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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3

       아리아와 싸워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적어도, 지금같은 방식으로는.

         

       츠츠츠츠츳!

         

       상하 좌우가 뒤바뀌는 것만 같은 기이하기 짝이 없는 느낌.

         

       주변에 있는 얼음 정수들이 멀쩡하게 떠다닌다는 사실을 인지한 올리비아가 미간을 찌푸리는 것과 동시에.

         

       콰아아아!

       

       단단한 암반이 뒤집히며 거대한 불기둥이 치솟아 올랐다. 불기둥과 올리비아가 맞닿은 순간, 주변 풍경이 완전히 뒤집히기 시작했다.

         

       온통 안개로 가득 차 있던 하늘이, 온갖 색채로 뒤덮이는 것과 동시에 전혀 다른 세상으로 뒤바뀐다.

         

       사방에서 펄럭거리며 날아다니는 책들과, 끝도 없이 솟아오른 책상.

         

       책들이 무언가에 이끌리듯 올리비아를 순식간에 지나쳐 책장에 처박히듯 꽂힌다.

         

       두두두두두두!

         

       마치 비처럼 쏟아지는 책들의 향연. 하지만 그보다 더 경악스러운 것은 저 책들이 하나같이 평범한 것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신화시대의 고서(古書), 마도서. 그리고 봉인서.

         

       ‘……여긴.’

         

       끝도 없이 펼쳐진 복도와, 마찬가지로 끝도 없이 펼쳐진 서고.

         

       대륙의 모든 책들과 기록서들이 모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초차원의 도서관.

         

       아리아가 도달한 진리이자, 그녀의 심상세계.

         

       환상향.

         

       무한서고(無限書庫).

         

       화계 마법의 극의. 환상향은 애초에 공격용 마법보다는 상대를 가두는 억류 마법에 가깝다. 아마 이 세계를 깨부수는 즉시 아리아의 대마법이 자신을 반겨주겠지.

         

       “……시간이라도 벌어보려고?”

         

       파르르륵!

         

       그렇게 말한 순간 하늘을 떠다니던 책들이 추락했다. 단순히 추락하는 것이 아니었다. 복잡한 문양이 가득 새겨진 페이지에 도달한 책들은, 허공에 우뚝 선 채로 멈췄다.

         

       잠시 후, 책들에 봉인되어 있던 ‘소환수’들이 일제히 쏟아져 나왔다.

         

       “……하.”

         

       소환수들이 땅에 착지하기도 전에 수십 개가 넘는 마도서들이 소환수들의 몸에 달라붙어 강화 마법을 불어넣었다.

         

       쿠웅!

         

       소환수들이 땅에 착지했을 땐, 처음보다 수십 배는 거대해져 있었다.

         

       [크르르……!]

         

       찰나에, 수천 마리도 넘는 소환수들이 쏟아져 나왔다.

         

       놈들 중에 흉측하거나 불길하게 생긴 것들은 없었다. 가장 덩치가 큰 놈도 늑대나 사자, 용의 형상을 취하고 있을 뿐, 마물은 물론이거니와 오우거나 트롤같이 생긴 것들조차 없었다.

         

       위협적이라기보다는 위압적이었다.

         

       아마 아리아의 마지막 자존심이었을 것이다. 그녀는, 제 심상에 그런 괴물 따위를 남겨둘 사람이 아니니까.

         

       “……많네.”

         

       올리비아가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는 것과 동시에, 손끝에서 길쭉한 지팡이가 튀어나왔다.

         

       쩌저저저적……!

         

       겨울이라는 개념 자체를 종속시켜 만들어낸 지팡이.

         

       [태고의 지팡이]

         

       태고의 지팡이를 붙드는 순간, 겨울이 그녀의 마력과 공명하며, 섬뜩한 냉기를 사방으로 퍼뜨렸다.

         

       콰지지지직!

         

       닿는 것만으로도 생을 앗아가는 냉기. 올리비아의 영역 안으로 들어온 소환수들은 그 자리에서 뻣뻣하게 굳었다.

         

       하지만 당연히, 거기서 끝날리 없었다.

         

       기다렸다는 듯, 수만 마도서들이 떠올라 열기를 뱉어낸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화염은 순식간에 내부 온도를 타오르기 직전까지 끌어올렸다.

