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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4

       가장 맛있는 건 언제 먹어야 할까.

        

       밤새 토론을 이어가도 부족함이 없을 심오하고 철학적인 주제겠으나, 나는 먼저 먹어야 한다는 파였다. 배가 고프고 입이 쌩쌩해야 맛을 최대로 음미할 수 있으니까. 최고의 음식은 최선의 상태로 접하는 게 예의 아닐까.

        

       음식이 아닌 다른 영역에까지 적용할 원칙은 아니겠지. 그래도, 어느 정도는 일맥상통한다는 생각이 드는 게……왜, 시작이 반이라고 하잖아. 시작이 충격적으로 흥미로워야 뒷이야기에도 관심이 가는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이번 선택은 괜찮았던 것 같아.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아니 시발 이게 대체 뭐야】

        

       무의미한 감탄사로 가득한 도네이션이 벌써 몇 번째인지. 얼핏 확인한 채팅창의 상황도 그리 다르지는 않더라. 가히 폭발적인 반응이었다. 이 빌드 어디서 보는 거냐는 질문이 10초에 한번은 올라올 정도로.

        

       ……도적할 때랑 조금 비교되는데. 아무리 그래도.

        

       하지만, 억울할 건……없었다. 캐릭터의 특징보다는, 빌드의 임팩트 때문일 테니. 정교한 기술보다는 벽을 박살내버리는 힘이 눈에 꽂히기 마련이다.

       

       애초에 그래서 이 빌드를 시리즈의 효시로 고른 것 아닌가. 내가 불평하는 것도 어불성설이겠지.

        

       HRPALA. 홀레기사. 쓸데없는 연구를 유독 좋아하던 옛 친구가 개발한 빌드였다. 랭크 게임보다 커스텀 게임, 커스텀 게임보다 디스코스에 오래 있던.

        

       사흘 밤낮을 게임 한판 안 돌리고 커스텀 게임만 왔다갔다 하더니, 갑자기 ‘I show you a fucking good show’ 라고 하길래……이건 또 뭔 소린가 했더랬다. 또 무슨 이상한 짓으로 다이아로 회귀하려 하냐고 놀리며 들어갔는데.

        

       진짜 개쩌는 쇼를 보여줄 줄은 몰랐지.

        

       첫 관객으로서 1열에서 관람했던 내가 보장할 수 있었다. 시각적 임팩트로 이 빌드를 뛰어넘는 건 없다. 최소한 성기사로는.

        

       게으르다 못해 존재를 의심받던 그 시절의 나오나 개발진조차 허겁지겁 긴급패치를 하게 만들었으니……아마, 개발자들로서도 인상깊었던 것 아닐까.

       

        .

       .

       .

        

       코너 앞. 얇은 벽이 연달아 놓인 ㄹ자 골목의 중심부. 체력바의 미세한 떨림이……여긴가.

        

       천천히, 제자리에서 가볍게 스텝을 밟았다.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애초에 전투가 아니라 사냥에 최적화된 빌드니. 미끼를 뿌리고, 덮치면 그만이다.

       

       벽 저편으로는 평온히 걷는 사운드를 전달하면서, 온 몸을 비틀며 힘을 모았다. 

        

       이어서, 호쾌하게 휘둘러지는 대검. 손을 바삐 움직여 무게중심을 유지하는 사이, 거대한 검은 그 끝이 보이지 않는 포물선을 그렸다. 최대타격점에서 저 벽과 격돌하도록 설계한 일격이다.

        

       -콰앙!

        

       흩날리는 바위 파편들. 공쳤나, 했으나- 이내, 퍼져 나가는 돌무더기 중 우측 하단의 한 웅큼에 붉은 빛이 감도는 걸 확인했다.

       

       역시, 여기였구나.

        

       벽은 시야만 가리지, 대대대검은 못 막는데.

        

       학습이 느리네.

        

       “상대가 과감성이 부족하네요. 여러분은 조금 더 과감한 돌격을 해보세요. 대대대검은 돌격에 약해요.”

        

       『아니』

       『방송 아니었으면 백퍼 ESP핵소리 나왔다』

       『사플인가요?』

       『어케 하는거야 대체』

       『진짜 버그 아님?』

       『뭔 전봇대를 휘두르는데 뭘 어떻게 뚫고 돌격하는데요』

        

       버그……버그라.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버그와 스킬 중 어느 쪽에 더 가까운지 따져봐야 하는 빌드기는 했다. 버그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편법에 살짝 기울어있기는 했으니까.

       

       그것도, 제작자 공인으로.

        

       요컨대, 이건 신실한 육체에 있었던 ‘의도치 않은 오류’를 활용한 빌드였다. 동료 방어력의 절대적 수치가 아닌, 주변 적 대비 상대적인 방어력에 따라 체력이 증가하는 오류가 있었더랬다. 툴팁의 설명과는 달리.

