        그 세 배에 가까운 시간이 있었다면 모를까.

        

        

        아무튼 이카루스는 이를 아주 괴상한 방법으로 해결했는데, 요컨대 또다시 홀로그램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 규모가 차원이 달랐다 – 이들은 주경기장의 거의 모든 벽면에 홀로그램 플레이트를 도배해, 실제로는 수십만 명이 관람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구현하려고 시도했다.

        

        실제로 VR로 접속하는 이들도 많을 테니 별반 다르지도 않을 거였고.

        

        물론 그것들만 있는 건 아니었고, 그 외에도 온갖 들어보지도 못한 최첨단 기술들을 구겨넣은 덕에 현실에서도 가상을 그대로 접할 수 있다고 하는데, 뭐어. 어찌 한 사람이 그 모든 전모를 파악할 수 있을까.

        

        여하간 결과만을 논해보자면, 이카루스는 홀로그램과 어마무시한 자본력을 통해, 토요일과 일요일 간 그곳을 오가는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원활히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인프라를 결국 4주 안에 구축하고야 말았다.

        

        돈과 인력과 기술의 조화는 안 되는 걸 가능하게 만드는 법이었다.

        

        

        

       “…도대체 오늘 몇 명이나 나랑 똑같은 짓거리를 하고 있을까 모르겠네.”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경기장만으로는 당일날 몰릴 수많은 사람을 소화할 수 없었고, 그렇기에 구축된 주변 인프라는 필연적으로 근처 시설들을 바탕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 자신을 포함하여 50명이 넘는 직원들이 이 근방을 돌아다니며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점검을 행하고 있겠지. 아주 고생도 이런 고생이 없었다. 그래도 나름 위안 비스무리한 게 있단 점은 좋았다 – 막상 실제로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확인하게 된다면 그만큼 마음이 놓이기도 했고.

        

        게다가, 그럼으로서 대강 예상이 되는 부분도 있었다.

        

        

        

       ‘…토요일 되면 진짜 난리도 아닐 것 같은데.’

        

        

        

        현재 진행 상황들, 인프라의 퀄리티 등을 감안해보면, 이 모든 게 제대로 작동된다면 말 그대로 발디딜 틈조차 없는 인파가 용산에 몰릴 것이었다.

        

        현재 다크 존이 서비스한 지 고작 5년, E스포츠가 발족한 지 3년밖에 되지 않았단 점을 고려하면 이 인기는 최소 10년 이상을 가고도 남을 것이었고, 정점을 찍기까지는 한참 멀었다고 예측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토요일의 아시아 예선전은 뭐가 됐든 여러 말이 나올 것이다.

        

        어쩌면 이번 년도에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 내년 예선전은 오로지 가상현실에서만 열릴 수도 있겠지. 아니면 아까 생각했던 것처럼 적잖아 7만 단위를 수용 가능한 월드컵 경기장을 기준으로 열릴 수도 있을 거고…물론 내년은 러시아에서 개최될테니, 그건 그쪽이 알아서 하겠지.

        

        매년 신경써야할 게 제곱으로 늘어나는 듯한 느낌.

        

        

        

       ───치익!

        

        

        

        경기장 내부에 입점한 스토어에서 음료 한 병을 산 그가 의자에 앉아 핀을 젖히자, 상쾌한 소리와 함께 달콤한 냄새가 자욱히 퍼져나갔다.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탄산의 알싸함을 느끼며, 혼잣말이 이어졌다.

        

        

        

       “어떻게든 되겠지, 뭐어….”

        

        

        

        지금은 그저 한국 팀 응원이나 열심히 하자.

        

        그게 그가 내린 최선의 결론이었다.

        

        

        

        

        

        

        

        

        

        

        

        

        

        

        

        

        

       “후.”

        

        

        

        활자와 활자, 활자.

        

        거기에 사진과 동영상, 도표와 그래프까지 알차게 삽입되어 무슨 논문이라도 띄워놓은 듯한 모습. 물론 논문은 아니었다. 대신 그에 준하거나 그보다도 더 전문적인 문체와 내용으로 작성된 타국의 플레이 분석 파일이었지.

        

        만약 이것을 키보드와 컴퓨터만을 통해 일일히 디자인하고, 내용을 직접 채워야 했다면 적잖아 주 단위가 걸렸을 대형 프로젝트였지만, 생각-텍스트 변환기와 이카루스 기어 등을 통해 이는 실시간으로 제작 및 수정될 수 있었다.

