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184

       *** ***

         

       승패가 명확한 경기만큼 재미없는 게 또 있을까.

         

       모두가 칠 번대의 승리를 점치는 바람에 처진 분위기 속에서 결승전이 시작되었다.

         

       “제 일 경기는 장일삭 대 조가주! 경기 시작!”

         

       조가주는 상대를 바라보았다. 용상객잔에서 일방적으로 시비를 걸었던 그 자였다.

         

       피식.

         

       조가주는 그때를 생각하자 절로 웃음이 나왔다. 호천안과 연인으로 추정되는 그 절세미녀에게 들이대었다가 까였던 때의 장일삭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이놈!”

         

       조가주가 어떤 생각을 하며 자신을 비웃는지 짐작한 장일삭은 노호성을 내지르며 달려들려고 했지만….

         

       처억!

         

       장창의 압박에 발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길다!’

         

       장일삭은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실제 창의 고수와 싸워 보는 경험은 사실상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장일삭이 경험한 창술은 황군의 병졸들이 사용하는 것 정도에 불과했다. 황군의 병졸들은 무공을 제대로 익혔다 할 수 없는 이들. 그런 이들과 절정고수인 조가주를 비교할 수는 없었다.

         

       조가주는 작정하고 장일상의 접근을 차단했다. 이리 저리 창두를 움직이며 공격해 들어갈 시늉을 하거나 장일상이 들어올 보법의 경로를 방해하며 움직임을 봉쇄했다.

         

       치명적인 공격을 할 수 없는 대신 상대의 접근을 불허하는 창의 운용. 무기의 길이를 이용한 전법에 장일삭은 분통을 터트렸다.

         

       “이놈! 제대로 싸워라!”

         

       조가주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저 차분하게 상대의 반응을 살필 뿐이었다.

         

       ‘칠 번대에게만큼은 지고 싶지 않군.’

         

       지금은 장일삭이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것 같지만 붙으면 진다는 것을 조가주는 잘 알고 있었다. 저지에서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들어오지 못하는 것뿐, 본격적인 공방이 벌어진다면 무기술의 격차가 그대로 드러나겠지.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일 뿐이다.’

         

       전패.

         

       조가주는 전패했다. 개인전에서 조가주는 그저 짐덩이에 불과했다. 차라리 검을 들었다면 제대로 한 몫 할 수 있었을 테지만…

         

       ‘각자에게는 각자의 역할이 있는 법. 냉정해져라! 조가주!’

         

       단체전에 앞서서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실전 경험 기회. 조가주는 자신의 패배를 딛고 결승전까지 올라와 준 동기들을 생각하며 혈기를 억눌렀다.

         

       그렇게 조가주는 견제하고 장일상은 그 견제를 뚫기 위한 지루한 대치가 이어졌다. 그러나 아무리 무기 길이의 이점이 있다고는 해도 영원히 진입을 막을 수는 없는 법이었다.

         

       창의 견제를 뚫고 장일산이 접근하는 순간 조가주는.

         

       “기권!”

         

       기권했다.

         

       “우! 우!”

         

       “에라이! 시간만 끌다가 기권할 거면 진작 하지 그랬냐!”

         

       지루하디 지루한 대치 끝에 기권이라니! 사방에서 훈련병들의 야유가 쏟아졌지만 조가주는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비무대에서 내려왔다. 십이 대의 훈련생들이 몰려와 그런 조가주의 등을 치며 격려했다.

         

       “잘 참았어!”

         

       “저 자식들은 신경 쓰지 말게!”

         

       조가주는 쓰게 웃으며 말했다.

         

       “힘이 되지 못해서 미안하군. 부탁하겠네.”

         

       “아, 걱정 말라고! 이 천재 재상해 님께서 바로 한 판 따 오도록 하지.”

         

       조가주는 생각했다. 평소에 정말 꼴보기 싫다고 생각했던 자신만만한 모습이 오늘은 든든하게 느껴진다고.

         

       “그래. 부탁하지.”

         

       두 번째 개인전이 시작되었다.

         

       “차하압!”

         

       재상해는 시작하자마자 칠번대 훈련생, 장우에게 달려들었다. 장우 역시 그에 호응해 달려들었다.

         

       “화끈하구만!”

         

       “이래야지!”

         

       주변의 환호성이 울리는 와중 재상해와 장우의 합이 계속해 이어졌다. 장우는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재상해를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합을 주고받으며 공방을 거듭하면 자연스럽게 소강상태가 되곤 한다. 서로 흩어진 기의 흐름과 호흡을 가다듬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

         

       그런데 재상해는 그런 일반적인 흐름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달려들고 있었다.

