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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4

    <184 – 반대항전 단체훈련>

     

    비키니아머는 중량갑옷 안으로 쏙 들어갔다.

    졸지에 두 겹의 갑옷을 입은 모브는 무게감보다는 수치심에 몸 둘 바를 몰랐다.

     

    “들키면 변태취급은 확정이네.”

    “그러니까 이 악물고 파손 안 당하게 조심해야지!”

    “…오크노디. 설마 해서 묻는데…”

    “응?”

    “하아. 됐어. 물어볼 것도 없지.”

     

    입으면 회피력이 잔뜩 올라가는 갑옷이라더니.

    착용자가 사회적 매장을 당하고 싶지 않으면 이 악물고 공격을 회피해야 했다니.

    설마 이런 메커니즘의 갑옷이라고는 꿈에도 몰랐던 그였지만 막상 생각해보니 의외로 가능성이 있었다.

     

    ‘몸이 무거워진 뒤로는 공격을 갑옷으로 받아내고 쳐내는 동작에만 집중했었지.’

     

    중량에서 비롯되는 안정적인 방어도와 높은 위력에 심취하다보니 한동안 회피를 게을리하게 됐다.

    오크노디가 수치스러운 갑옷을 입힌 것도 자신의 이런 나태함을 꾸짖고 언제나 벼랑 끝에 선 기분으로 피할 수 있는 공격은 피하라는 뜻이 아닐까.

    제법 설득력이 있는 상상이었다.

     

    “치. 하나도 안 보이잖아. 비키니아머가 위로 올라갈 줄 알았는데.”

    “…”

     

    뾰이라는 여자는 그저 구경거리를 원했나보지만.

    오크노디는 그런 나쁜아이가 아니라서 다행이다.

     

     

    * *

     

     

    [모브가 새로운 저주템의 착용에 만족합니다.]

    [안목 경험치+3]

    [착한아이 경험치+1]

     

    헉.

    모브 이 자식, 앞에서는 싫은 척 했으면서 뒤에서는 갑자기 기능 경험치가 오르다니.

    실은 비키니아머나 여장 취향이라도 있었던 건가?

     

    ‘알고 싶지 않은 정보를 알아버렸네…’

     

    그래도 그것이 친구의 취향이라면 존중하는 수밖에.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른 저주템도 하나씩 사다줘야겠다.

     

    “오크노디. 큰일이야!”

    “도로시? 무슨 일인데?”

    “우리 중간고사가 갑자기 제국학생들과의 마법대결로 잡혔어!”

    “<마나사용의 기초와 이해>강의가?”

    “응응. <제국마도학의 기초와 이해> 강의 애들하고 싸운대.”

     

    제국교수와 변방교수들의 사이가 안 좋은 것이 하루 이틀 일은 아니지만 이번 회차는 갈등이 꽤나 초반부터 시작됨이 느껴졌다.

     

    ‘보통은 2학년부터 시작이었을 텐데. 아닌가? 그동안은 게임이라서 몰랐을 뿐이지 현실이 되면 1학년부터 사이가 나쁜 게 당연한가?’

     

    사다코 교수님의 애완나무 포피.

    챕터4 챕터보스, 침묵의 숲의 핵심매개체.

    그것이 악명을 떨치는 계기만 해도 그렇다.

    사태가 시작되는 것은 2학년 여름방학.

    그러나 일이 본격적으로 터지는 것은 사다코 교수님이 제국교수들의 견제에 지쳐 은퇴를 선택한다.

    밥 주는 교수님이 떠나면 “강하게 크렴”이라는 작별인사를 들은 포피는 신이 나서 사람도 꿀떡꿀떡 집어삼키는 저주받은 숲으로 진화하겠지.

    전부 제국교수들의 견제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동서남북 변방지역에서 전쟁이 하나도 안 났으니 아카데미 안에서 문제가 생기는 건가보네!’

     

    생존이 위협받는 억까게임에는 당연히 매 학기, 매 시험마다 억까가 발생한다.

    이번 억까는 아무래도 제국교수의 치졸한 견제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반대항전 이벤트>

    재료강탈전에서 변방의 매운 맛을 본 <제국마도학의 기초와 이해> 학생들과 2차전의 일정이 잡혔습니다.

    필수 마나강의를 듣는 학생들끼리 성적을 건 중간고사 반대항전!

    패배한 반은 성적에 전체적인 감점이, 승리한 반은 성적에 전체적인 가산점이 들어옵니다.

    전력에서 명백한 열세에 처한 <마나사용의 기초와 이해> 강의 학생들을 이끌고 <제국마도학의 기초와 이해> 강의 학생들에게 승리를 거둘 수 있을까요?