        

        모든 기능들을 최대로 오퍼레이트한다면, 그리고 그만큼의 기능을 활성화 가능한 내용이 있다면, 1분에 한 페이지씩을 도출해낼 수도 있었다. 단순히 제작 뿐만이 아니라 첨삭, 수정, 편집까지 전부 이뤄지는.

        

        물론, 내가 그만큼 고된 노동을 해야 했지만.

        

        

        

       ───꿀꺽.

        

       “하아.”

        

        

        

        입 안에 당분과 칼로리를 들이붓는다. 뭐라고 해야 하나, 이것이 내 채널 편집자들이 매일 느끼는 그런 감각인가?

        

        그래도 그 사람들은 카페인이 다량 함유된 커피우유나 에너지 음료를 마시지만, 나는 마음 편하게 당분과 칼로리가 이만큼 들어간 고칼로리 쉐이크를 마시며 한다. 커피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뉴욕에 있었을 때도 마셔본 적은 딱히 없었다.

        

        그땐 잠을 깨려고 카페인 알약은 기본에, 전투자극제와 아드레날린, 노르에피네프린 같은 걸 몸에 들이붓고 다녔지. 5일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자면서 지원을 다녔을 때는 정말 나라도 객사하는 줄 알았으니.

        

        지금은 그때보단 낫긴 했다. 

        

        

        타다닥.

        

        한 섹션이 마무리되면 다음 섹션으로 넘어간다. 내 머릿속에서 더 이상 떠날 일이 없는 민감하고도 기밀스러운 내용들은 일체 배제했지만, 그것보다 조금 덜 중요하고도 일반적인 정보들을 꽉꽉 눌러담아 적는다.

        

        지금은 중국 연방의 전반적인 움직임에 대해서 분석하고 있다. 정확하게는 내가 기억하는 그 중국과 비교 및 대조를 하여, 그 차이점을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다. 물론 지금은 중화인민공화국이 없으니 그 부분에 대한 내용은 당연히 적을 필요가 없고.

        

        자세하게 서술하자면 끝도 없겠지만, 아주 간략하고도 대충 요약하면 ‘조금만 주의하면 1군 레벨에선 너무 크게 신경쓸 필요는 없다’였다.

        

        

        

       -[…전반적으로, 중국 연방의 교전 형태는 직선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약점을 꼽자면, 1군 유저들의 개별적인 전투력이 균일하지 않다는 점을 언급할 수 있겠다. 이를 등수로 환산하여 알기 쉽게 풀이하면 중국은 4위부터 35위 사이의 인원들 중 20명을 선발한 것으로….]

        

        

        

        내용을 작성하면서도 생각은 끊이지 않는다.

        

        1군 및 각 구단의 코치들에게 배부될 예정이었으니 타국에 대한 비하 발언이야 당연히 적지는 않았지만, 저렇게 적은 것은 – 비판을 넘어 비하에 가깝다고 여겨질 정도긴 했지만 – 나름의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첫 번째로, 특수부대의 창설이 미국이나 유럽 등에 비해 30년 정도 늦고, 이로 인해 경험이 부족한 탓이었다. 이는 원 역사의 중국도 마찬가지였다. 그러한 스노우볼이 이 시점까지 굴러온 것도 한몫했다.

        

        그리고 두 번째로, 특수부대에 있어 통합적인 지휘권이 없어 개별적으로 굴러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이 역시 원 역사에도 그러했는데, 심지어 나라가 일곱 개로 쪼개진 지금은 어떻겠는가.

        

        근 2년 간의 중국 성적만 봐도 대충 답은 나왔다. 재작년엔 4위였고 작년엔 3위. 사실상 대만과 엎치락뒤치락하는 수준이란 소리였다.

        

        

        

       “다음은….”

        

        

        

        러시아.

        

        까놓고 말해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데이터는 내 머리와 몸에 자동으로 입력된 지 오래였다. 전자는 캘리포니아에서, 후자는 뉴욕과 워싱턴에서 죽어라 많이 만나본 적 있었으니.

        

        이렇게 말하긴 뭐했지만,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보면 알아맞출 자신도 있었다. 

        

        그렇기에 이들에 대한 분석은 빠르고 빨랐다. 러시아는 확실히 중국보다는 강했다. 대신 이곳에서는 내가 기억하는 것과 다르게 서방의 느낌이 훨씬 많이 배어있는 기동을 한다는 게 특징이라면 특징이었다. 단순히 스파이 등을 심어서 유출된 커리큘럼대로 하는 그런 느낌이 아니란 소리.

        

        이는 이곳의 러시아가 말 그대로 한 번 대차게 망해버렸다가 서방의 손길에 의해 다시 세워졌기에 그런 걸지도 몰랐다. 심심하면 동유럽에 깝죽거리던 원본에 비하면 매우 유해졌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인지 러시아 부분을 작성하는 건 생각보단 꽤 오래 걸렸다.