         

       쩌저저저적……!

         

       소환수들을 붙들고 있던 얼음이 녹아내리기 무섭게 증발해 수증기로 화했다.

         

       “아무래도 끝까지 안 나올 생각인가 본데.”

         

       스으읍.

         

       수증기를 크게 들이마시며 올리비아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래. 어디 한 번 누가 이기나 보자.”

       

       양 손을 교차하자, 태고의 지팡이가 두 개로 분리되었다. 손에 착 감기는 그립감.

         

       위력을 낮추는 대신, 캐스팅 속도를 기하급수적으로 끌어올리는 완드.

         

       멀리서 보면 쌍권총으로 보일 정도로 굵직한 완드를 치켜들고 마력을 불어넣자, 완드 끝부분이 새파란 마력광을 내뿜기 시작한다.

         

       고오오오오……!

         

       방금까지 대기를 뒤덮은 것이 수증기였다면, 작금 대기를 뒤덮는 것은 소환수들의 호흡에서 흘러나오는 비명이었다.

         

       완드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력광을 마주하는 순간, 내부가 통째로 얼어붙는다. 동시에 뇌가 작동을 멈추고, 곧 신체가 산산히 부서져 얼음 조각으로 전락한다.

         

       쩌저저저적!

         

       올리비아를 중심으로 파동처럼 무너져내리는 소환수들.

         

       주변에 살아있는 생명체가 단 하나도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올리비아가 씩 웃었다.

         

       “아끼는 책이었을텐데, 미안하게 됐네.”

         

       이제 하나도 남지 않을테니까.

       

         

       *****

         

         

       콰드드드드득!

       

       산산히 부서지는 와중에도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꿈틀거리는 책들.

         

       하지만 올리비아를 흥미를 끌기에는 부족했다.

         

       당장 주변에도 같은 꼴로 전락한 책들로 가득했으니까.

         

       [크아아아……!]

         

       가끔씩 살아있는 소환수를 뱉어내는 경우도 있었지만, 책에서 빠져나오기 무섭게 얼어붙었다.

         

       콰지지직!

       

       마지막 봉인서를 파괴하자, 올리비아의 몸이 그대로 하늘 위로 쭉 치솟았다.

         

       처음에 느꼈던, 오감이 뒤바뀌는 것만 같은 감각과 함께.

         

       ‘두 번은 안 되지.’

         

       그것이 다른 환상향으로 끌고 들어가기 위한 준비 단계라는 것을 깨달은 이상, 언제까지고 당해 줄 수는 없었다.

         

       두 개로 분리시켰던 완드를 합쳐 스태프 형태로 복원.

         

       미리 예열시켜 두었던 뇌전의 마력이 미친듯이 꿈틀거리며 무수히 많은 번갯불을 뱉어내기 시작했다.

         

       콰과과과과과과!

         

       몰아치는 천둥소리와 함께 사방이 부서지는 듯한 폭발음.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아득히 초월한 마력이 몰아치자, 아리아의 심상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내린다.

         

       파직!

       

       다음 순간, 유리가 깨져나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누군가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하아……하아……!”

         

       올리비아는 그것이 아리아의 입에서 새어 나오는 소리라는 것을 직감했다.

         

       심상 세계가 강제로 부숴졌으니, 쇠꼬챙이로 두개골을 꿰뚫고 뇌를 헤집는 것과 같은 고통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아리아의 입가에서 핏물이 흘러내린다. 입술을 짓뭉개는 것으로 어떻게든 고통을 분산시킨 것 같았다. 정신력 하나만큼은 가히 초월적이라고 해도 될 수준이었다.

         

       “후우…….”

       

       아리아는 고개를 들어 올리비아를 마주보았다. 그녀는 핏물을 닦아내며 입꼬리를 들었다.

         

       “……못 볼 꼴을 보였네.”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후후. 그런 말은 입 밖으로 함부로 꺼내는 게 아니야.”

       “완전히 이기기 전까지는?”

         

       아리아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순간, 그녀의 뒤편에 태양이 떠올랐다.

         

       화아아악!

         

       아니, 태양이 떠올랐다고 착각할 정도로 거대한 불길이 일렁이고 있었다. 커다랗게 뜬 거대한 불꽃 아래에서 아리아가 양 팔을 들고 올리비아를 마주했다.