     

    재료강탈전에 이은 연계이벤트.

    보통은 마법시연 대결이 떠야 하는데 이번에는 어째서인지 한 단계 위인 마법대결로 대결종목이 업그레이드 되었다.

    당연히 불공평한 대결임에도 위어드 교수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대결을 수락했다.

     

    “교수님도 진짜 뭔 생각인지 모르겠어.”

     

    도로시는 마냥 교수를 탓했지만 그런다고 감점위기의 포인트가 안전해지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시험은 다음 주니까 아직 여유는 있네. 특훈이라도 봐줄까?”

    “앗, 그러면 다행이지. 근데 나 말고 다른 애들도 특훈을 받고 싶어 하는데. 다 같이 받으면 안 될까?”

    “음… 받고 싶은 애들 다 데려와!”

     

    교수가 먼저 치사하게 만만한 변방 애들 패면서 자기네 애들 점수 챙겨주려고 했으니 나라고 위어드 교수님 학생들을 챙기지 말라는 법은 없겠지!

     

    “이사벨. 저 오늘은 친구들 중간고사 도와주느라 늦게 돌아와요.”

    “잠깐 기다려봐. 도시락 싸줄게.”

    “고기반찬도 있어요?”

    “해줄게.”

    “얏호!”

     

    이사벨이 싸준 도시락을 들고 약속장소로 나왔다.

    도로시도 참 사람이 착하지.

    이런 기회가 오면 보통은 혼자 받으려고 할 텐데.

    다른 친구들까지 도움을 받게 하다니.

    고인물인 나야 비슷한 경험을 토대로 반 대항전은 같은 반의 다른 친구들도 좋은 성적을 받아야 편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도로시는 딱히 그런 것도 아니면서 같은 강의를 듣는 급우들을 도우려고 하잖아?

     

    ‘역시 게임은 경쟁보다는 협력에서 빛을 보지.’

     

    아카데미도 전쟁세대가 절박함 때문에 성장 기본치는 높을지언정, 서로의 적대도와 이해관계 때문에 고점은 낮은 편이다.

    평화세대가 절박함은 부족해도 서로 힘을 합치고 함께 성장하며 총체적인 고점은 훨씬 더 높다는 사실도 이를 증명한다.

     

    ‘유이 같은 심보 고약한 NTR캐릭보다는 도로시를 도와주길 잘했네.’

     

    나름 상인포지션으로 자리매김하는 유이지만 이 애를 동료로 고용하면 꼭 남자 팀원들의 호감도가 이상한 반응을 보였지.

    게임이 현실이 된 지금은 그 이상반응이 단순히 인간상성 때문에 서로 싸움이 일어나서 그런 것이 아니라 유이가 무언가 수작을 부렸다고 짐작이 됐다.

     

    “안녕, 오크노디. 일찍 왔네?”

    “멀 가르칠지 생각하고 있었어! 다른 친구들은?”

    “지금 들어올 거야.”

     

    도로시가 들어온 문으로 <마나사용의 기초와 이해> 강의를 듣는 친구들이 한 명씩 들어왔다.

    변방출신의 약한 친구들만 올 줄 알았는데 의외로 제국, 그것도 마탑 출신의 로지니와 샌드쿠커 같은 실력자들도 얼굴을 비쳤다.

     

    “흥. 적색마탑의 마법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건 아니야. 그냥 네 실력을 보러 왔을 뿐이니까. 오해 같은 건 하지 말아둬. 알았어?”

    “저 바보는 배우기 싫다니까 무시하자고. 그보다 날 가르쳐줘. 혹시 모래벽 생성마법에도 암흑의 모래벽 같은 응용기술이 있는지 배우고 싶어서 왔는데.”

    “샌드쿠커! 먼저 온 건 나거든?”

    “니가 안 배워도 된다며?”

    “그래도 줄을 섰으니까! 여기선 공평하게 나도 마법을 배워야지!”

     

    재료강탈 이벤트에서 도움을 줘서 그런가?

    예상보다 많은 애들이 왔다.

    딱히 싫지는 않다.

    배울 애들이 실력이 있으면 나야 더 좋지.

    똑똑한 애들은 가르치는 재미가 있거든.

     

    “할로.”

    “주말에도 오크노디는 작네!”

     

    근데 이미 들어온 사람과 같은 수의 사람들이 우르르 뒤따라 들어온다.

     

    “오늘 입술 엄청 갈라지던데. 립스틱 발라줄까?”

    “저, 저는 손톱에 매니큐어를 칠할 줄 알아요!”

     

    그 뒤로도 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오크노디는 애잖아. 미용보다는 먹을 거에 관심이 있지 않겠어? 이거 오는 길에 매점에서 한 건데 답례로 주는 거니까 가져도 좋아.”