        

        

        

       -[…러시아의 교전 스타일은 슬라브 특유의 와일드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지만, 그것을 표출하는 방법은 확실하지 않다. 이는 서방 세계와의 지속적인 교류 및 발전으로 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우리는 이들과의 초근접 전투에 대해서 특히 유의해봐야만 할 것으로….]

        

        

        

        타닥타닥.

        

        다행이라면 다행이게도, 나는 집중력은 상당했다. 상당해졌다고 말했다는 게 좀 더 나으려나. 정말 오만가지 방법을 통해 사람을 인간흉기로 탈바꿈시키는 미군의 코스 트레이닝 중에는 이와 같은 집중력 향상 프로그램도 존재했다.

        

        반쯤 암시를 통해 목표에만 초점을 두고 행동하는 것. 여기서는 배부용 커리큘럼 작성이라고 해야 하나, 거기에 생각의 중심을 두고, 시간이 가는 것조차 모른 채 계속해서 동일한 행동을 이어나간다.

        

        

        다음은 일본이다.

        

        가장 미국의 손길이 많이 닿은 곳. WW2가 종결되며 천황제가 바스러지고,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의 원조를 통해 공화국으로 재탄생된 이곳은 많은 곳에서 미국의 입김이 배어 있었다. 특수부대는 말할 것도 없고.

        

        그 증거로, 일본의 대표적인 SOF이기도 한 특수작전군의 전신은 델타였다. 현 시점까지도 전술적 교류를 계속해서 이어나간다는 말은 헛것이 아니다. 목요일에 보았던 일본 1군은 확실히 그런 생각에 부합할 만했다. 아마 지금 붙으면 상당한 접전이겠지. 그것보단 조금 열세일 수도 있고.

        

        물론, 어디까지나 커리큘럼을 조정하는 입장에서 말하자면 그렇단 것이었다. 개인적으로는 크게 문제는 없었다. 

        

        

        아무튼, 그렇게 생각에 빠진 채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던 와중 문득 눈에 들어오는 현 시간.

        

        LED 시계가 오후 11시를 알리고 있었다.

        

        

        

       “세 시간이라….”

        

        

        

        오늘자 방송을 짧게 끝내고 저녁을 먹은 뒤, 책상에 앉아 집중하자 세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갔단 소리. 게다가 구태여 시계를 보지 않아도 시간이 이만큼 흘러갔다는 걸 암시하는 또다른 증거가 있었다.

        

        

        

       -[알림 : 다이스로부터 7통의 부재중 전화와 22개의 미확인 문자가 와있습니다.]

        

        

        

        …아니, 왜 이렇게 많이 걸었어.

        

        하지만 바쁠 땐 자동응답 메시지 정도라도 보내게끔 설정해뒀어야 하는데, 그 부분은 내 불찰이다. 거의 작성이 끝난 파일은 이번 연락을 마무리한 다음 다시 손대도록 하자 – 그나저나 또 무슨 용건이 있길래.

        

        통화 버튼을 눌렀다. 안 그래도 단단히 기다리고 있었는지 비프음은 고작 두 번밖에 안 울렸다. 그 다음 들려오는 고음.

        

        

        

       “왜 이렇게 늦게 받아요!?”

        

       “누가 보면 제가 한 2일 동안 잠수라도 탄 줄 알겠어요.”

        

       “아이, 진짜…뭐, 사실 별다른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니에요. 내일부터 아시아 예선전 시작이니까, 마지막으로 수다라도 좀 떨려고 했죠. 그리 중요한 건 아니니 바쁘다면 나중에 연락할게요.”

        

       “그런 것치곤 연락한 시도가 30번 가까이 되든데.”

        

       “윽.”

        

        

        

        아무튼 시간은 꽤 있었다.

        

        크게 문제는 없을 것 같아 통화는 계속 하기로 했다.

        

        

        

       “…아무튼, 유진 씨는 어떻게 생각해요? 이번에 한국이 일본까지 꺾고 1위에 오를 수 있을 것 같으신가요?”

        

       “다들 어련히 하겠죠. 그래도 2위는 확정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못해도 이번 본선 진출자 수는 4명일 거구요. 이상적인 조건 하에선 5명일수도.”

        

       “근데 어차피 유진 씨는 죽어도 본선 진출 자리 안 내줄 거잖아요? 저도 그렇고. 그러면 아무리 많아도 세 명이네요.”

        

       “당당하셔라.”

