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84

    시간이 흐르고 흘러 2학기 입탑의 첫날이 밝았다.

    생도든 거주 인원이든 교직원, 교수든 나눌 것 없이 모두가 할 일이 많은 상황.

    이전에는 준비 덕분에, 오늘은 이제 곧 진행될 입탑 일정 덕분에 시요람에는 부산스러움이 감돌았다.

    “뭐야, 2학년은 왜 광장으로 모이는 거야?”

    어제 나를 꼭 껴안고 잠자리에 든 홍연화가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

    그녀의 말대로, 광장으로 향하는 생도 중에는 2학년도 많았다.

    “이번에는 경쟁전이 아니라 그런지 1~2학년이 동시에 입장한대. 다음 주는 3~4학년이 입장하고.”

    “아, 그렇… 구나.”

    함께 광장으로 향하던 백아린이 대꾸했다. 태평하니 고개를 끄덕이던 홍연화는 인상을 팍 찌푸리며 백아린을 흘겨보았다.

    그날 … 그러니까 내가 백아린에게 저녁을 대접해 준 날 이후.

    백아린이 간혹 찾아와 저녁을 얻어먹고 가는 날이 많아졌다.

    무슨 이유에선 지는 모르겠다. 그냥 홍연화와 같이 밥을 먹기 위함일지도 모르고.

    내 쪽에서도 딱히 내칠 이유도 없었기에 군말 없이 밥을 만들어주었다.

    어제도 그랬다. 은근슬쩍 찾아와 식탁 앞에 앉길래 자연스레 같이 저녁을 먹었다.

    근데 저녁을 얻어먹고도 귀가하지 않고 눌러앉더라.

    그것이 탐탁잖은 듯 언제 돌아가냐는 홍연화의 눈치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티던 백아린.

    그리곤 구렁이 담 넘어가듯 방 하나를 차지하고서 하루를 보냈다.

    그 덕에 따로 만날 필요 없이 다 같이 기숙사에서부터 함께 이동하는 중이다.

    ‘…이상한 소문은 안 나겠지?’

    문득 1층 로비에서 받은 시선들을 떠올리며 볼을 긁적였다.

    홍연화, 백아린, 엘리아랑 같이 내리자 이쪽을 향하던 묘한 시선이 뇌리에 툭 박혔다.

    물론 딱히 켕길만한 일은 하지 않았지만, 소문이란 게 진의는 중요하지 않으니까.

    물론 나도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멋대로 입을 놀렸다가는 본가 우편함으로 겁화와 창해의 인장이 붙은 편지가 배송될 테니까.

    하여 별걱정 없이 버스에 올라탔다.

    .

    .

    .

    오랜만에 시요람 중앙 광장에는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근 반년 만에 집합일까? 시간이 참 빠르다고, 1학기 입탑에서 벌써 그렇게 시간이 흘러버렸다.

    나는 묘한 감흥을 느끼며 중앙 광장에 발을 들였다.

    그리고 광장 중앙에 매 순간 솟아있는 상아색의 탑을 관측했다.

    지금도 실시간으로 성장의 가호를 뿌리며 내 폭풍성장을 돕고, 곧 시련을 내려 내 성장을 또다시 도와줄 거대한 탑…

    ‘……’

    잠시 관측을 돌렸다.

    예전보다 훨씬 익숙해진 관측의 권능이다. 이젠 기를 쓴다면 조금 파고들 기미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굳이 파고들진 않았다. 나는 아직도 비밀 하나 까발리려다가 피를 쏟아내며 기절한 기억을 잊지 않았다.

    여기서 괜히 깝죽거렸다가 입탑 기회를 날리는 대참사를 겪고 싶진 않았다.

    ‘이번 입탑 후에 부총장한테 상담 신청이나 해봐야지.’

    분위기는 1학기 때와 동일하게 어수선했다.

    실시간으로 생도들이 우르르 도착하고, 교수의 지도 아래 반별로 모이고 있는 상황.

    2학년도 모이고 있는지라 지난번보다 더욱 북적스러웠다.

    ‘이지연 선배님도… 있으시네.’

    그녀는 친구로 보이는 생도들 사이에 있었다.

    인망이 좋은 듯 주변에서 찾아오는 생도도 많았는데, 간혹 긴장한 친구를 장난스레 다독여주는 이지연의 모습도 관측됐다.