         

       ‘힘이 달리기 전에 몰아쳐서 끝내겠다는 건가? 그렇다면 제대로 역 이용해주지.’

         

       장우 역시 뒤로 빼는 대신 다시 달려들었다. 상대가 맹렬하게 나온다면 이쪽도 맹렬하게 나오는 것이 맞았다.

         

       ‘비축된 내공이나 체력이나 내 쪽이 우위다. 서고 맹공을 퍼부으면 먼저 지치는 건 네 쪽이다!’

         

       그야말로 불꽃 튀는 승부!

         

       어차피 뒤를 고려할 필요가 없는 두 사람은 체력이고 내공이고 아낌없이 쏟아부었고 그런 두 사람의 승부에 훈련생들은 손에 땀을 쥐었다. 이 불꽃 튀는 승부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채애앵!!

         

       “승자! 재상해!”

         

       재상해가 숨을 헐떡이며 간신히 주먹을 들어 올렸다. 숨은 턱끝까지 차올랐고 전신이 땀으로 흠뻑 젖을 정도의 격전! 마지막에는 서로 비틀거리며 온 힘을 쥐어짠 사투 끝에 승리한 것은 재상해였다.

         

       “거, 생긴 건 기생오라비같이 생겨서 근성이 대단하군!”

         

       “의지의 승리야.”

         

       훈련생들은 재상해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모든 힘을 짜낸 끝에 불리함을 극복하고 승리를 쟁취했으니 그 근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세 번째 개인전이 펼쳐지고 네 번째 개인전이 이어졌다.

         

       “승자! 광재련!”

         

       “승자! 강추모루!”

         

       네 번째 개인전이 끝나고 훈련생들은 일이 뭔가 이상하게 돌아간다고 느꼈다. 조가주만 패배했을 뿐 다른 이들은 계속해서 판을 따내고 있지 않은가.

         

       “이거 지금…칠번대가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잖아?”

         

       칠번대의 우위를 점치던 훈련생들의 예상과는 다른 양상의 경기가 이어졌다.

         

       다섯 번째 경기도 십이 번대의 승리로 끝났다.

         

       “으아아악!”

         

       하루 안에 동급의 무인을 상대하는 비무가 벌써 몇 차례나 이루어진 상황. 반 시진의 휴식이 있었고 칠번 대는 부전승으로 올라왔지만 그렇다 해도 지쳐 있다는 점은 변함이 없었다.

         

       비무가 조금만 길어 지면 그나마 휴식으로 회복했던 내공이고 체력이고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는 상황.

         

       그렇기에 훈련생들은 십이 번대의 연승이 더욱더 이해되지 않았다.

         

       “엄밀히 말하면 십이 번대의 체력 상황이 더 좋지 않은데…”

         

       “어째서 이기는 거지?”

         

       아무리 평소에 철저하게 체력 단련을 하더라도 사람의 체력이라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부전승을 거치며 올라간 칠번 대에 비해 십이 번대의 체력이 열세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그러나 장기전에서 승기를 잡는 쪽은 여지없이 십이 번 대였다.

         

       ‘….그런가.’

         

       여섯 번째 경기를 관람하고 있던 송안성은 그제야 십이 번대가 연전연승할 수 있었던 비결을 눈치챘다.

         

       “크하.”

         

       “크허어!”

         

       옥수수와 십이 번대 훈련생의 개인전.

         

       비무가 길어짐에 따라 양쪽 다 체력이 바닥나고 숨이 넘어가기 직전이지만 옥수수는 어떻게든 몸을 움직였고 어떻게든 무기를 휘둘렀으나 칠번 대의 훈련생은 지금의 상황을 견디는 것만으로도 힘들어 보였다.

         

       송안성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었다.

         

       결국에는 경험이었다.

         

       진흙탕에서 구르는 것에도 요령이 있는 법이었다.

         

       내공이고 체력이고 완전히 바닥났을 때 강제로 힘을 쥐어짜는 행위에 대한 숙련도가 다르다. 한 올 남은 힘을 가지고 상대는 어찌할 바를 몰랐지만, 옥수수는 그 힘을 손에 쥐고 휘둘렀다.

         

       옥수수를 비롯한 십이 부대는 알고 있었다. 결승 무대에 오르기 전부터 승리에 대한 확신을 품었다.