        

       그러니까……아군의 방어력 총합이 아무리 낮아봐야, 주변에 있는 적이 사제나 마법사 따위면 체력 버프는 미미했던 것이다. 반대로, 우리 사제나 마법사를 지키는 상황에서 기사나 광전사 따위가 달려들면 체력이 제법 증가했고.

        

       오류……라고 했지만, 누가 봐도 기사가 상대 후열 뛰어들어서 깽판치는 거 막으려고 넣은 장치였다. 갑옷 제대로 입은 전열이나 상대하면서 지킬 거 지키라는 거지.

        

       다만, 간과했던 것이.

        

       그냥 갑옷 다 벗어 던지고 혼자 돌격해서 아군 방어력을 1로 만들면, 도적만 만나도 상대적인 방어력 격차에 의한 체력 증대 수치가 하늘을 뚫었다.

        

       체력이 느는 타이밍을 잘 재면 은신한 도적의 접근도 감지 가능했고.

        

       처음엔, 뭐. 암암리에 다들 알고 있었지만, 별 의미는 없었다. 최대 체력이 늘어도 현재 체력은 늘지 않았으니.

       

       예능 영상 촬영이 아닌 이상에야, 성기사가 갑옷을 다 벗어던질 메리트가 있을 리가. 다른 스탯 조금 올라간다고 만회할 수 있는 페널티가 아니다.

        

       부가효과에 가까운 도적 은신 감지야, 뭐. 어차피 옆에 있는 마법사가 탐지 돌리면 그만이었고. 애초에 은신은 하자 많은 스킬이다. 상향이 시급한.

        

       그러니, 아무 문제없었다.

        

       굳이 이걸 살려보겠다고 수십개의 특성들을 하나하나 조합해서 실험하는 미친놈이 없었으면, 아마 계속 괜찮지 않았을까.

        

       그러니까……갑옷은 죄 벗어 던진 후, ‘서약과 제약’으로 장비 무게 최대치를 뚫어서 정신나간 크기의 대검을 들고, 잃은 체력에 비례해 순간적으로 공격력을 올려주는 ‘최후의 저항’을 넣고는, 증폭용 특성을 바닥까지 긁어 모은 다음에, 모든 지형지물을 두들기며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었으면.

        

       레딧에서 전직 개발자가 푸념한 바에 의하면, 이거 막겠다고 지형지물 방어력을 올렸더니 수호병 쪽에서 온갖 버그가 발생했다고 했던가. 이건 정말로 도저히 왜 그러는지 알 수 없어서, 하루에 세 번씩은 우리한테 대체 왜 이러냐고 소리지르는 비명이 울려퍼졌다는  말이……참 의미심장했더랬다.

        

       그도 그럴 만했던 것이. 빌드가 나온 게……이미 나오나가 천천히 기울어가던 시즌 5중반이었으니까. 아마 모르긴 해도, 스파게티 코드를 짠 초기 개발자는 진작에 퇴사한 상태 아니었을까.

        

       그러니, 패러데이가 할 수 있는 건 정해져 있었다.

        

       허겁지겁 온갖 특성 수치를 하향 조정하고. 대검 크기까지 제한하겠다고 했다가, 기사뽕 가득 들어찬 서양권 게이머들한테 몰매맞고 철회하고. 이것저것 추가로 너프하고. 한참 지나서야 은근슬쩍 말을 바꿔서 벽을 상호작용 불가 오브젝트로 바꾸는…….

        

       하지만, 어차피 그조차도 한참 후의 일이다. 최소한 몇 주는 걸리겠지. 시즌2가 시작되기 전까지 마무리하면 다행 아닐까.

        

       그 때까지, 이 빌드는 그저 날뛸 뿐이다.

        

       본능적으로 은엄폐를 하며 지형지물을 이용하는 이들을 상대로, 무자비하게.

        

       -콰앙!

        

       [YoMAMA(Paladin) has been slain!]

       [아따먹(Paladin) → YoMAMA(Paladin)]

        

       [(All) YoMAMA(Paladin): wtf]

       [(All) YoMAMA(Paladin): you’ve gotta be @$*!ing kidding me]

       [(All) YoMAMA(Paladin): $@&ing @(!$ full of $*(!]

        

       필터링이 좋은 점도 있네. 영어를 못 알아들어도 극찬을 알아볼 수 있고. 

        

       “상대도 인상깊은가 보네요. 아마, 저 친구도 다음판에는 직접 해보고 싶지 않을까요. 도와줘야 하나.”

        

       [(All) 아따먹(Paladin): Build at (링크) for all to try]

        

       킬이 나올 때마다 복사해둔 문구 – 이 빌드를 해보고 싶으신 분들은 링크를 참조하세요 – 를 채팅에 올리며 홍보를 하고 있자니, 몇 차례에 걸쳐 극찬이 쏟아지는 것이……진정한 만국 공용어는 사랑 따위가 아니라 게임 아닐까.