    지난번 쭈구리 상태와 비교하면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

    왜 저런 사람이 나한테는 쭈구리 모습을 보이는지 이해가 잘 안됐다.

    어찌 됐든, 우리는 곧장 리아나 교수가 지도하고 있는 입춘반 쪽으로 향했다.

    그래도 한번 경험이 있다고, 리아나 교수의 머리 위로 거대한 홀로그램이 없어도 잘 모여드는 중이다.

    “이하율 씨! 오랜만에 뵙네요!”

    [저도 반가워요, 줄리아 님]

    입춘반 인파에 합류하자 미리 도착해있던 이들로부터 환영과 안부 인사를 잔뜩 받았다.

    내 메신저 기록의 대부분은 몸은 괜찮냐는 안부 문자다.

    그게 내가 사고뭉치라는 걸 대변하는 듯해서 묘했지만, 일단 걱정을 받았기에 답장을 하나하나 보내는 것도 힘든 일이었다.

    어찌 됐든 평판을 잘 쌓았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물론 대부분은 나와 한 다리 걸치겠다는 의도겠지만. 

    “이번 입탑엔 경쟁이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네요. 이하율 씨랑 경쟁할 거 생각하면… 어휴.”

    “경쟁? 이젠 경쟁이 될 깜냥이 아닌 거 같은데…”

    “그걸 알고 말한 거야.”

    그중 안도하듯 한숨을 쉬며 말한 이는 로레인이라는 보조전공 생도였다.

    연보라색 머리카락이 독특한 남자였는데… 1학기 입탑에서 만난 생도다.

    그 뭐냐, 나랑 처음 만나 ‘셋이서 하나를 상대한다’ 전법으로 다구리를 놓다가, 머리를 썰린 생도였다.

    잠시 입춘반 생도들과 회포를 풀고 리아나 교수에게 다가갔다.

    이젠 알아서 척척 움직이는 생도들 덕분에 여유가 있어 보이는 리아나 교수와 그 곁에 조용히 팔짱을 끼고 서 있는 스승님.

    내가 다가가자, 리아나 교수와 스승님 모두 나를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아, 맞다.”

    [넹? 엥? 응그그긍…]

    그때였다. 미소 지으며 날 쓰다듬던 리아나 교수가 돌연 눈을 가늘게 뜨더니, 대뜸 내 코를 쿡 집어 꾹꾹 눌러댔다.

    [왜애…?]

    아프진 않았지만 의문은 있었다.

    의아해하며 묻자, 리아나 교수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지난번에 교수를 희롱한 벌입니다.”

    [엥…]

    교수를 희롱한 벌이라니?

    나는 아무것도…

    …아무것도… 오… 뭔갈 하긴 했구나.

    생각해 보니 오히려 많았다.

    돌고 돌아 업보였다. 어쩔 수 없이 한동안 코를 상납했다.

    “잘 치르고 오세요.”

    “어련히 잘하겠지만, 많이 배우고 오거라.”

    아쉽게도 금방 입장인지라 오랫동안 수다를 떨지 못했다.

    코를 꾹꾹 눌러올 때는 언제고, 지금은 머리카락을 쓸어주는 손길을 만끽하고서 제자리로 돌아왔다.

    “…흠.”

    [에에에엥…]

    그 잠깐 사이에 어딘가 부루퉁해진 홍연화에게 뺨을 잡혔다.

    나는 이번엔 정말로 영문 모를 이유로 뺨을 조물당해야 했다.

    .

    .

    .

    그런 억울한 손길은 단상에 올라온 교수가 안내 사항을 공지할 즈음에서야 물러갔다.

    “지금부터 이번 2학기 입탑에 관한 안내 사항을 전달하겠다.”

    공지 담당자는 1학기 때와 동일한 곡우반의 담당교수, 알베르트 카니아젤 교수였다.

    아무래도 가장 연장자이고 경험도 많다 보니 이런 일정을 이끄는 모양.

    “이번 입탑의 주제는 관조(觀照). 탑 내부에서 구현된 스스로와 싸워 이겨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스스로를 이겨내는 것… 쉬운 일은 아니다. 단순한 정신론에서 말하는 싸움조차 힘든 일이다.

    그런데 정말 나의 몸과 능력, 기술이 구현된 인형과 싸우는 건데 쉬울 리가 없다.