        

        

        

        뭐라고 해야 하나, 내가 심어준 건 실력 뿐만이 아니라 쓸데없이 높아진 프라이드도 있는 모양이었다. 

        

        말이 이어졌다.

        

        

        

       “말이 나온 김에, 유진 씨는 또 누가 올라갈 것 같아요?”

        

       “글쎄요. 미카엘은 한 달 정도만 더 있었으면 안정적으로 올라갈 것 같고. 아무래도 작년에 다이스랑 같이 미국에 건너간 이들이 좀 낫죠. 커리큘럼 수행과 경험이 합쳐지면 무시 못할 결과가 나오는 편이기도 하고.”

        

       “아, 걔네들. 갬빗은 어때요? 요즘 폼 좋든데.”

        

       “내일 플레이 여하에 따라 다르겠죠. 까놓고 말해서 누가 올라갈 것 같다고 정해진 건 없어요. 불리한 상황을 얼마나 많이 조우할 건지, 그걸 얼마나 이겨낼 수 있는지에 따라 달라지니.”

        

       “그렇죠. 그냥 물어봤어요.”

        

        

        

        그 후 이어지는 두 번째 주제.

        

        나와 다이스 사이에서 다루기엔 무리는 없었지만, 외부에서 보았을 때는 민감한 사안.

        

        노출 문제였다.

        

        

        

       “유진 씨는 12월 중순에나 정체를 공개한다고 했으니, 이번에는 선수 소개할 때 아바타로 나오겠네요. 저도 마찬가지긴 한데.”

        

       “그렇죠. 이럴 때는 상당히 아쉽긴 하네요. 사람도 많고 떠들썩할 테니 재미있을 것 같긴 한데, 현실적으로 제약이 많네요. 다이스는 어쩔 예정인가요?”

        

       “저는…그냥 경기장 안에 있어야죠. 홀로그램 투사기가 바깥까지 설치되어있지는 않으니까요.”

        

       “으흠.”

        

        

        

        작게 웃음지으며 링크 하나를 전송했다. 지금쯤이면 다이스의 눈 앞에 팝업되었겠지.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이어지는 말.

        

        

        

       “…부유형 홀로그램 투영기? 이동 가능? 아니, 잠시만요! 이런 게 왜 있어요! 샀어요!?”

        

       “하모니가 이틀간 대여해서 빌려준다고 했거든요. 쉬는 시간 동안 바깥 공기 좀 쐬다가 올게요. 필요하면 말해요.”

        

       “아이씨, 진짜….”

        

        

        

        어차피 3개월 후엔 무용지물…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히 쓸모없어질 게 분명했기에, 몇 시간 전 ‘이거 사면 같이 돌아다닐 수 있지 않을까요?’ 하고 묻는 하모니를 적당히 제지시켰다. 아무리 그래도 수십만 원에서 백만 원 가까이 하는 걸 하루이틀 쓰겠다고 쓰는 건 좀 그렇지.

        

        아무튼 불만이 넘쳐나는 다이스였지만, 어쩌겠어. 이 참에 내일 하모니랑 인사나 나눠보라며 스리슬쩍 토스할 뿐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잠시간 정적이 이어진다.

        

        다이스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내일이네요. 몇 개월 전만 해도 다시 이 자리에 설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는데, 세상 일은 참 모르는 법인 것 같아요.”

        

       “세상이 원래 그런 법이죠.”

        

        

        

        좋은 의미로도 그랬고, 나쁜 의미로도 그렇지. 당장 내 인생이 그러니.

        

        그러나 지금은 좋은 의미로만 기억하도록 하자.

        

        해야 할 말도 하고 싶은 말도 많긴 하지만, 어쨌든, 돌아온 지 거의 50일만에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 – 비록 미국으로는 지금 당장 갈 수 있었지만, 그건 너무 결과 지향적이잖아. 사람이 그렇게만 살 수는 없지.

        

        꽤 많이 돌아오긴 했지만, 그럼에도 가치있는 시간들이었다.

        

        

        

       “내일 잘 해요. 저는 분석 파일 작성 마무리가 남아서. 길어봐야 30분 이내로 전송할 수 있으니, 자기 전에 한 번 훑어보세요.”

        

       “어으, 오늘 못 자게 생겼네요.”

        

        

        

        그런 농담을 마지막으로, 길지만 짧았던 통화가 끝났다.

        

        어둠과 적막이 내려앉았지만, 아시아 예선전을 하루 앞둔 날의 밤은 여전히 길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구름이 한 점도 없네요

    이게 가을이 되어간다는 것인가…?

    그래서 종강은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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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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