         

       지난 2주간 이렇게 바닥에 바닥까지 긁어내며 훈련을 이어왔다. 그리고 그렇게 바닥까지 긁어내며 훈련을 받을 때 다른 부대의 훈련생들은 어떤 시간을 보냈던가? 적당히 무기를 휘두르고 대충대충 진법을 수련하며 그저 비웃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 너희들이 지금 이 진흙탕 싸움에서 우리 부대를 이길 수 있을 거 같냐!’

         

       잠깐 정신을 팔면 배로 늘어나는 피튀체조! 정말 피가 나고 알이 배기고 이가 갈릴 정도로 훈련하지 않으면 피할 수 없는 피알이 훈련! 숨 쉬기도 바쁜 와중에 군가까지 부르는 산악구보!

         

       그 하나하나가 옥수수를 극한까지 몰아붙였고 그 극한 속에서도 정신을 차리는 상황을 강요했다.

         

       ‘니들이 쉬바, 그런 훈련 해봤어? 어 해봤냐고!’

         

       십이 부대만 당했다고 생각하니 울분이 치솟는 지옥훈련!

         

       피튀체조와 피알이 훈련 그리고 산악구보를 경험해 본 적도 없는 녀석들이! 감히 지구전에서 십이 부대를 이기려고 하다니!

         

       백년은 이르다!

         

       “가서 피튀 훈련부터 시작해라 이 자식들아아아아!!”

         

       칠 번대 훈련생 입장에서는 알 수 없는 울분을 담은 옥수수의 일격!

         

       쨍그랑!!

         

       그런 옥수수의 검격이 상대방의 검을 떨어뜨렸다.

         

       “옥수수 승!”

         

       호천안이 이끄는 십이 훈련부대는 14전 12승 2패로 결승전을 마무리했다.

         

       *** ***

         

       “이겼다아아아!”

         

       “으아아아아!!!”

         

       뭐 예상한 결과였다. 아무리 승자전이라고 해도 하루 안에 승패가 갈리는 가혹한 일정이었고 결국 최후에는 체력전이 될 수밖에 없는 거지.

         

       최선과 최선의 격돌이 아닌 최악과 최악의 격돌인 셈이었다.

         

       최고의 상태로 최선의 기술을 사용해 나온 최상의 결과가 도출되어도 보통은 그 결과를 사람의 역량이라고 인정해준다. 그에 반면 저점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단 말이지.

         

       지치고 내공이 한 줌밖에 남지 않았을 때 어느 정도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신경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최악의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그 저점의 역량인데 말이야.

         

       “모두 집합!”

         

       “악!”

         

       훈련생들이 흥분이 가시지 않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본관은 여러분들의 성과에 관심이 없습니다.”

         

       훈련생들의 눈빛이 변했다. 대충 ‘이겨도 지랄이네’ 같은 눈빛.

         

       “본관은 훈련생을 단련하고 가능성을 개화시킨다. 그것에만 집중합니다. 그런 의미로 개인전의 우승은 본관에게도 기쁜 일입니다. 훈련생들의 자신감이 오른 것이 눈에 보입니다.”

         

       “악!”

         

       “내일 있을 단체전에서도 훈련생들의 모습을 지켜보겠습니다. 해산!”

         

       “악!”

         

       “가세! 내일 사용할 전략을 확인하려면 서둘러야 해!”

         

       강추모루의 외침에 생활관으로 뛰어가는 훈련생들. 역시 내일은 아무래도 강추모루가 입안한 전략이 펼쳐지려나.

         

       문득 송안성의 말이 떠올랐다. 마음이 바뀐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었지.

         

       어쩌면 송안성의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목적을 잊지는 않았지만 송안성이 보기에는 내가 태도를 바꾸었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바뀌는 편이 정상이지 않을까. 훈련생들과 어울린 지도 벌써 2주. 그저 서류와 게임 지식으로만 파악했던 이들과 교류하면 저들을 이해하게 되었으니까.

         

       훈련생들과 어울리면서 어쩌면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잘못 판단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가슴 한켠에 자리 잡았으니까.

         

       송안성이 그런 나의 흔들림을 꿰뚫어 보았을지도.

         

       이도 저도 아닌 태도를 고수할 수는 없었으니, 나 역시 결론을 내려야 할 일이었다.

         

       분기점.

         

       강추모루가 이끄는 십이번대가 어떤 활약상을 보이는지에 따라 내 결론도 달라지겠지.

         

       내일.

         

       모든 것은 내일 결정될 일이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