    “이때 구현되는 적은 성장의 탑 입장 시점을 기준으로 한다.”

    하지만 위안거리는 있다. 탑에서 구현되는 자신은 어디까지나 입탑 시점의 전력. 탑 내부에서 이룬 성장은 반영되지 않는다.

    즉, 탑 내부에서 성장한다면야 구현된 자신을 이겨내는 게 불가능하진 않다.

    더군다나 탑 내부에서는 성장의 가호도 증폭되니까, 결국 계속 들이박다 보면 성장한 본체 쪽이 이기게 되어있다.

    조건을 늘어놓으면 미친 듯이 어려운 조건은 아니었다.

    “입탑은 닷새 간 진행된다. 스스로를 이겨낸 생도는 남은 기간 동안 별도의 수련실로 이동되거나, 개인의 요청에 따라 특별한 적을 구현하여 모의 전투를 치를 수도 있다.”

    그러고도 시간이 남는다면 증폭된 가호의 본전을 뽑기 위해 별도로 수련하거나, 아니면 다른 적을 구현하여 모의 전투를 치를 수도 있단다.

    ‘나도 시간이 남으면 써봐야지.’

    막상 어려운 조건은 아니라지만, 쉽게 통과할 수 있는 조건도 아니다. 아슬아슬한 시간을 남기고 통과하는 생도도 무척 많다.

    나도 막상 들어가 놓고 가까스로 통과하거나, 아니면 통과도 못 하고 튕겨 나올 수도 있다.

    물론 나는 성장의 가호가 남들보다 높게 적용되어 있으니, 어지간해서는 통과할 거다.

    “─이번 입탑의 설명은 여기까지다. 모두 타인의 입장에서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여 앞으로 나아가도록. 그럼, 입춘반부터 입장을 시작하겠다.”

    간단하게 설명을 마친 곡우반 교수가 지체할 것 없다는 듯 입장을 지도했다.

    성장의 탑 밑동에 나 있는 아치형의 입구.

    시꺼먼 색이 일렁이는 입구로 생도들이 줄을 맞춰 쉴 새 없이 입장했다.

    1학기 입탑때는 입장한 즉시 전투가 일어나는 사태를 피하고자 시간차를 두고 입장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차피 따로 공간이 잡히기 때문에 딜레이 없이 입장하는 중이다.

    또 지난번에는 곡우반이 먼저 입장했지만, 이번에는 입춘반이 선두로 입장하게 됐다.

    “하율아, 잘하고 와.”

    “많이많이 성장해서 재회합시다!”

    “미리 통과하면 훈련실에서 뵐게요!”

    [네, 저도 응원할게요!]

    덕분에 나도 별다른 기다림 없이 성장의 탑 앞에 설 수 있었다.

    뒤편에서 쏟아지는 응원에 방긋 웃으며 손을 붕붕 흔들었다. 그리고 뒤에 생도가 기다리지 않도록 곧장 입구에 몸을 밀어 넣었다.

    두 번째 입탑이었다.

    .

    .

    .

    흐려지던 의식이 돌연 선명해졌다.

    한순간 무뎌지던 감각이 날카롭게 곤두섰다.

    텁텁한 바람이 몸을 두드렸다. 옷이 펄럭이는 소리가 귓가에 때려 박혔다.

    즉시 상태를 점검했다.

    ‘신체는 이상 무. 코어랑 회로도 정상. 정상적으로 들어왔어.’

    특유의 이질감은 조금 있지만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오른손을 꽉 움켜쥐었다. 역시 문제는 없다.

    왼팔의 의수도 멀쩡하고, 하늘의 날개깃도 잘 따라왔다. 1학기 입탑이었다면 압수당했을 테지만, 이번엔 딱히 경쟁이 아니기에 제지는 없었다.

    애당초 본체가 아티팩트를 들고 오면 복사체도 같이 들고 구현되니까. 

    공기는 텁텁하다. 입술이 점차 말라가는 감각에 발끝으로 바닥을 툭툭 두드리자 수풀이나 잔디가 아닌 딱딱한 감촉이 전해졌다.

    ‘권능 발현, 관측.’

    잠시 내려둔 권능을 도로 발현했다. 일순 머리가 찌르르 울렸다.

    무언가를 떠받치는 듯한 감각이다.