         

       ‘……준비하던 게 저거였나?’

         

       올리비아는 저건 막거나 피할 수 없는 마법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도망치는 것도 의미가 없다.

         

       “……너희들이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아리아는 담담한 목소리로 단어를 뱉어냈다.

         

       너희들이라고 지칭한 순간부터, 그녀는 황제로서의 자신을 부정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원인을 알고 결과를 추측한 그녀와……원인을 모르고 결과를 추측한 내가 내린 답은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

       “네가 내린 답이 오답이라도?”

         

       아리아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애초에 문제가 달랐는데 오답일리가.”

       “…….”

       “최소한 설명은 해줬어야 했어.”

         

       아리아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왜, 굳이 우리에게 있어 소중한 존재로 자리잡은 이후에 그런 끔찍한 짓을 저질러야만 했는지, 너는 최소한 설명은 해줬어야 했다고.”

         

       아리아의 눈동자에서 불꽃이 타올랐다.

         

       “내가 제일 화나는 게 뭔지 알아?”

        “…….”

        “모두를 죽이기로 마음먹었으면, 최소한 인정(人情)을 베풀지는 말았어야지.”

         

       숨이 거칠어진다.

         

       “왜, 살려보냈어?”

       

       올리비아는 순간, 아리아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누구를?”

       “피난민들.”

         

       아리아의 미소가, 점점 일그러진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비명, 부모를 눈 앞에서 잃은 비탄……한 끼도 못 먹고 걸어가다가 얼어죽은 아이만 수천 명이 넘어. 땅이 얼어붙어서 흙을 파먹지도 못해. 눈바람에 파뭍여 유언조차 남기지 못하고 죽은 사람이……몇 명이나 되는지 너는 알아?”

       

       모른다.

         

       “……처음에는 길었던 행렬이, 시간이 지나갈수록 점점 줄어가. 어제까지만 해도 같이 걸었던 사람이 길에서 픽 쓰러져버려.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끙끙대던 사람이…….”

         

       [황……녀님…….]

         

       그럴 때마다 아리아는 애써 고통을 숨기며, 미소를 피어올렸다.

         

       다 괜찮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 곧 이 겨울은 끝이 올거다…….

         

       그들의 마지막 죄책마저 덜어주기 위해서.

         

       그제서야, 그들의 입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피어오른다.

         

       온기는 사라진다. 입은 얼어붙는다. 감은 눈은 다시 떠지지 않는다.

         

       그렇게 한 명, 두 명.

         

       삼백, 사백.

         

       오천, 육천…….

         

       “……아직.”

       

        아리아가 입을 열었다.

         

       어느새 그녀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아직 한참 남았어.”

         

       만, 십만.

         

       숫자가 끝도 없이 올라간다.

         

       아리아는, 자신의 손을 붙잡고 스러져간 모든 사람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어느 순간, 아리아가 숫자 세기를 멈춘다.

         

       “나는……네 친구이기 전에. 황녀야…….”

         

       황녀라는 단어가 가지는 무게. 그 중압감.

         

       먼저 스러져간 백성들이 남긴 유언은, 평생의 저주가 되어 아리아의 가슴을 후벼팠다.

         

       반드시 살아남으세요.

         

       세상을 구해주세요.

         

       당신을 믿습니다…….

       

       믿습니다…….

         

       아리아의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그 저주들이, 아리아로 하여금 올리비아를 용서할 수 없도록 가로막았다.

         

       만약 올리비아를 용서해버린다면…….

         

       그들의 믿음을 저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그들의 죽음을, 개죽음으로 전락시키는 것이니까.

       

        “…….”

         

       올리비아는 입을 다물었다.

         

       아리아의 분노는, 정당했다. 올리비아는 그곳에 반박할 여지가 없다는 것도, 이제와서 사과해봐야 추한 변명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알았다.

         

       더 이상의 대화는 필요 없었다. 둘 모두, 그 사실을 알았다.

         

       아리아는 머뭇거림 없이 태양을 쏘아보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Ilham Senjaya님!

    -뚜알기가 조아님43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꾸준한 후원!! 오늘은 무려 삼김 3개 어치를 보내주셨군요! 감사합니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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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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