    “오징어튀김도 좋아해?”

    “멜론빵도 맛있는데.”

     

    질리지도 않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해서.

    엄청나게 많이.

     

    “…도로시. 몇 명을 데려온 거야?”

    “음… 물어보니까 다들 듣고 싶다고 하더라고?”

    “…설마 강의 듣는 인원 전부를?”

     

    도로시가 머리핀을 단 앞머리를 만지작거리며 수줍게 헤헤 웃었다.

     

    “므으읏. 아파아, 볼 잡아당기지 마아아.”

    “이렇게 많이 데려온 도로시 잘못이야!”

     

    배우고 싶은 사람 데려오라고 강의 듣는 100명이 한 자리에 다 모이게 하면 어떡해?

     

    “그래서… 안 돼?”

     

    도로시의 뒤로 모여든 학생들이 내 입만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손에 땀을 쥐고, 혹시나 거절당할까 두려워하면서, 그런데도 시선을 피하지 않고 눈을 마주친다.

    다들 기댈 곳이 없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위어드 교수님한테 직접 보강을 해달라고 하는 게 낫지 않겠어?”

    “그 교수님은 좀 그래. 샌드쿠커랑 교수실 가서 강의준비물 챙기다가 선배들한테 들었는데 4학년한테 화성암이나 화강암, 정령석에 마석까지 전세계 각지에서 캔 온갖 돌을 다 먹이는 이상한 짓을 했대.”

    “으엑. 왜 그런대?”

    “몰라. 아무튼 이상한 교수님이야.”

    “알았어. 그럼 내가 대신 가르쳐줄게.”

     

    그 말에 다들 축제라도 맞이한 것처럼 환호한다.

    뭐가 됐든 위어드 교수님이 가르치는 것보다는 내가 가르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내가 생각해도 그렇다.

    교수들은 실력은 뛰어나지만 가르치는 실력은 형편없는 경우가 부지기수.

    막상 허접한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에는 나처럼 고인물 플레이어가 필요한 능력치부터 딱딱 올려주는 눈높이 교육이 더 도움이 된다.

     

    “오크노디. 뭐부터 가르쳐줄 거야? 역시 숨겨둔 비장의 마법이라거나 마법사용꿀팁 같은 거?”

     

    다가올 운명도 모르고 순진무구한 얼굴로 묻는 도로시에게 인자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 *

     

     

    “뛰어, 뛰어, 더 뛰어!”

    “헉, 헉, 헉…”

    “이딴 건 마나강의 훈련이 아니야…”

    “주, 주글거같애…”

    “오, 오크노디… 언제까지 달리기만 하는 거야…?”

     

    오전부터 계속되는 훈련에 기진맥진한 학생들.

    그들의 옆에서 페이스를 맞추어 같이 뛰면서 나는 달리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제국 애들은 몇 년에 걸쳐서 너희보다 더 많이 마나를 모으고 마법을 연마했는데 어떤 단기교육을 받아도 마법의 양질에서 이기는 건 불가능해!”

    “그렇다고 달리기만 하는 건 이상하잖아…!”

    “상식적으로 생각해봐. 마법관련스텟을 찍어봤자 헛수고면 마법을 피해 다닐 체력과 민첩성을 기르면 그만이잖아?”

    “그, 그런가…?”

    “그러니까 한 바퀴만 더 뛰자!”

     

    운동장 100바퀴 달리기.

    낙오자 92명.

    완주자 8명.

    마법학부 지망생이라고 신체단련을 게을리 했던 학생들은 개같이 체력이 털려 흙바닥에 널브러졌다.

     

    “다, 다 뛰었으니까… 이제 끝이지…?”

    “응. 체력단련은!”

    “‘체력’단련은…?”

    “많이 뛰기만 하고 피하질 못하면 지치는 속도가 더 빨라지잖아. 민첩성 훈련 하면 역시 이것만큼 좋은 훈련이 없는데…”

     

    둥그런 링이 달린 막대기를 바닥에 탕탕 손망치질을 해서 박아 넣고 테두리에 불을 지폈다.

    짜잔.

    삽시간에 운동장에서 서커스 훈련장으로 개조 완성!

     

    “자, 다들 일어나! 민첩성 훈련도 해야지!”

     

    학생들의 얼굴에 깊은 후회의 기색이 떠올랐다.

    다들 이 좋은 훈련을 좀 더 빨리 하지 못해서 안타까운가보다.

    저렇게까지 다들 열의가 넘친다면 한 시간 간격으로 링의 크기가 조금씩 줄어든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아도 되겠지?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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