    반발력. 관측의 범위를 압박하는 공간이다.

    지난 입탑에서는 이걸 이겨내지 못해 공간지각이 꾹꾹 진압당해 맹인(진)으로 활동해야 했다.

    물론 지금은 아니다.

    압박을 단숨에 떨친 관측이 전개됐다. 나를 중심으로 한 일대의 정보가 물밀듯 쏟아지고, 잠시 검게 물들었던 지도가 갱신됐다.

    내가 서 있는 곳은 황무지였다. 푸르른 초록빛은 찾기 힘든 진갈색의 지평선. 물기도 메말랐는지 갈라진 땅이 흔히 관측됐다.

    ‘이게 기본 배경인가? 생도에 따라 다르게 나온다고 들었는데…’

    잠시 턱을 쓰다듬었다.

    생기가 풍부한 장소는 아니다. 물론 대지를 쥐어짜 내면 나오겠다만, 울창한 초목 한가운데서 흡수하는 양은 결코 아니겠지.

    즉 정령이 마냥 활약할 만한 공간도 아니다.

    흙의 정령에게는 좋은 환경이다. 바람이 넉넉히 불어오는 걸 보면 바람의 정령에게도 나쁜 환경은 아니다.

    하지만 그 밖의 정령에게는 친화적인 장소가 아니다.

    ‘흠…’

    잠시 제자리에 서서 채비를 갖췄다. 습격을 대비한 마법을 우수수 깔아두고, 기본적인 강체술도 운용한다.

    정령이 활약할 장소는 아니지만, 견제를 목적으로 정령도 잔뜩 풀어둔다.

    그러면서 곧 등장할 ‘나’를 상대할 방법을 고민했다.

    ‘우선…’

    발현한 고유능력은 팔방미인과 마력친화.

    그를 토대로 섭렵한 강체술과 강기술. 수준급으로 수련한 각종 무술과 무기술.

    마법서적을 무차별적으로 관측해 저장한 오만가지 마법.

    주먹구구식으로 배운 사령술.

    다섯 속성, 수백여 마리 정령을 자유재로 다루고 뭣하면 정령화를 갈길 수 있는 정령술.

    확장능력 천변만화로 구현할 수 있는 기술과, 동질화로 구현 가능한 고유능력…

    겁화, 창해, 태산, 백야, 환몽, 가시, 신체증폭, 경화, 반경, 축력 등.

    관측의 권능 덕분에 사각이 없는 대응능력과 실수가 없는 동작 정확성.

    공간의 권능을 통해 구현한 아공간에 쟁여둔 각종 도구, 공간벽과 기타 외 응용법.

    수호의 증명을 착용하여 얻은 내구 보정에, 어지간한 공격은 막아주는 수호의 권능…

    ‘귀찮네…’

    인상이 구겨졌다.

    대응하기가 까다롭다.

    할 수 있는 가짓수가 너무 많다. 하나의 대응책을 짜내봤자 다른 수를 꺼내 쓰면 된다.

    모든 수에 대한 대비책? 그딴 건 없다. 저렇게 다양한 수를 차단할 수 있는 대비책은, 압도적인 힘으로 뭘 하기 전에 찍어 누르는 것밖에 없다.

    아니면 마력을 원천 차단하거나. 아, 그럼 심력만 소모로 하는 기술을 모방한 천변만화가 날아오겠네.

    애당초 권능이 구현될까?

    수호의 권능은 될 것 같지만, 공간과 관측도 될 지는 잘 모르겠다.

    ‘…일단 한번 들이박아 봐야지.’

    여기서 고민해도 이 이상의 답은 나오지 않는다. 책상 군림해 봤자 현장에서 와장창 엎어지는 것이 대부분 아닌가.

    한번 직접 체험해 보고, 대응책은 그때 가서 생각해 보자.

    애당초 그러라고 부활 기능이 있는 게 아닌가?

    그때였다. 점점 넓어지고 있는 관측 범위 끄트머리로 생물이 잡혔다.

    ‘나왔…?’

    곧장 대응하려던 순간 몸을 덜컥 굳혔다. 뇌리에 꽂혀드는 정보… 그를 자세히 살폈다.

    신장은 무척 크다. 2m에 가까울법한 장신에, 꾀죄죄한 차림과 다르게 근육도 다부졌다.