        

       좋아.

        

       오늘……다이아 1, 정도까지만 찍어볼까.

        

       [DQN(Rogue) has been slain!]

       [아따먹(Paladin) → DQN(Rogue)]

       [(All) 아따먹(Paladin): Build at (링크) for all to try]

       [(All) DQN(Rogue): mf a$$hole]

        

       광고 효과도 괜찮아보이고. 응.

        

       * * * *

        

       [작성자: ㅇㅇ]

       [제목: 이거 버그 아님?]

       [(동영상)

        

       벽이 왜 부숴지는데 씨1발

        

       왜 방송에서 대놓고 버그를 쓰고 있어 미친년이]

       –     남편이 사지분쇄당했으니 미칠만 하지…

       –     ㄴ 대체 쟤한테 도적은 뭘까

       –     ㄴ 아니 지가 하루종일 분쇄하고 있잖아 시1발

       –     ㄴㄴ 남의 손에 죽기 전에 직접 편하게 보내주는 거임ㅇㅇ

       –     근데 존나 재밌어보이긴 함

       –     ㄴ ㄹㅇ

       –     ㄴ 바로 갈겼는데 쾌감 장난 아님 걍 씨1발 섹스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게 나오나고 이게 VR 대검이지

       –     ㄴㄴ 현실적으로 신만 내다가 눈먼 화살 맞고 1분컷 아님?

       –     ㄴㄴ 섹스는 원래 금방 끝나

       –     ㄴㄴ ㅇㅎ..

        

       [작성자: 따CCTV먹]

       [제목: 속보) 센세 레딧 화제글 1위 등극]

       [(스크린샷) (링크)

        

       Weakass Paladin: kNiFe hUrTs….I NeEd A sHiEld..

       GIGACHAD PALADIN: I SWING AND DESTROY

        

       대충 ㅈㄴ 상남자 성기사라고 좋아 죽는 중

        

       당장 저 빌드 하러 간다는 새끼들 속출하고 있음]

       –     이게 뭐야 시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아아…기어이 미국에 독을…

       –     양키놈들 취향이긴 하네ㅎ

       –     ㄴ -틀-

       –     스쳐도 죽는 상태로 존나 큰 대검을 휘둘러서 다 부수고 다닌다고? 당장 하자 씨1발

       –     뭐야 이새끼 레딧도 봐? 왜 영어 잘함? 왜 24시간 아따먹만 관음하는 개병신백수새끼 아님? 존나 위화감 느껴지네 씨발

       –     ㄴ 아붕아…

       –     ㄴ 24시간 아따먹 관음하는 백수 맞는데? 넌 왜 번역기 안 쓰고 나갤이랑 나챈이랑 아마갤이랑 위게더만함? 왜 센세 나오는 커뮤니티 다 모니터링 안 함?

       –     ㄴㄴ 정말 어디 내놔도 부끄럽구나

        

       [작성자: ㅇㅇ]

       [제목: 레딧 반응 더 퍼왔다]

       [(사진)

       이거 씨발 뭐야?

       난 이거 하려고 대검용 컨트롤러 샀어

       벽 부수는 거 존나 호쾌하네

       나: 저스트 회피 성공했다! 약공격 3번으로 딜 넣고 빠져야지 / 미친 한국 여자: 적이 있으면 적을 부수고 벽이 있으면 벽을 부순다

       ㄴ 한국여자야?

       ㄴㄴ 스트리머래 (링크) 여기 빌드 공략글도 썼던데

       오늘부터 존나큰대검기사 외엔 다 계집으로 간주한다

       ㄴ 빌드 이름이 존나큰대검기사라고?

       이거 배경음악 뭐야? 처음 들어보는데

       씨발 이런 빌드가 있었어? 내일부터 퇴사하고 풀타임 나오나한다

        

       대충 미쳐 날뛰는 중ㅇㅇ

        

       지금 센세가 쓴 공략글도 댓글 400개 넘어간다]

       –     오 링크좀

       –     ㄴ(링크)

       –     ㄴㄴ 왜 영상마다 지 오카리나를 쳐 넣은 거야 진짜 미친년인가

       –     ㄴㄴ 은근 잘 어울림

       

       * * * * 

       

       [아따먹: 안녕하세요 바이오님]

        

       [GP 바이오: 앗 안녕하세요!!!]

        

       [아따먹: 아]

       [아따먹: 방송 중은 아니에요]

        

       [GP 바이오: 네네]

        

       [아따먹: 혹시 뉴-메타에 관심 있으신가요]

       [아따먹: 제가 만든 건 아니고, 유럽 출신 빌드 연구 전문가 작품이에요]

       

       [GP 바이오: 오오]

       [GP 바이오: 기대해보겠습니다!!]

       

       [아따먹: 😅]

       [아따먹: 그럼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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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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