    남성은 폐품이나 다름없는 갑옷을 걸치고 있었다.

    투구는 진즉에 날아갔는지 머리가 훤히 드러나 있다.

    몸을 감싸는 갑옷은 가까스로 남은 파편이라 불러야 할 지경이었다.

    갑옷 아래에 걸쳐져 있던 검은색 도복은 흉하게 해지고 찢겨있다.

    양팔에는 시뻘건 붕대가 칭칭 감겨있다.

    한쪽 손에는 검을 쥐고 있었는데, 끝을 바닥에 질질 끌고 오는 검의 상태도 심히 나빠 보였다.

    광이 없는 흑색의 검신은 잔뜩 이가 나가고 마모된 고철이다. 고물상에 내다 팔아도 값이 나올까 싶은 망가진 상태.

    ‘……’

    막힘없이 흐르던 생각이 틀어막혔다.

    지금 내가 어떤 생각… 추론을 하고 있는데, 그게 맞는지 잘 모르겠다.

    파편 정도만 남은 갑옷… 진철갑주鎭鐵甲冑.

    상급 아티팩트. 방어력은 뛰어나지 않지만 수복력이 좋고 한번 공격을 막을 정도는 되는 아티팩트.

    걸레로도 못쓸 흑색도복… 흑풍의黑風衣.

    상급 아티팩트. 민첩 스텟을 보정해 주고, 의복 자체에 내장된 마력저장, 방출 기능이 쓸만하던 아티팩트.

    시뻘건 붕대… 혈쇄진血掯鎭. 중상급 아티팩트. 피를 머금어 출혈과 상태 이상을 막아주고, 피를 머금는 만큼 길이가 늘어나는 아티팩트.

    바닥에 질질 끌리는 검… 특별한 점이 없는 양산형의 흑철검.

    독특한 형상과 무장 조합이다.

    그리고, 뇌리 한구석에 남아있는 익숙한 무장이다.

    ‘어… 설마…’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남성이 고개를 천천히 쳐들었다.

    온갖 종류의 흉이 덕지덕지 늘러붙은 남자의 면상. 

    순간 숨이 멎었다.

    분명 다르지만… 아주 익숙한 낯짝이다.

    ‘내 얼굴?’

    그야 매 순간 관측하고 있는 나와 흡사했으니까.

    그 순간 멍하니 뜨여있는 남성의 죽은 동공이 일순 수축했다.

    심연을 빼다 박은 듯한 시꺼먼 동공 속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내 모습이 담겼다.

    직감, 생존본능이라 해야 할 신호가 울렸다.

    즉시 행동을 취했다.

    그와 동시에 남성이 들고 있는 검을 까닥였다. 성의 없이 까닥여진 검날이 안개에 휩싸이듯 일순 흐릿해졌다.

    ‘이 씨─’

    욕설이 이어지지 못했다.

    – 서걱

    위기 신호가 끊어졌다.

    만종투술 확장능력

    화곡절계 천행백익절禾穀節季 遄行白翼絶

    그보다 뒤늦게 잘려 나간 머리가 하늘을 날았다.

    * * *

    [권능 「성장」이 발현됩니다]

    [성장의 시련이 가동합니다]

    [권능 「지식」이 발현됩니다]

    [권능 「관측」이 발현됩니다]

    [지식의 탑 내장관측기록 「2번째」 열람]

    [권능 「조율」이 발현됩니다]

    [지식의 탑과 성장의 탑을 연결합니다]

    [권능 「공간」이 발현됩니다]

    [지식의 탑 내장관측기록 「2번째」 접속]

    [기록된 존재를 구현합니다]

    [불완전 구현]

    [이회차二回次]

    [투쟁구도 아수라鬪爭求道 阿修羅]

    등록된 마지막 회차입니다


           


I Became the Academy’s Disabled Student

I Became the Academy’s Disabled Student

아카데미 장애인 전형 생도가 되었다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created a game character.
Instead of taking several perks, I added restrictions.

▶Restriction (I): “Curse of Sensory Seal”
─Permanently seals a chosen sense.
─Choice: Sight, Taste, Smell

▶Restriction (II): “Curse of Short Life”
─You are born with a body doomed to a short life.

▶Restriction (III): “Curse of Silence”
─Speaking causes you pain.

When the next day came, I couldn’t see anyth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